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천도/작중 행적/3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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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다. 천도는 진호의 머리맡을 지키다, 라크를 떠올렸다. 진호와 똑같이 생긴 그는, 자신이 잃은 것은 ‘자기 자신’이라 했다. 뭐지 대체 그놈은...? 호문쿨루스라던데 아쉬타도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듯하다. 카타콤으로 돌아오고 며칠 동안 라크의 정체에 대해 고민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천도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속으로 절규했다. 여기 카타콤은 시간을 때울 만한 것이 전혀 없다. 게임기는 고사하고 TV조차 없다. 아쉬타가 충고한 것도 있고 해서 능력을 쓰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이라도 읽어볼까 했지만, 서고에 있는 책들 99%는 영어로 되어 있고, 나머지 1%는 무슨 글자로 적혀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읽어보겠다고 억지로 책을 빌려가니, 아쉬타는 “꽤 어려운 내용의 책들도 보던데. 일반인들이 그런 것에 흥미를 느끼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해!”라며 감탄했지만, '''당연히 그림만 보는 거지 그걸 뭔 수로 읽어.'''
천도는 고교 시절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한 일이라곤 깜지 쓴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진호랑 서로 깜지 돌려막기로 선생님의 수사망을 피하곤 했다. 숙제를 공유하기 위해, '''진호와 천도는 글씨체를 서로 똑같게 만들었다.'''
문득 핸드폰이 울렸다. 진호가 전화를 걸었다고 나오지만, 지금 기절해 있는 진호가 그럴 수 있을 리 없다. 생각해보니 진호는 자취방에 폰을 두고 나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집주인 아줌마였다. 아주머니는 자취방에 깡패들이 온 후 진호와 천도가 사라진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천도는 아무 일 없다며 안심시키려 했지만, 아주머니는 경찰이라며 전화를 바꿔주었다. 경찰은 그에게 상황을 다 들었다면서, 납치가 의심되니 지금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쉬타와 시빌에게 폐가 될까 신경쓰여, 천도는 대충 얼버무리려 했지만, 경찰은 끈질겼다. 경찰은 만일을 대비해 위치추적을 해두겠다면서, 한 시간 뒤에 전화가 오면 켜놓고만 있으라고 당부했다. 여기 위치 알려지면 아쉬타 곤란한 거 아닌가? 천도는 고민하면서도 경찰의 말을 따랐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