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웬의 반응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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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세부 내용
2.1. 연속(적) 반응 계열
2.2. 불연속(적)반응 계열
3. 풍화와의 관계
4. 현실과의 차이


Bowen's Reaction Series

1. 개요


미국의 지구물리학자 보웬이 1922년 암석학회지(The Journal of Geology)에서 주장한 '''광물의 정출 순서'''. 이전까지 구축되어온 냉각 과정(상평형도) 실험과 암석학적 지식[1]을 종합하여 조암 광물이 마그마에서 형성되는 경항성을 정리하여 지구과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크게 연속(적)반응계열과 불연속(적)반응계열로 나뉜다.

2. 세부 내용


보웬의 반응계열은 마그마가 냉각되어 광물을 만든다고 할 때, 어떤 경향을 따르는 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여기서 말하는 초기 마그마란, 비알칼리(subalkaline) 계열의 현무암질 마그마를 의미한다. 일부 광물은 만들어진 뒤 다음 광물을 만드는 데 소모되어버린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먼저 결정화된 광물은 빠져나가므로 결국 온도가 낮아지면 잔류용융물(residual melt)의 성분은 바뀔 수밖에 없다. 바로 이 과정이 반복될 때 만들어지는 고체상의 성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보웬의 반응계열은 고철질(Mg, Fe가 풍부한) 광물이 먼저 정출되고 그 뒤를 따라 점점 알칼리, 알루미늄 및 규소가 풍부한 광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정출 순서를 따르면, 현무암에서는 정장석, 백운모 등은 나타날 수 없으며, 감람석, 휘석, Ca-장석의 조합이 주를 이루어야한다. 또한 안산암에서는 Ca과 Na가 포함된 장석, 그리고 휘석, 각섬석, 흑운모 등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유문암에서는 흑운모, 사장석, 정장석, 백운모, 석영이 나올 것이다.
보웬이 처음 주장했을 때는 두 경향성 사이에 첨정석 스피넬(산화광물군)이 포함되어 있었다. 화성암에서 매우 중요한 정출 광물이지만, 전체 경향성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므로, 이 광물은 보통 교재에는 잘 실리지 않는다.

2.1. 연속(적) 반응 계열


마그마가 냉각되면서 장석은 Ca을 먼저 소모하고 Ca이 소모되면서 Na가 풍부한 상태로 결정화된다. 즉, 사장석은 마그마가 진화하면서 계속 나타나지만, 장석의 성분이 점점 칼슘이 적고 소듐이 많은 쪽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상당히 진화한 마그마에서도 Ca가 장석에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고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2] 정장석의 경우에는 마그마의 성분이 어느 정도 칼슘을 소모해서 열역학적인 모종의 경계[3]를 넘어서야 그 뒤부터 알칼리 장석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장석보다 나중에 나오는 것처럼 그려놓았다. 알칼리 장석은 Na가 어느정도 포함된 사장석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실제로는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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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마그마와 광물이 항상 완전한 평형을 이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안산암 등에서는 안쪽은 Ca가 풍부하지만 겉은 Na가 풍부한 사장석이 정출되기도 한다. 이런 나이테 모양의 구조를 (정방향) 누대구조(Zoning)라 부른다. 이미 정출된 광물 위에 성분이 변화한 마그마가 지속적으로 광물을 덧붙이면서 생기는 현상이다.[4]

2.2. 불연속(적)반응 계열


불연속(적) 반응 계열의 가장 큰 특징은 규산염 사면체가 중합을 일으킨다는 점에 있다. 1400도 부근에서 독립 사면체인 감람석이 정출되고 차례대로 홑사슬의 휘석, 겹사슬의 각섬석, 층상구조의 운모, 망상구조의 석영이 정출된다. 사면체가 중합을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규산염의 성분은 늘어나고 양이온 함량은 줄어든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마그마에서 마그네슘과 철을 먼저 소모하려 한다는 경향성과 잘 부합하는 것으로, 마그네슘, 철을 가장 잘 없애줄 감람석부터 점점 규산염이 많이 필요로 하는 운모류로 선호도가 변해가게 된다.
흔히 간단하게 감람석-휘석-각섬석-운모-석영만 다루지만 여기 등장하는 대부분의 광물들이 고용체이다. 예를들어 감람석은 Mg-Fe 고용체이다. 언뜻 보면 단순히 양이온이 치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온결합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높은 온도에서 생성된 암석일수록 이온결합성이 높게 나타난다.
참고로 보웬의 반응계열에서 말하는 감람석은 보통 마그네슘의 함량이 매우 높은 감람석에 국한한 것이다. 또한 휘석은 보통 단사휘석을 의미하며, 각섬석은 마그마에 따라 다르지만 흔히 보통각섬석(hornblende)나 그와 비슷한 성분을 암시한다. 그리고 같은 광물일지라도 좀 더 나중에 만들어진 광물이 마그네슘이 상대적으로 적고 철이 많다.

3. 풍화와의 관계


경험적으로 보웬의 반응계열에서 나중에 정출되는 광물들이 (화학적) 풍화에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흔히 먼저 정출된 광물들은 지표와의 온도와 압력 차이가 커서 지표의 환경에서는 불안정하다는 설명을 하는데 단순히 생성 환경만 가지고 설명하기엔 2% 부족하다. 실제로는 광물이 어떤 결합을 하는지, 또 물리적 풍화와 화학적 풍화 중에서 어떤 것이 우세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지표에서 일어나는 많은 화학적 풍화는 양이온이 용해되는 과정이 핵심이고, 또한 먼저 점토광물로 변하는 게 순서다. 점토광물은 물이 잔뜩 들어간 광물들인데, 당연히 만들어지려면 많은 물과 접촉해야 유리하다. 따라서 광물은 고철질이 많이 포함되고 또 물이 쉽게 접촉할수록 잘 변질된다. 이렇게 변질된 광물은 쉽게 바스라지며[5] 물에 용해되거나 실려가 삭박된다. 고온고압에서 만들어진 광물은 그만큼 현재 압력과 온도 조건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점토광물이 되었을 때 안정해지는 정도가 높다. 또한 양이온은 규산염 사면체와 이온결합 내지는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유지되어 있기 때문에 저압 조건에 이르면 수화 반응이나 분해가 더 쉽게 일어난다. 그리고 휘석, 각섬석, 흑운모 등은 애초에 벽개면이 뚜렷하게 잘 발달하는 광물이기 때문에 물이 광물 내부까지 침투하기도 아주 쉽다. 반면에 장석, 석영 등은 구조 자체가 규산염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결합력이 강하고 양이온이 노출되어 있는 면적도 적다.

4. 현실과의 차이


보웬의 반응 계열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보웬 스스로 이 반응 계열은 절대 완성형이 아니며 단순한 얼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보웬은 이 반응계열의 핵심은 간결하게 얼개를 표현해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으며 동시에 이 간결함 때문에 사람들이 잘못된 이해를 하지 않기를 바랐다.
현대적 관점에서 마그마의 진화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달라지게 된다. 모암의 성질, 부분용융의 정도와 양상[6], 분별결정작용, 마그마의 혼합, 주변암의 성분과 반응률, 상승 속도 등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 '''보웬의 반응 계열은 닫힌계에서의 광물 정출이므로, 마그마의 여러 변수 중 분별결정작용의 일반적 경향성을 짚어준 것이다.''' 실제로는 다른 변수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보웬의 반응계열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반려암에도 석영이 있을 수 있으며 흑운모와 함께 감람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보웬의 반응 계열이 틀린 것이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예컨대, 반려암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반려암에서 석영이 발견되었다면, 이는 곧 감람석은 발견될 수 없다.[7] 그리고 반려암에 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8] 수화 광물인 각섬석과 흑운모, 백운모는 건너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남는 것은 석영 뿐. 따라서 석영이 자란 것.[9]
보웬의 반응계열을 공부한 뒤에, "화강암은 현무암질 마그마의 분별결정작용의 산물이군"이라고 일반화하면, 보웬이 우려한 "과격한 오해"를 한 것이다. 화강암은 물론 현무암질 마그마를 분별결정작용시켜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각이 직접 녹거나 동화작용(assimilation)을 일으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현무암질 마그마를 분별결정시켜서 화강암까지 가려면 정출해서 빠져나가야하는 광물의 부피가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보웬의 반응 계열은 아직도 암석학 전공교재에 가장 먼저 실리는 도표 중 하나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수백장의 열역학을 알리는 서막 쯤 된다.) 보웬의 반응 계열이 도출된 그 열역학적 원리를 안다면 여러 암석 시스템에서 광물이 만들어진 순서, 원리를 쉽게 꿰뚫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다른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비판적 수용이 중요하다.)

[1] 실제 암석을 관찰한 결과[2] 이는 규장질 마그마라 할지라도 최소 600도는 넘는 온도를 갖는데, 이 정도에서는 칼슘, 소듐, 포타슘 성분 간의 장석 상분리가 일어나지 않는 고온이기 때문이다.[3] solvus[4] 이와 역행하는 듯한 누대구조도 흔한데, 이를 역방향 누대구조(reverse zoning)이라고 말한다.[5] 점토광물은 대부분이 아주 강도가 약한 판상광물이다.[6] 부분용융의 과정 자체에도 여러 모델이 있다.[7] 정확히 말하면 석영과 감람석은 서로 열적 경계에 의해 나뉘어있기 때문에 반려암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석영 불포화라면 감람석이, 석영포화라면 석영이 나오기 마련.[8] 농집되지 않았기 때문에[9] 정장석은 이미 사장석이 바글바글하기 때문에 굳이 새로 정장석을 키울 이유가 없다. 암석 속의 포타슘은 모조리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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