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1. 장문 배경
2. 보호
3. 구 배경


1. 장문 배경


자크는 화학공학 지층을 따라 흐른 독성물질이 자운의 지하동굴 깊은 곳에 위치한 웅덩이에 모여 만들어진 생명체이다. 이처럼 변변치 못한 태생에도 불구하고 자크는 원시적인 진흙의 상태에서 지성을 갖춘 존재로 성장했다. 그는 자운의 배관 속에 살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거나 자운의 망가진 기반시설을 재건하기 위해 이따금 모습을 드러낸다.
자운의 어린이들이 자크를 처음 만난 것은 오수 연못에서 물수제비를 뜨며 놀 때였다. 아이들이 던진 돌 중 일부가 되돌아왔던 것이다. ‘되돌아오는 연못’은 자운의 지하동굴 지역 거주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마침내 어둠의 화학공학 연금술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이르렀다. 거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금술사들은 연못의 물을 펌프로 퍼 올린 후 여러 통에 나눠 담아 연구실로 가져갔다.
정적 강화와 부적 강화를 테스트하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연금술사들은 연못 내의 응고된 덩어리에 향정신성 경향이 있음을 알았다. 간단히 말하면, 덩어리는 주어진 자극을 그대로 반영해 반응했다. 잘 대해주면 기분 좋은 아이처럼 명랑한 모습을 보였으나, 고통을 가하거나 공격을 하는 실험을 할 때는 무시무시한 파괴가 뒤따라 숱하게 많은 지하동굴 채집꾼들이 증강체를 갖추고도 목숨을 잃었다.
연금술사 대다수는 이를 단순한 반사 작용으로 치부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연금술사가 두 명 있었다. 그들은 전적으로 전례 없는 공격성을 띤 생명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안된 듯한 실험 방식의 윤리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둘은 이 문제를 더 깊이 파고 들어갔고, 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있는 인물이 폭력적인 기질과 유혈이 낭자한 갱단의 싸움 등으로 악명이 높은 화공 남작 사이토 타케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했다. 타케다 남작은 치명상을 입지 않고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으며 어떤 명령에도 복종하는 전사를 개발하려는 것이었다. 두 연금술사는 프로젝트의 진짜 이름 또한 알아냈다. 바로 ‘자운 변형 전투 크리쳐’였다.
두 연금술사는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행동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이 끈적이는 젤 형태의 덩어리가 자극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 단순한 모방 그 이상임을 발견했다. 그들은 특별한 자극 없이도 나타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다. 지각력이 있음을 방증하는 행동이었다. 두 연금술사는 이 생명체에게 자크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크가 사고력과 감정을 가진 존재의 행동을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둘은 이 연구 결과를 연구팀장에게 보고했지만 무시당했다.
이 사안이 그대로 묻히기를 원하지 않은 둘은 연구팀의 폭력적인 가르침을 상쇄하기 위해 은밀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자크에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그에게 이타적이고 관대한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한 연구자가 손을 다쳤을 때 자크는 슬픈 감정 표현을 하고, 또 다른 연구자가 연구실에서 쥐를 죽였을 때는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마침내 두 연금술사는 동료들이 자크에게 잔인한 실험을 하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어느 날 밤, 자운에서 진보의 날 기념식이 열려 연구실에 아무도 없을 때, 두 연금술사는 자크를 바퀴가 달린 오수 정화조로 옮겨서 자운의 멀고 외딴 장소로 데려갔다. 나중에 이 일이 발각되자 타케다 남작의 보병대가 이들을 쫓았다. 그러나 자운은 매우 큰 도시이므로 두 연금술사는 추격자로부터 숨을 수 있었다. 그들은 자크에게 자유를 주고자 했으나, 자크는 둘을 가족으로 여겨 다른 곳에 가기를 원치 않았다. 둘은 자신에게 친절함을 베푼 유일한 존재였고, 또한 이들로부터 가르침을 더 받고 싶었다. 사실 두 연금술사는 자크의 반응에 기뻤다. 자크에게 정이 들어 그를 입양한 아들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케다 남작의 수하들로부터 숨어 살기 위해 그들은 신분과 겉모습을 바꾸고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지하동굴의 외딴 지역을 거주지로 삼았다. 자크는 부모의 목소리를 흉내 낼 줄 알게 되었고, 곧 자신의 모습을 젤리 덩어리 형상에서 소리를 내는 데 필요한 형상으로 변화시키는 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자크는 오랜 기간 양부모와 함께 살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오수 연못이나 벼랑의 바위틈에 숨었다. 그의 ‘부모’는 자크에게 그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 가득한 곳일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자크에게 태양 관문 위로 뜨는 달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자운의 상업지구 건물 지붕에 비친 무지개의 찬란한 향연, 그리고 자운 중심부의 활기차고 북적이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또한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할 수 있는지도 설명해주었다. 자크는 사람들이 인색하고 불친절하며 증오와 편견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러한 행동을 거부하고, 이목을 끌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이 가진 기술로 주위 사람들을 돕는 부모를 도왔다.
자크의 부모는 환자를 치료하거나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등 자신들의 화학 지식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때가 자크의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는 거의 제한이 없다시피 뻗어있는 자운의 배관과 도시의 기반암에 있는 수많은 틈을 통해 자운을 돌아다녔다. 자크는 지각력이 있는 존재였으므로, 주위 환경의 지나친 자극에 압도된 나머지 주변의 감정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없이 일시적으로 그 감정에 몰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는 종종 악당들에게 억압당하는 이들을 돕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자운에는 자크의 존재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소문의 대다수는 자크의 도움에 관한 것이었지만, 공장이 파괴되거나 지하동굴 주변 지역에 크레바스가 생긴 것처럼 좋지 않은 일을 자크의 탓으로 돌리는 소문도 있었다.
소문은 마침내 타케다 남작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남작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자크를 되찾고자 신체를 증강한 깡패 무리를 보냈다. 남작의 연금술사들이 자크가 들어 있던 통에 남은 액체로 자크와 같은 생명체를 복제해보고자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타케다 남작은 자크를 되찾고 싶어 했고, 남작이 보낸 깡패들은 자크 부모의 집을 에워싸고 공격을 감행했다. 화학공학 연구자로서 방어를 위한 비책이 있었던 자크의 부모는 이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저항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했고, 결국 그들을 생포하라는 타케다 남작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자크의 부모는 죽음을 맞게 되었다.
자크는 자운의 깊은 지하 지층을 탐험하는 중 부모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자운의 배관을 타고 황급히 돌아왔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는 부모를 구하기에 너무 늦은 상태였다. 부모의 시신을 보고 자크가 느낀 압도적인 분노는 남작의 수하들이 지금껏 경험한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자크는 맹렬하게 몸을 뻗고 모든 것을 박살 내고 으스러뜨리며 공격했다. 슬픔과 분노로 인해 자크는 주변의 집 수십 채 또한 파괴했으며, 전투가 끝날 때쯤 남작의 부하는 모두 사망했다.
전투에서의 흥분된 감정이 의식에서 빠져나가자, 자크는 자신이 파괴한 집들을 보며 후회에 사로잡혔고, 부모가 하던 좋은 일들을 지속해 나가기로 맹세했다. 자신이 만든 폐허를 재건하는 작업을 마친 자크는 즉시 자운의 광대한 배관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 자크는 자운을 관통하는 굴과 동굴 속에 혼자 살면서 자운 시민들의 여러 감정 속에 푹 잠겨 있다. 이는 그를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도시의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모두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운 사람들 사이에서 자크는 일종의 도시 전설로, 바위틈이나 부서진 배관에서 나타나는 신비한 생명체로 알려지게 되었다. 보통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나타나는 자크이지만, 어려움의 시기가 닥쳐 자운의 분위기가 암울하게 변했을 때 출현하는 자크의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2. 보호


다섯 시와 여섯 시 사이의 황금 시간대.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팩토리우드의 사람들 대다수가 이때 일과를 마친다.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지만 그래도 그날의 업무는 끝이다. 일을 뒤로하고 따뜻한 저녁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이곳의 사람들은 착하고, 나는 언제나 내 젤리 같은 몸을 팩토리우드를 둘러싼 바위틈 속에서 기분 좋게 비틀곤 한다. 나는 갓 태어난 아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남자에게서 그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경계 구역 시장에서의 낭만적인 저녁 식사를 기대하는 부부의 행복감도 즐긴다.
사람들의 생각이 내게로 스며든다. 따뜻한 목욕을 하듯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가끔 너무 뜨거워져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사람 중에는 행복하지 않은 한둘이 있게 마련이다. 어찌 됐건 간 자운에서의 삶이 매우 퍽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있고 앞으로의 근무 시간을 생각하며 속을 끓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을 모두 흡수한다. 그런 존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쁜 감정들은 가끔 나를 화나게 하지만, 그에 대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부모님은 가끔은 나쁜 감정을 느끼는 것도 괜찮다고 가르쳐 주셨다. 나쁜 감정이 없다면 좋은 감정의 소중함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무리가 각기 제 갈 길로 흩어질 때까지 그들을 따라간다. 몇몇 나쁜 감정이 남아 내 머릿속으로까지 들어왔고, 이를 몰아내기 위해 나는 뭔가 좋은 일을 하기로 했다. 나는 한동안 고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손대지 못했던, 금이 간 환풍구로 스미듯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몸속의 금속 조각을 모으고, 이 조각들을 부정형의 몸에서 밀어내어 금이 간 곳에 댄 후 외피의 온도를 올려 용접했다. 모든 금 간 부분을 때우자 저 위의 필트오버에서 펌프실을 통해 내려오는 깨끗한 공기가 다시 흐르게 되었다. 덕분에 아래 자운의 거리에서 폐병을 앓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배관의 바닥으로 내려가면 지하동굴 지역의 윗부분에 다다른다. 이곳은 별로 좋지 않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얼마 안 되는 그것마저도 빼앗으려는 악당들이 많다. 화학 공장에서 흘러나온 독성물질과 오수로 가득한 오수 연못은 내가 연구실의 표본으로서 홀로 보냈던 시간을 기억나게 한다. 나는 그때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화가 나기 때문이다. 나는 화가 나면 의도치 않게 주위에 있는 것을 부술 때가 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싫기 때문에, 나는 별빛 상업지구의 숲 아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위틈에 들어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곳은 언제나 좋다. 밖에 나온 사람들이 갤러리를 구경하고 친구들을 만나며 저녁을 먹거나 배우들의 풍자 공연을 보러 간다. 분위기가 따뜻하고 친근한 이곳은 자운의 모든 것을 즐기며 잠겨 있을 수 있는 완벽한 장소이다.
외진 거리 아래를 통과할 때 찌르는 듯한 괴로움의 감정이 내게 파문을 일으켰다. 공포와 고통의 떨림이 액체로 된 내 살을 괴롭게 했다. 나는 이 감정이 싫었다.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이 괴로움은 지하동굴 지역의 저 깊은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그곳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자주 일어나는 곳이니까. 그런 나쁜 일이 여기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나는 이 감정이 점점 더 내게 스며들수록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이 감정이 더 퍼지는 것을 막고자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나는 내 몸을 한 금속세공사의 가게 아래를 지나는 부식된 배관으로부터 밀어 올렸다. 내 몸은 뒤틀린 마룻널 아래 공간을 채웠다. 마루에 설치된 창살 달린 통풍구를 통해 빛이 몇 가닥 들어왔다. 위에서는 화난 목소리들이 들렸다. 고함과 어떤 남자가 우는 소리. 나는 몸을 창살에 바짝 눌렀다. 내 젤리 형상의 몸이 갈라지고 창살 반대편에서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몸을 강하고 빠르게 밀어붙여 가게 안으로 들어와 다시 내 모습을 형성했다.
가게의 주인 남자는 무릎을 꿇고 있고 그 옆에는 복부에 깊은 상처를 입은 그의 아내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는 폐허가 된 가게 안에 서 있는 남자 네 명에게 팔을 뻗고 있었다. 나는 이런 놈들을 안다. 지하동굴 지역에서 늘 보는 놈들이다. 선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돈을 빼앗거나 생계 수단을 파괴해 버리는 깡패들.
가게 내부는 화학공학 램프로 밝혀져 있고, 램프 중 하나는 정육점에서 쓰는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들고 있었다. 반대쪽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고기를 매다는 갈고리가 붙어 있었다. 다른 세 남자는 근육질의 단순한 멍청이들로 캔버스 천으로 만든 작업복을 입고 두꺼운 확대 렌즈 고글을 쓰고 있었다. 내가 그들 위로 솟아오르자 그들의 멍청한 눈이 깜짝 놀라 커졌다. 나는 몸을 부풀렸고, 녹색을 띤 사지가 힘을 받아 팽창했다. 나는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입을 형성했다.
나는 이놈들을 정말 괴롭게 하고 싶었다. 그들의 감정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가게 주인을 괴롭힌 만큼 그들을 괴롭히고 싶었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마.” 나는 말했다.
내 오른팔이 날아가 첫 번째 놈을 날려버렸다. 그는 문 옆 금속 지지대에 처박혀 일어나지 못했다. 두 번째 놈은 무거운 철 곤봉을 휘둘렀다. 지하동굴 채집꾼들이 들고 다니는 초대형 렌치였다. 렌치는 내 몸 한가운데에 맞았지만 내 유연한 살에 즉시 빨려 들어갔다. 나는 몸을 굽혀 놈을 들어 올려 격자세공이 된 천장의 대들보로 던져 꽂아버렸다. 바닥으로 다시 떨어진 놈의 사지는 내가 봐도 불가능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세 번째 놈은 몸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를 따라잡아 팔을 대들보 쪽으로 뻗었다. 그리고 앞으로 몸을 튕겨 발을 놈의 등에 메다꽂았다. 놈을 바닥에 때려눕혔을 때, 놈들의 대장이 손에 달린 갈고리로 내 등의 중앙을 갈랐다.
아프다! 아, 얼마나 아픈지. 고통 때문에 몸의 응집력이 떨어졌다. 나는 녹색의 액체 방울 소나기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잠시 공간감을 잃은 내게는 세상이 수천 개의 다른 각도에서 보이고 느껴졌다. 대장은 나를 내려다보며 서서 듬성듬성 빠진 이를 드러낸 채, 나를 죽였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기뻐하며 바보 같이 웃고 있었다.
그 기뻐하는 모습이 증오의 마법 물약처럼 내 속을 흘렀다. 나는 이 감정을 느끼기 싫었다. 내가 배운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게 주인 부부를 돕기 위해서는 내 속을 채운 분노를 이용해야 했다. 이 분노를 저 악당들에게 쏟아부어야만 했다. 놈이 나를 완전히 죽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채 깨닫기 전 흩어진 나의 액체 방울이 모여 몸이 원상복구 되었다. 나는 바닥에서 밀려들 듯 몸을 일으켜 말뚝 박는 기계처럼 단단한 밀도로 그에게 충돌했다. 우리는 벽을 박살 냈고, 놈은 충격의 여파로 처참한 모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나는 분노가 서서히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벽에서 내 몸을 벗겨냈다. 그리고 가게 주인 부부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고는 인간과 비슷한 형체로 모습을 바꾸었다. 주인 남자는 공포와 두려움에 차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아내는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나는 그녀의 엄청난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녀 옆에 무릎을 꿇자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손이 부드러웠다. 나는 그녀의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는 즉시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그녀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 내 몸의 일부 조각을 잘라 그녀의 상처에 덮자 내게서 열기가 퍼졌다. 내 몸의 일부, 다시는 자라나게 할 수 없는 일부분을 남기는 것이지만, 기꺼이 줄 수 있었다. 그녀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준 내 몸 조각이 그녀의 상한 살을 치료하고 찢어진 조직을 회복시키며 상처가 난 복부를 자극해 재생되도록 했다. 가게 주인은 아내의 상처에 손을 대보고는 피부가 깨끗하게 나은 것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고마워요.” 여자가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힘을 그처럼 팽창시켜 사용하고 나자 기운이 빠지고 몸이 가늘어졌다. 나는 몸의 응집력을 느슨하게 풀어 바닥의 창살을 통해 흘러 배관으로 돌아갔다. 내 형체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바위틈으로 흘러 좋은 감정으로 가득 찬 장소로 돌아가는 것. 나를 재생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자운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좋은 것들을 느껴야 했다.
나는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
나는 느껴야 한다.

3. 구 배경


자크의 극도로 유연한 몸과 엄청난 힘을 목격한다면 당신도 아마 공포에 떨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애초에 그가 자운의 마법과학 공학 실험실에서 태어난 특수 병기 '변형 전투 크리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크는 마음씨 좋은 부부의 손에 의해 무기 실험실에서 구출되었고 심성 좋고 친절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 어떤 장애물이든 뛰어넘고, 엄청난 힘으로 적을 가차 없이 두드려 팰 수도 있는 이 다재다능한 거구의 전사는 자운의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영웅으로 성장했다.
오래전, 자운의 한 과학자 부부는 극한의 환경에도 견딜 수 있고 스스로 생물 구조를 변경하며 엄청난 운동 능력까지 갖춘 유기 물질을 개발해 냈다. 이 실험체는 숟가락 크기의 액체에서 작은 덩어리로 자라났고 어느새 지성까지 겸비하게 되었다. 실험체는 부부의 행동에 반응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경이로운 창조물은 부부의 손짓에 따라 앞으로 튀어나오고, 노래를 부르면 껑충껑충 뛰었다. 이내 과학자 부부는 이 존재를 단순한 실험체가 아니라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한 어린아이처럼 대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실험을 마친 부부는 실험체를 다시 우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실험체가 엄청난 슬픔에 젖어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떨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부부는 더 이상 자신들의 창조물과 그가 가진 감정을 방관할 수 없었다. 사랑스러운 창조물이 실험실을 벗어나 자유로이 살길 바란다는 것을 깨달은 둘은 더 이상 실험체가 살상 무기로 쓰이도록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부부는 어린 실험체에게 붙여진 프로젝트명, '자운 변형 전투 크리쳐'의 머리글자를 떼어내 자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리곤 자운 변두리의 조용한 마을로 자크를 데리고 도망쳤고 그를 친자식처럼 키웠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크는 여느 평범한 아이들과는 달랐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아이도 자크와 같은 힘과 유연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부부는 자크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법을 알려주고 능력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방법도 가르쳤다. 애정 어린 부부의 사랑과 보살핌 덕에 자크는 평화롭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해꾼들이 나타났다. 자운의 실험실에서 자크를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어떤 수를 써도 과학자 부부의 변형 전투 크리쳐 공식을 재현해 낼 수 없었던 실험실 측이 끈질기게 이들의 행방을 추적했던 것이다. 일가족을 찾아낸 연구원들은 실험체를 산산이 부숴버리겠다는 협박을 통해 자크의 부모를 납치했다. 게다가 그들은 부부에게 실험체를 생포하여 실험실로 돌려보내는 데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자유를 잃게 된다고? 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고? 두려움에 휩싸인 자크는 난생처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쏟아 납치범들을 제압했다. 이 착한 생명체는 실험실의 인부들에겐 위해를 가하지 않고 도망치도록 그냥 두었다. 그리하여 자크는 사랑하는 부모를 구출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부터 그는 사악한 계략만 꾸미는 악당 세력으로부터 평범한 주민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본래 살상 무기가 될 운명을 타고난 자크였지만 이제는 무고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게 된 것이다.
'''"척추 따위 없으면 어때, 당당히 맞서서 자기를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 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