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르/배경
1. 장문 배경
혹독한 프렐요드 땅에는 정령의 힘을 타고난 자들이 있었다. 전사이자 주술사인 이들은 '정령 주술사'라고 불렸다. 많은 부족이 정령 주술사들을 받아들여 부족과 함께 생활하고 수련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정령 주술사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부족을 위해 정령 주술의 힘을 사용했다. 우디르가 태어나던 밤, 하늘에는 핏빛처럼 붉은 달이 떠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 수 있었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주변 생명체의 꾸미지 않은 감정을 느꼈고, 툰드라 늑대의 애절한 울음소리의 의미를 이해했다. 위대한 정령 주술사가 될 운명을 타고난 우디르는 겨울 발톱 부족의 손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았다. 정령 주술사 스승들은 우디르의 힘을 손쉽게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우디르는 자신의 재능 때문에 고통받았다. 다른 수많은 생명이 발산하는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우디르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 그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우디르는 잠시라도 조용히 혼자 있기를 바라며 밤낮으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우디르의 그 바람은 최악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어느 음침한 밤, 서리방패 부족이 우디르의 부족을 습격했다. 신비로운 얼음 마녀를 신봉하는 서리방패 부족은 한치의 자비도 없이 겨울 발톱 부족을 몰살했다. 특히 정령 주술의 힘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잔혹하게 학살했다. 하지만 우디르는 스승들의 용감한 희생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우디르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부족 사람들의 고통 어린 비명을 듣고 우디르는 마침내 이성을 잃었다. 그의 가슴 속에 쌓여있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정령의 힘이 방출되었고, 그 힘은 주위를 둘러싼 산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산을 덮고 있던 눈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곧 눈사태로 돌변해 전장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리방패 부족은 눈사태를 피해 황급히 후퇴했다. 우디르가 눈을 헤집고 나오자 소수의 생존자만이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우디르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를 부족에서 추방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는 우디르에게 연민을 느낀 한 사람이 있었다. 냉기의 화신이었던 그녀는 우디르가 보통 사람처럼 장단점을 모두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두 사람은 가혹한 프렐요드 생활에서 벗어나 잠깐이나마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디르는 항상 혼자였다. 그리고 점점 혼자 지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대부분의 사람은 우디르를 보는 순간 겁에 질려 도망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디르는 먼 타국에서 온 강인한 수도승을 만났다. 그 수도승은 고대의 야수 정령과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의 지혜를 빌리고자 찾아왔다고 했다. 외부인을 경계한 우디르는 수도승에게 달려들었지만, 수도승은 우디르의 공격을 모두 피했다. 두 사람 모두 지쳐 쓰러지고 나서, 수도승은 자신을 리 신이라고 소개했다. 우디르는 리 신이 자신의 괴로움을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느꼈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리 신은 우디르를 동방의 아이오니아라는 나라로 데려가 주겠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영혼을 평온하게 하는 방법을 대대로 공부하고 있다고 리 신은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하면서 녹서스 제국이 아이오니아를 침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디르는 리 신을 도와 히라나 대수도원을 지키기로 했다. 정령 주술사의 힘은 아이오니아에 큰 전력이 되었다. 우디르는 남들처럼 뼈와 살로 만들어진 자신의 주먹에 강력하고 주체할 수 없는 야수의 힘을 담아 싸웠다.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 우디르는 상처투성이인 수도승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들은 승리했다. 아이오니아인들은 영혼 세계에 조예가 깊었다. 그래서 우디르는 그곳에 머물며 히라나 대수도원의 존경받는 장로들에게 수련을 받기로 했다. 우디르는 조화를 중요시하는 아이오니아인들에게 감복했고, 아이오니아인들은 그런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도 바뀌었고, 우디르의 몸과 마음은 점차 차분해졌다. 그럼에도 우디르는 고향 땅의 부름을 저버릴 수 없었다. 프렐요드 정령들의 불안한 울음소리가 서풍을 타고 들려왔고, 우디르는 지평선 너머에서 거대한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했다. 아이오니아와 리 신에게 작별인사를 한 우디르는 환영받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겨울 발톱 부족에게 돌아갈 생각으로 길을 떠났다. |
2. 저주받은 이들을 위한 묵념
3. 함께하는 목소리
[image] 우디르는 저 위에서 바람을 타는 독수리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강하고 자신감에 찬 소리였지만 우디르의 생각을 방해할 정도로 가깝진 않았다. 이렇게 인간답게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울음소리는 잠잠해지는 법이 없었으나 우디르는 불평하지 않았다. 잠깐의 휴식도 드문 일이었다. '내 숨소리는 들리는군… 적어도 지금은.' 오늘 우디르는 혼자 걸었다. 산비탈을 오르자 차가운 바람이 뒤따랐다. 세찬 바람이 불 때마다 아이오니아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기억이 점차 휩쓸려 갔다. 우디르는 몇 달 전 히라나 대수도원을 떠나면서 수도승들에게 작별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우디르가 영력을 완전히 익힐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수께끼였다. ''겨울의 머리 아래'' ''자연의 순수한 생명의 정수가 흐르지만'' ''지금은 유리로 변한 곳'' 아이오니아 언어로 읽으면 더 아름다운 수수께끼였지만, 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몇 달 동안 눈먼 수도승과 함께 돌아다닌 우디르는 자연히 아이오니아인의 말 뒤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봉우리의 가파른 동쪽 비탈에 다다른 우디르는 멈춰서 눈 앞에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았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야생 동물뿐 아니라 죽은 주술사나 사제의 뼈와 주검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몇 달, 몇 년, 그보다 훨씬 전 먼저 이곳으로 왔던 자들이었다. 우디르는 가슴을 풀어 헤친 채 눈을 감고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았다. '이 땅은 내 고향이었지…' 우디르는 얼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긴 여정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휴식도 끝이군. 그들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음이 흔들리며 금이 갔다. 얼음에 비친 우디르의 모습이 서로 다른 파편으로 갈라졌다. 곧 얼음판 전체가 깨지며 조각이 둥둥 떠다녔다. 우디르는 가만히 기다렸다. 얼음장 같은 물에서 거품이 일었다. 천천히 올라오던 거품은 이내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수면에서 김이 피어오르자 공기가 후끈해졌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조용히 숨을 들이쉬는 우디르의 어깨가 들썩였다. 안개 속에서 얼음으로 된 짐승이 튀어나왔다. 이 땅의 마법으로 조각되어 호수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짐승이 우디르를 향해 거대한 발을 내딛자 땅이 흔들렸다. 우디르는 자신보다 세 배는 큰 야생의 혼을 올려다보았다. 막 내린 눈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낮고 부드럽게 들려오던 속삭임은 곧 빠른 속도로 커졌다. 증오가 섞인 불안한 소리였다. '왔군.' 투덜거리는 소리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는 고함으로 바뀌며 정신없이 뒤섞였다. 그들의 분노는 우디르의 정신을 붙들어 모든 사고를 산산조각 냈다. 처음에는 여러 목소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했다. 엘누크, 드류바스크 등 우디르가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목소리였다. 곧 그들은 하나가 되어 우디르가 가장 두려워하던 형태를 갖추었다. 굶주린 호랑이였다. ''"정령 주술사여. 가까이 오거라. 그리고 왜 돌아왔는지 말해 봐라."'' 우디르는 그저 가빠 오는 숨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애썼다. 머릿속에서 무겁게 울리는 소리 때문에 다리 힘이 풀렸다. 몸을 지탱하기 위해 손으로 땅을 짚은 우디르는 고개를 들어 흉포한 호랑이를 올려다봤지만 답할 생각은 없었다. 우디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호랑이의 포효가 다른 목소리를 억눌렀다. ''"넌 프렐요드를 고향으로 여길 자격이 없다. 넌 너무 약해."'' 우디르는 정령이 머리를 들이박자 충격에 대비했다. 얼음으로 된 정령의 파편이 우디르를 찔렀다. 멀리 굴러간 우디르의 몸이 딱딱한 바위에 걸려 멈췄다. '포기하면 안 돼.' 다시 중심을 잡은 우디르는 아픔을 참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차가운 땅에 주먹을 꽂자 팔을 타고 욱신거리는 감각이 올라왔다. 손에서 어깨로 피가 요동쳤다. 우디르는 또 다른 공격이 날아오면 피할 준비를 하며 일어섰다. 정령이 또다시 포효했다. ''"강한 자는 싸운다! 하지만 넌 목소리를 억누르고 숨기 급급하지!"'' 정령이 저돌적으로 돌진했다. 우디르는 피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더 빠르고 강했다. 정령은 옆으로 구르는 우디르의 다리를 발톱으로 할퀴었다. 우디르는 고통에 한쪽 다리를 꿇고 주저앉았다. 차오르는 분노가 느껴졌지만 계속해서 억눌렀다. '포기하면 안 돼.' 정령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내며 우디르에게 달려들었다. 제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우디르는 몸 앞으로 양팔을 교차해 주먹을 쥐었다. 마법의 힘이 우디르를 감싸면서 호랑이 정령의 치명적인 일격을 막았다. 정령은 뒤로 미끄러졌다. 다시 몸을 가눈 정령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포악한 힘에 얼음으로 뒤덮인 몸에서 우지끈거리는 소리가 났다. 발밑에서는 과거 희생양들의 뼈가 쪼개졌다. 이곳은 죽음의 장소였다. 우디르는 이제 양쪽 무릎을 모두 꿇고 머리를 숙였다. 고통에 몸이 욱신거렸다. 정령이 주변을 서성이며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이건 아니야.' 우디르는 이를 악물었다. 꽉 눌린 입술에서 고통의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다시 한번 땅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굉음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약한 자는… 사냥감이 될 뿐이다!"'' 고개를 든 우디르는 정령이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피를 갈망하는 정령의 눈은 어찌나 크던지 우디르의 모습이 비칠 정도였다. 그 속에 비친 우디르의 눈 역시 같은 갈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해.' 우디르의 피부에서 황금빛 불꽃이 들불처럼 폭발했다. 앞에 있는 호랑이 정령의 분노와 대적할 만한 분노가 우디르의 몸을 타고 흘렀다. ''"드디어 사냥감이 싸우기로 결심했군!"'' 우디르는 고함을 지르며 호랑이 정령을 향해 곧장 돌진했다. 정령의 다리로 뛰어든 우디르는 얼음 조각을 잡고 박살 내며 엉망이 된 손으로 울퉁불퉁한 표면을 기어올랐다. 정령이 날뛰자 날카로운 얼음이 우디르의 피부를 찔렀다. 우디르는 자신의 힘을 즐기며 소리를 질렀다. 격렬한 싸움이 정신없이 이어지자 마침내 우디르의 분노가 적 안의 불길과 마주했다. 우디르가 가차 없이 달려들어 정령의 등으로 올라가자 정령의 옆구리를 타고 우디르의 피가 떨어졌다. 우디르의 몸으로 정령의 힘이 밀려들었다.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짐승들의 목소리가 우디르의 머릿속에서 거침없이 아우성쳤다. 호랑이에게 희생되어 울분에 찬 울음소리와 우디르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하나로 합쳐졌다. "난 사냥감이 아니다!" 우디르가 폭발적인 힘으로 주먹을 내리치자 정령의 몸을 따라 그물처럼 금이 갔다. 미친 듯이 할퀴고 베어낸 우디르는 고개를 뒤로 젖혀 정령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깊숙이 박아 넣었다. 우디르는 정령이 쓰러진 후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산산이 조각나 먼지가 되어 사라지길 기다렸다. 그러나 정령은 이미 목소리와 함께 사라진 상태였다. 그들이 비명을 질렀던가? 울부짖었던가? 높은 곳에서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집중하자. 진정해.' 우디르는 휘청거리며 단단한 땅으로 쓰러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수 옆에 눕자 정령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때 뭔가 우르릉거리는 소리에 우디르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치 우디르의 승리를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호수가 녹고 있었다. 남은 얼음이 하나씩 녹자 물이 차오르며 차갑고 딱딱한 땅을 적셨다. 히라나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의식을 떠올린 우디르는 절뚝이며 앞으로 갔다. 두 손을 모아 머리와 어깨, 등에 시원한 물을 끼얹어 상처를 씻어 낸 후 조심스레 물을 마셨다. 우디르는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시선을 마주하는 남자는 다쳤지만 시험을 거쳐 살아남은 자였다. '나는 나다.' 우디르의 귀에는 물이 흐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디르는 웃지 않았다. '이 싸움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 |
4. 구 설정
4.1. 구 단문 배경
호랑이의 민첩성과 흉포함, 거북이의 생명력, 곰의 힘, 불사조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이 모든 것은 우디르의 다른 이름이다. 우디르는 고대 정령의 힘을 물려받았고, 이 야성의 힘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그는 네 정령의 힘을 끌어내어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자들로부터 이 땅을 수호해 왔다. |
4.2. 구 장문 배경 1
리산드라 패치로 출신지가 아이오니아에서 프렐요드로 변경되었다.
아이오니아의 신비는 발로란의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심오한 것으로 이들은 인간의 영적인 내면에 대한 탐구를 추구한다. 그들은 깨달음과 조화의 가장 독실한 지지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들과는 아주 다른 길을 추구하는 자들도 있었다. 우디르는 달이 붉게 빛나던 밤 잔디가 무성한 빈터에서 태어났다. 그는 항상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본능에 이끌렸다. 그의 의지는 조절할 수 없었지만 그저 길들여지지 않은 것일 뿐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을 거들었지만 ,농장을 찾아오던 마을 사람들 보다는 멀리 떨어진 평원에서 풀을 뜯으며 노닐던 야생마에 더 깊은 유대감을 느겼다. 그의 부모는 가끔 그가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며 밖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들은 그런 그를 꾸짖으며 집으로 데리고 왔다. 우디르는 자신의 16번째 생일에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동쪽을 향해 집을 나섰다. 그는 '''문명화 된''' 사회를 등지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문명의 관습에서 자유로워진 우디르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내면의 흉포함에 눈을 뜨게 된다. 그의 야성이 겉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우디르는 자신의 야성에 몸을 맡겼다. 우디르가 인간성을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그의 영역에 들어선 밀렵꾼과 여행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고 대부분은 들어간뒤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여행하던 수도승이 그의 숲을 지나가게 되었다. 우디르는 그를 겁주기 위해 근처에 있는 덤불에서 튀어나왔다. 수도승은 별일 아닌듯 그를 향해 돌아섰고 이내 우디르를 한 쪽으로 제쳐버렸다. 화가난 우디르는 계속해서 몇번이고 그를 제압하려고 했지만 수도승은 꿈적하지 않았다. 우디르가 제풀에 지치자 수도승은 그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고 그들은 허라나 수도원을 향해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수도원의 수도승들은 아무말 없이 그를 받아주었고 그에게 야성을 제어하고 다루는 방법을 가르쳤다. |
4.3. 구 장문 배경 2
호랑이의 민첩성과 흉포함, 거북이의 생명력, 곰의 힘, 불사조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이 모든 것은 우디르의 다른 이름이다. 우디르는 고대 정령의 힘을 물려받았고, 이 야성의 힘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그는 네 정령의 힘을 끌어내어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자들로부터 이 땅을 수호해 왔다. 프렐요드의 변방에는 미개척지를 터전으로 삼고 사는 특별한 수도승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을 수호하는 이들을 정령 주술사라 불렀다. 이곳에서는 한 세대에 한 번, 피처럼 붉은 달 아래에서 정령계와 인간 세계를 잇는 선택 받은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때가 되면 정령의 부름을 받아들여 자연의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로 거듭날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우디르가 바로 그 아이었다. 우디르는 조상들의 언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툰드라의 늑대 언어를 깨쳤고, 대자연의 생물들과 두루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디르는 스승의 가르침과 대자연을 벗삼아 정령 주술사로 성장해 나갔다. 때때로 스승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령들이 갈수록 불안해하고 있으며, 우디르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크고 가혹한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라 일러주곤 했다. 그리고 어느 추운 겨울, 주술사가 말하던 시험의 날이 불현듯 찾아왔다. 무시무시한 소문으로만 들어 오던 악의 존재, 바로 얼음 마녀가 우디르와 정령 주술사를 느닷없이 공격했던 것이다. 얼음 마녀의 흑마법을 어린 우디르가 결코 감당할 수 없으리라 판단한 주술사는 목숨을 걸고 소년을 감싸 안았다. 그러나 정령 주술사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고, 부모님과 같던 스승을 잃은 슬픔에 우디르는 분노의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그 소리에 온 대지가 그와 함께 포효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우디르는 야생의 정령이 자신의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고, 이내 야수 그 자체가 되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분노 섞인 외침이 산꼭대기까지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거대한 눈사태가 쏟아져 모두를 덮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우디르가 눈 사이를 파헤치고 올라왔을 때는 이미 얼음마녀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얼음 마녀의 습격 이후, 북녘의 땅에 사는 부족들에게 야생인의 영역을 넘나드는 일은 죽음을 의미했고 몇 년 동안 그 누구도 이곳에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겁도 없이 이 성역에 발을 들인 침입자의 냄새가 우디르의 후각을 자극했다. 우디르는 곧장 경계태세가 되어 침입자를 찾아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런데 이 낯선 존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디르의 공격을 튕겨내는 것이 아닌가. 우디르는 쉼 없이 공격했지만, 그때마다 이방인은 번번이 피할 뿐이었다. 지치고 맥이 빠진 우디르는 어느새 침입자에 대한 반감도 잊고서 거칠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는 리 신이라는 수도승으로 정령 주술사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먼 곳까지 왔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고 했다. 이윽고 우디르를 곰곰 살펴보더니 리 신이 말했다. ''당신도 갈 길을 잃고 실의에 빠진 것 같소만...'' 수도승은 앞으로 우디르가 나아갈 길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하며 자신과 함께 거대한 힘과 지혜를 가진 불멸의 네 정령이 수호하는 사원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곳에서라면 우디르도 조화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리 신은 우디르의 고향과 정반대의 땅으로 그를 인도했다. 우디르는 마침내 아이오니아라는 땅에 도착했고, 놀랍게도 그곳에서는 동식물과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고 있었다. 이윽고 사원에 당도한 우디르는 난생처음으로 경계를 풀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자기를 에워싼 정령들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우디르는 사원에 머무르며 수도승들에게 본능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고, 명상을 통해 만난 사원의 고대 정령들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았다. 비로소 우디르는 이 모두의 가르침을 통해 다음 세대 정령 주술사로서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오니아 사람들은 한사코 자신들의 공이 아니라 손사래를 쳤지만, 아이오니아가 지금의 우디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디르는 몇 번이든 그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녹서스의 군대가 아이오니아를 침공한다. 우디르는 이 평화로운 사람들을 박해하는 잔악한 군인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고, 궁지에 몰린 야수처럼 전장의 복판으로 사납게 뛰어들었다. 우디르는 숲 속에서 튀어나와 수십 명의 녹서스 군인들을 찢어발겼으며 강둑을 부수는 홍수처럼 그들을 덮쳐 들판에 지른 불처럼 인마를 송두리째 불태워 야생의 위대함과 공포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마침내 녹서스의 군대는 처참한 몰골이 되어 달아났고 그제야 우디르도 자신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오니아에 평화가 찾아왔다. 안타깝게도 우디르의 안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령의 전언에 의하면 자연을 거스르는 사악한 존재가 다시금 빙하 속에서 기어 나와 고향 땅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원의 강력한 정령들로부터 힘을 부여 받은 우디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세상을 뒤덮을 거대한 어둠의 전조인 얼음 마녀를 막기 위해 우디르는 곧장 프렐요드로 향했다. 대자연의 균형을 위협하는 존재들로부터 기필코 이 자연계를 수호하리라. 이는 우디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운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