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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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젊은 날의 초상
작가
이문열
장르
연작 장편소설
발표
문학사상 1979년 12월호 (그해 겨울)
한국문학 1981년 5월호 (하구)
세계의문학 1981년 여름호 (우리 기쁜 젊은날)
출간
젊은 날의 초상 (민음사, 1981)
1. 개요
2. 줄거리
2.1. 하구
2.2. 우리 기쁜 젊은 날
2.3. 그 해 겨울

너는 말이다. 한번쯤 그 긴 혀를 뽑힐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그 실천은 엉망이다. 오늘도 너는 열 여섯 시간분의 계획을 세워놓고 겨우 열 시간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 쓰잘 것 없는 호승심에 충동된 여섯 시간을 낭비하였다.

이제 너를 위해 주문을 건다. 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이 도와 반드시 떨어져라. 그리하여 주정뱅이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서 죽든 일찌감치 독약을 마시든 하라.


1. 개요


이문열의 연작 소설. SF식으로 말하자면 '픽스 업'소설. 유념해야 할 것은 각 장은 애초에 독립적인 중편소설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이야기의 연대순과 발표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소설적 시간은 '하구'→'우리 기쁜 젊은 날'→'그해 겨울'[1] 순이지만 실제 발표 순서는 '그해 겨울' →'하구'→'우리 기쁜 젊은 날' 순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문열이 이 작품을 실제로 탈고한 것은 등단을 하기 전이라는 증언이 있으니, 발표 순서와는 별개로 작품이 쓰인 순서는 연대순일 가능성도 있다. 이문열은 가운데 부분인 '우리 기쁜 젊은 날'을 제외한 '하구'와 '그해 겨울'을 자신의 중단편 전집에 수록하기도 했으니, 개별적인 작품으로서만 봤을 때 '그해 겨울'이 가장 뛰어나다고 보고 그 작품을 가장 먼저 발표했을 가능성도 없잖다.
사실 이들 중편의 주인공이 동일인이라고 할만한 명확한 증거도 없지만,(여기서 연관되지 않는 다는 것은, 하구와 그 다음 작품들과의 연관성이다. 그해 겨울에서 우리 기쁜 젊은 날의 김형이 언급되는 듯 약간의 연관은 있다.) 이문열이 자신의 젊은 시절의 정신적 방황을 소설화시킨 것을 한 사람의 일대기인 것처럼 묶어 장편으로 출간된 것이다. 어릴 때 읽어 보면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주인공의 치열한 정신 세계에 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지극히 문청(문학청년)적인 감수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1986년 드라마화도 되었고, 이때는 손창민이 주연이었다.[2] 이후 1991년 곽지균 연출, 정보석 주연으로 영화화도 되었는데 대종상에서 감독상 등을 받으며 그럭저럭 범작 수준은 된다. 영화화된 다른 이문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원작에 충실한 편. 하지만 하구 파트는 사실상 없어졌고 우리 기쁜 젊은 날 파트와 그해 겨울만 영화화 되었다. 영화를 반으로 나누어서 각각 앞 파트는 우리 기쁜 젊은 날, 뒷 파트는 그해 겨울을 다루는 식. 사실상 대학생활 부분은 40분 정도에 정리되기 때문에 영화의 2/3 정도가 그해 겨울 파트이다.
그리고 '그해 겨울'에서 짧게 언급되었던 술집 아가씨의 비중이 커져 이 부분은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을 떠올리게 만들어졌다. 또 김형의 죽음이 원작에서는 단순한 사고였는데, 영화에서는 민주화 투쟁중에 자살한 것으로 바뀌었다. 이문열은 그 때나 지금이나 소위 민주화 세력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지금 와서 보면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각색이다. 다만 영화화 시기에는 아직 데모의 불길이 꺼지지 않았던 것도 있고, 원작자가 이문열이라는 걸 잊고서 본다면 영화적으로는 맞는 귀결일 수도 있다.
소설 배경으로 창수령이라는 고개가 나오는데 영양군영덕군 사이에 있는 실존 지명이다.

2. 줄거리



2.1. 하구


극중 화자인 '나'는 이영훈으로, 하구에 와서 대학 입시 준비를 하는 한편, 형의 모래 채취 사업을 돕다가 장티푸스에 걸려서 투병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황이라는 어떤 병든 남자를 알게 되고, 그 여동생과도 친교를 가지게 된다.
'나'가 하구에서 알게 된 사람 중엔 모래 장사를 동업하는 박용칠과 최광탁이 있는데, 둘은 친하게 지내다가도 툭하면 싸운다. 이유인 즉슨, 박용칠의 딸은 최광탁을, 최광탁의 아들은 박용칠을 닮았기 때문에 술만 마시면 그 이야기를 하다가 다투게 되는것. 후에 최광탁이 암에 걸려 생명이 위독해지는데, 최광탁의 임종 자리에서야 둘은 이 응어리를 풀게 된다.
한편 형은 사업을 그만 두게 된다. 그리고 '나'와 친교를 나누던 병든 황과 여동생은 사실 계모에게 돈을 받던 것이 아니라 여동생이 내연 관계를 맺은 남자에게 돈을 받던 것이였고, 황은 그것이 치욕스러워 떠나려 했던 것이다. 오래잖아 요양원으로 떠난 황은 죽어버렸고, 여동생은 내연관계를 알고 찾아온 본처에게 시달리다가 자해 시도를 한다. 그리고 이미 대학에 합격한 '나'는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떠난다.
그리고 '나'와 친구로 지냈던 서동호라는 사람은 어느날 이복형이 찾아오자 충격에 빠진다. 서동호의 아버지는 사실 빨치산으로, 후퇴 때 가족을 버리고 바다로 도망쳐서 하구에서 숨어 지냈던 것이다.
훗날 돌아왔을때는 강진은 없었고, 낯선 도시가 있었다. 우연히 만난, 부동산 투기 붐으로 졸부가 된 옛 술 친구를 만나 강진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황의 여동생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자 그는 나를 차에 태워 어딘가로 향한다. 이제는 중년이 되어버린 그녀는 룸살롱 마담이 되어 있었고, "유적이 끝났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아직이라 대답하며 끝난다.

2.2. 우리 기쁜 젊은 날


'나'는 대학에 진학해서 청춘을 소비한다. 그러던 중 문학동인회에 참가하는데, 온갖 뻥으로 회원들을 놀리지만, 체호프의 단편 소설을 표절해서 자기가 쓴것인양 발표한 것이 들통나 강퇴당한다. 당시 국내에서 미번역된 작품이라고 소개되었는데, 같은 서클의 불문과 3학년 학생이 그걸 '''원서'''로 읽은 적이 있어 들통났다.
그러다가 혜연이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신분 차이로 헤어진다. 혜연은 전형적인 중상류층의 부르주아였고, 주인공은 힘겹게 검정고시를 마치고 대학에 온 신입생이다.
중간에 작중 화자가 창작한 동화가 나오는데, 한 나그네가 해를 찾으려고 발에 땀나게 뛰지만 끝내 이룰 수 없었다는 내용으로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바치는 글이다. 혜연과 썸 타고 있을때쯤, 그녀에게 빌린 노트를 건네주면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혜연은 "해를 따다 달라"고 한다.
결국 술에 빠져서 인생을 허비하게 된다. 그러던 중 친하게 지내던 김형이 뇌진탕으로 사망해 충격에 빠진다.

2.3. 그 해 겨울


'나'는 '방우'라는 시골 술집의 잡일꾼 노릇을 하며 지내다 때려 치고 바다에 가던 중, 어느 한 지식인을 만난다. 그는 과거 반체제 단체에 소속이었는데, 콩밥을 먹게 한 밀고자를 암살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 사람 외에도 밀고자를 암살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은 많았으나, 출옥 후 안락한 일상에 빠지거나 병으로 죽어 이제 그 하나만 남았던 것이었다.
주인공은 그와 헤어졌다가 바닷가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미 암살을 포기한 후였다. 찾고 보니 밀고자는 이미 막장 생활에 지쳐 폐인이 되어 있었다고. 그는 살려두는 게 고통이라며 허세를 부린다. 주인공도 오랫동안 꿈꿔온 자살을 포기하고 약병과 유서를 바다에 던져 버린다.
훗날 주인공이 찾아보니, 그 지식인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1] 처음 발표되었을 때 제목은 그 겨울이었다.[2] 원래는 정보석이 5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이 되었으나 연기력때문에 하루만에 잘리고 대신 감독에게 빌다시피해서 다른 작은 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아래 줄거리 가운데 1부 '하구' 부분에 등장하는 친구 '황' 배역을 맡았다.) 정보석이 훗날 예능등의 방송에서 종종 얘기하는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