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습득론
1. 개요
인간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에 대해 논하는 언어학의 분야. 언어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
주로 모국어의 습득 원리부터 시작해서 전공 분야에 따라 제2언어 습득(SLA; Second Language Acquisition)까지 다루게 되며, 국내에서는 제2언어로서 영어 습득에 관해 초점이 맞춰 있다. 해외의 경우 제3언어 습득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 기본 개념
2.1. 주의
언어 정보 처리 과정에서의 의식 연구는 인간의 정보 처리 이론에서 시작되었으며, 잘 알려진 예로 포스너와 스나이더의 '의식적 처리'와 '자동적 처리'로 나뉘는 2단계 정보 처리 모델이 있다.
의식적 처리의 단계에서 자동적 처리의 단계로 이행해가는 과정을 '자동화'라 하며, 이 자동화가 올바르게 이루어진 언어 구사자는 말의 질과 양이 모두 풍부하며 상대에게 정확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및 듣는 상황에 있어서도 재빠르게 정보를 이해하여 상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학습자는 초기 단계에서는 의식적 처리에 크게 의존하게 되지만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자동화 과정으로 넘어가며, 이로서 남는 의식적 주의를 고도의 인지 활동, 즉 더욱 원활하고 '유창한' 언어 처리에 활용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아는 언어'에 대해서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처리함으로서 부담을 줄이고, '자신이 어려워하는 언어'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임으로서 효율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로건의 인스턴스 이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즉 인스턴스 이론에서의 '유창함'은 '자동화'의 결과가 아니라, 문법 규칙을 비롯한 언어의 법칙에 기인한 처리 방법이 기존 기억에 기반한 처리 방법으로 변화한 결과라고 해석되는 것이다.자동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규칙에 기인하여 과제를 수행하지만, 자동화되면 과제는 이미 학습한 지식을 검색하는 것으로 수행된다. 그러므로 연습을 거듭하면 축적되는 지식량이 증가하여 검색하기 쉬워진다.
즉 과제에 주의를 기울이면 필연적으로 정보가 기억에 부호화되어, 기억으로부터 검색된다. 사람이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경우에는 각각의 기억에 부호화되어 저장되고 검색된다.
물론 두 이론 모두 '주의'가 언어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의식을 기울이지 않는 정보, 이른바 자동적으로 주의가 작용하는 경우의 정보처리는 '점화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점화 효과란 선행 자극을 줌으로서 후속해서 제시되는 정보의 처리를 촉진하는, 다시 말해 선행 자극을 통해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이 새로 제시되는 정보(목표 자극)와 의미적으로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새로 제시된 정보를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선행 자극과 목표 자극이 의미적으로 관련 있으면 주의는 자동적(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의미적으로 관련이 없으면 주의가 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식으로 주의의 조작 방법이 정보 처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적(무의식적) 처리는 의식이 관여하지 않는 전적으로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며, 기억 구조와 예측에 기반한 선택적 의식의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2. 작업 기억
2.3. 이해
3. 제1언어
3.1. 워킹메모리
4. 제2언어
4.1. 습득 모델
언어 지식은 크게 '습득된 지식'과 '학습에서 얻은 지식'으로 나뉠 수 있으며, 전자는 잠재적 지식 및 암묵적 지식으로 일컬어지는 무의식적 지식으로, 후자는 현재적 지식 및 명시적 지식으로 일컬어지는 의식적 지식으로 일컬어진다. 이 때 전자의 지식이 후자의 지식으로 변화한다고 보는 입장을 교차이론 입장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비교차이론 입장으로 부른다. 역사적으로는 비교차이론 입장이 먼저 제창되었고 수년 후 교차이론 입장에서 반론이 제기되었다.
4.1.1. 비교차이론 입장
크라센은 "모국어처럼 자연적인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습득'한 지식과 학교 등 인위적인 환경에서 의식적으로 '학습'한 지식은 상호 양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가설을 언어 습득 방법의 관점에서 '입력 가설', 처리 방법의 관점에서 '모니터 가설', 심리적 작용으로서의 관점에서 '정의 필터 가설', 마지막으로 언어를 습득을 하거나 학습을 하거나 특정 문법 형태소의 습득 순서는 예측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자연 습득 순위 가설'로 부른다.
습득-학습 가설에서는 '습득'한 지식과 '학습'한 지식이 서로 양립하지도 않고 동일해지지도 않는 각각의 단독 지식으로 학습자의 내면에 축적된다고 본다.
입력 가설에서는 학습자가 언어 습득에 성공하는 것은 'i+1'이라고 하는 특별한 입력을 받은 경우라고 말하고 있다. 'i+1'이란 학습자의 현재 지식 i보다 경미한 정도의 미(未)습득 요소 1이 더해진 학습 환경으로, 이 수준의 언어 정보를 접했을 때 학습자는 이해 가능한 인풋을 얻게 되며,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 습득 장치가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즉 오직 'i+1' 수준의 인풋만이 언어 습득 장치를 작동시켜 무의식적 습득을 진행시키고 언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만일 학습자 입장에서 너무 어려운 과제나 간단한 과제를 할당받으면, 의미에 초점을 둘 수 없어 인풋이 0이 되고 언어 습득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입력된 정보가 내재화되는 과정을 '인테이크'라 하며 학습자는 정보를 인테이크 함으로서 언어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인테이크된 정보는 학습자의 장기기억에 비축되어 필요시 선택적으로 이용된다.
모니터 가설에서는 학습자 본인이 사용한 언어가 문법적, 구문적, 의미적으로 올바른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모니터 기능'이 '습득'된 암묵적 지식 및 '학습'된 명시적 지식을 사용하는 경우에 작용하여 올바르게 언어가 처리되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 '모니터 기능'에는 세 가지 조건을 요구한다.
모니터가 기능하지 않을 경우, 언어 형식에 의식을 집중하지 못하고 실수를 함으로서 언어 처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언어 사용에서 모니터는 적정하게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학습자의 능력이 '습득'된 무의식적 지식에 의한 것인지, '학습'된 의식적 지식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모니터 기능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작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다는 한계가 존재한다.1.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2. 언어의 정확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
3. 학습자가 언어 규칙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정의 필터 가설에서는 '언어를 처리할 때의 심리적, 감정적 장벽'을 의미하는 정의 필터가 논의 대상이 된다. 즉 언어 처리 시에 심리적으로 장벽이 정의 필터는 '불안'과도 관계가 있으며, 다만 이러한 개념은 막연한 이미지로만 제시될 뿐, 동기 부여가 낮은 학습자에게 왜 필터가 되는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부족하다.
자연 습득 순위 가설의 경우 언어 처리의 자동화와는 관련성이 낮으므로 따로 다루지 않는다.
4.1.2. 교차이론 입장
4.1.2.1. 맥러플린의 주의-처리 모델
주의-처리 모델에서는 '습득'과 '학습'으로 얻은 지식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학습자의 주의에 의한 정보 처리를 컨트롤 처리와 오토매틱 처리로 나누며, 학습을 거듭할수록 컨트롤 처리에서 오토매틱 처리로 이행하는 '단계적 학습'이라고 주장한다. 컨트롤 철치되는 지식은 '일시적 능력'이며, 오토매틱 처리 되는 능력은 '꽤 영원한 능력'이다.
컨트롤 처리(의식적)와 오토매틱 처리(무의식적)으로 구분되는 단계적 학습은 '초점적 주의'와 '주변적 주의'라는 또 다른 구분으로 나뉠 수 있다. 운전에 비유하자면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는 것은 초점적 주의, 주변의 차와 보행자에 신경쓰는 것은 주변적 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초점적 주의가 곧 컨트롤 처리이고, 주변적 주의가 곧 오토매틱 처리인가? 그렇지는 않다. 초점적 주의의 대상이 오토매틱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주변적 주의의 대상이 컨트롤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단계적 학습은 컨트롤 처리부터 시작하여, 언어 처리나 과제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차 오토매틱 처리로 이행해간다. 처음에는 서투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주저하면서 말을 꺼내기 시작하고 점차 유창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학습자가 성공적으로 이행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주의-처리 모델은 '낮은 스킬'에서 '높은 스킬'로의 연속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른바 언어 처리의 자동화 개시부터 완료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습자가 언어 정보를 자동적으로 입력하고 입력한 지식을 인테이크로 이행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그러한 언어 처리 상태가 최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4.1.2.2. 비알리스토크의 명시적/암묵적 지식 모델
4.1.2.3. 엘리스의 가변적 능력 모델
엘리스의 가변적 능력 모델에서는 주의의 작용이 크게는 담화 수준과 처리 과정 수준으로 나뉘며, 세부적으로는 담화 수준은 무계획성 담화에서 계획성 담화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처리 과정 수준은 언어 지식 자체와 그 지식을 실제로 이용하는 절차적 처리를 포함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분석성과 자동성의 관점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 학습자는 먼저 듣기, 읽기에 관계없이 다양한 형태로 언어 인풋을 받아들인다. 받아들인 인풋에서 학습자가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 것이 인풋된 지식이 되고 다시 인테이크되어 암묵적 지식으로서 저장된다. 아웃풋은 암묵적 지식으로서 뇌내에 저장된 언어 데이터 가운데 추출된다. 즉 인풋 → 인테이크 → 아웃풋의 순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선택적 주의가 활성화되고 필요한 정보만이 남아 조작, 운영된다. 그러나 뇌내에 축적된 언어 정보는 전부 바르게 입력되어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삭제되는 정보도 있으며, 어떤 정보는 잘못된 형태로 보존되어 아웃풋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언어 습득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테이크를 늘리고 암묵적 지식의 양과 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인테이크를 늘리는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이 '알아차림'으로, 보다 적절하게 선택적 주의를 작용하여 '알아차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언어 처리 자동화에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4.2. 워킹메모리
5. 최근연구동향
최근에는 뇌과학의 방법을 동원해서 언어 습득이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관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오이시 하루미(大石 晴美)교수가 광토포그래피(Optical Topography)라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뇌의 혈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을 이용해 일본인이 영어를 습득할 때 나타나는 뇌의 변화를 연구한 사례가 있다. 해당 연구에 관한 내용은 성균관대학교출판부의 "뇌과학에서의 제2언어 습득론: 영어 학습과 교수법 개발"이라는 책에 실려 있으며 현재는 절판된 서적으로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 참고로 오이시 교수의 연구에서 학습자 수준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삼은 방식은 '''677점 만점의 TOEFL PBT'''이므로 혼동하지 않길.
6. 참고문헌
- Lightbown and Spada. (2006) How Languages are Learned. Oxford University Press.
- 박혜숙. (2016) 제2언어로서의 영어습득의 이론과 실제. 한국문화사.
- 오이시. 이혜문 옮김. (2013) 뇌과학에서의 제2언어 습득론: 영어 학습과 교수법 개발. 성균관대학교출판부. pdf 다운로드
- 왕건근. 김해령 옮김. (2015) 제2언어 습득 및 중국어 학습. 한국문화사.
- 홍선미, 조순정. (2010) 영어습득론. 한국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