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초어(테이스티 사가)
1. 개요
[image]
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서호초어(시후추위)[3] .사람의 몸에 물고기의 꼬리를 달고 있고, 성격이 차분하며 쉽게 감상에 젖는다. 누군가 자신에게 햇살 같은 따스함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 가련한 모습은 많은 사람이 그녀를 동정하게 만든다.
2. 초기 정보
3. 스킬[4]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뒤엉킨 마음
수면 위의 빛이 점점 멀어지는 걸 보니 내 몸이 점점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나 보다.
두 눈을 감은 채로 깊이 잠들 수 있다면 좋으련만...
소중한 것을 잃은 나 자신과 슬픈 기억 모두 푸른 강물에 녹여버리고 싶었다.
난 모든 것을 잃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날 밤 별빛처럼 빛나던 반딧불이와 수줍은 미소가 내 가슴속에 새겨졌다.
하지만 그 여름날에 내가 본 모든 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마음 속의 슬픔을 좀처럼 억누르기 어려웠다. 그날 이후 그때의 환상이 시시때때로 내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너는 왜 살아남은 거지?」
그러게, 왜였을까?
과거로 돌아가서 그 인간에게 묻고 싶었다. 탕약을 마셨는데 난 왜 아직도 숨을 쉬고, 왜 아직도 이토록 슬픈 거지?
내 소원은 왜 이루어지지 않은 거지?
하지만 영원히 그 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번 생에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을 테니까.
6.2. 2장. 만남
그때의 나는 마스터의 죽음으로 꽤나 침울한 상태였다. 식신에 비해 인간의 생명은 짧기에 나는 마스터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마스터의 고향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나는 물길을 따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헤엄쳐 갔다.
무성한 숲을 지나던 중에 발견한 호수는 새하얀 달빛 아래 눈부시게 빚났다. 반딧불이가 호수 위를 날아다니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울적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도 같았다.
그래서 눈을 감은 채로 마스터가 생전에 즐겨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래를 다 부르고 눈을 뜨자, 호숫가에 누군 가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인간 남자다! 남자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나 역시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난 정신을 차리고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호숫가에서 들려온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올려다봤다. 남자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기대에 찬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에 종종 놀러와도 돼?」
그동안 내가 너무 외로웠던 걸까? 따뜻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여름 밤하늘 아래 수줍게 웃던 남자의 미소가 날 사로잡았던 건지도...
6.3. 3장. 결심
「다리 대신 물고기 꼬리가 있다며? 으으, 무서워라!」
「식신 중에서도 그런 괴물이 있다니...」
「하지만 목소리는 무척 아름답던데?」
「멍청한 소리하지 마. 그건 다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역시 멀리하는 게 좋겠어.」
깊은 밤이 되면 인간들이 내게 했던 악담이 날 괴롭히곤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난번 호수에서 만난 남자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기분 나쁜 목소리를 안 들은 지 며칠이나 지났다.
그 남자는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내가 쉬고 있는 호수로 찾아왔다. 다른 사람과 있었던 일을 들려두거나 숲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난 어느새 오늘 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지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호수에 머물 것 같던 남자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한 번도 이곳에 온 적 없었던 것처럼...
인간은 원래 호기심 많은 생물이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어쩌면 들려줄 이야기가 없어서 아예 발길을 끊은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렀으니 다른 곳으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 자신을 위로했지만 어떤 이유로도 남자가 사라진 이유를 자신에게 납득시킬 수 없었다. 그런 남자를 믿은 내가 한심할 따름이다.
평소 그가 기다리던 호숫가에 모여든 반딧불이를 보며 난 마음의 결단을 내렸다.
6.4. 4장. 탕약
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단서 삼아 난 숲에서 나와 그가 사는 마을로 향했다. 밤 깊은 마을은 쥐죽은 듯 고요했지만 단 한 집만이 반딧불이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에 이끌려 가보니, 안에서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에 좀 더 다가가, 안에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와 달리 남자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어머니로 보이는 상대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벽 때문에 몇몇 단어만 들릴 뿐,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건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인어... 식신...」
「억지로... 계약하면... 요리사 길드에서...」
집 밖에 있었지만 어떤 상황인지 금세 눈치했다. 두근거리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았다. 난 한숨을 깊이 내신 뒤에 그곳을 떠났다.
그날 이후, 남자는 평소대로 정확한 시간에 날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줬다. 감기 때문에 지난 며칠 동안 몸져누었다면서...
그 거짓말을 굳이 들춰내진 않았다. 그날이 올 때까지는...
그날, 남자는 평소와 달리 저녁 무렵에 날 찾아 호수로 왔다. 오랫동안 물속에 있는 내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걱정된다며, 숲에서 채집한 약초로 끓였다는 탕약을 들고서...
훗, 하여간 어설프기는...
난 아무 말 없이 탕약을 받아들고는 그 위에 비친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말 없는 내 모습에 당황한 남자가 내게 뭔가를 말하려던 순간, 난 사발에 든 약을 한 입에 들이켰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하더니 시야가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남자의 얼굴까지 뒤엉키면서 상황이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들고 있던 약사발을 물 속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아, 이렇게 끝나는 거구나...
소원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