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P(기술)
1. 개요
Air Independent Propulsion
해석하면 공기 불필요 추진 시스템. 말 그대로 외부의 산소공급 없이 추진동력을 제공하는 여러 종류의 기관을 통틀어서 말한다. 다들 효율이 그저 그런 편이라 아직까지는 민간기술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군사기술에서는 최근에 도입되어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바로 재래식 잠수함에서. 잠항기간 동안 산소공급이 없어서 작전기간에 대단히 큰 제약을 받았던 재래식 잠수함에게는 아까운 산소를 소모하지 않고 동력을 얻는 AIP가 커다란 메리트였고, 널리 퍼져나간다.
2. 장점
상술했듯 재래식 잠수함은 잠항 상태에서는 산소 공급이 없는데, 이 때문에 수중에서 디젤엔진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평소 미리 충전해 두었던 이차 전지(배터리)로 가동한다. 그러나 이차전지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 자주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수면 가까이까지 부상해야만 한다. 바로 이때가 재래식 잠수함이 가장 취약한 시기이다. 그런데 AIP는 수중에서 추가적인 산소공급 없이 동력을 공급할 수 있어서 더 오랫동안 스노클링을 하지 않아도 잠항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덕분에 AIP기관을 장착한 214급의 경우 209급에 비해 잠항기간이 3배 정도 늘어났다.
3. 한계
하지만 AIP로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한정되어 있고, 때문에 AIP를 탑재한 재래식 잠수함이라도 여전히 원자력 잠수함에 비해서는 훨씬 잠항기간이 짧다. 또한 AIP의 상당수는 액화산소를 사용하는데 이 녀석은 해상에서 보급하기 어렵고 모항으로 돌아와야만 보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AIP는 시간당 출력 자체는 약해서 AIP의 동력만으로는 고속항행이 불가능하다. AIP의 장점으로 자주 인용되는 '최대 2~3주 잠항'은 시속 5노트 미만의 저속 항해를 전제로 한 것이며, 만약 최대 20노트의 고속으로 항해할 경우 2시간 정도밖에 잠수 못한다. 당장 출력을 보아도, 214급의 영구자석 모터는 최대 2.85MW의 출력을 갖고 있지만 연료전지의 출력은 총합 240kW에 불과하다. 즉 AIP를 메인 전원으로 해서 잠수함을 제대로 굴릴 수는 없으며, AIP는 어디까지나 배터리의 보조장치이다. 배터리에 비해 총 에너지 충전량은 많지만 출력이 낮은 것.
또한 대다수의 AIP는 잠수함에서 자체적으로 재충전이 불가능하다[1] . AIP와 여기에 사용할 별도의 연료, 산화제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짐이 된다. 호주 해군의 콜린스급은 AIP가 제안되었지만 결국 제외하고 대출력 엔진을 설치해 단시간에 전지를 채우는 컨셉으로 건조되었다. 세계 최초의 연료전지 AIP 디젤 잠수함인 212급의 엔진이 2MW인데, 콜린스급은 2MW 디젤엔진이 3대. 호주는 남반구의 섬나라라는 특성상 안전해역이 넓기 때문에 가능한 특징으로 일컬어졌고[2] 이후 수십년간 건조된 신형 디젤 잠수함에는 AIP탑재가 당연시되었으나, 소류급 후기형이 기존의 스털링 엔진을 리튬전지로 전환하였다.
현재까지도 AIP 탑재 잠수함이 원자력 잠수함을 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열역학에 획기적인 전환 없이는 앞으로도 불가능이다. AIP는 4노트 정도의 저속으로 수중에서 대기하는 기간을 늘려주는 정도의 출력을 지니고 있으며, 무한한 전력을 이용해 수중 30노트로 무한정 달릴 수 있는 원잠과는 비교할 수 없다.
4. 종류
- 발터 기관 - 2차대전 말기 독일이 개발한 초기형 AIP. 과산화수소를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여 연소시키는 터빈 기관이다. 이미 1937년부터 연구되었지만 폭발 위험이 너무 커서[3] 시제함만 건조되고 대신 축전지량을 3배로 늘린 21형 유보트가 배치되었다.
- 폐쇄회로 증기터빈(MESMA) - 프랑스 스콜펜급 디젤잠수함에 장착하는 AIP. 출력은 강하지만 에너지 효율과 기관의 부피가 큰것이 단점이다. 배기 압력이 높아서 깊은 심도에서도 추가장치 없이 배출이 가능한게 장점이다. 왕복운동 기관이 아닌 회전식 기관이라 저주파 소음만 나는게 특징이라고 한다.
- 연료전지 - 대표적으로 독일연방군의 212급과 우리 해군도 보유한 214급 등이 사용하는 AIP. 화학반응에서 직접 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정숙성이 높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편이다. 부산물로 순수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다른 곳에 쓰이기도 한다. 기계적 부품이 없어 소음이 아주 작고 심도에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술한 것처럼 출력이 약하고 지상에 대규모의 (그리고 공격에 취약한) 액화수소 설비가 필요하며 해상보급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값도 비싸서 214급 건조비용 4천억 원 중 1,400억 원 정도가 연료전지 파트라고. 메탄올 연료전지도 있으며 수소가 아닌 메탄올에서 연료를 추출하는 방식이라 액화수소식 보다는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전성은 훨씬 높다고 한다.
- 스털링 기관 -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AIP. 스웨덴의 고틀란트급이 대표적이다. 실린더 구동음 때문에 정숙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크기가 크다. 어차피 수소탱크가 공간을 왕창 잡아먹으니 오차 수준이긴 하지만... 그보다 배기가스 배출 문제로 200미터 이하의 깊은 심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 심도가 얕은 북해에서 작전하는 고틀란트급은 문제가 없었지만 해자대에서는 문제가 되었고, 결국 소류급은 11번함부터 리튬전지로 대체하였다.
- 리튬전지 - 재래식 납축전지 대신 전력저장밀도가 높은 리튬전지를 이용하는 방식. 수중에서 별도의 연료를 사용해 전력을 생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납축전지의 3배 저장량이면 214급이 209급에 비해 3배의 수중작전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현존하는 어지간한 AIP와 동등하며, 오히려 20노트 이상의 고속성능은 훨씬 높다. AIP는 출력이 낮아 수중 고속항행에 써먹을 수 없는데 반해 리튬전지는 20노트 이상 고속에서 항속거리가 납축전지의 6배라고. 디젤 연료를 해상보급받아 지속적으로 재충전할 수도 있어서 상기 제시되는 AIP의 단점을 모두 극복해버렸다.(...)[4]
압도적 전력저장 밀도와 높은 출력, 빠른 스노클링 재충전과 저소음 등의 장점으로 216급이나 바라쿠다급의 재래식 버전, 후기 소류급,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Batch-II 등에 채용되며 가장 유망한 차세대 잠수함의 배터리 기술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소류급은 스털링 AIP를 채용했다가 후기형에서는 AIP를 빼고 리튬전지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2018년까지 제시되는 단점은 가격과 물에 닿았을 때 폭발위험 등 안전성 우려.
납축전지에 비해 부피가 크고 가벼워서, 기존 잠수함처럼 축전지를 하부 밸러스트로 활용할 수 없다. 단순히 기존 잠수함의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것으로는 안되고 완전히 재설계가 필요. 한국에서는 잠수함용 강판을 외피로 사용해 무게를 무겁게 하고 침수시 리튬에 닿아 폭발할 위험을 낮춘 리튬전지 모듈을 개발했다. 이걸로 기존 납축전지를 교환하하기만 해도 1.5배 정도 축전량이 높아진다. 무게와 반응성때문에 중국이 주력으로 쓰던 리튬인산철전지가 한국의 삼원계 전지보다 이 용도로는 장점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전기자동차 기술의 시급한 필요성으로 인해 민간 투자에 의한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납축전지에 비해 부피가 크고 가벼워서, 기존 잠수함처럼 축전지를 하부 밸러스트로 활용할 수 없다. 단순히 기존 잠수함의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것으로는 안되고 완전히 재설계가 필요. 한국에서는 잠수함용 강판을 외피로 사용해 무게를 무겁게 하고 침수시 리튬에 닿아 폭발할 위험을 낮춘 리튬전지 모듈을 개발했다. 이걸로 기존 납축전지를 교환하하기만 해도 1.5배 정도 축전량이 높아진다. 무게와 반응성때문에 중국이 주력으로 쓰던 리튬인산철전지가 한국의 삼원계 전지보다 이 용도로는 장점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전기자동차 기술의 시급한 필요성으로 인해 민간 투자에 의한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 폐쇄회로 디젤 - 디젤기관과 액체산소 공급장치를 같이 탑재한 기관. 배기가스를 채취하여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액체산소를 추가하여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경에 연구하였다지만 소음이랄 게 아예 없는 연료전지가 도입된 이후 사장되었다.
- 원자력 AIP - 원자로는 터빈을 돌려서 구동하지만, 원자력 AIP는 방사능 붕괴로 발생하는 열을 열전 효과를 통해서 발전한다. 소련에서 시도해봤지만 안정성 문제 때문에 끝.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기술적으로 많이 안정화가 되어서 차세대 AIP로 떠오르고 있는 방식이고, 특히 원자력 기술은 뛰어나지만 정치적 이유 때문에 원자력 잠수함 도입을 못하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연구중인 방식이다. 사실 원자력 전지는 오래도록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출력비(출력 대 무게 비, W/kg)가 리튬 이온 전지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상세한 사항은 항목참조.
- 소형 원자로 - 1999년 프랑스에서 한국에 원자력 AIP를 제시한 일이 있었지만 채용되지 않았다. 제원상으로는 부피도 3x3x3m 정도로 작고 완전밀폐에 정비와 연료교환은 지상에서 실시하여 단순화한 자연순환식 원자로. 속력 수중 10노트라는 디젤기관을 빼버려도 좋을 것 같은 제원을 자랑했었건만...
- 천연가스 연료전지 - 연료전지의 연료로 부탄, 메탄, 프로판 등의 액화천연가스 LNG 를 쓰는 방식. 위의 수소-산소 연료전지 방식과 다른 점은 수소-산소 연료전지는 재래식 잠수함의 납축전지를 보조하거나 대신하는 에너지 저장장치 역할이지만 천연가스 연료전지는 재래식 잠수함의 주기관, 주된 동력발생장치인 디젤엔진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즉 디젤유 대신 LNG를 연료로 써서 직접 전력을 발생시킨다. 디젤엔진보다 월등히 효율이 높아 같은 연료 적재량으로도 장기간 항행할 수도 있고 AIP로도 겸용 사용할 수 있다. 즉 수상에서는 직접 공기와 LNG를 반응시켜 전기를 발생시켜 추진모터를 구동하고 그 전력으로 공기를 액화시켜 산소만 따로 분리해 액화산소를 만들어 고압 저온 탱크에 저장해둔다. 수중에서는 천연가스와 저장된 산소를 반응시켜 연료전지로 발전을 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액화 산소를 쓰는 점은 위의 스털링 엔진 방식과 비슷하지만 천연가스 연료전지는 스털링기관과는 달리 소음이 거의 없고 부피도 스털링 엔진보다 작다. 산소 및 연료 효율도 스털링엔진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또 산소만 충분하면 수중에서도 최대 출력으로 발전이 가능하므로 수중에서도 고속잠항이 가능하다. 연료전지가 주된 동력장치 엔진과 AIP 를 위한 에너지 저장 장치를 겸하므로 디젤엔진 따로 AIP 장치 따로인 방식보다 잠수함의 무게나 부피를 절약하고 제작비도 절약할 수 있다. 구조가 간단해서 디젤엔진이나 스털링 AIP 보다 고장이 없고 유지와 정비가 훨씬 편리한 건 덤이다. 다만 운전 온도가 섭씨 700-800도가량 되므로 시동시에는 배터리 전력으로 예열이 필요하고 자주 전지를 켜고 끄기 어려워 리튬 전지 등 에너지 저장 장치와 병용할 필요가 있다.
[1] 리튬전지가 예외[2] 2차대전기 가잠함처럼 수상항행에 적합한 함형을 지니고 수상에서는 가스터빈 엔진으로 고속 전개하여 작전해역에서 잠항한다는 컨셉함까지 제안되었을 정도였다.[3] 순수한 과산화수소는 끔찍한 반응성 때문에 엄청난 독성과 부식성을 띤다. 사람에 닿으면 녹여 죽이는 수준이고 금속에 닿으면 표피를 부식시키고 증기가 되어 펑! 쿠르스크 함 침몰사건이 이렇게 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과산화수소를 제껴두고 봐도 산소와 수소가 분리된 채로 함께 있는건 말 그대로 폭탄이다.[4] 모두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게 리튬전지의 전력저장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잠항기간 측면에서는 AIP를 따라 갈 수 없다. 참고로 리튬전지를 탑재한 소류급 후기형의 잠항기간이 10일을 넘지 못하는 것에 비해 비슷한 체급의 도산안창호함은 3주간 잠항에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