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장수
1. 개요
요재지이에 수록된 이야기 중 하나.
2. 줄거리
어느 장터에 배장수가 배를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배를 살 무렵, 남루한 옷을 입은 도사가 와서 목이 마르니 배를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배장수는 야박하게도 도사를 밀치고 돈부터 내라고 하자 사람들이 이를 보고 기막혀하면서 그냥 하나만이라도 달라고 얘기했지만, 배장수는 눈 깜짝도 않고 화내기만 했다.
이때 한 청년이 보다 못해 배를 하나 사서 도사에게 주었다. 배를 맛있게 먹은 도사는 자신도 보답으로 배를 모두에게 대접하겠다고 한 후, 가지고 있던 괭이로 땅을 파고 그 구덩이에 먹고 남은 배씨를 심었다. 땅에다 씨를 심은 뒤 주변에 물을 청했는데, 배를 사다준 청년이 물을 한바가지 내어왔다.
뜨거운 물이었지만 도사는 물이라면 상관없다며 청년이 가지고 온 물을 씨앗 구덩이에 뿌렸다. 씨앗은 바로 싹을 틔운 뒤 거대한 배 나무로 자라났으며, 순식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열매는 크게 자랐고 순식간에 맛있게 익었다.
도사는 기분이 좋아 배를 따서 자신을 도와준 청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배를 나누어준 다음 잎과 가지만 남은 배나무를 베어 들고 어디론가 길을 떠났다.
배장수는 한참동안 이 광경을 본 뒤 잠깐 정신이 들어 서둘러 자신의 배수레로 갔는데, 수레에 있던 배는 모두 없어졌고 손잡이 하나가 잘려있었다. 사실 그 배들은 배장수의 배들이었으며 나무는 배장수의 배수레 손잡이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자 배장수는 화가 치밀어올라 도사를 잡기 위해 달려갔고 사람들은 배장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배를 잡고 웃었다.
3. 기타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실렸던 만화 중 하나였던 이희재 화백의 만화 '아이코 악동이'에서도 이 이야기를 모티브 삼은 듯 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 이야기에선 웬 할아버지가 야박한 과일장수에게 배를 하나 달라고 부탁해서 받아먹은 뒤, 배의 씨를 심어서 순식간에 자라게 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무의 배를 나누어 주었고 배를 다 나누어 준 뒤 나무를 잘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원본 이야기처럼 정신을 차린 과일장수가 서둘러 과일가게로 가 보니 배는 남아있지 않았고, 배를 올려놓았던 선반 다리 중 하나가 잘려나가있었다. 화가 난 과일장수는 씩씩대며 할아버지를 찾으러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가게 앞에서 주저앉아 우는 모습으로 에피소드는 끝난다.[1] 참고로 에피소드 후반에 할아버지의 정체가 대놓고 암시되는데 그 정체는 바로 아이코.[2]
[1] 참고로 이 아저씨가 평소 평판이 꽤나 안 좋았는지 근처에 아저씨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안타까워하지 않고 그냥 꼴좋다는 듯이 쳐다보는 표정이었다.[2] 사실 에피소드 초반에 아이코가 골목에 들어가는 것을 악동이 일행이 발견하고 찾으러 갔는데 아이코는 사라지고 이 에피소드의 할아버지가 있는데 장소가 들어가는 곳 이외엔 길이 없는 외진 골목이고, 아이코는 신비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할아버지는 순식간에 나무를 자라나게 한 것을 보면 확실하게 할아버지=아이코 라는 결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