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
하드디스크의 헤더를 움직여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하드디스크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하드디스크의 내부를 뜯어보면 여러 개의 금속 원반(디스크)이 스핀들 모터에 의해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고, 이 회전하는 원반 위를 헤더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따라 데이터를 읽는 구조로 되어 있다. 플로피 디스크 시절에는 헤더가 플라스틱 재질의 디스크 위에 딱 접촉되어 있고 모터가 드륵드륵하며 움직이는 수준으로 데이터를 읽는지라 그다지 문제가 없었는데, 이 하드디스크라는 놈은 분당 5000~10000회 이상 고속으로 회전하다 보니 헤더가 양력에 의해 표면에서 살짝 떠오른 채 움직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헤더는 하드디스크 안을 붕붕 날아다니게 된다.'''
다만 헤더가 날아다닌다고 해도 그 높이는 매우 미미하기 짝이 없어서, 약 50 마이크로미터(0.05mm) 정도로 아주 미세했다.[1] 이게 어느 정도냐면 담배연기 입자나 머리카락이 이것보다 더 굵었다(약 70~100마이크로미터).
그러니 하드디스크 헤더가 이렇게 붕붕 날아다니며 데이터를 읽던 도중 컴퓨터를 강제로 끄거나 전원이 나가게 되면 전력이 끊긴 하드디스크는 회전을 멈추고, 날아다니는 헤더도 함께 멈춰버리면서 디스크 표면에 착륙(?)하게 되는데, 이 때 헤더가 디스크의 표면을 미세하게 긁는다. 문제는 이게 한두 번이라면 그러려니하는데 암만 금속제 표면이고 떠 있는 높이가 손가락 지문 기름층보다 얇은 미세한 높이일지라도, 계속 긁히다 보면 데이터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파킹(Parking)이라는 작업이다. 컴퓨터의 전원을 종료하기 전 하드디스크 헤드를 데이터 손상이 없는 안전한 위치로 옮겨 놓는 것인데, 이 때문에 자동차를 주차(Parking)해 놓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파킹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옛날 컴퓨터 본체에 '''"리셋(Reset)"''' 버튼이 달려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IBM 등 초기 모델들은 컴퓨터 사용을 마친 후 컴퓨터 본체 앞면에 있는 리셋 스위치를 눌러 하드를 '''물리적으로 파킹'''하고 나서 본체 뒤편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내려서 전원을 껐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PC라는 게 막 퍼지기 시작한 1980년대 중후반에는 이미 컴퓨터가 발달하여 리셋 스위치를 이런 용도로는 쓰지 않게 되었지만(아래 후술하는 파킹 프로그램이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하드디스크를 파킹처리해 주게 되었으므로) 90년대 초반 전원스위치가 앞쪽으로 오기 전까지 리셋은 앞쪽, 전원은 본체 뒤쪽이라는 공식은 꽤 오래 남아있었다. 사실 현재 파워 서플라이에 달려 있는 자그마한 전원공급 똑딱이 스위치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옛날 컴퓨터는 주전원 스위치로 파워를 끄고 켜는 짓을 했던 것.(...)[2]
1980년대 중후반부터 서구나 일본 등에서 8086/8088 XT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IBM 호환 가정용PC나 PC-9801같은 사무용 PC가 보급되면서 더 이상 파킹을 위해 리셋스위치를 누르는 경우는 없게 되었고, 대신 명령어 입력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으로 파킹처리해 주는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되었다. 과거 도스시절 컴퓨터를 쓸 때는 필수적인 행동이었고, 초기에는 주로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썰렁한 화면의 유틸이 주종이었으나 점차 대중들 사이에 PC가 일반화되면서 PC통신에 보다 화려해진 각종 파킹 유틸리티들이 올라오곤 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게 프린세스 메이커 1의 이벤트 이미지를 사용한(문제의 맨 위 이미지!) 그것... MDIR에서도 CTRL + P 단축키로 자체적으로 파킹 기능을 제공했다. 이 단축키를 눌렀을 경우 피씨스피커 특유의 삑! 소리와 함께 파킹되었다는 메시지가 팝업되곤 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파킹 절차와 시스템 커널 종료를 OS 차원에서 처리하는 윈도우 95의 보급과 함께 이런 파킹 프로그램들은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다만 윈도우 95의 경우도 APM[3] 을 지원하지 않는 메인보드에서는 "이제 시스템 전원을 끄셔도 됩니다"라는 주황색 텍스트 화면이 나온 상태에서 수동으로 전원을 껐고, 이 화면을 본 일반 사용자들은 '이게 윈도우95 내장 파킹 프로그램인가?'라고 인식되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나오는 하드디스크들은 전원이 나가도 자동으로 파킹되게끔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파킹 프로그램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강제 종료 해도 된다. 하지만 함부로 이렇게 하면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4] 도 존재하므로 다운된 상황이 아닌 이상은 그냥 버튼 짧게 한번 클릭이나 시스템 끄기로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낫다.
[1] 2019년 기준 하드디스크는 훨씬 더 정밀해져서 5 나노미터 정도로 날아다닌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문서 참고.[2] CTRL + ALT + DEL 키를 동시에 누르는 PC 재기동 방법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윈도우의 계정 관리자 화면으로 넘어가는 단축키이지만(여기서 PC를 끄거나 재기동할 수 있다), 도스 시절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적으로 컴퓨터를 재부팅시키는 단축키였다. 이 방법을 Reset 버튼을 누르는 Cold Booting과 대비되는 의미로 Warm Booting이라고 부른다. 리셋은 그냥 시스템 상태 다 씹어버리고 물리적으로 재부팅시켜버린단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윈도우의 Fail-Safe 설계가 일반화된 요즘이야 딱히 리셋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부팅하는 것도 아니지만...[3] 고급 전원 관리[4] 디스크 파일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논리적 배드섹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이므로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