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서진)
韓壽
(? ~ 300)
서진의 인물. 자는 덕진(德真).
남양군 지양현 사람으로 한기의 증손.
용모가 준수했고 가충이 불러 속관으로 삼아 사공연이 되었으며, 가충이 언제나 손님이나 동료들과 잔치를 하면 가오가 안문 안에서 문득 엿보다가 한수를 보고 좋아했다. 가오는 자나깨나 한수를 생각하면서 그의 말만 했으며, 가오의 종이 한수의 집에 가서 가오의 뜻을 설명하고 가오의 아름답고 뛰어난 면을 설명하자 한수는 마음이 움직여 종을 시켜 소식을 통하게 했다.
가오의 종이 이 뜻을 가오에게 알리자 가오는 비밀리 소식을 전했으며, 후에는 서로 물건을 주어 사이를 맺고 한수를 불러 야밤에 들어오게 했다. 한수는 날렵하고 민첩하기가 따를 자가 없어서 담을 넘어갔지만 집안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때부터 가충은 딸인 가오가 자신을 털고 닦으면서 평상시와 달리 유쾌하다는 것을 느꼈으며, 마침 서역에서 공물로 오는 기이한 향이 있어서 한 번 사람에게 뿌리면 한 달이 지나도 향내가 없어지지 않았다. 무제는 이를 몹시 귀하게 여기고 가충과 진건에게만 하사했는데, 가오가 몰래 도둑질해서 한수에게 주었다.
이에 속관들이 그 향내를 맡고 가충에게 말했으며, 가충은 속관들을 만나볼 때 한수에게 진기한 향기가 나는 것을 느껴 딸인 가오가 한수와 통하는 것을 알았다. 가충이 도둑이 들었다고 핑계를 대고 사람을 시켜 담장을 수리하게 했는데, 그 사람이 돌아와서 동북쪽 모퉁이에 사람의 발자국이 있지만 담장이 높아 사람이 뛰어넘을 수 없다고 했다.
가충이 가오 신변의 하녀를 붙잡아 사실을 들었으며, 가충이 그 일을 비밀에 부치고 가오를 한수에게 시집보냈다. 이후 산기상시, 하남윤 등을 지내다가 원강 초에 사망해 표기장군으로 추증되었다.
세설신어에서는 한수와 밀통한 사람이 가오로 나오지만 곽자에서는 진건의 딸이 한수와 밀통했다가 진건이 한수에게 시집을 보내려 했는데, 진건의 딸이 결혼하기 전에 죽는 바람에 한수가 가오를 부인으로 맞이해 세간에서는 이로 인해 한수와 밀통한 사람이 가충의 딸이라고 전해졌다고 했다.
진제공찬에서는 한수가 가풍을 중시했고 성품이 진실하고 중후했는데, 어찌 이 같은 일이 있었겠냐면서 세설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한수가 밀통한 사건은 가충이 사공, 진건이 대사마로 동시에 있던 시기로 추정되는 271년과 274년 사이의 사건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