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이와 산신령
1. 개요
백두산 옥설봉 산의 전설 겸 전래동화.
2. 줄거리
오래 전 백두산에 큰 화산폭발이 있었던 일이다. 화산폭발로 인해 백두산 전역에 있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다 죽고 천명이라는 한 청년만 살아남았다. 천명은 모든 게 사라지고 자신만 남았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다음 서둘러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한참 산을 오를 무렵 천명의 앞에 푸른 빛 깃털이 영롱한 아름다운 파랑새 한 마리가 천명의 앞에 날아와 어디론가 안내를 시작했다.
파랑새의 안내로 작은 동굴로 왔을 때 보리이삭 다발 옆에 한 처녀가 정신을 잃은 채 누워서 신음만 하고 있었다. 천명은 파랑새가 옮겨놓은 걸로 보이는 보리이삭들을 까서 근처에 있던 작은 샘물을 가까이 있던 우묵한 그릇모양 돌에 담아 그 안에 보리알들을 넣고 불을 피워서 미음을 끓였다. 끓인 미음을 처녀의 입에 넣어주자 처녀는 점차 기운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밤낮없이 처녀를 간호하던 천명은 지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한 백발 노인이 나타나 처녀가 겨우 고비는 넘겼지만 정신이 들려면 옥설봉의 선단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뒤 어디론가 떠났고 천명은 노인을 쫓다가 잠에서 깼다. 어떻게든 처녀를 살리기 위해 옥설봉으로 가기로 한 천명은 일단 길을 떠나기로 했지만 옥설봉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파랑새가 길을 아는 듯 하니 그 새를 따라 서둘러 길을 떠났다.
49개의 봉우리를 겨우겨우 넘고 마지막 50번 봉우리 정상에 오르자 한 궁궐이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큰 복도가 있었다. 연달아 세 개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약 향기가 났고 신선들이 선단을 굽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꿈에서 본 백발 신선이 호랑이가죽으로 둘러싼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신선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천명이 여기 올 줄 알고 파랑새 시종을 보내 이곳으로 안내한 것이라 얘기하고 하얀색, 검은색,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선단을 주며 검은 선단은 정신이 들게 하고 노란 선단은 몸의 기운을 되찾게 하고 빨간 선단은 혈색이 고르게 돌게 하며 하얀 선단은 기력을 되찾게 하고 푸른 선단은 완전한 회복을 하는 효능이 있으며 소개한 순대로 먹이면 처녀가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천명은 신선에게 감사해하면서 절을 올렸다. 서둘러 산을 내려가려 하니 자신이 옥쟁반 위에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옥쟁반은 천명이 있던 동굴 앞에 도착했고 천명은 서둘러 신선이 당부한 대로 선단을 순서에 따라 물에 풀어서 먹였다.
처녀는 천명이 주는 순서대로 선단을 받아먹으며 기운을 차리고 천명이에게 자초지종을 듣자 무척 고마워했다. 알고 보니까 처녀 역시 폭발에 살아남은 생존자인데 우연히 땅이 붕 솟아올라 그 충격으로 기절한 상태에 천명을 만난 것이다. 이후 천명이 마지막 푸른 선단까지 먹이자 처녀는 완전히 회복했고 천명과 결혼해 다섯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다.
파랑새 역시 천명 부부의 집에 보리이삭들을 밤낮없이 전해주었고 닷새가 되던 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왔을 때 보리밭이 풍성하게 있는 걸 보고 기분좋게 지저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