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실전 및 평가

 



1. 마녀숲


출시 전에는 덱의 구성을 제한하면서까지 개전 카드를 넣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평이 대부분이었으나 마녀숲을 지나, 아예 까마귀의 해 전체를 이 홀짝카드들이 지배해버림으로써 키워드 자체가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사실 이건 당연한 말인데, 개전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구조상 효용이 극단적으로 갈릴 수 밖에 없다. TCG의 주요한 특징들을 적어보자면
  • 선후공이 있는 턴제이다.
  • 나의 자원[1]으로 상대의 자원을 얼마나 잘 고갈시키는지 겨루는 게임이다.
  • 덱에서 카드를 무작위로 뽑기 때문에 패가 말리면 아무리 좋은 카드도 활용할 수 없는 무작위성을 지니고 있다.
정도이다.
그런데 개전은
  • 선후공 상관없이 턴도 소모하지 않고
  • 카드도 소모하지 않고
  • 무조건 효과의 발동이 확정된
카드들이다. 그래서 카드 효과가 조금이라도 좋으면 상대보다 엄청난 이득을 챙겨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투의 함성으로 영웅 능력을 강화시켜 주던 트루하트가 6코에 6/3으로 4코스트 급의 스탯을 지녔으므로, 대충 게임을 시작하자 마자 내 필드에 2코스트 하수인을 깔고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이득을 가지고 간다고 볼 수 있다.
겐 바쿠와는 달리 말체자르가 쓰이지 않았던 이유 또한 간단한데, 말체자르는 무조건 효과의 발동이 확정된 카드인데 반해, 그 효과가 항상 이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좋은 카드를 가져와서 이득을 얻을 때와, 함정 카드를 가져와서 손해를 볼 때를 서로 상쇄시킨다면 결국에는 덱 장수가 늘어나서 키카드를 찾기가 힘들어 진다는 손해 밖에 남지 않는다. 즉 30장의 덱을 타이트하게, 서로 간의 연계를 보고 짜는 카드게임의 특성상 무작위 카드를 패로 가져오는 것도 아닌 덱에 우겨넣는 것은 좋은 전설이 아닌 이상 무조건 손해이며, 따라서 말체자르의 실상은 '좋은 카드가 나올 때는 그나마 이득을 보나, 애매한 카드가 나오면 덱 압축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손해'라는 것이다. 안 좋은 카드가 나오면 더 말할 것도 없다.[2]
사실 블리자드를 어느 정도 옹호해 볼 수는 있는게, 일단 플레이 하지 않고 덱에만 넣어놔도 효과가 발동하는 카드라는 것이 기존의 지류로 하는 오프라인 TCG에선 성립하기 힘들다. 블리자드는 새로운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기존에 나와있는 게임들을 잘 베껴서 캐주얼하고 재밌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고, 하스스톤 역시 매직 더 게더링을 베껴서 다듬어 낸 것이란 평가를 많이 받는다. [3]그런 블리자드가, 베끼지 않고 본인들만의 독창적인 요소를 만들었으니 오히려 실패하는게 당연했다고 보는 유저들도 있다(...)
근데 이러한 실드조차도 실상은 블리자드를 더 심하게 까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블리자드는 말체자르 외에도 실질적으로 개전 키워드의 카드를 하나 더 낸 전적이 있으며, 그것 때문에 큰 홍역을 겪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개전 카드는 세 장 밖에 없다며?' 하고 의아해 할 수 있는데, 이 카드는 '명목상' 텍스트는 개전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개전 카드와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뭔가 하니 바로 해적 패치스 되시겠다.
패치스 또한 유사 개전 카드라고 볼 수 있는데, '''패에만 안 잡히면''' 내 덱에서 패 소모 없이 튀어나오며, 무조건적으로 이득이 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코스트 해적 카드들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턴, 늦어도 2,3턴에는 효과가 확정적으로 발휘되는 카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손에 먼저 잡히면 안되기에 효과 발동이 불확실하다는 디메리트가 있는 반면, 개전 카드와는 달리 효과가 발동되면 덱을 한 장 줄여서 압축해주는 이득이 있기 때문에 개전과 비교해 장점 하나, 단점 하나가 있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패치스가 정규전에서 현역일 시절에는 패치스가 패에 잡히냐 안 잡히냐에 따라 승률이 극단적으로 갈렸던 것이다. 홀수 덱에서 바쿠가, 짝수 덱에서 겐의 효과가 발동하지 않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그건 그냥 홀짝 덱이 아니고 카드뭉치다.
결국 2019년 4월 부터 용의 해가 시작되면서 블리자드 측에서 바쿠, 겐을 명예의 전당으로 보내게 됐다. 본인들도 밸런스 조절을 못 한다는건 아는 모양.
블리자드의 공지를 요약하자면 개전이라는 키워드가 새 분류의 덱을 만드는 등 메타 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 파워가 강해서 걱정이 된다고.
기존 오리지널 명예의 전당과 마찬가지로 가루보상이 주어지며, 겐과 바쿠가 명예의 전당으로 가게 되면서 마녀숲에서 함께 나온 홀/짝 관련 동물카드 4종도 뜬금없이 야생으로 같이 끌려가게 됐다. 실상 뱀장어나 1년동안 쓰였고, 고양이는 얼마 쓰이지도 못했으며, 사슴과 나방은 아예 쓰인 적도 없는데 억울하게 겐바쿠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되었다.
야생에서조차 홀수도적과 성기사가 강세인 상황을 볼 때 겐바쿠를 야생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용의 해 역시 홀짝 메타가 강세였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에 원조인 매직 더 개더링에서도 개전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카드들이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겐,바쿠처럼 야생의 메타까지 지배해버리는 똥파워를 선보이고있다.


[1] 생명력, 마나 등이 포함되며 당연하게도 카드 또한 자원이다. 턴 또한 자원으로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2] 비슷하게 무작위 전설 카드를 덱에 섞어넣는(실은 교체이지만) 카드로 엘리스 스타시커가 있는데 이는 말체자르와 용도가 다르다. 과거 방밀전사가 애용했던 엘리스의 용도는 빠르게 원숭이를 띄워 내 덱에 전설카드를 꽉꽉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 덱끼리 만났을 때 후반에 가서 쓸모없어지는 방패 올리기나 고통의 수행사제 같은 드로우 카드 등을 쓸모 있을지 모를 전설 카드들로 교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확실한 마이너스를 -/+로 바꿔주는 용도.[3] 실제로 하스스톤 개발진들은 메더게를 좋아하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온다는 인터뷰가 꾸준히 나오는 편이다. 그런 만큼 아무래도 어쩔 수 없이 아이디어 도용이라든가 벤치마킹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듯. 다만 게임 디자인이나 아이디어가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맞으나, 블리자드는 특정 카드나 시스템을 너무 노골적으로 베낀다는게 문제다. 나 이런 사냥꾼이야 라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