박테리오파지

 

1. 개요
2. 설명
3. 파지 요법
4. 역사

'''박테리오파지의 모식도'''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존재 - 박테리오파지'''[1]

1. 개요


이름을 들으면 세균일까도 싶지만,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이름인 박테리오파지는 bacterium+phage로, 풀어쓰면 세균 포식자다. 이름 그대로 박테리오파지가 숙주로 삼을 수 있으며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세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인데, 실제로는 세균보다도 매우 작기 때문에, 세균을 잡아먹는건 아니고 숙주로 삼아 생명활동을 하는 것이며, 파지에 감염된 세균은 파지에게 속수무책으로 이용만 당하게 된다. 생물학 전공자가 '파지'라고 말하면 대체로 이 녀석을 뜻하는거다.[2]

2. 설명



박테리오파지의 증식을 구현한 애니메이션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들어갈 때 식세포 작용이나 막 합성을 통해 껍데기가 녹아드는 반면, 박테리오파지는 껍데기를 바깥에 남겨두고 DNA만 숙주 박테리아 안에 주입한다. 이 DNA의 침입을 허용한 숙주는 그 나름대로의 면역회로를 이용하여 해당 DNA를 분해하려는 방어기작(CRISPR/Cas시스템 등)이 발생되지만, 파지DNA는 이 방어기작을 자기 자신의 다리, 몸통 등을 복제할 수 있는 DNA 단편이 되도록 염기서열을 구성함으로 이를 역이용한다. 이렇게 단편으로 나뉘어진 파지 DNA는 숙주세포 안에서 전사 및 번역을 거쳐 파지의 몸통을 조립하고, 파지의 머리 안에 DNA가 들어간 다음, 박테리아를 터뜨려 밖으로 나온다. 물론 모든 박테리오파지가 다 DNA를 넣고, 조립하며, 균을 깨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자와 같은 생활사를 용균성 생활사(lytic cycle)라 하고, 용원성 생활사(lysogenic cycle)라고 해서 박테리오파지의 DNA가 숙주 박테리아의 DNA에 끼어들어 같이 복제, 증식하는 프로파지(prophage) 형태가 되기도 한다.[3] 다수의 파지들은 두 생활사를 다 가지고 있어서, 숙주가 잘먹고 잘살면서 번식을 잘 할 때는 용원성 생활사를 유지해 같이 증식하다가, 숙주가 좋지 못한 환경에 놓이면 용균성 생활사로 들어가 단백질 껍데기를 조립한 다음 숙주를 터뜨리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숙주는 대개 이분법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파지 DNA도 함께 복제되어 꽁으로 번식할 수 있다.
흔히 알려진 모양을 기준으로 다리가 달린 몸통처럼 생긴 건 몸통이 아니라 꼬리이고, 진짜 몸통은 위의 다면체이다. 모든 파지가 다 위 사진처럼 생긴 것은 아니고, 엔빌롭이 없는 정20면체 바이러스같이 생긴 파지도 있다. 그 밖에 길쭉하게 생긴 녀석도 있고... 연구용으로 쓰는 파지만 해도 거의 20여 개다.
박테리오 파지 T4의 조립 과정
세균은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 분포하며 서식하지만, 야생 상태에서의 세균이 배지에서처럼 창궐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진균류 등의 항생물질에 의한 저해 뿐만 아니라 박테리오파지의 공격적인 생명활동 때문일거라 짐작되고 있다.

3. 파지 요법


그래서 21세기 초에는 항생제의 내성으로 인해 박테리아 질환 치료가 불가능해질 경우 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테리오파지를 항생제 대용으로, 혹은 함께 쓰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박테리오파지의 특성은 숙주세포가 지닌 "세포 특이성"에 반응하여 용균성 생활사를 일으킨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무해하도록 조정할 수 있기에,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제조의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풀어 이야기하자면, 숙주세포가 가진 세포막 지질의 특징을 이용하여 파지의 다리가 숙주세포의 세포막 표면에 고정시키고, 다리가 제대로 고정된 파지에서 DNA가 주입된 후, 숙주세포의 방어기작에 의해 파지의 DNA가 분해되더라도 파지DNA의 복제를 위하여 특정 프로모터가 포함된 중합효소를 가지고 있어야만 숙주세포 내에서 파지의 용균성 생활사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파지가 가진 세포 특이성에 의하여 일어나는 일련의 용균성 생활사로 인하여 몇몇 세포에 대해서는 가히 세포 킬러급의 칭호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항생제에 비해 내성이 생기기 어렵지만 박테리아는 파지에도 내성을 기를 수 있다. 다만 파지에 대한 내성을 키울 경우, 반대로 항생제에 취약해진다고 하며, 그 반대도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세균 표면의 수용체가 항생제 내성이 있는 변이형태로 변하면, 그 변이된 수용체와 결합하여 세균을 감염시키는 파지를 항생제와 함께 투여하는 것으로, 일반 세균은 항생제로 죽이고 내성 세균은 파지로 죽이는 수가 생긴다. 또한 항생제와 달리 특정 박테리아만 공격한다는 것이 장점이지만[4] 파지의 크기가 100~200nm정도로, 약리물질의 크기보다 수십만~수백만 배 이상 크며 이로 인해 단위면적당 함유량이 약리물질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범용적으로 쓰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세포 특이성으로 인하여 인체의 안전성이 어느정도 확보될 수 있기에 구소련에서는 2차 대전 때부터 관련 연구를 활발히 해왔으며 실제로 사용도 제법 했다.

4. 역사


1915년 영국 브라운동물연구소의 미생물학자 '''프레드 트워트(Frederick Twort)'''가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다가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했다. 트워트는 자신이 발견한 물질을 '''용균제'''라고 명명했으나 그 실체는 몰랐다.
1917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미생물학자 '''펠릭스 데렐(Felix d'Herelle)''' 역시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고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명명했다.
1930년대에 전자현미경이 발명되면서 박테리오파지의 실체도 밝혀졌다.
1952년 단백질과 핵산 중에서 핵산이 유전 물질임을 밝히는 '''알프레드 허시(Alfred Hershey)와 마사 체이스(Martha Chase)'''의 실험에서 박테리오파지가 쓰였다.
1972년 벨기에의 '''월터 피어스(Walter Fiers)''' 연구팀이 박테리오파지 MS2의 피막단백질 유전자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고 1976년에는 MS2의 RNA 게놈을 완전히 해독했다.
1982년에는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가 생어해독법을 이용하여 람다파지 게놈을 해독했다.
[1] 쿠르츠게작트의 영상.[2] 반면 의학 전공자는 대개 대식세포(매크로파지)를 파지라 부른다.[3] 이를 유전자 재조합 또는 변형 기술에 응용하기도 한다. 형질도입(transduction)[4] 항생제를 복용하고 간혹 설사를 하는 이유는, 항생제가 장내세균을 전부 학살해버려 장내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