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나무 아래

 


百日紅[1]の下にて
1. 개요
2. 등장인물
3. 줄거리
3.1. 스포일러


1. 개요


요코미조 세이시추리소설 시리즈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단편. 작가 요코미조가 선정한 자선(自選)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한 작품으로, 전쟁 직후 도시 거주자들과 상류층의 변질되고 마모되어 가는 인성을 그린 작품들 중 하나로 평가된다. 국내 정발판에는 <살인귀>, <흑난초 아가씨>, <향수 동반자살>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혼진 살인사건옥문도 사이에 있었던 사건들을 다룬 작품들 중 하나. 시기적으로는 옥문도의 바로 직전 시점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본 작품의 결말이 옥문도와 이어진다.

2. 등장인물


  • 사에키 이치로(佐伯一郎)
극도의 여성공포증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이 성격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애나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미를 자신의 이상적인 여성으로 키워낸다. 4명의 친구에게 유미를 맡기고 군대에 징집되어 갔다가 전선에서 한 쪽 다리를 잃고 소집해제되어 귀환한다.
  • 유미
사에키가 데려와 '이상향의 여성'으로 키워낸 소녀. 사에키가 귀환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음독자살한다.
  • 고미 긴노스케(五味謹之介)
사에키의 네 친구 중 한 명. 정확히는 중학 시절부터의 후배로, 대학 시절부터 사에키가 그를 돌봐 주었다. 사립대학을 나와 쓰키지의 상사회사에서 근무했다.
  • 시가 규헤이(志賀久平)
사에키의 대학 동창으로 사립대학 강사. 유미가 성장하면서 급격하게 아름다워질 무렵부터 묘하게 사에키의 집에 출입이 잦아졌다.
  • 기토 준이치(鬼頭準一)
사에키의 집 하숙생. 야간제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군수회사에서 일했다. 다소 덜렁거리는 성격.
  • 가와지 겐조(川地謙三)
사에키의 친구 중 하나. 작중 묘사로는 상당한 미소년이지만 행실이 불량했던 것으로 추정. 뉴기니 전선에서 사망한다.
가와지의 전우. 어떤 사건에 대한 가와지의 전언을 가지고 사에키를 찾아온다.

3. 줄거리


사에키 이치로는 여성을 극단적으로 대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으로[2], 우연히 게이샤 집에 팔려갔던 유미라는 어린 소녀를 발견하고 큰 돈을 들여 그녀를 게이샤 집에서 빼내 자신의 이상향에 가까운 여성으로 키워 아내로 삼는다.[3] 그러던 어느 날 사에키는 군대에 징집되어 가게 되고, 점점 미모에 물이 올라가는 유미에게 모여드는 남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고미 긴노스케, 시가 규헤이, 기토 준이치, 그리고 가와지 겐조 네 명의 친구에게 그녀를 맡긴다. 이 네 명의 남자들은 유미의 가장 열렬한 신봉자들이었고 따라서 사에키에게도 위험한 존재였는데, 굳이 이들에게 유미를 맡긴 이유는 다른 남자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자신들끼리도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유미의 안전을 지키려는 사에키 나름대로의 고육지책이었다. 말하자면 독으로 독을 제압하려 했던 셈. 하지만 사에키의 이 선택은 결국 최악의 결과를 부르고 만다.
소집 6개월 후 사에키는 전선에서 오른쪽 다리에 큰 부상을 당해 후방으로 돌려졌다가 무릎 아래를 절단하고 의족을 찬 채 소집해제를 받아 귀환한다. 하지만 그가 귀환한 지 일주일 만에 유미는 갑자기 음독자살하고, 그로부터 1년 뒤에 열린 유미의 추모 모임에서 4명의 남자들 중 고미 긴노스케가 독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단서도 충분치 않고, 정황도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여러 모로 마뜩찮았던 탓에 결국 사건은 일단 고미가 청산가리로 음독자살한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공습으로 폐허가 된 자신의 옛 집터를 찾아온 사에키에게, 자신이 유미를 맡겼던 4명 중 한 명이었던 가와지 겐조의 전우를 자처하는 귀환병 차림의 남자가 뉴기니에서 죽은 가와지의 전언을 가지고 찾아온다.

3.1. 스포일러



일단 고미 긴노스케를 살해한 범인은 사에키 이치로가 맞았다. 그러나 사에키가 노렸던 대상은 사실 고미가 아니라 가와지 겐조였는데, 그는 유미가 죽은 뒤 그녀가 심한 성병에 걸렸음을 알고 자신이 없는 동안 난봉꾼인 가와지가 유미와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해서 그를 죽이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가와지가 죽은 뒤 자신도 자살할 심산으로 술잔에 청산가리를 탔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 달리 고미가 청산가리를 탄 술을 마시고 사망하자, 사에키는 가와지를 살해하는 대신 그에게 고미 살인죄를 뒤집어 씌워서 교수대에 보내려는 심산으로 침묵을 지켰다.[4] 그런데...
원래 고미를 살해하려 했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가와지 겐조로, 그는 유미의 복수를 위해 고미를 살해하려 했다. 고미는 사에키가 군대에 가고 없는 틈을 타 폭력을 써서 유미를 강간했고, 이 때문에 사에키가 돌아온 뒤에도 그를 계속 거부하다가 끝내 음독자살한 것. 또한 그녀는 자살하기 전 가와지에게 고미가 자신을 강간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유미의 고백을 들은 가와지는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고미에게 복수하기 위해 추모 모임에 청산가리를 숨겨와서 고미의 술잔에 독을 타 그를 살해하려 했다. 즉 사건 당시 추모 모임 자리에는 청산가리가 든 잔이 두 개였던 것. 그런데 중간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고미가 죽게 되었던[5] 것인데, 가와지가 유미의 복수를 위해 그를 죽이려 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알고보니 유미와 아무 관련이 없는 줄 알았던 가와지는 다름아닌 '''유미의 이부남매'''였다. 행실이 방탕했던 유미의 생모는 그녀가 두 살 때 다른 남자를 정부로 삼아 요코하마로 도망쳤고,[6] 그 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가와지였다. 즉 그는 '''유미의 남동생'''이었던 것. 유미와 가와지 둘 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 가와지의 품행이 품행이었던지라 사에키에게는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가와지가 유미와 관계를 가졌다고 믿은 사에키는 사립탐정을 써서 그의 신변을 조사했는데, 그의 출생까지는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던 탓에 둘의 사이를 오해해서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
사에키에게 고미 독살 사건의 진상을 전한 귀환병 차림의 남자는 그에게 '''"제 이름은 긴다이치 코스케, 변변찮은 남잡니다."'''[7]라는 말을 남긴 뒤 옥문도를 향해 떠났다.
[1] '사루스베리(さるすべり)'라고 읽는다. 사루스베리는 원래 배롱나무를 뜻하는 말로, 배롱나무는 꽃이 여러 날에 걸쳐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마치 오랫동안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다른 이름으로 백일홍으로도 부른다.[2] 여성 앞에 서면 몸이 극단적으로 굳어버리고, 특히 젊은 여성 앞에서는 몸이 떨리고 말조차 하지 못한다고 언급된다.[3] 참고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5세로, 사에키가 유미를 게이샤 집에서 빼내 올 당시 사에키가 24세, 유미는 '''9세'''였다.[4] 사에키의 이 행동과 여러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이 사건은 고미의 음독자살로 결론이 났던 상태였다.[5] 기토의 착각으로 공습 소동이 일어나 혼란에 빠진 와중에 가와지가 자신과 고미의 잔을 바꿔치기하고, 가와지가 독을 탄 술잔에 입을 대기를 기다리던 사에키는 예상과 달리 고미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린 뒤 청산가리가 든 자신의 잔 속 내용물을 개수대에 부었다. 이 때 청산가리가 든 잔 속에는 독이 든 잔이라는 표시로 짧은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는데, 가와지는 잔 속에 든 머리카락을 보고 기분이 나빠져서 잔을 바꿔치기했다가 사건이 터졌던 것.[6] 그리고 생모가 도망친 뒤 아버지마저 사망하면서 유미는 고작 8세의 나이에 게이샤 집에 팔려갔고, 1년 뒤 사에키가 그녀를 데려다 키우게 된 것이다.[7] 정발판에서는 이 마지막 대사를 책 뒷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써 놓아서 대놓고 스포일러를 한 셈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