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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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쿠키.본성에 따르는 삶과 일, 거의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쿠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원료로 영혼을 빚어내고 부여하는 과정을 더없이 즐기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2. 초기 정보
3. 스킬[3]
4. 평가
5. 대사
6. 배경 스토리
6.1. 1장. 영혼의 기념
눈썹, 눈, 코, 입술.
그린 대위는 손이 눈앞에 있는 조각상을 구석구석 어루만졌다. 집중한 눈빛과 떨리는 손끝 에서 조각상의 아름다움에 정복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여인은 누구지? 성경에 나오는 천사인가?」
「아뇨, 조각상의 모델은...」
내가 대답하려 하자 마스터가 내 옷자락을 살며시 잡았다.
「저희 조각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마스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 그럼 이 교회는 그녀의 지도하에 설계한 건가?」
「...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 수정해야 합니다...」
마스터는 시선을 외면한 채 고개를 숙이고 두꺼운 안경을 밀어 올렸다. 잘 씻어지 않는 석재로 얼룩진 손을 허둥지둥 등 뒤로 감췄다.
「이 편지를 자네들의 선생님에게 전해주게. 아주 마음에 드는 설계야. 그녀와 함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군. 그녀가 돌아올 때 다시 방문하겠네!」
나와 마스터는 그린 대위를 교회 입구까지 배웅했다. 그는 말에 올라 채찍을 휘두르며 떠났다.
시찰하러 온 황실 인원이 마침내 떠나 한시름 덜었다. 뒤들아보니 마스터가 편지를 든 채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린 대위가 떠난 방향이었다.
나는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마스터?」
그녀는 깜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가자. 오늘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잖아.」
나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붉어진 귓불을 쳐다보며 뒤따랐다.
「왜 제가 사실대로 말하게 두지 않았어요?」
「그, 그게...」
마스터는 종종걸음을 하면서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제 조각상은 전부 당신을 모델로 삼은 거란 걸 알잖아요. 다른 인간의 얼굴은 전부 마음에 안 들어요.」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쿠키...」
「네?」
「누구도 내가 저 조각상의 모델이란 걸 안 믿을 거야, 절대.」
그녀는 몸을 돌려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써요? 나보다 당신 영혼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영혼 ...영혼이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넌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일그러진 입가, 구겨진 편지, 그녀는 울먹이며 멀리 달아났다.
6.2. 2장. 아름다운 장식
이렇게 나와 마스터는 처음으로 냉전 상태에 빠졌다. 교회의 설계 작업이 거의 막바지인데다 외출할 기분이 아니어서 나는 조각실에 머무르며 조그마한 조각상을 만들었다.
한 번은 내 「부주의」로 조각에 칼질을 한 번 더 한 적이 있다. 거기서 튀어나온 여우는 화를 내며 조각실 바깥으로 도망쳤다. 나는 그 뒤를 쫓다가 "때마침" 비둘기를 품에 안고 들어오는 마스터와 마주쳤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여우를 보고 뭔가 생각하더니 곧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것도 이제는 쓸모없구나. 예전에는 너희를 가장 좋아했는데.」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안고 있던 여우를 들어 입김을 불었다. 여우는 잠시 낑낑거리다 눈의 생기가 사라지면서 평범한 여우 조각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여우 조각상을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하며 마스터의 방문 앞으로 갔다.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쓰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 문을 막아섰다.
「왜, 왜 왔어?」
「아직도 그 대위에게 편지 써요?」
「......」
「아니면 존재하지도 않는 '선생님'의 이름으로 편지 쓰는 거예요?」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계속 이러면 마스터에 대한 오해만 깊어질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거 말고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다른 방법이 없잖아!」
「사실대로 말할 수 있죠. 정말로 당신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는 친구라면, 틀림없이 이해해 줄 거예요.」
「안돼, 대령에게 말하면...」
마스터는 입을 열었다가 모든 가정을 집어삼키고는 끝내 고개를 돌렸다.
「어쨌든 나는 말 안 할 거야.」
한평생 살면서 처음으로 나는 인간처럼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필요하다면, 제가 당신의 외모를 저 동상처럼 만들어줄 수 있어요.」
마스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통 속에 살게 되겠죠.」
「그딴 건 두렵지 않아!」
6.3. 3장. 완벽한 주제
나는 인간이 완벽을 추구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신은 예술이 불완전한 미를 지닐 수 있도록 비너스의 양팔을 자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한데 왜 인간은 여백을 가지고 태어났으면서 결점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아냐, 그냥 신경 쓰지 말자. 식신으로 살아가는 이상, 마스터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가장 중요한 의무니까.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 한 손으로는 조각칼을 만지작거리며 자세를 취한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마스터를 건성으로 바라보았다.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권태감이 일려왔다. 나는 조각칼을 내려놓고 하품을 하며 바깥으로 향했다.
「어? 쿠키, 어디 가?」
「피곤해서요. 내일 계속해요.」
예전에는 마스터에게 내 조각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아무리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마스터가 자발적으로 나서도 얼굴을 조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녀의 소원을 들어준 이후, 우리의 관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멀어졌다.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말 같이 안 갈 거야?」
교회에 부는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나부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가시죠, 부인. 대위님이 마차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교회에는 언제든지 돌아오실 수 있어요.」
하인이 다가와 그녀의 트렁크를 정중히 가져갔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나는 여기 있을 거니까.」
나는 담당히 웃었다.
마스터는 고개를 주억거리다 나를 안아주었다.
「고마워, 쿠키.」
그녀는 내 귓가에 대고 울먹이며 말한 다음, 돌아서서 입술을 꾹 깨물고 마차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
바람 한 줄기가 우리 사이의 거리를 빠르게 갈라놓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오랜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조각실로 돌아왔다.
그 뒤로 흐른 시간 속에는 내 조각상이 곁에 있었다. 그들은 진실되고 배신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6.4. 4장. 흥미로운 기능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는 상관없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관심 없다. 그저 가끔 아무 일도 하지 않아 무료할 때가 있었다.
이럴 때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여우 조각을 시작했다. 여우 조각상은 생명이 깃들더니 작업대를 뛰어 내려와 잽싸게 교회를 빠져나갔다.
나는 여우를 따라 도망갔다.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건지는 모른다. 이런 미지야말로 내게 필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이런 추격전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겁지만, 최근 작은 사고가 있었다.
내 작은 여우가 교회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문 앞에 서 있던 한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낯선 이는 선 채로 굳어버렸다.
방문자는 여우의 목덜미를 낚아채 들더니 여우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놓아주지 않고 관찰했다. 나는 서둘러 다가가 상대방의 손에서 여우를 구한 다음 안심시켰다.
「그건 뭐예요?」 상대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문 뒤의 구름이 잠시 태양을 가리자 역광을 받은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불꽃처럼 화려한 빨간 머리, 붉은 눈동자에 스치는 한 줄기 금빛, 땅에 끌리는 검은 치마와 가늘고 우아한 자태. 차분한 인상을 가진 그녀는 낯설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코끝에는 붉은 주근깨가 점점이 박혀 있어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섞여 있었다.
이렇게 창작욕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은 오랜만이다.
「그건 뭐예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제 여우예요. 마음에 드나요? 그럼 당신에게 줄게요.」
나는 여우를 그녀의 품에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살아있는 거 아니잖아요.」
「네?」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봤지만 이 사실을 알아낸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미드가르에 나타나는 시체들도 이렇죠.」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음... 그것도 들켰네요.」
「당신은 죽은 자의 영혼을 여기에 가둬 놓고 그들의 육체를 사물로 바꾸죠.」
「죽은 자라면... 그 인간들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요, 제가 그랬어요.」
나는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이유를 묻는다면 아주 간단해요. 저는 식신이기 때문에 인간을 돕는 게 즐겁거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이 화끈거렸다. 담금질한 긴바늘이 내 목에 닿아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얼굴은 무표정이었지만 머리를 가웃거렸다.
「원인과 결과를 말해요, 숨기지 말고.」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누군데 제가 당신의 말을 들어야 하죠? 이유는?」
웃고 떠드는 틈에 나는 손가락으로 선을 그었다. 교회의 양쪽 벽에 있던 두 개의 조각상이 살아 움직였다. 이럴 때 천사와 악마를 따지는 건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쓸 수 있으면 된 거지.
「가라, 너희에게 맡길게.」
대천사와 대악마가 우르르 몰려와 그녀를 에워쌌다.
나는 여우를 데리고 멀리 있는 벤치에 앉았다.
「살살해, 얼굴에 상처 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