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론(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1. 장문 배경
3. 구 배경


1. 장문 배경


탈론은 뒷골목의 아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는 따뜻함이나 친절함 따위의 감정을 배우지 못했다.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장면은 컴컴한 녹서스의 지하 통로와 손에 꽉 잡히는 검 한 자루가 전부였다. 탈론은 저 혼자의 힘으로 녹서스의 음침한 뒷골목에서 성장했으며 그날그날 연명하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짤랑대는 동전과 등을 기댈 수 있는 담벼락이 탈론에게는 가장 편하고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는 손기술이 누구보다 날렵했을 뿐만 아니라 도둑질을 잘했으며 계산이 무척 빨랐다. 탈론의 뛰어난 검 실력을 두려워한 녹서스의 여러 길드는 그를 살해하기 위해 종종 암살자들을 파견했다. 길드의 대장들은 탈론에게 자신의 밑에서 일하거나 암살자의 손에 죽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종용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탈론은 암살자들의 시신을 녹서스의 해저에 버리는 것으로 응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암살 시도는 한층 더 빈번해졌다. 어느 날 또 한 번의 기습이 있었다. 탈론은 자신을 공격해온 자와 검으로 힘을 겨루는 결투를 벌였고 탈론으로서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암살자가 탈론의 검을 빼앗고 그를 바닥에 메다꽂은 것이었다. 암살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뒤 쿠토 장군이었다. 장군은 탈론에게 자기 손에 죽든가 녹서스 사령부의 스파이로 일하라고 말했다. 탈론은 장군의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오직 한 사람, 자신을 쓰러뜨린 뒤 쿠토 장군만을 존경하고 모시며 오로지 장군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탈론은 언제나 뒤 쿠토 장군의 지령을 따라 움직였다. 그림자 속에 숨어다니며 차가운 프렐요드의 땅에서부터 데마시아의 심장부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비밀 작전을 수행하였다.[1] 장군이 실종되었을 때 아마 탈론은 다시 자유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뒤 쿠토 아래 일하면서 장군을 향한 그의 존경심은 이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는 장군의 소재를 찾는 데 점점 집착하게 됐고, 결국 뒤 쿠토를 납치한 자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떠났다.

2. 칼날의 이름


해당 문서 참고.

3. 구 배경



3.1. 리그의 심판


'''후보''': '''탈론'''
날짜: CLE 21년, 8월 23일
'''관찰'''

탈론이 경계심과 기대감을 내비치며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서 대회랑으로 들어온다. 무지한 자들은 그가 부주의하다고 여길 지도 모르지만, 통찰력 있는 관찰자라면 탈론이 주위의 모든 것을 의식하고 있음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탈론의 시선은 날카롭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있다. 그는 복도의 끝에 서있는 거대한 한 쌍의 문 앞으로 바삐 걸어가 그 문을 무감정하게 살펴본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성찰의 방을 지나 훨씬 먼 곳에 있었고, 그 안에 있는 것은 분명 그가 반드시 지나가야 할 장애물이지만, 그에게 방해가 될 만한 것은 아니었다. 탈론은 망설이지 않고 손에 검을 든 채로 안으로 들어간다.

'''성찰'''

탈론은 땅에 쓰러진 채로 바닥에 깔린 검은 돌멩이들 사이의 흙투성이 틈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위에 펼쳐진 세상을 한 번에 조금씩 인식할 수 있었다. 먼저 하수도의 악취가, 그리고 "멈춰라", "도둑이다", 하는 멀리서 먹먹히 들려오는 외침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썩은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들이 구석에 가득 쌓여있는 골목길의 막다른 벽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탈론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이 골목길은─그리고 녹서스의 빈민굴은─너무나도 익숙했다.

탈론은 몸을 굴려 손과 무릎으로 바닥을 짚었다. 흙투성이가 된 깡마른 그의 팔다리는 갓 생긴 상처로 따끔거리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외침 소리가 그를 향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놈을 찾아!"

탈론은 자신의 공포를 애써 가라앉히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의 눈이 골목길의 어두운 구석에 쓰레기와 폐기물로 반쯤 뒤덮여 있는 썩은 나무 판자에 머물렀다. 탈론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그것을 향해 다가가 그 썩은 판자를 집어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 아래에 있는 작은 구멍 너머의 통로는 골목길 벽 밑을 지나 끝없는 어둠 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탈론은 고통을 느끼며 재빠른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어 그 구멍 속으로 떨어진 다음 판자를 다시 제자리로 밀어 구멍을 숨겼다.

탈론이 숨어있는 은신처의 바깥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낮게 울려퍼지는 동안 탈론은 축축한 흙벽에 등을 기댔다. 그를 쫓던 자들의 발소리가 물러나고 투덜대는 목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탈론은 그 자리에서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탈론은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그가 헐떡일 때마다 쥐와 하수의 썩은내로 가득찬 축축한 공기가 그의 폐 속으로 들어왔다. 그를 휩쌌던 흥분이 점차 사라지자 배고픈 위의 묵직한 아픔과 그보다 날카로운 분노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케이빈은 어디 있었던 거야?" 그가 혼잣말로 으르렁대며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계획은 간단했었다. 그들의 목표는 시장 끝자락에 서있는 과일 상인의 손수레였다. 케이빈이 신호하면, 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일을 저지르는 동안 탈론이 가능한 한 많은 과일을 집어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호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몇 분 뒤 탈론이 자신의 가방을 쿠뭉구 딸기로 채우는 동안 시장의 절반은 되는 사람들이 그를 눈치채고 말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빈민굴 사이로 도망치는 동안 탈론은 그 가방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프도록 굶주린 위밖에 얻은 것이 없는 탈론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탈론은 몸을 돌려 통로 사이를 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바닥이 축축하고 차가워지면서 그의 손가락과 무릎에서 쿨쩍이는 소리가 났다. 그물처럼 얽힌 하수도와 연결되어 있는 녹서스의 수많은 지하실들과 이어진 한 낡은 수도관에 다다랐던 것이다.

케이빈이 날 실망시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까, 하고 탈론이 경사진 통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배고픔에 아파하는 위장과 힘을 잃은 팔다리의 무게에 그는 저도 모르게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서 혼자서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던 성공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마침내 수도관이 넓어지며 임시변통의 가구들과 쓰레기 더미로 가득찬 작은 방 하나가 나왔다. 방의 서쪽 면에는 벽 대신 낭떠러지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녹서스에서 나온 하수로 더럽혀진 강물이 도시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탈론은 수도관의 좁은 공간 안에서 몸을 비튼 뒤 아래로 뛰어내렸다.

"살아 돌아왔구나!"

탈론이 몸을 휙 돌렸다. 케이빈이 수도관의 입구 아래의 벽에 기대선 채로 성냥 하나를 켜고 있었다. 그 불꽃은 탈론과 비슷한 나이에 그만큼이나 거칠고 더러운 모습을 한 헝클어진 갈색 머리의 소년을 비추었다.

"너 어딨었던 거야?" 탈론이 으르렁거렸다.

"그런 것보다," 케이빈이 불이 켜진 성냥을 아래쪽의 작은 쓰레기 더미에 떨어뜨리자 거기에 불이 옮겨붙으며 방 안을 깜박거리는 불빛으로 채웠다. "뭐 얻은 거 있어?"

"쿠뭉구 딸기." 탈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가방을 떨어뜨렸어. 도망치다가."

케이빈의 얼굴에 약간의 불안이 떠오르는 것을 본 탈론이 보통 자신들이 훔쳐낸 음식을 모아두는 상자를 향해 방의 한쪽 구석으로 눈을 돌렸다. 그 상자는 거의 비어있었다. "아."

"너 어딨었던 거야?"

케이빈이 손을 들어올렸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가 말했다. "내가 찾은 게 있어." 케이빈이 누더기가 된 가죽 허리띠를 잡아당기며 탈론이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두 개의 검집을 보여주었다. 케이빈이 거기서 한 쌍의 단검을 뽑아내자 불꽃에 검날이 금처럼 빛났고, 탈론의 눈이 커졌다.

"들어봐," 케이빈이 말하자 탈론이 탐욕으로 가득찬 눈을 단검에서 간신히 돌렸다. "이거 팔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음식을 잃어버린 것도 이거면 해결될 거야."

탈론은 순간 발끈했지만, 케이빈의 말은 생각보다 그를 훨씬 덜 동요시켰다. 그는 마치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했다가는 손바닥이 반으로 잘리기라도 할 것처럼 뻣뻣이 펼쳐진 케이빈의 손 위에 놓여진 한 쌍의 단검을 다시 바라보았다.

"시장 술집 근처에 있던 한 주정뱅이한테서 훔쳤어." 케이빈이 설명했다. "그 쪽에 가있었거든. 내 생각엔- 어, 그러니까 이거면 며칠 동안은 먹고 살 수 있잖아? 그래서…"

케이빈이 계속 변명했지만 탈론은 그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있지 않았다. 탈론이 팔을 뻗어 단검 하나를 집었다. 손에 든 단검을 바라보자 그 조잡함이, 그 균형이 어긋난 무게가, 갈라진 칼자루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전투는 커녕 고기 자르기에도 부적합한 물건이었다. 검날에는 닳고 닳은 홈이 세 개 나있었고, 탈론은 그 날카로움을 느껴보려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날을 훑었다. 하나, 둘, 셋.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 그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 단검이 그에게 어떤 힘을 불어넣어준 듯한 느낌이었다.

케이빈이 말을 멈추고 상자에서 남은 감자를 꺼내려 몸을 돌렸다. 이 멍청한 놈 때문에 내가 거의 잡힐 뻔했지, 탈론이 생각했다. 그의 마음 속에 다시 한 번 증오의 불꽃이 매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녹서스의 방식대로라면 자신이 분명히 죽고 말았을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탈론이 검날에 난 홈을 따라 다시 한 번 검 위로 손가락을 훑었다. 녹서스의 방식… 이전에도 거리에서 속삭이는 말로 들어본 적이 있었다. 가장 강한 자들은 시궁창에서 기어올라갈 수 있다. 무기는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무기는─단검과 같은 간단한 것일지라도─생존에 더없이 중요한 도구였다. 그가 끊임없이 들어왔던 또 다른 속삭임이 마음 속에서 울려퍼졌다. 강한 자들은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한다.

탈론이 단검을 단단히 쥐고 앞으로 돌진하며 케이빈의 목을 향해 단검을 뻗었다.

…하지만 케이빈은 몸을 돌려 탈론의 손목을 붙잡으며 공격을 막아내었다. 탈론은 충격을 받았다. 뭔가 잘못되었어, 그가 생각했다. 손에 묻은 피를, 처음으로 하수도에 떨어뜨린 시체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케이빈이 입을 열자 거기서 나온 것은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왜 리그에 참가하려 하지, 탈론?"

"뒤 쿠토 장군을 위해서다." 탈론이 말했다. 둘의 주위에 있던 하수도와 방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검 달린 망토의 무게가 어깨를 다시 짓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환상이 사라졌던 것이다. "단서를 쫓다 보니 이 곳까지 오게 되더군."

"너는 오직 네 자신만을 위해서 싸운다." 케이빈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 소환사가 말했다. "네게는 아군도 없고, 너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그 누구든 죽이지. 그런데도 너는 마치 목줄에 매인 개처럼 사라진 장군 뒤를 쫓아다니는군. 왜지?"

탈론은 팔을 비틀어 빼내려 했지만 그의 팔은 소환사의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어떤 마법적인 간섭으로 인해 마비된 듯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난 뒤 쿠토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가 내 목숨을 살려줬었거든."

"네 빚은 이미 갚은 것 아닌가? 케이빈이란 소년의 피를 본 뒤로 너는 그 누구에게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다. 너는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사람들을 죽였지. 뒤 쿠토 장군이 사라진 그 날까지는 그 자를 위해서 암살을 했겠지만, 이제는 네가 원한다면 자유롭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왜 리그에 참가하려 하지, 탈론?"

"이해하지 못하는군," 탈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녹서스의 빈민굴에서 사람을 죽였던 것은 나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뒤 쿠토의 아래에서는 그의 이름으로 암살을 했지만, 내 삶은 나의 것이었지. 이제 - 난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 검들은 여전히 내 손 안에 있지. 뒤 쿠토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달리 내게 어떤 길이 있겠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기분이 어떤가?"

소환사가 그를 놓아주었다. 탈론은 망토를 붙잡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성찰의 방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소환사는 얼굴을 찌푸린 채로 앞뒤를 훑어보았다. 갑자기 탈론의 검이 그의 목 앞에 나타나자 소환사의 몸이 경직되었다.

"불쾌하군," 탈론이 소환사의 귀에 대고 으르렁댔다. "필요했지만."

탈론은 사라져있었다.

[1] 원래는 밴들 시티 까지 갔었다는 언급도 적혀 있었으나, 유니버스로 넘어오면서 이 일부만 삭제되었고 나머지는 바뀐 게 없다. 밴들시티도 원래 하나의 도시 국가였지만 지금은 아니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