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

 

한자: 聊齋志異
영어명칭: Ghosts and Wizards: Fables and Fairy Tales from Late China / Strange Stories From Chinese Studio[1]
1. 소개
2. 내용
3. 대중문화 속의 요재지이
4. 기타
5. 관련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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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요재지이의 저자 포송령 초상.
중국 명나라청나라 초에 살던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이 1670년대 산둥에서 지은 기담 모음집으로 모두 16권이다. 포송령은 환갑이 넘어서야 겨우 1차 시험 붙은 '만년 고시생'이었다.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세도가의 가숙에서 한동안 교사로 있으면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불운한 선비였으나, 요재지이를 씀으로써 중국에서 김시습급 반열에 올랐다. 유학을 닦은 선비였지만 일찍부터 각지에 전하는 수많은 괴사나 전설 등에 관심이 많았고, 갖가지 이물(異物)들에 해박했고 산해경이나 박물지 등 기서에도 밝았던 듯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살아생전 찬사를 듣지 못했다. 포송령이 죽은 지 51년이 지나 1766년에서야 책이 간행되었기 때문이다. 포송령이 직접 쓴 원본 중 절반은 남에게 빌려주었다 잃어버렸다고 한다. 다행히 생전부터 인기작이라 남이 베껴갔기에 내용 전체는 온전히 전한다.
포송령은 요재지이에서 자신을 '이사씨(異事氏)'라고 칭하여 "이사씨는 말한다." 하며 운을 떼어 단편마다 자기 의견을 달기도 했다.
포송령의 묘는 문화대혁명홍위병들에게 파헤쳐지고 남은 유골이 불태워져버렸다.
참고 인터넷 페이지

2. 내용


중국의 온갖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작자 포송령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민담이나 심지어 자신의 경험담까지 합쳐서 간행되었는데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수십 년 동안 모은 자신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천녀유혼으로 유명한 섭소천 이야기도 출전이 바로 요재지이.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얘기가 많다. 일례로 여자가 출세하는 이야기나, 어떤 평범한 남자가 협녀와 엮인다는 이야기라든가,[2] 한 남자가 표류해서 식인귀들의 땅에 떨어져 식인귀 여자와 결혼했는데(…), 자식들은 중국에 와서 크게 성공한다거나, 한 남자가 전생의 인연으로 문소황후(…)를 만났는데 조조는 며느리가 바람 피우니까 개의 모습으로 나와서 훼방을 놓는다거나,[3] 구주삼괴야구자 같은 독특한 중국 요괴도 나오고, 조선에 놀러간 남자가 신선들이 산다는 이어도에 놀러가는 등 '''대륙의 판타지 모음집'''이다.
방정환의 '효자가 된 호랑이'와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한 노인의 아들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자 관리가 호랑이를 잡았는데, 관리가 "네가 진심으로 그녀의 아들로 살아간다면 용서해주겠다."라고 말하자 호랑이는 정말로 노파에게 짐승을 잡아다 주며 자식처럼 노파를 봉양하였다. 시간이 흘러 노파가 죽자 호랑이는 사람이 통곡하듯이 크게 울부짖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것.
하지만 단연 많이 나오는 것은 여우나 귀신, 요괴 등과 붕가하는 이야기이다(…). 대체로 남자가 길을 가다가 여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누다가 여우나 귀신임을 알아차리지만, 남자의 반응은 열에 아홉은 '''여자가 사람이 아니지만 어쨌든 예쁘니까 상관없음'''(...). [4] 이렇게 연을 맺었으니 당연히 배드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애초에 여기 등장하는 '''여우와 귀신, 요괴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개념충만하다'''.
그리고 왠지 귀신인 여자가 멀쩡히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의 눈에도 잘만 보이며 상견례 후 혼인까지 한 다음에 애도 낳아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엔딩이 거의 대부분. [5]
이외에 기생인 줄 알고 좋아서 안아봤더니 남자라(…) 실망했는데 어찌어찌 말이 통해서 친구가 되었다거나, 모태 고자였던 남정네가 여우가 준 약으로 고자 신세에서 탈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처벌로 나비를 바치게 하는 관리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모자에 흰 꽃을 달아놓은 걸 깜빡하게 만들어 다음 날 온 상관에게 꾸중을 듣게 하는 귀여운(…) 나비 귀신도 나온다. 어찌되었든 고전적인 동양 기담을 읽고 싶다면 추천.
요괴나 어리석은 사람을 빌어 우회적으로 현실 비판을 하는 얘기도 상당히 많다. 포송령은 과부들이 정절을 지키는 이야기를 두고 칭찬도 비난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지만,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베를 짜며 사는 과부의 정절을 조롱한 적이 있다.[6] 이 외에도 고장에서 명망있는 사람들의 전기를 편찬한 신사층들도 비웃었다.
괴담이나 기괴한 이야기 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화 혹은 과연 정말 이랬을까 싶은 믿거나 말거나 일화들도 나와 있다. 가령 필리핀에서 표류해 온 표류객 이야기, 개구리 실로폰, 청대에 태국에서 진짜 사자가 들어왔을 때 이야기[7],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남장을 하고 과거를 봐서 장원으로 합격한 뒤 시부모도 벼슬을 받는 혜택을 누리게 한 여인, 수간을 하다 잡혀 사지가 찢겨 죽은 개와 여인(…)[8]
동성애와 관련된 단편도 있다.[9] 첩이 된 남자(人妖)편의 내용으로 여장을 하고 부녀자를 강간하려고 한 자에 대한 평이다. 다른 이야기, 남첩(男妾)의 내용을 보면 소년을 여장시켜 첩으로 판 노파가 등장하는데, 그에 대한 포송령의 평은 다음과 같다. "지음을 만난다면, 남위(춘추시대 진나라의 미녀)와도 바꾸지 않으리라. 무식한 노파 같으니, 왜 굳이 사기를 쳤는가!" [10]
요재지이에서는 중국인들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산해경과 더불어 조선은 비교적 좋은 이미지로 나온다. 보이쉬한 조선 여인도 등장[11]. 조선이 공간적 배경으로 나오는 이야기도 있는데 신선이 사는 곳이 있다고도 했다[12]. 그 외에 죽은 사람도 산 사람의 음식을 먹다보면 다시 인간이 된다는, 아주 기발한 언데드 처리법도 나온다.[13]
김용과 더불어 20세기 말 가장 뛰어난 무협 소설가로 손꼽혔던 고룡의 소설 작법과 사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평가받는다. 서술이나 전개방식은 서양 근대문학과 영화의 기법이지만, 괴사건을 해결하며 맺혔던 은원을 하나씩 풀어가는 전개는 일반적인 서양 소설보다는 요재지이와 더욱 비슷하다. 혹자는 김용이 중국인들의 낮의 세계를 그려냈다면, 고룡은 중국인들의 밤의 세계를 그려냈다고 평했다.
프란츠 카프카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도 읽고서 감명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손오공 항목에는 요재지이의 손오공 사당 이야기가 나온다.
요재지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이트. 중국어를 잘한다면 참고해도 좋다.


3. 대중문화 속의 요재지이


  • 그 유명한 영화 천녀유혼이 '섭소천' 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2008년에 개봉한 중국 영화 '화피(畵皮)'도 같은 제목의 에피소드[14]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2010년 6월부터 한 달 동안 홍콩에서는 25부작 드라마인 '포송령'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 2011년에 개봉한 화벽도 요재지이에서 나온 벽화 속 여인 이야기를 원전으로 한 것이다.
  • 2008년에 개봉한 화피도 마찬가지로 요재지이에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소설가 이문열은 "소설가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 일독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 동방신령묘》의 등장인물 곽청아의 배경은 《요재지이》 7권 청아 편에서 유래했다. 세이가의 능력 역시 요재지이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무청아 참조.
  • 일본의 소설가 야스오카 쇼타로(安岡章太郎)가, 저자 포송령의 마흔 살 가까이 과거시험에 얽매였던 인생을 자기 삶에 대입하여 쓴 사소설인, 사설요재지이(私設聊齋志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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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자는 채지충이 그린 만화버전의 영어 출간본 제목으로, 대부분은 후자가 많이 쓰이며, 이쪽이 공식 영제목이다.[2] 이 이야기는 영화 《협녀》로도 나왔다.[3] 여기서 조조의 취급이 상당히 안습이다. 다른 얘기에선 죽은 이후 얼마나 벌을 줘야 될지 몰라서 아직까지 곤장을 때리고 있다거나, 홍수가 났더니 무덤이 파헤쳐져서 유골은 박살나고 부장품은 모조리 도굴당했다거나..(…) [4] 여우와 얽힌 에피소드에서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이건 미트스핀+수간 수준. 그리고 여우에 홀려서 죽을 지경에 이른 주인공이 의원이 처방해 준 '''춘약을 먹고 정력을 킹왕짱 수준으로 업시킨 다음에 결국 여우와 검열삭제를 한 끝에 복상사시켜서 고통에서 탈출하는'''(…) 에피소드도 있다.[5] 단 둔갑한 늑대 소녀와 결혼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가 늑대인 줄 모르고 아내를 지키기 위해 늑대가 다니는 길목에 독이 든 미끼를 놓았는데 이를 모르고 늑대 아내가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나 어느 권세가가 자신이 아끼는 여자를 악귀화 된 도사에게 빼았기거나 '''강간을 일삼는 요괴들'''에게 여자들이 강간 당하는 이야기 등 안 좋은 이야기도 다수 있다.[6] 샤오싱(紹興)에 사는 일흔 살 먹은 과부에게 어느 날 웬 처자가 찾아온다. 그 처자는 18~19세 남짓인데, 외모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입은 옷도 눈이 부시도록 화려했다. 과부와 처자가 같은 침대에서 눕는데, 처자가 옷을 벗자 야릇한 향기가 방 안에 가득 찬다. 과부 노파는 자신이 남자가 아니라 애석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자는 웃으면서 노파에게 "일흔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야릇한 생각을 하냐, 왜 남자가 되고 싶어 하느냐?"하고 속마음을 읽어낸다.[7] 동양의 사자와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기이하다고 하겠다.'고 평했다.[8] 막장인 게 이 여자와 개가 수도로 호송되는 도중에 사람들이 그 짓(…)을 하는 걸 보고 싶어하자 '''간수들이 돈 받고 사람들 앞에서 그 짓을 하게 한다''' [9] 동성애와 관련된 편에서 포송령이 직접 '마땅히 싹을 잘라내는 것이 마땅하렸다.'고 평하므로, 포송령도 동성애에는 부정적이었다.[10] 명청 시대에는 남색이 널리 퍼졌다. 청이 동성애를 금기시하기 시작한 때는 개항 이후.[11] 정확히는 병자호란으로 중국에 끌려가서 정착한 조선인의 후손. 여자인데 사냥을 즐기는 활달한 이미지로 등장하며, 이야기 주인공의 연인이 된다.[12] 사실 한반도는 '산해경' 등에서 대개 꿈과 신선의 도시로 그려지는 편이 많다. '호랑이를 탄 신선들이 살며, 무궁화가 지천으로 피는데, 이를 따서 먹기도 하고 장식으로도 삼았다' 등등.[13] 이렇게 한번 죽었다 부활한 사람은 어느 정도 귀신의 특성이 남아있어서, 일단 더이상 늙지 않으며 양기가 강한 곳이나 햇빛이 드는 곳에선 거동하기 힘들어하고 심지어 모습이 사라졌다가 밤이 되어서야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식사, 배설, 수면, 생식이 가능하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사하는 등 생신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14] 요괴가 여자 그림을 그린 사람 가죽을 뒤집어 쓰고 남자를 유혹한다는 내용이다.
* 국내에서는 1997년에 채지충이 몇가지 이야기들을 추려서 만화화 한 것을 한글로 번역해서 '만화 중국 고전'의 일부[15]로 출간되기도 했다. 만화로 그려진 에피소드 뒤에 원전이 출처와 함께 글로 수록되어 있는데, 만화는 각색이 일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 1997년경 대한민국의 도서 출판사 능인에서 출판한 한결의 만화 '중국 귀신전'에 수록된 이야기들이 대부분 요재지이에서 따온 것들을 토대로 구성되었다.[16] 다만 나온 지 20년이 지난 아동용 만화인 것도 있고, 한결 의 만화 화풍 자체가 익살스럽고 개그성 연출이 많은 데다, 원작보다 순화된 부분이 많아서 크게 무섭진 않다.
  • 웹툰 난약이 요재지이 '섭소천'편을 원저로 하고 있다.
  • 프랑스의 프렐조카쥬 발레단이 2017년에 초연한 '프레스코화' 라는 70분 짜리 무용극의 스토리는 요재지이의 '벽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림의 여인에 반해 그림 속 세계로 들어간 남주는 물론 장수들로 인해 쫓겨나는 것까지 판박이.

4. 기타


  • 한국의 요재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조선 후기 임방이 지은 야담집 천예록이 있다. 임방이 직접 겪거나 주변에서 보고 들은 기이하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와 비슷한 야담집으로 학산한언, 청구야담 등이 있다.
  • 한밭대학교 중국어과 김혜경 교수가 번역한 완역본이 전 6권으로 2002년 민음사에 의해 출간되었다. 전자책으로도 완역본이 나왔다. 위즈덤커넥트사에서 전 12권으로 출간했다.

5. 관련 항목



[15] 전 55권 중에서 제1권에 해당. 단 천녀유혼의 원작이 된 섭소천 이야기는 40권대의 귀호신괴 1부에 들어가 있는 등.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다.[16] 예를 들자면 인간이 귀신이나 짐승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 저승 여행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