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의 기도
オーデュボンの祈り
이사카 고타로의 데뷔작품인 장편소설.
이토라는 전직 프로그래머 청년이 편의점 강도를 저지르려다 체포, 도주하는 과정에서 기연을 거쳐 일본의 누구에게도 알려진 적 없는 섬 오기시마로 흘러든다는 도입부의 소설이다. 전술하였듯 작가의 최초 작품인 터라 이후 타 작품에서 비슷한 관념의 용어나[1] 등장인물들이[2] 간간히 등장하는 편이다. 작가의 작품집을 완전히 일독하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읽어줄 필요가 있다.
작가 특유의 정교한 복선 배치와 사건간 연결고리가 이미 이 때부터 존재했으며 다만 이후 작품에 비해 독한 맛은 연한 편이다. 국회도 까고 시스템도 까고 고정관념도 까고 다소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회에 밀착했으며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기존 작품관과 달리 아예 별개의 세상인 오기시마를 등장시킴으로서 조금이지만 우회적인 느낌을 준다. 그 안에서조차 몇몇 살인사건이 벌어지긴 해도 전체적인 정서는 훨씬 마일드하다. 무엇보다 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워낙 동화적이다보니...그런 반면 오기시마의 배경 설정에는 실제 역사의 인물과 그에 대한 허구를 정교하게 배합시킨 덕분에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기묘한 작풍으로 완성되었다. 작가의 기존 작품을 먼저 접하고 읽는 사람에게는 다소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프로그래머 이토는 눈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이유를 들어 사표를 낸다. 죽은 할머니로부터 '너는 도망칠 거다' 라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던 그는, 퇴직 이후 백수 생활을 하던 중 뜬금없이 편의점을 습격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식칼 한 자루만 들고서 가게를 덮치려던 이토는, 그러나 중학교 시절 동창이며 경찰이 된 시로야마에게 곧장 체포당하고 만다. 중중의 미치광이이자 그 점을 숨길 줄 아는 시로야마는, 벌써 오래 전부터 자신의 직위와 권력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저질러왔다. 이토는 이 사실을 몰랐으나 앞으로 당할 일을 예감하고서 공포에 질린다. 그러나 순찰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사소한 사고가 발생해, 시로야마가 잠깐 방심한 틈에 이토는 순찰차 문을 박차고 대책없이 달아나다 의식을 잃는다.
그리하여 이토는 알려지지 않은 섬 오기시마에서 눈을 뜬다. 때마침 본토를 방문했던 도도로키가 그를 발견해 일단 섬으로 옮긴 것. 이토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오기시마란 존재에 당혹하지만, 일단 자신이 이곳에 와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히비노라는 남자가 찾아와 그를 유고라는 존재에게 인도한다. 유고는 섬의 종교이자 그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서, 미래의 수없이 많은 가능성과 그 선택경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허수아비이다. 유고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이토가 오기시마에 도착할 것을 백년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평소 섬사람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사실들을 함구하는 것과 달리 이토에게 몇가지 사항, 편지를 계속 쓸 것과 자전거를 탈 것, 떨어지려는 누군가를 구할 것 같은 지시를 내린다. 단순히 뜬구름 잡는 말에 가깝고 대수롭잖게 생각했으나 이토는 일단 이를 받아들인다. 또한 이곳 오기시마에는 결핍된 무언가가 있으며 외지인은 언젠가 나타나 그 결핍을 충족해줄 존재라는 섬의 전설을 듣게 된다. 물론 이토에게는 그런 물건도, 재주도 없으므로 히비노는 가볍게 실망한다.
히비노를 따라다니며 이토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한다. 수년 전 부인이 살해당해 정신이 이상해진 화가 소노야마. 섬의 우편업무를 담당하는 구사나기. 구나사기의 처이자 죽어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직업을 가진 유리. 다리가 불편하며 새를 좋아하는 동시에 유고만이 유일한 친구인 다나카와 오기시마의 경찰 중 하나인 오야마다. 지나치게 살이 쪄서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 토끼와 그녀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 그런 동시에 히비노를 가지고 놀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 가야코 자매나 논두렁에서 여자를 덮치는 야스다 일당 등과 접하고 사쿠라가 단죄해온 온갖 인간군상에 대한 일화들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에피소드에 앞서, 유고에게 지시를 받은 다음 날, 다름아닌 그 유고가 파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토는 유고를 만난 마지막 인간으로서 흥미를 느껴 사건의 윤곽을 추적해나간다.
한편, 시로야마는 이토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시즈카의 존재를 눈치챈다. 시로야마는 기본적으로 단서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그녀의 집을 방문했으나, 시즈카 본인을 보고선 오히려 그녀를 망가뜨릴 계획을 품게 된다. 정확하게는 시즈카를 부숨으로써 이토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기려는 것이 목적.[7] 시즈카는 시로야마를 단순한 경찰로 아는 한편 이토가 편의점 강도를 저지르려 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이 와중에도 이토는 히비노와 함께 이런저런 일에 휩쓸리며 오기시마에 얽힌 역사와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나간다. 오기시마의 형성과정은 일본의 쇄국과 면밀한 연관이 있다. 간단히 축약하자면 일본이 쇄국을 선언했을 무렵에 오기시마는 독자적으로 유럽과의 문호개방을 유지했다. 그러나 쿠로후네 사건이 벌어질 무렵에는 도리어 외래 문명과의 단절을 꾀했다. 이 복잡한 과정을 거치던 와중 오기시마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섬이 되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 현재에 이른 것이다. 이토와 히비노는 미래를 예지할 줄 아는 유고가 어째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을지 토론하지만 답을 얻지는 못한다. 그러다 히비노가 가야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는 일이 벌어져서, 이토는 오밤중에 자전거를 몰아야 할 처지가 된다. 정확히는 히비노와 가야코가 깜깜한 밤길을 걷는 동안 이토는 멀찍이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조명을 비춰주는 역할. 분위기에 휩쓸려 그러마 하긴 했으나 이토에게는 자전거가 없다. 어쩔까 고민하던 도중 그 앞에 자전거를 가진 구사나기와 유리가 등장했고, 이토는 유고의 예지능력이 진짜배기임을 실감하게 된다.[8]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데는 아무런 진척도 없고, 오히려 유고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사실 덕분에 이토는 오야마다에게 의심을 받는다. 결국 자전거 페달만 실컷 밟으며 남 좋은 일만 해준 다음날, 이번에는 소네가와가 죽은 채 발견된다. 오야마다는 유고가 파괴당한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닌 준비단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그동안 살인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유고가 범인을 지목해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범인이 마음대로 활개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범인은 소네가와를 죽이기 위해 유고를 파괴했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이토는 한층 더 사건을 파헤치려 노력하나 여전히 가닥은 잡히지 않는다. 소네가와가 외지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몇 가지 의혹스러운 점이 지적된 탓에 일단 도도로키를 의심해보지만, 급히 본토로 보낼 엽서가 있다는 핑계를 들어서 도도로키를 멀찍이 떨어트린 다음 그의 집을 수색해봐도 별다른 것은 없다. 이토는 도도로키의 집 지하에서 스테레오를 비롯한 온갖 음반들을 발견했으나 단지 그 뿐이었다. 도도로키는 소네가와의 죽음과 무관했던 것.
그 동안, 시로야마는 시즈카를 약물로 재워 강간한 뒤 이를 빌미로 서서히 인성을 망가뜨리려는 계획을 세워 이제 막 실행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결행 당일, 시로야마는 이토가 센다이 어딘가의 술집에서 발견되었다는 떡밥을 뿌리며 시즈카의 집에 입장한다. 그러나 그녀를 속여 막 약을 먹이려던 찰나 '''도도로키가 그 자리에 나타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도도로키는 시로야마를 무시한 채 시즈카에게 엽서를 건넨다. 이토가 도도로키를 속이기 위해 주워섬긴 수신자가 다름아닌 시즈카였고, 급행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주소를 찾아와 직접 전해주려 했던 것.[9] 시로야마가 알려준 것과 달리 이토가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는 말을 듣고 시즈카는 처음으로 의혹을 느낀다. 그러나 시로야마는 도도로키와 시즈카를 권총으로 위협하여 오기시마로 직접 향하고 만다.
시로야마 일행이 점차 접근해오는 동안 이토는 미래 예지능력을 가진 유고가 그간 겪어야 했을 백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유고는 예지능력자가 겪어야 하는 모든 고난을 체험해 왔으며, 그날 죽을 것을 뻔히 아는 사람을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원망을 듣는 일을 셀수없이 반복해 왔다. 심지어 허수아비인 유고는 오로지 한 자리에 못박혀 있어야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다나카가 전망대에서 벌이는 자살소동을 보게 되고, 그 순간 유고가 남긴 말 중 하나였던 떨어지려는 남자를 구해라는 지시가 떠오른다. 순간적으로 이토는 모든 사건이 같은 고리 안에 있음을 직감하고, 다나카를 구하기 위해 그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진상은 다음과 같다. 유고를 죽인 진범은 다나카다. 소네가와는 살해당한 것이 맞다. 그러나 소네가와를 죽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으로 유고의 죽음은 살해가 아니라 '''자살이다.''' 다나카는 유고가 이토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밤에 찾아와 그를 완전히 박살낸다. 유고는 다나카의 유일한 친구였으나, 그렇기에 끝을 내줄 사람은 다나카밖에 없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것. 또한 유고는 다나카가 다음 날 밤(히비노의 데이트가 있는 밤)에 강둑으로 소네가와를 불러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나카는 이를 소네가와를 죽이라는 지시로 알아들었으나 다리가 불편한 그로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소네가와를 불러내는데는 성공했으나 당장 어쩔 방법이 없는 순간, 마침 근처에 있던 벽돌을 집어드는데 어딘가에서 빛이 비친다. 소네가와가 그 빛에 놀라며 넘어지는 순간 다나카도 엉겁결에 벽돌을 놓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타이밍이 들어맞아, 떨어진 벽돌이 넘어져 미끄러지는 소네가와의 머리를 때려서 소네가와는 사망한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유고의 살해계획이었다. 유고는 소네가와를 살해할 며칠 전부터 이미 파편화된 지령을 내려 마을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도도로키는 강물에서 벽돌을 건져 강둑의 적당한 자리에 놓았고, 와카바라는 소녀는 소네가와가 발을 헛디디도록 풀을 묶어 함정을 만들었다. 다나카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바로 그 자리에 소네가와를 불러냈고, 그에게 불을 비춰 넘어지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토였다. 말인즉 '''히비노가 데이트 신청을 받은 것부터가 이미 유고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합이 딱딱 맞아떨어진 덕분에 소네가와는 꼼짝도 못한 채 죽었고, 범인이 없는 살해현장이 완성되었다.
유고가 소네가와를 죽이려 한 이유는, 소네가와가 오기시마에만 존재하는 나그네 비둘기라는 멸종위기종을 박제로 만들어 팔아먹으려는 악덕종자였기 때문이다. 나그네 비둘기는 실제 존재'''했던'''[10] 품종의 비둘기로 한꺼번에 몇억마리나 되는 개체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번식하는 새들이다. 이들은 개체수가 너무 많았던 탓에 무분별하게 남획당했고, 그러면서도 설마 이런다고 멸종할까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방치당했다. 그 결과 나그네 비둘기는 동물원에서 보호되던 마지막 한 개체를 끝으로 완전히 소멸했으나, 오기시마에는 기적적으로 한 쌍이 살아남아 있던 것. 유고의 미래예지 능력은 온갖 사물로부터 전해지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한 결과였는데, 이렇게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는 자연의 만물과 함께 다양한 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고는 당연히 나그네 비둘기의 멸종 위기에 대해 알았으나 허수아비에 불과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오기시마에 정착한 마지막 한 쌍에 대한 비밀을 오로지 다나카하고만 공유했는데, 이 정보가 어쩌다보니 도도로키를 통해 새나가서 소네가와에게까지 전해진 것. 도도로키는 나그네 비둘기라는 게 얼마나 굉장한지 잘 모른 채 소네가와의 제안을 듣고 돈을 벌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엽총을 꼬나든 소네가와가 이토보다 앞서 오기시마에 도착했던 것. 유고는 자신이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일, 나그네 비둘기를 지킨다는 행위를 달성함과 동시에 지난 백년간의 권태를 끝내는 결말로서 자살을 생각하고, 이를 다나카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진상을 알게 된 이토는 다나카를 설득해 내려보내고 오야마다에게 모든 사실을 알린다. 오야마다는 다나카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납득될리도 없고 어차피 끝난 일이기에 사건은 비밀에 묻힌다. 홀가분해진 이토는 날이 밝으면 본토로 돌아가 자수하고 새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마지막으로 시로야마 일행이 마침내 오기시마에 도착한다. 시로야마는 일본 정부와 완전히 고립된 이곳 작은 사회를 바라보며 아예 오기시마를 자신의 지배하에 둘 생각을 품는다. 그는 도도로키와 시즈카를 협박하며 움직이려던 중 마침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집을 찍는다. 유난히 질색하는 도도로키를 반쯤 어거지로 밀어붙이며 들어가자, 마당에서 책을 읽고 있던 집주인 사쿠라가 시로야마를 마주한다. 시로야마는 바로 이 장소에서 오기시마 지배의 스타트를 끊을 생각이었으나, 사쿠라는 도리어 시로야마가 예측하지 못한 사이 권총을 뽑아서 시로야마의 '''가랑이를 쏴버린다'''...결국 시로야마는 깔끔히 즉사하지도 못한 채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며 몸부림치다 허망하게 절명한다.
이토는 어째서 시즈카가 이곳에 왔는지 황당해했으나 자신이 도도로키에게 핑계삼아 전달한 엽서의 내용을 떠올린다.[11] 이에 시즈카는 정말로 알토 색소폰 케이스를 들고 왔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이토는 오기시마에 정말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토는 오기시마의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시즈카를 이끌며 그녀야말로 지난 100년간 오기시마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존재임을 가르쳐준다. 그 결핍이란 다름아닌 음악이었던 것.[12] 일행이 언덕길을 오르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1. 소개
이사카 고타로의 데뷔작품인 장편소설.
이토라는 전직 프로그래머 청년이 편의점 강도를 저지르려다 체포, 도주하는 과정에서 기연을 거쳐 일본의 누구에게도 알려진 적 없는 섬 오기시마로 흘러든다는 도입부의 소설이다. 전술하였듯 작가의 최초 작품인 터라 이후 타 작품에서 비슷한 관념의 용어나[1] 등장인물들이[2] 간간히 등장하는 편이다. 작가의 작품집을 완전히 일독하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읽어줄 필요가 있다.
작가 특유의 정교한 복선 배치와 사건간 연결고리가 이미 이 때부터 존재했으며 다만 이후 작품에 비해 독한 맛은 연한 편이다. 국회도 까고 시스템도 까고 고정관념도 까고 다소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회에 밀착했으며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기존 작품관과 달리 아예 별개의 세상인 오기시마를 등장시킴으로서 조금이지만 우회적인 느낌을 준다. 그 안에서조차 몇몇 살인사건이 벌어지긴 해도 전체적인 정서는 훨씬 마일드하다. 무엇보다 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워낙 동화적이다보니...그런 반면 오기시마의 배경 설정에는 실제 역사의 인물과 그에 대한 허구를 정교하게 배합시킨 덕분에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기묘한 작풍으로 완성되었다. 작가의 기존 작품을 먼저 접하고 읽는 사람에게는 다소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2. 등장인물
2.1. 본토 출신들
- 이토 : 전직 프로그래머. 양친 및 할머니와 함께 살았으나 양친은 사고사. 할머니도 비교적 최근 암이 발병하여 사망했다. 할머니에게서 인생은 에스컬레이터에 탄 것과 같다, 목적지는 어쨌든 정해져 있으므로 너무 아둥바둥 살 필요는 없다는 요지의 말을 들었으며, 그 외에도 많은 대목에서 곧장 할머니와 있었던 일화를 떠올리곤 한다.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지나가는 민간인 A수준의, 정말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 시로야마 : 악. 심지어 사회적 시스템과 효율적으로 결합한 악이다. 사람을 교묘하게 파멸시키고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며 즐기는 진성 새디스트. 준수한 외모와 높은 학력과 이중적인 악을 고루 겸비한, 그러다보니 요즘 세상엔 오히려 스테레오 타입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악역이다.[3] 이토의 중학생 동기이며 그때부터 이미 될성부를 자질을 보여주어 이토를 멘붕시켰다. 작품의 현재 시점에서는 경찰이 되어 취미활동에 힘쓰고 있다.
- 시즈카 : 이토의 전 여자친구. 유능한 OL로서 이토와 비슷한 계열의 회사에서 일한다. 이토와의 인연도 그곳에서였던듯. 작중 시점에서는 결별했으나 이토는 가끔씩 시즈카를 떠올린다. 모든 일의 중심에 위치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필요로 해줘야 한다는, 비틀린 애정결핍의 소유자로서 겉보기에는 그냥 워커홀릭이다. 등장비중은 낮은 편. 알토 색소폰 연주를 할 줄 안다.
- 소네가와 : 이토보다 한달 점에 오기시마로 들어온 사람. 중년 배불뚝이 남성으로 사냥용 엽총을 가지고 있다. 간간히 스쳐가는 정도로만 등장하지만 그 진상은... [스포일러!!]
2.2. 오기시마 출신들
- 유고 : 섬의 중심 역할을 하는...허수아비다. 미래 예지가 가능해서 작품 전체에 있어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는...그래도 허수아비다. 정말 나무로 만들어진...기계장치나 뭐 그런 것도 하나 없는...역시 허수아비다. 작품의 동화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가장 큰 요소라 하겠다. 작중 시점으로부터 100년 전, 오기시마가 폐쇄된 고도로서 고립될 무렵에 그 당시 사람인 로쿠지로에 의해 만들어졌다. 의외로 내부 구조가 복잡해서 바람을 불어넣어 말소리가 날 수 있는 부분이나 인간의 뇌를 모사한듯한 부분이 존재한다. 뇌 안쪽을 기어다니는 벌레가 전기신호를 겸한다고는 하는데...아무리 그래도 인공지능을 띌 리가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언하는 능력도 진짜다.[4]
- 히비노 : 이토가 처음으로 만난 섬사람. 유능한 미장이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도도로키가 처음이지만 섬의 주민으로써 직접 대화한 사람은 이 남자가 먼저다. 골든 리트리버를 닮았다는 서술이 간간히 등장하며 정신이 다소 불안정한 사람이다. 어릴적에 양친을 잃은 탓에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것이 결핍된 탓이라고. 덕분에 언제 어떻게 튀어나갈지 몰라 주위에서 불안해하거나 놀려먹거나 하지만 작품 마지막까지 이토를 충실하게 보조한다. 섬 사람으로서의 입장을 대변하는 동시에, 오기시마라는 동화적 공간에서조차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드러남을 주장하기 위한 캐릭터이다.
- 도도로키 : 이토를 오기시마로 데려온 장본인. 오기시마와 일본 본토를 오가는 유일한 사람으로 엄청나게 큰 배를 가지고 있다. 그밖에 달리 나가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100년 전부터 그런 규칙이 내려와 완전히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주된 일거리는 섬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들여오거나 하는 것이다. 이토가 섬으로 온 이래 물품을 밖으로 내보내는 일도 두어번 맡게 되었다. 이토를 데려오게 된 이유는 단순히 사태가 급해보여서.[5] 큼직한 곰 같은 남자라 소개되며 체형도 커다랗지만 전투력은 곰보다 못하다.(...)
- 사쿠라 : 시와 꽃을 사랑하는 남자. 반대급부로 인간혐오가 하늘을 찌른다. 모든 인간은 짐승만도 못하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때문에 사람을 쉽게 죽인다. 아무나 닥치는 대로 죽이는 건 아니고 죽을만한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 듯 하다. 개중에는 주변에서 쉽게 납득할 케이스가 굉장히 많지만[6] 단순히 시끄럽다고 죽이는 경우도 많다. 죽일 상대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오기시마 사람들은 사쿠라의 이런 행위를 납득하는 편이다. 사람이 죽였는데 범인이 사쿠라면 그럴만 하네 하고 넘어가는 식. 그때문인지 몰라도 권총을 대놓고 휴대하며 이에 대한 제제도 받지 않는다. 권총도 총탄도 대관절 어디서 구하는지는 불명. 도도로키가 그 출처일 가능성은 있다. 참고로 오기시마에도 경찰력은 엄연히 존재한다.
- 그 외 구사나기, 유리, 와카바, 소노야마, 다나카, 오야마다 등등 : 줄거리 서술에서 언급함.
3. 줄거리
프로그래머 이토는 눈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이유를 들어 사표를 낸다. 죽은 할머니로부터 '너는 도망칠 거다' 라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던 그는, 퇴직 이후 백수 생활을 하던 중 뜬금없이 편의점을 습격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식칼 한 자루만 들고서 가게를 덮치려던 이토는, 그러나 중학교 시절 동창이며 경찰이 된 시로야마에게 곧장 체포당하고 만다. 중중의 미치광이이자 그 점을 숨길 줄 아는 시로야마는, 벌써 오래 전부터 자신의 직위와 권력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저질러왔다. 이토는 이 사실을 몰랐으나 앞으로 당할 일을 예감하고서 공포에 질린다. 그러나 순찰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사소한 사고가 발생해, 시로야마가 잠깐 방심한 틈에 이토는 순찰차 문을 박차고 대책없이 달아나다 의식을 잃는다.
그리하여 이토는 알려지지 않은 섬 오기시마에서 눈을 뜬다. 때마침 본토를 방문했던 도도로키가 그를 발견해 일단 섬으로 옮긴 것. 이토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오기시마란 존재에 당혹하지만, 일단 자신이 이곳에 와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히비노라는 남자가 찾아와 그를 유고라는 존재에게 인도한다. 유고는 섬의 종교이자 그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서, 미래의 수없이 많은 가능성과 그 선택경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허수아비이다. 유고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이토가 오기시마에 도착할 것을 백년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평소 섬사람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사실들을 함구하는 것과 달리 이토에게 몇가지 사항, 편지를 계속 쓸 것과 자전거를 탈 것, 떨어지려는 누군가를 구할 것 같은 지시를 내린다. 단순히 뜬구름 잡는 말에 가깝고 대수롭잖게 생각했으나 이토는 일단 이를 받아들인다. 또한 이곳 오기시마에는 결핍된 무언가가 있으며 외지인은 언젠가 나타나 그 결핍을 충족해줄 존재라는 섬의 전설을 듣게 된다. 물론 이토에게는 그런 물건도, 재주도 없으므로 히비노는 가볍게 실망한다.
히비노를 따라다니며 이토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한다. 수년 전 부인이 살해당해 정신이 이상해진 화가 소노야마. 섬의 우편업무를 담당하는 구사나기. 구나사기의 처이자 죽어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직업을 가진 유리. 다리가 불편하며 새를 좋아하는 동시에 유고만이 유일한 친구인 다나카와 오기시마의 경찰 중 하나인 오야마다. 지나치게 살이 쪄서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 토끼와 그녀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 그런 동시에 히비노를 가지고 놀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 가야코 자매나 논두렁에서 여자를 덮치는 야스다 일당 등과 접하고 사쿠라가 단죄해온 온갖 인간군상에 대한 일화들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에피소드에 앞서, 유고에게 지시를 받은 다음 날, 다름아닌 그 유고가 파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토는 유고를 만난 마지막 인간으로서 흥미를 느껴 사건의 윤곽을 추적해나간다.
한편, 시로야마는 이토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시즈카의 존재를 눈치챈다. 시로야마는 기본적으로 단서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그녀의 집을 방문했으나, 시즈카 본인을 보고선 오히려 그녀를 망가뜨릴 계획을 품게 된다. 정확하게는 시즈카를 부숨으로써 이토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기려는 것이 목적.[7] 시즈카는 시로야마를 단순한 경찰로 아는 한편 이토가 편의점 강도를 저지르려 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이 와중에도 이토는 히비노와 함께 이런저런 일에 휩쓸리며 오기시마에 얽힌 역사와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나간다. 오기시마의 형성과정은 일본의 쇄국과 면밀한 연관이 있다. 간단히 축약하자면 일본이 쇄국을 선언했을 무렵에 오기시마는 독자적으로 유럽과의 문호개방을 유지했다. 그러나 쿠로후네 사건이 벌어질 무렵에는 도리어 외래 문명과의 단절을 꾀했다. 이 복잡한 과정을 거치던 와중 오기시마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섬이 되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 현재에 이른 것이다. 이토와 히비노는 미래를 예지할 줄 아는 유고가 어째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을지 토론하지만 답을 얻지는 못한다. 그러다 히비노가 가야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는 일이 벌어져서, 이토는 오밤중에 자전거를 몰아야 할 처지가 된다. 정확히는 히비노와 가야코가 깜깜한 밤길을 걷는 동안 이토는 멀찍이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조명을 비춰주는 역할. 분위기에 휩쓸려 그러마 하긴 했으나 이토에게는 자전거가 없다. 어쩔까 고민하던 도중 그 앞에 자전거를 가진 구사나기와 유리가 등장했고, 이토는 유고의 예지능력이 진짜배기임을 실감하게 된다.[8]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데는 아무런 진척도 없고, 오히려 유고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사실 덕분에 이토는 오야마다에게 의심을 받는다. 결국 자전거 페달만 실컷 밟으며 남 좋은 일만 해준 다음날, 이번에는 소네가와가 죽은 채 발견된다. 오야마다는 유고가 파괴당한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닌 준비단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그동안 살인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유고가 범인을 지목해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범인이 마음대로 활개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범인은 소네가와를 죽이기 위해 유고를 파괴했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이토는 한층 더 사건을 파헤치려 노력하나 여전히 가닥은 잡히지 않는다. 소네가와가 외지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몇 가지 의혹스러운 점이 지적된 탓에 일단 도도로키를 의심해보지만, 급히 본토로 보낼 엽서가 있다는 핑계를 들어서 도도로키를 멀찍이 떨어트린 다음 그의 집을 수색해봐도 별다른 것은 없다. 이토는 도도로키의 집 지하에서 스테레오를 비롯한 온갖 음반들을 발견했으나 단지 그 뿐이었다. 도도로키는 소네가와의 죽음과 무관했던 것.
그 동안, 시로야마는 시즈카를 약물로 재워 강간한 뒤 이를 빌미로 서서히 인성을 망가뜨리려는 계획을 세워 이제 막 실행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결행 당일, 시로야마는 이토가 센다이 어딘가의 술집에서 발견되었다는 떡밥을 뿌리며 시즈카의 집에 입장한다. 그러나 그녀를 속여 막 약을 먹이려던 찰나 '''도도로키가 그 자리에 나타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도도로키는 시로야마를 무시한 채 시즈카에게 엽서를 건넨다. 이토가 도도로키를 속이기 위해 주워섬긴 수신자가 다름아닌 시즈카였고, 급행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주소를 찾아와 직접 전해주려 했던 것.[9] 시로야마가 알려준 것과 달리 이토가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는 말을 듣고 시즈카는 처음으로 의혹을 느낀다. 그러나 시로야마는 도도로키와 시즈카를 권총으로 위협하여 오기시마로 직접 향하고 만다.
시로야마 일행이 점차 접근해오는 동안 이토는 미래 예지능력을 가진 유고가 그간 겪어야 했을 백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유고는 예지능력자가 겪어야 하는 모든 고난을 체험해 왔으며, 그날 죽을 것을 뻔히 아는 사람을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원망을 듣는 일을 셀수없이 반복해 왔다. 심지어 허수아비인 유고는 오로지 한 자리에 못박혀 있어야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다나카가 전망대에서 벌이는 자살소동을 보게 되고, 그 순간 유고가 남긴 말 중 하나였던 떨어지려는 남자를 구해라는 지시가 떠오른다. 순간적으로 이토는 모든 사건이 같은 고리 안에 있음을 직감하고, 다나카를 구하기 위해 그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진상은 다음과 같다. 유고를 죽인 진범은 다나카다. 소네가와는 살해당한 것이 맞다. 그러나 소네가와를 죽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으로 유고의 죽음은 살해가 아니라 '''자살이다.''' 다나카는 유고가 이토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밤에 찾아와 그를 완전히 박살낸다. 유고는 다나카의 유일한 친구였으나, 그렇기에 끝을 내줄 사람은 다나카밖에 없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것. 또한 유고는 다나카가 다음 날 밤(히비노의 데이트가 있는 밤)에 강둑으로 소네가와를 불러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나카는 이를 소네가와를 죽이라는 지시로 알아들었으나 다리가 불편한 그로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소네가와를 불러내는데는 성공했으나 당장 어쩔 방법이 없는 순간, 마침 근처에 있던 벽돌을 집어드는데 어딘가에서 빛이 비친다. 소네가와가 그 빛에 놀라며 넘어지는 순간 다나카도 엉겁결에 벽돌을 놓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타이밍이 들어맞아, 떨어진 벽돌이 넘어져 미끄러지는 소네가와의 머리를 때려서 소네가와는 사망한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유고의 살해계획이었다. 유고는 소네가와를 살해할 며칠 전부터 이미 파편화된 지령을 내려 마을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도도로키는 강물에서 벽돌을 건져 강둑의 적당한 자리에 놓았고, 와카바라는 소녀는 소네가와가 발을 헛디디도록 풀을 묶어 함정을 만들었다. 다나카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바로 그 자리에 소네가와를 불러냈고, 그에게 불을 비춰 넘어지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토였다. 말인즉 '''히비노가 데이트 신청을 받은 것부터가 이미 유고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합이 딱딱 맞아떨어진 덕분에 소네가와는 꼼짝도 못한 채 죽었고, 범인이 없는 살해현장이 완성되었다.
유고가 소네가와를 죽이려 한 이유는, 소네가와가 오기시마에만 존재하는 나그네 비둘기라는 멸종위기종을 박제로 만들어 팔아먹으려는 악덕종자였기 때문이다. 나그네 비둘기는 실제 존재'''했던'''[10] 품종의 비둘기로 한꺼번에 몇억마리나 되는 개체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번식하는 새들이다. 이들은 개체수가 너무 많았던 탓에 무분별하게 남획당했고, 그러면서도 설마 이런다고 멸종할까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방치당했다. 그 결과 나그네 비둘기는 동물원에서 보호되던 마지막 한 개체를 끝으로 완전히 소멸했으나, 오기시마에는 기적적으로 한 쌍이 살아남아 있던 것. 유고의 미래예지 능력은 온갖 사물로부터 전해지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한 결과였는데, 이렇게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는 자연의 만물과 함께 다양한 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고는 당연히 나그네 비둘기의 멸종 위기에 대해 알았으나 허수아비에 불과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오기시마에 정착한 마지막 한 쌍에 대한 비밀을 오로지 다나카하고만 공유했는데, 이 정보가 어쩌다보니 도도로키를 통해 새나가서 소네가와에게까지 전해진 것. 도도로키는 나그네 비둘기라는 게 얼마나 굉장한지 잘 모른 채 소네가와의 제안을 듣고 돈을 벌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엽총을 꼬나든 소네가와가 이토보다 앞서 오기시마에 도착했던 것. 유고는 자신이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일, 나그네 비둘기를 지킨다는 행위를 달성함과 동시에 지난 백년간의 권태를 끝내는 결말로서 자살을 생각하고, 이를 다나카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진상을 알게 된 이토는 다나카를 설득해 내려보내고 오야마다에게 모든 사실을 알린다. 오야마다는 다나카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납득될리도 없고 어차피 끝난 일이기에 사건은 비밀에 묻힌다. 홀가분해진 이토는 날이 밝으면 본토로 돌아가 자수하고 새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마지막으로 시로야마 일행이 마침내 오기시마에 도착한다. 시로야마는 일본 정부와 완전히 고립된 이곳 작은 사회를 바라보며 아예 오기시마를 자신의 지배하에 둘 생각을 품는다. 그는 도도로키와 시즈카를 협박하며 움직이려던 중 마침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집을 찍는다. 유난히 질색하는 도도로키를 반쯤 어거지로 밀어붙이며 들어가자, 마당에서 책을 읽고 있던 집주인 사쿠라가 시로야마를 마주한다. 시로야마는 바로 이 장소에서 오기시마 지배의 스타트를 끊을 생각이었으나, 사쿠라는 도리어 시로야마가 예측하지 못한 사이 권총을 뽑아서 시로야마의 '''가랑이를 쏴버린다'''...결국 시로야마는 깔끔히 즉사하지도 못한 채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며 몸부림치다 허망하게 절명한다.
이토는 어째서 시즈카가 이곳에 왔는지 황당해했으나 자신이 도도로키에게 핑계삼아 전달한 엽서의 내용을 떠올린다.[11] 이에 시즈카는 정말로 알토 색소폰 케이스를 들고 왔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이토는 오기시마에 정말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토는 오기시마의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시즈카를 이끌며 그녀야말로 지난 100년간 오기시마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존재임을 가르쳐준다. 그 결핍이란 다름아닌 음악이었던 것.[12] 일행이 언덕길을 오르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1] 신의 조리법이라거나[2] 이토 같은[3] 오듀본의 기도가 2000년도에 발표된, 본 문서의 작성일로부터 14년전 소설임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스포일러!!] 사실 소네가와는 지구상에 마지막 한 마리 밖에 안 남은 나그네 비둘기를 잡기위해 소문을 듣고 찾아온 밀렵꾼이다. 이후 사쿠라에게 죽는다.[4] 작중 등장인물에 의해 오기시마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동환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제기된다.[5] 후술하겠지만 이토는 도망치는 중이었다.[6] 누군가를 학대했거나, 죽였거나, 아무튼 해를 끼치는 인간들[7] 시로야마가 이러는 데는 이토에 대한 원한관계도 이해득실도 작용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애초부터 없다. 단지 그럴 수 있고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8] 정확하게는 유고가 죽은 날 감자를 요리해 먹을까 생각하는데 왠 여자가 문을 두드리더니 대뜸 버터와 식칼을 전해주더라는 이벤트가 먼저 있었다.[9] 이는 유고가 이토에게 내렸던 지시 중 '편지를 계속 부쳐라' 와 연관된다.[10] 물론 현실의 나그네 비둘기는 멸망크리를 맞은게 맞다.[11] 급히 전할 말이 있다. 알토 색소폰 연주가 듣고 싶다.[12] 도도로키만은 외부와의 통행이 자유롭기에 음악이 뭔지 알았다. 지하실에 음향설비를 갖춰 노래를 즐긴것도 그때문. 오기시마에 음악의 존재를 숨긴데는 단순히 독점욕 등등이 작용했겠지만서도 사쿠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쿠라가 사람들을 죽일때 시끄럽다는 말을 종종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