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바둑
1. 개요
바둑에서, 실력차가 나는 상대에게 돌을 미리 몇 개 놓고 시작하는 것. '몇점 깔고 한다' 로도 부른다. 접바둑 중에서 백에게 주는 덤 없이 맞바둑처럼 두는 것을 정선(定先)이라고 하며, 백에게 덤을 주고 두는 것을 맞바둑 혹은 호선(互先)이라고 한다. 프로기사들의 경기는 일반적으로 호선으로 진행된다.
2. 상세
바둑 실력, 즉 기력(棋力)이 높아질수록 정석, 포석, 사활, 행마에 대한 정보와 감각이 향상되기 때문에 기력차가 나면 맞바둑으로 이기기 어려워진다. 기력이 낮은 사람들끼리 두면 오히려 사활을 착각하거나 해서 대마가 침몰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꼼수가 잘 통하지 않는 정도의 사람들끼리 두면 한두단계 차이만 나도 맞바둑에서 이기기 매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하수인 쪽에서 공정성을 위해 돌 몇 개를 놓고 두며 이를 접바둑이라 한다. 과거 프로와 아마 6~7단의 기력차를 확인하기 위해 10번의 대국을 두어 한쪽이 연승할 경우 치수를 오르내리는 방식의 이벤트를 하기도 했었다. 결과는 맞바둑까지 가지 못하고 정선~2점 정도의 차이에서 놀았다.
아주 드물게 미리 놓는 돌의 위치를 하수가 정할 때도 있고 게임에서는 그런 규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화점에 돌을 놓는다. 9점은 모든 화점에 돌을 놓는 것을 시작으로 7점부터는 위 아래의 양 변을 비워두고, 5점부터는 네 변을 비우고 3점은 귀 하나를 비운다. 최종적으로 1점인 정선에서는 미리 돌을 놓지 않고 흑이 덤 없이 선수로 진행한다.
참고로 접바둑에서는 덤이 없어서 무승부가 나올 수도 있다. 다만 기력차가 나면 끝내기에서 무승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반집승부가 자주 벌어지는 프로경기와 달리 실제 접바둑에서는 보기 힘든 편. 게임에서는 무승부를 방지하려고 한쪽에 0.5집을 주는 경우도 있다.
3. 목록
공식적으로는 9점까지지만 비공식적으로 25점, 장난식으로 둘 때는 한술 더 떠서 여기에 돌을 더 놓기도 한다. 접바둑에서 돌을 두는 방식은 여기를 참고하자.[1]
과거 바둑 책자가 좀 있었을 때는 접바둑에 관련한 책도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보기 좀 힘들어졌다. 인터넷에서 주문하거나 큰 서점에 가야 몇 권 구할 수 있다.
- 9점, 8점
9점은 상술했다시피 모든 화점에 돌을 놓는다. 8점은 거기에서 중앙에 있는 돌 하나를 뺀다. 백이 어디에 걸치더라도 안전지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전략이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8점 이상의 접바둑은 기력 향상이나 대국 내용이나 의미가 없다고 보고 7점은 되어야 두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 7점, 6점
7점은 9점에서 위아래의 돌을 뺀다. 6점은 거기에서 중앙에 있는 돌 하나를 뺀다. 흑은 양변을 지키면서 모양을 크게 키우거나 백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는 식으로 운영하고, 백은 위아래에 근거지를 조금이나마 마련하고 빨리 흑의 양변 진영을 깨는데에 집중하게 된다. 8~9점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흑에게 양변 삼연성을 주고 시작하기에 의미가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 5점
네 귀의 화점에 돌을 하나씩 놓고 거기에 중앙에 하나 더 놓는다. 이때부터는 네 변이 모두 비어있기 때문에 상수나 하수나 여러가지 전략을 짤 수 있다. 먼저 상수의 화점 걸침을 무시하고 나머지에 삼연성을 깔아 대모양을 만드는 '세 수 손빼기'전략, 중앙에 있는 흑 한점 때문에 어지간하면 중앙에서 백이 큰 집을 만들기 힘들기에 귀를 철저하게 지키면서 변을 파먹고 실리로 이기려는 전략 등 본격적으로 여러가지 판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 4점
5점에서 중앙에 있는 돌 하나가 치워진다. 돌 하나만 치워졌음에도 바둑판이 확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중앙에 흑돌이 있을 때는 중앙 싸움과 축머리 등에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으나 이것이 없어졌다. 이를 통해 백은 공격을 당해도 여유가 많아졌기 때문에 4개의 화점에 모두 걸치고 판을 쪼개는 전략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돌 하나가 치워질 때마다 흑에게 지워지는 어드밴티지가 더욱 커진다.
- 3점, 2점
3점은 4점에서 좌상귀의 흑돌 하나가 치워진다. 2점은 좌하귀, 우상귀 이렇게 두 곳에 화점을 하나씩 놓는다. 이때부터는 아예 빈 귀 하나가주어져서 백은 귀 하나를 차지하고 흑은 삼연성을 깔거나 백에게 바로 걸치는 등 포석을 짜는 능력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자칫하면 포석 단계에서 돌을 미리 놓는 어느밴티지가 사라질 수 있는 구간이므로 정석 선택도 상당히 중요해진다.
여기는 아예 미리 까는 돌 없이 맞바둑일 때와 같은 조건으로 시작하고, 덤만 없어진다. 흑이 세 귀를 차지할 수 있는 두 점과 흑백이 두 개씩 나눠갖는 정선의 어드밴티지 차이가 접바둑 중에서 가장 크다. 그러다보니 좀 더 세밀하게 기력차를 측정하기 위해 정선에다 흑 쪽에 덤을 몇 집 더 얹어주는 경우도 존재한다. 반대로 여기서 백에게 덤을 주고 두게 되면 일반적인 맞바둑인 호선(互先)이 된다.
3.1. 기력차에 따른 접바둑
1단계 차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다.
- 1단계 구분: 1점을 1단계 차이로 본다. 단계별로 돌을 하나씩 늘려나가면 된다. 한국기원 기준 프로와 아마의 접바둑 기준에 사용된다.
- 아마 7단 - 정선
- 아마 6단 - 2점
- 아마 5단 - 3점
- 아마 4단 - 4점
- 아마 3단 - 5점
- 아마 2단 - 6점
- 아마 1단 - 7점
- 3단계 구분: 1점을 3단계 차이로 본다. 과거 단의 권위가 높았을 때 프로기사간의 단수 차이를 구분하는데 사용했다. 물론 대회에서는 무조건 호선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승단대회나 10번기 등에서만 사용되었다.
4. 기타
과거 홍성지 九단이 이창호 九단에게 배우던 시절 7점 접바둑을 두었는데, 판이 정말 새까맣게 물들 정도로 뒀는데도 졌다는(...) 일화가 있다.
바둑TV에서 응모를 통해 아마추어에게 프로와 접바둑을 두고, 승리하면 해당 기력에 맞는 단증을 발급해주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다. 해설은 이현욱 八단. 보통은 자기 기력을 과신한건지 프로에게 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몇 번은 승리했다. 한 중년 남성은 이현욱 해설도 놀랄 실력으로 3점(!) 접바둑을 승리하여 아마 5단 자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참고로 프로에게 3점을 접는 것이랑 아마 1단에게 3점을 접는 것이랑은 천지차이이다. 프로에게 2~3점이면 일반인으로서는 정말정말 잘 두는 것이며 다른 스포츠로 따지면 거의 준프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가끔 상수 쪽에 제한시간 페널티를 주기도 하는데, 하수에게 시간을 많이 주면 유단자급 이상의 상수들은 하수가 생각할 때 미리 다 생각해두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된다(...). 그래도 하수가 곤란한 수를 두면 상수쪽이 시간에 쫓길 테니 의미가 없지는 않긴 하다.
바둑 인공지능은 덤이 있는 대국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현재로서는 인공지능과 접바둑을 둘 때에도 백에 덤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1] 참고로 링크의 블로그에서는 45점 접바둑까지 설명하고 있는데, 블로거 왈 저건 자기랑 프로 九단이랑 둘 때도 안 쓴다고...[2] 역사적 의미에서 호선은 덤이 없는 상태에서 흑백을 잡는 횟수를 동등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3] 3판을 두어 하수가 흑 2번, 백1번을 잡음[4] 3판을 두어 하수가 흑 2번, 2점 1번을 잡음. 이하 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