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번(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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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파인애플번.[2]너무 게을러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집순이.
남에게 부탁할 수 있는 최대한 남에게 미루러 한다. 그러면서도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밀크티가 쓴 여행기의 일등 팬이기도 하다.
2. 초기 정보
3. 스킬[3]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한가로운 일상
푹신한 소파는 정말 좋아! 얼마나 푹신한지, 몸 전체가 소파 속에 푹 파묻혀 버릴 것 같다.
한가로운 기분에 취해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난 몸을 뒤척거리며 옆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마스터를 불렀다.
「마스터 ~」
「응?」
마스터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주스 한 컵만 갖다 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스터가 대답했다.
「싫어...」
방금의 "싫어"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한두 번 거절해 본 솜씨가 아니다.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에이, 마스터~~」
난 입을 삐죽거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딱~ 한 번만요오오~~」
「파인애플버어어언~~」
마스터는 책을 내려놓으며 똑같은 말투로 날 불렀다. 입은 활짝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
「네가 가!」
「히잉... 마스터는 내가 싫은가 봐.」
난 소파에 얼굴을 파묻으며 최대한 블쌍하게 말했다.
「주스 한 잔 때문에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그런 내가 더 불쌍한 것 같은데.」
마스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마스터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전에는~ 해주셨잖아용.」
난 포기하지 않고 더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마스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히힛~」
난 소파에서 꼼지락거리며 키득거렸다.
「자!」
마스터가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내 볼에 차가운 주스 병을 가져다 댔다.
「흐응~」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주스를 건네받았다.
주스 병을 열자, 마스터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겨우 몇 미터도 못 걷냐,이 게으름뱅이야.」
「저 안 게으르거든요~」
난 주스를 음미하며 머리맡에 있던 《밀크티 여행기》를 집어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대꾸했다.
「내 꿈은~ 세계 여행~」
「그럼 휠체어 하나 사야겠네. 집에서도 밖에서도 써야 하니까.」
「마스터, 너무해요.」
「얼굴도 게으른가 봐. 하나도 안 빨개졌네.」
「헐!」
「헐은 무슨 헐이야! 주스 너무 많이 마시지 마, 이따 밥 먹어야지.」
「네...」
6.2. 2장. 당근과 채찍
「파인애플번, 대체 언제까지 집에 처박혀 있 을 셈이야!」
기분 좋게 나른한 오후, 소파에 웅크리고 있던 귓가에 지겨운 잔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또 그러신다~ 걱정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나갈 거라니까요.」
성의 없이 대충 대꾸하곤 책 쪽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매번 잔소리를 늘어놓는 마스터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도 날 아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마스터가 내 뒤에 앉더니, 날 품에 안은 채로 여행기를 집어 들었다.
내 어깨에 턱을 올린 채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벌써 60일 넘게 집에만 있었어.」
마스터가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는 모습에, 난 툴툴거리며 그 품에 파고들었다.
「싫어, 싫어. 나가면 내가 지는 거잖아요!」
「전혀 멋진 발언이 아닌걸.」
마스터가 책에 실린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
「당연하죠!」
날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겨우 이런 걸 묻다니!
난 고개를 치켜들곤 자신 있게 말했다.
「환주의 명산인 소선산이잖아요.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죠, 세상에 둘도 없는 절경이라고 <밀크티 여행기>에서 그랬어요.」
「정말 잘 알고 있네.」
마스터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죠! 명승고지 중에 제가 모르는 곳은 없을걸요.」
난 자신 있게 눈썹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럼 소선산이 우리 집에서 2000m밖에 안 떨어진 것도 알겠네, 성문 동쪽 밖으로 두 걸음 정도만 가면 돼.」
마스터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다.
그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내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밖에 좀 나가 봐, 나 진지해.」
마스터는 책장을 덮은 채 한숨을 내쉬더니 정면에서 날 바라봤다.
그 모습에 점점 기가 죽었다.
「하, 하지만... 소파 밖은 위험해요.」
「그래서 폐인이 되겠다는 거야?」
「마, 마스터가... 절 돌봐주실 거잖아요...」
「널 버릴지 말지 생각 중이야.」
「으에엑?! 노, 농담이죠?!?!」
「아직은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계속 누워만 있으면...」
「...그치만...」
「요즘 동료들이 더 강하고 말 잘 듣는 식신을 소환하는 건 어떠냐고 하던데...」
「앗! 안 돼요! 나갈게요, 나가면 되잖아요!」
「약속한 거다?」
6.3. 3장. 외출
「파인애플번, 곧 10시야.」
의자에 앉은 마스터가 회중시계를 들여다 보며 자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겨우 10시잖아요...」
난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리곤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더 잘래요~」
「어제 약속했지?」
마스터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내 귓가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하, 하지만...」
난 이블 밖으로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일어나는 건 너무 귀찮아요...」
「그럼 난 약속이 있어서 나갈 테니까, 밥은 직접 해 먹어.」
마스터가 나가려는 동작을 취했다.
「아이참, 마스터도! 잘못했어요, 안 그럴게요!」
다급한 손길로 마스터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일어나...」
한참을 꾸물대던 나는 나갈 채비를 한 후, 간신히 거실로 나갔다.
「꼭 가야 해요?」
「그걸 질문이라고 해?」
마스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치만 밖에 나가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요. 풍경 같은 건 책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요.」
난 최후의 발버둥을 쳤다.
「달라.」
하지만 마스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힝… 다음에 가면 안 돼요?」
차갑게 굳은 마스터의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화내지 마세요... 같이 나가면 되잖아요.」
「당연히 그래야지.」
마스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끌어당겼다.
「가자.」
난 고개를 푹 숙인 채 억지로 문을 나섰다.
눈 부신 햇살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익숙하지 않은 그 감각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아주 오랫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 같다는...
내게 바깥세상은 너무나도 낯설다.
이건 역시... 별로인 것 같다.
6.4. 4장. 책 밖의 세상
커다란 소음이 귓가를 맴도는 가운데 나는 마스터의 뒤에 꼭 붙은 채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탓에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내디였다.
「주… 죽을 거 같아...」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며 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문밖을 나선다는 건 내게는 무척 힘든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멀리, 오랫동안 걷다니...
내 목소리를 듣고선 마스터가 걸음을 멈추더니 날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마스터를 바라봤다.
잠깐 쉬자는 걸까? 아니면 그냥... 집에 가자는 걸지도?
「있지...」
마스터는 목에 걸고 있는 시계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우리 5분 걸었다.」
그리고는 내 손목을 덥석 잡고선 계속해서 걷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난 비명을 질러댔다.
「제발 놔줘요!!」
그 후로도 우린 이런 식이었다. 걷다가도 멈춰서기를 수십 번, 수백 번... 일주일, 아니면 한 달은 걸은 기분이었다.
하늘에는 해가 여전히 쨍쨍했지만, 내게는 100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소선산」이라고 새겨진 거대한 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감격한 나머지 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좋아, 잘했어. 한 시간도 넘게 같이 산책하다니.」
마스터는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말을 하고는 시계를 닫으며 말했다.
「그럼 잠깐 쉬자.」
내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어둠 속의 빗줄기와도 같은 말이었다.
난 사면 받은 죄수처럼 그 자리에 뺏벗하게 굳은 채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두 눈을 감자, 의식이 점차 흐려졌다.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건, 마스터의 놀란 표정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오솔길과 마스터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으음...」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정신이 들어?」
마스터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다정하게 물었다.
「아까는 깜짝 놀랐어, 단순히 지친 거라 다행이야.」
「흑... 그러니까 나가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밖은 하나도 재미없어요.」
마스터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이마를 비비며 투정을 부렸다.
「정말 그럴까?」
마스터는 미소를 지은 채 등에 업은 날 살짝 흔들며 말했다.
「깼으면 이제 고개 들고 저길 봐봐.」
무의식적으로 마스터가 가리킨 쪽을 바라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싱그러운 초록 물결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원한 산들바람에 나뭇잎이 '솨아아'하며 춤을 추었고, 그 사이로 파고든 햇빛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산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맑은 시냇물 위로 새들이 날아가며 가볍게 지저귀었다.
저 멀리 구름을 뒤집어쓴 산이 보일 듯 말듯 숨바꼭질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다름없었다.
......
「어때, 아름답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스터가 물었다.
「네... 너무 예뻐요.」
주변 풍경에 압도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보니까 어때? 책에서 본 거랑 완전 다르지?」
「네…」
「맘에 들어?」
「엄청요...」
마스터는 푸르른 초원에 날 앉히더니, 그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그랬지?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보라고... 엄청 좋잖아.」
「 네...」
향기로운 꽃밭에 앉은 난 마스터의 어깨에 기댄 채 자연을 감상했다.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