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쉬 하플랑
[image]
'''스코티시 하플랑(scottish half-lang swordis)'''
16세기 스코틀랜드 쪽의 기록을 살펴보면 half-lang swordis라는 단어가 종종 나온다.
"Thay brocht … cccc (400) half lang swordis" (1531)
"Ane thowsand haiflang swordis and haberjouns" (1578)
half-lang은 영어로는 하프롱, '긴것과 짧은 것의 중간' '조금만 긴' 정도의 의미다. 뭔 뜻이냐면, 핸드-앤더-하프 소드, 즉 바스타드 소드=롱소드를 말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에도 투핸더 클레이모어와 구분되는 크기의 롱소드가 존재했던 것. 하플랑의 크기는 숏소드(한손검)보다는 길고 투핸더보다는 짧은, 한손장검에서 한손반검 정도의 크기다. 구매 기록 등이 남은 것을 보아 제법 대량으로 구입해서 사용한 듯 하며, 현재도 아주 약간의 유물이 남아있다.
클레이모어와는 달리, 하프랑은 사실 스코틀랜드 고유의 무기가 아니다. 스코틀랜드 용병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군주들의 호위와 용병으로 많이 고용됐기 때문에, 독일식이나 이탈리아식 롱소드가 그들을 통해서 받아들여진 듯 하다. 하지만 가드 형태는 클레이모어와 마찬가지로 down-turned terminal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인들이 나름대로 취향에 맞춰 개량했을 것으로 보인다. 폼멜은 투핸더처럼 탱이 관통해서 돌출된 스타일이지만, 남겨진 유물의 크로스가드 끄트머리 형태는 투핸더에서 흔한 네잎사귀(quatrefoil)형과는 다른 부풀어오른(swollen) 형태이며 조각에서도 동일한 형태가 등장하므로 투핸더와 구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다운턴 형태의 가드를 투핸더에서만 쓴게 아니라 하플랑에서도 쓰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다운턴 형태의 크로스가드는 (직선형 크로스에 비해) 스트롱으로 타고들어온 상대의 칼을 얽어 붙잡기에 유리한 모양새인데, 그냥 클레이모어만 다운턴 형태였으면 일종의 전통 스타일 정도로만 받아들이겠지만 하플랑까지 다운턴 가드를 채용했다면 스코틀랜드인들의 검술에서 상대의 칼날을 붙잡아거는 타입의 기술이 흔히 쓰이지 않았을까 추정해볼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외의 별다른 근거는 전혀 없는 개인적인 추정일 따름이지만.
바스켓힐트 클레이모어는 자료가 많고 영국에도 영향을 깊게 주었지만, 하플랑을 다루는 검술의 기록은 전혀 남아있는 것이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