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1. 개요
Ein Landarzt
원문
1917년, 프란츠 카프카에 의해 독일어로 쓰인 단편소설로, 다른 작품들과 함께 1919년에 출판되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듯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작품이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는 카프카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많이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2. 줄거리
한 시골의사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중한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지만, 말은 어제 죽고 사람들에게서 말을 빌리는 것도 실패하여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안 쓰던 돼지우리 안에서 한 마부가 나와 말 두 마리를 빌려주겠노라고 한다. 의사는 기뻐하지만 마부가 하녀 로자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여정을 포기하려 한다. 그러나 마부는 말들을 출발시키고, 기이하게도 순식간에 배경이 변하고 환자의 집에 도착한다. 집에서 나온 환자의 가족들은 그를 방으로 데려간다. 의사는 침대에 누운 소년을 간단히 진찰하고는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별 것 아닌 일로 로자까지 잃고 환자에게 온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환자의 가족은 그가 떠나지 못하도록 막으며 그를 다시 진찰하게 한다. 곧 의사는 환자의 옆구리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끔찍한 상처를 보게 된다. 사람들은 의사의 옷을 벗기고 환자 옆에 눕히고는 방에서 나간다. 소년은 의사에게 자신은 아름다운 상처를 가지고 이 세상에 왔으며 어떻게 해도 치료될 수 없을 것이라 말하지만 의사는 거짓말로 그를 안심시킨다. 이제 의사는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서둘러 마차를 출발시키나 말들은 제대로 달리지 않는다. 의사는 환자의 집에 온 것을 후회한다. 그는 '벌거벗은 채, 이 불운을 극한 시대의 혹한에 맨몸으로 내던져져, 지상의 마차에다 지상의 것이 아닌 말들로, 늙은 자신을 이리저리 내몰고 있다'. 시골의사는 한탄한다.
'''"속았다! 속았다! 한 번 야간 비상벨의 잘못된 울림을 따랐더니ー이제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3. 해설
카프카의 현실적 삶과 이상적 삶 사이에서의 방황을 표현한 소설이라는 해석이 있다. 시골의사는 곧 카프카이고, 원래의 집은 현실에서의 삶, 환자의 집은 작가로서의 삶이다. 자신의 집에서도, 환자의 집에서도 뭔가를 성취해내기는커녕 잃어버리고는 아무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것.
또 다른 해석으로는 보편적 원죄를 해결하지 못하는 의사의 고립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이 있다. 시골 의사는 분명 현대 의학 지식을 지닌 지성인이지만, 소년의 상처는 치유할 방도를 찾지 못한다. 이때 소년이 자신이 이런 아름다운 상처를 가지고 태어났다 라고 말하는 것은 소년의 상처는 의학 지식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 원죄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의사를 소년 옆에 눕히는 것은 진료를 통해서가 아닌 환자와 치료자의 실제적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고대의 치료 의식을 상징하며, 시골 의사는 애써 다시 문명으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원죄 앞에서 현대 의학의 무능함을 느낀다. 그래서 쏜살같이 달렸던 올 때와는 달리, 노인들처럼 느릿느릿 돌아가게 된다.
4. 기타
2007년, 일본의 애니메이터 야마무라 코지(山村浩二)가 이 소설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영상. 소설의 내용을 잘 전달하며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등 연출이 매우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많은 관련 상들을 수상했다. 참고로, 영상 초반에 나오는 글은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가 카프카의 경구들을 엮어 만든 Die Zürauen Aphorismen(취라우[1] 의 잠언집)에 적힌 글이다.
'''"진정한 길은 하나의 밧줄 위에 있는데, 그 밧줄은 높은 곳이 아니라 지면의 바로 위에 쳐져 있다. 그것은 걷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넘어뜨리기 위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Der wahre Weg geht über ein Seil, das nicht in der Höhe gespannt ist, sondern knapp über dem Boden. Es scheint mehr bestimmt stolpern zu machen, als begangen zu werden.)'''
[1] 카프카가 머문 적이 있던 시골의 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