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타카두르/진상
1. 마인의 이야기(진실)
성인이라고까지 불리던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 만년의 그는 우연히 한 시종에게서 ''''초월자''''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황제는 그 초월자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시종의 안내를 받아 길을 떠났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사막 한복판에서 황제는 지쳐 쓰러졌다. 어째서일까? 노구를 이끌고 험한 사막을 돌아다니고 있건만, 왜 나는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걸어야 그 초월자를 만날 수 있는 건가? 황제가 괴로워하자, 곁을 따르던 시종이 조금만 더 가면 된다며 기운을 북돋웠다. 시종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곳에 웬 허름한 천막이 하나 보인다. 저곳에 황제가 그토록 찾던 초월자가 있는 것이다. 황제는 기뻐하며 시종을 돌아보았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황제시여. 제가 무엇이든 구해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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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 모든 걸 내 손에 담았다.
내 손에 담을 수 없는 건 없었지.
돈, 권력, 명예. 사람들의 존경. 모든 것을 손에 쥐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었지.
이제 사람의 운명이 다하니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것을 얻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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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입니까?
제가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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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남이 구해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난 속죄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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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저 헌터 3기 2부 18화中
시종의 이름. 그것은 오래된 왕의 이름과 같다. 결코 잊지 않으리. 황제는 천막의 안을 들여다보았다. 천막 안에는 신비한 분위기가 감도는 여성이 앉아 있었다. 시종이 말하던 초월자다. "무얼 찾아 이곳까지 온 것인가." 그녀는 허공을 보며 말했다. 황제는 입을 열어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고맙구나. 네가 없었다면 난 이곳에 도달치 못했다는 것을 안다.
네 이름이 무엇이지? 진짜 이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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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믿어 주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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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여러 모습으로 날 도왔다.
너 또한 초월자와 비슷한 존재겠지.
내 비록 늙고 지쳤지만 그걸 분간 못할 정도로 지성이 쇠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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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를 미다스라고 부릅니다.'''
황제는 너무나 많은 죄를 지었고, 그 죄들은 그를 너무나도 괴롭게 했다. 개중에서도 특히 세 가지 죄가 황제를 고통스럽게 했다. ''''평생에 걸친 폭력', '종교를 희롱한 것', '부인과 자식을 죽인 것'[1][2][3][4][5][6] ''' 황제는 그 모든 죄들이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며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그는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자신의 죄를 합리화해도 도저히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다. 황제는 자신의 죄가 커 신이 저주를 내린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시종을 통해 뜻밖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 동방에서는 여의주라고도 불리는 현자의 돌. 그리고 그 돌의 주인인 초월자, '''꿈을 관장하는 존재.''' 꿈 속에서는 신을 만날 수도 있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황제가 초월자를 찾기로 결심한 이유였다.
"당신의 힘으로 신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신을 만나... 저의 죄를 고하고,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초월자에게 간청했다. 그러나 초월자는 황제의 청을 거부했다. 초월자는 황제가 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몸이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왜 부탁을 거절하는지를 알려주었다. 황제는 수많은 죄를 저지르며 옥좌에 올랐다. 그는 죄책감을 애써 외면하며, 자신을 높히고자 온갖 보석들로 몸을 치장했다. 그런데 황제가 걸치고 다니던 보석들 중에는, 어머니 헬레나#s-2.1[7][8][9][10][11][12][13][14] 에게서 받은 것도 있었다. 헬레나는 유물을 모으는 것에 집착했고[15] 우연히 '''생명의 수정'''이라는 이형의 물건을 입수했다. 그녀는 그 수정을 황제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그 이형의 물건을 몸에 두르고 다닌 결과, 황제는 그 힘에 잠식되어 버렸다. 그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며, 또한 '''용서하는 마음을 빼앗겼다.'''[16][17] 영혼의 세계는 용서를 잃은 마음을 가진 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18] 황제는 앞으로 긴 생을 살며,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야만 한다.
초월자의 설명이 끝나자 황제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초월자에게 한 고백은 '''진심을 담은 거짓말'''이었다. 용서받고 싶다는 것은 분명 진심이었으나, 또한 동시에 진심이 아니기도 했다. 그는 살아오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용서를 갖고 싶었다. 그가 용서를 갈구하는 것은 참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운명의 장난에 피해자로 끝날 성싶은가? 나는 위대한 황제다!!"''' 황제는 초월자에게서 현자의 돌을 빼앗았다. 천막을 빠져나와 도망친 황제는 돌에 소원을 빌었다. "내 소원을 들어다오! 내 잃어버린 것을 돌려다오! 날 인간으로서 죽게 해다오!" 그러나 돌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자신을 천막까지 인도해 주었던 시종이 황제의 앞에 나타났다. 초월자도 어느 새 황제의 뒤에 와 있었다. 시종이 입을 열었다.
황제가 소원을 빌자, 돌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하여 주변을 휩쓸었다. 그로 인한 폭발은 황제의 육체와 영혼을 갈갈이 찢어 날려버렸다. 황제의 시종, 미다스 역시 그 폭발의 여파로 타격을 입어 소멸했다.[19] 그리고 황제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모든 것의 주인인 자, 그가 인간의 모습이 되어 현실에 나타났다!''' 모든 법칙의 주인이었던 존재(이하 절대자)가 자신이 만든 법칙의 일부에 갇힌 것이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가 개우리에 처박히는 모습 같았다. 로가텐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대로라면 말 그대로 세상이 무너질 것이라 확신했다. 로가텐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꿈의 세계'''(이하 레이어)를 창조하고, 절대자를 그 속에 집어넣었다.[20] 그리고는 기력이 쇠해 쓰러졌다. 그녀의 영혼은 사라졌고, 단지 빈 껍데기에 불과한 육신만이 남았다.어디로 도망갈 셈인가.
그 돌을 사용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그건 자신을 위한 소망에는 발동하지 않는다. 오직 타인을 향한 소원만을 들어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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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너희 신들이 만들어 둔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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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신이 아니다.
모든 것의 주인인 자 또한 신이란 단어로 불리진 않는다.
그곳에 앉아 운명을 저주한 채 머무를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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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별 볼 일 없는 여관의 사생아로 살아갈 운명이었지.
난 그걸 비웃었다. 누구보다도 높이 올라가고, 누구보다도 존귀한 자가 되고 싶었다.
운명 따위에 굴복하지 않을 존재가 되고 싶었다.
다른 자를 위한 소원만을 빌 수 있다고?
너희의 주인이 있다면, 그를 향한 소원을 빌겠다.
'''너희가 말하는 모든 것의 주인인 자가 나를 이해할 수 있기를.'''
'''나를 보고 나의 말을 듣고 나의 괴로움을 알 수 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곳에 내려와라! 그것이 나의 소원이다!'''
한편 인간의 몸으로 현신한 절대자는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원래는 세상 모든 것이었던 존재였으나, 이제 하나의 객체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세상을 인식하려면 자신이라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절대자는 자신이 누군지를 모른다고 생각했다.[21] 자신의 처지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절대자는 주변 상황을 직접 보고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려 했다. 그는 '방금 전까지 이 자리에 있었으며, 동시에 현재 세상 어디에서도 육체나 영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은 단 한 명뿐이었다. '''황제 콘스탄티누스.'''[22] 절대자는 자신이 콘스탄티누스라는 인간이라 착각하게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었던 존재가 한낱 인간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모욕했다.'''[23]
2. 쉬타카두르의 정체
쉬타카두르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소원에 의해 인간이 된 '''절대자'''였다. 그러나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돼버리는 바람에, 절대자인 쉬타카두르도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함은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 쉬타카두르는 ‘방금까지 세상에 분명 존재했으며, 자신의 눈으로 볼 때 육체도 영혼도 보이지 않는 자’가 자기자신일 것이라 생각했고,[24] 그 조건에 부합하는 자는 바로 콘스탄티누스 황제였다. 그래서 쉬타카두르는 자신이 콘스탄티누스 황제라고 여기고, 스스로 그의 행세를 하게 된다. 위대한 절대자가 한낱 인간의 프리텐더(모방자,Pretender)로 전락한 것이다. 자신을 콘스탄티누스라 여기게 된 순간, 쉬타카두르의 기억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쉬타카두르의 착각이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것의 주인’이자 절대자인 존재는, 아딤이 아니라 쉬타카두르 본인이었으니까.황제가 소원을 빌자, 신이 인간이 되어 세상에 강림했다. 그러자 신의 육신은 소멸했으며, 그 영혼은 아딤이 되었다. 신의 영혼, 아딤은 자신을 영락시킨 황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생명은 죽는 순간 영혼이 해방되어 아딤에게로 인도된다. 황제를 만나고 싶지 않았던 아딤은 그가 죽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황제는 마인 쉬타카두르가 되었다.
쉬타카두르는 그렇게 착각 속에 빠져서, 레이어를 방황했다. 아딤은 그런 쉬타카두르를 방관했고, 그가 대화를 요구해도 침묵을 지켰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쉬타카두르는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아딤의 저주 때문이며, 아딤은 그 저주를 결코 거둘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딤의 모든 말은 그에게 내린 저주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쉬타카두르는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둘째로, 쉬타카두르의 힘이 너무 강대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만일 아딤이 모든 진실을 그대로 알려준다면, 쉬타카두르는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상의 모든 생명들에게 두려움을 느껴, 세계 자체를 소멸시킬 수도 있었다. 이런 위험이 있기에, 아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 아딤과의 계약
쉬타카두르는 아딤의 용서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아딤에 의해 조작된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고, 아딤에게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25] 그러나 아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쉬타카두르의 추궁에 침묵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쉬타카두르는 자신의 악의를 세상에 해방시켰고, 그 결과 세상에 온갖 기이한 보물들과 이블리스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쉬타카두르는 뒤늦게 자신이 또 다른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닫고, 자신이 범한 과오를 수습해나갔다. 그리고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Limbus(경계)를 만들어 그곳에 자신의 악의를 가두었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행하면서도 쉬타카두르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언젠가 경계로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악의가 강대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난날 저지른 죄와는 비교도 안 될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될 거라고. 그래서 그는 그런 순간이 오기 전에 아딤의 용서를 받아, 죽음을 통해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 자유의 몸이 되고자 했다.
쉬타카두르의 악의가 위험하다는 것은 아딤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쉬타카두르의 죄를 용서할 수 없었으나,[26]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아딤은 쉬타카두르에게 제안하여 서로 힘을 합쳐 호문쿨루스 하나를 창조하기로 했다. 쉬타카두르가 육신이 될 그릇(vessel)을 만들고, 아딤이 그 그릇에 자신의 힘 중 일부인 '''아쉬타로스'''를 불어넣었다. 호문쿨루스는 태어나자마자 사망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호문쿨루스로서 잃은 것이 바로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호문쿨루스는 자신의 진명 아쉬타를 되찾았고, 오른팔에 심겨진 힘 아쉬타로스의 동력을 바탕으로 생명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딤은 쉬타카두르에게 계약을 제시했다. '''아딤이 운명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증거를 쉬타카두르가 찾아낸다면, 쉬타카두르는 아쉬타의 몸에 깃들어 있는 아딤의 힘을 가져도 좋다.''' 아딤의 힘 아쉬타로스를 입수하면, 아딤의 저주를 이해하게 되어 그것을 풀고 죽음을 맞을 수 있다. 그리고 죽음을 맞게 되면, 그 영혼은 아딤이 관장하는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 안식을 얻게 되리라. 쉬타카두르는 그렇게 믿고, 아딤이 내건 계약을 수락했다.
그런데 쉬타카두르는 아딤이 운명을 조작하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계약을 이행하는 것은 망설이고 있었다. 첫째로 운명을 조작한다는 증거를 찾는 것이 무척 애매했으며, 둘째로 자신의 죽음을 위해 딸의 목숨을 제물로 바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딤과의 계약과는 별개로 저주를 풀 수 있는 동시에 도덕적으로도 옳은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4. 초읽기
어느 날(2009년), 쉬타카두르는 아딤이 머지않아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혼의 길잡이인 그녀가 죽으면...? 사후세계가 사라지거나 혹은 사후세계로 가는 길 자체가 소멸하게 된다.(3기 3부 14화) 그리 되면 그녀의 저주를 풀고 죽음을 맞더라도, 영혼의 세계로 갈 수 없게 된다. 현 시점에서 그의 악의는 경계로도 통제하기 힘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만일 아딤이 소멸한다면, 쉬타카두르의 악의는 폭주하여 종국에는 세상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다.
문제는 아딤은 곧 죽을 몸임에도 불구하고 쉬타카두르를 용서할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쉬타카두르는 영혼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왔지만,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아딤은 죄인의 영혼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있다. 쉬타카두르는 그렇게 생각했다.[27] 그러던 중 아쉬타가 쉬타카두르를 찾아왔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테니, 시빌을 인간으로 만들 수 있게(말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쉬타카두르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스승의 몸으로 사사로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겼고, 또한 아쉬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기에, 그 부탁을 거절하려 했다. 이에 아쉬타는 직접 김진호를 찾아갔다. 김진호는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로, 그를 통해 미래를 엿보는 것이 가능해서, 비밀 조직들 사이에서는 누구도 함부로 그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금기를 깬 자는, 인간이라면 기억을 지우고 무기한 감금하고, 호문쿨루스라면 그 생명을 반환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쉬타는 말 그대로 자살 행위를 한 것이다. 아쉬타가 진심임을 알게 된 쉬타카두르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대스승의 직위를 종정 스님에게 물려주어 모든 직무에서 벗어난 뒤, 카타콤에 칩거하면서 계획을 세워나갔다.
그가 굳이 대스승의 직을 내려놓은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이 사라진 뒤 비밀 조직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미리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두기 위해서. 종정 스님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기에 대스승으로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고, 파즈 스님이나 크롤카와도 친분이 있어 무력으로 비밀 조직들을 통제하는 것도 가능했다. 또한 무명사에서 오래 산 부작용으로 현세에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몸(무명사 밖으로 나오는 순간 온갖 질병에 노출되어 사망한다.)이 되었기에, 타락하더라도 권력을 남용할 수 없을 거라 보았다. 두 번째는 이제부터 자신이 저지를 일들은 대스승으로서는 용납 못할 행위여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종정 스님과 비밀 조직들이 자신을 쓰러뜨리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쉬타카두르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부도덕한 행위도 감수할 생각이었지만, 아딤이 곧 사라진다는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조차 다른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 길을 택하고 싶었다. 쉬타카두르는 종정 스님이라면 자신의 범법 행위를 방관하지 않고 단죄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들이 자신을 쓰러뜨리기를 바랐다.[28]
5. 쉬타카두르의 계획
쉬타카두르의 최종적인 목표는 본인의 안식, 그리고 아딤과 자신이 사라진 뒤 생길 힘의 공백을 수습하는 것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 그가 세운 계획은 아래와 같다.
먼저 현 트리니티의 힘을 이어받을 계승자를 선별한다. 그리고 '''아딤을 제거한다.'''[29] 이어서 차기 트리니티들 중 아딤의 계승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영혼의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쉬타카두르는 자신의 계승자에게 힘을 물려준 후, 새로운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 안식과 자유를 얻는다.
쉬타카두르는 차기 트리니티로 카를로스, 이선생, 아쉬타를 택했다.[30] 그리고 아쉬타를 아딤의 계승자로 점찍었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아쉬타가 가지고 있는 힘, ‘아쉬타로스’가 아딤의 힘 일부라는 점. 이 힘을 잘만 조정하면 영혼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둘째는 아쉬타를 위해서. 쉬타카두르는 불멸자로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그 삶은 너무도 고통스러웠으며, 이대로라면 아쉬타 역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 같은 고통을 겪게 된다. 하지만 아딤의 계승자가 된다면, 영혼의 세계를 관장하는 존재가 되기에 현실의 속박을 벗어나 자유로워진다. 또한 쉬타카두르는 아쉬타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쉬타카두르가 그랬듯이)홀로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기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쉬타카두르는 자신의 손으로 아쉬타를 죽이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그녀를 아딤의 계승자로 만들 생각이었다.[31]
그러나 아쉬타로스는 아딤의 힘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여, 그것만으로는 사후세계 창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쉬타로스의 힘을 아딤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야(복원) 하며, 이때 필요한 것이 로가텐의 힘이었다.(꿈속에서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즉 꿈의 힘을 이용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쉬타카두르는 작중 시점의 대회에서 로가텐의 계승자를 선별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회의 우승자를 로가텐의 계승자로 만든 후, 그를 이용하여 아쉬타로스의 힘을 원래 아딤의 힘 수준으로 증폭시킨다. 이를 통해 아쉬타는 아딤과 비등한 힘을 지니게 되어 아딤의 계승자가 된다. 아쉬타가 그 힘으로 새로운 영혼의 세계를 창조하면, 쉬타카두르는 죽음을 통해 그 세계로 돌아가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힘은 본인의 계승자에게 넘겨준다.[32]
차기 트리니티의 행보는 일단 논외로 했을 때, 쉬타카두르의 계획이 성공하여도, 세상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후세계는 다르다. 쉬타카두르의 계획대로 새로운 사후세계가 만들어지면, 그 후에 죽는 자들은 과거의 사람들(누군가의 선조, 부모, 자식, 사랑하는 이들 등등)과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쉬타카두르가 성공하면 새로운 사후세계가 만들어지고, 그가 실패하면 세상은 반쯤 미쳐버린 절대자와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