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령고(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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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귀령고[3] .늘 굳은 얼굴로 남에게 훈계하지만, 사실 남들이 엉뚱한 행동을 할 때마다 항상 '됐어, 한 번 더 도와주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남들 사고를 대신 수습하러 다니는 경우가 많다.
2. 초기 정보
3. 스킬[4]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어린아이
마스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소녀는 고작 5살이었다.
소녀는 어머니의 무덤 앞에 서서 허망하게 비석에 새겨진 이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원한 이별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소녀의 앳된 얼굴이 시선에 들어왔다. 눈물투성이인 그녀의 얼굴이.
마스터가 죽을 때, 난 그녀의 뒤에 있었다.
마스터는 가냘픈 인간의 몸으로 낙신의 일격을 받아냈다.
낙신의 무기가 그녀의 왜소한 복부를 관통했고,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내 검은 옷자락을 물들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진작에 죽은 줄 알았던 낙신이 숨을 거두기 직전, 온 힘을 다해 나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던 것이었다.
내가 방심한 탓이다.
마스터의 피가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상처를 지혈하려 했지만, 마스터의 가녀린 손이 내 다급한 손을 제지했다.
그녀의 표정은 내게 이미 모든게 끝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곧이어 마스터와 나 사이에 존재했던 계약의 힘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방심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마스터의 앞에 서 있었어도...
그때, 갑자기 내 손에 작고 부드러운 것이 닿았고, 날 슬픔 속에서 깨어나게 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이 내 손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마스터와 꼭 닮은 그 작은 인간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비록 계약을 맺진 않았지만, 이 아이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책임지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6.2. 2장. 만남
아이를 돌보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고 연약한 아이가 다치진 않을까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했다.
먹는 음식도 어른과 달랐다.
5살밖에 안된 어린 인간 아이가 성인과 같은 걸 먹을 리 없지 않은가?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가 잘 때마다 나는 인간 마을에 가서 육아 정보를 묻곤 했다.
친절히 설명해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인간도 있었지만,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날 훑어보는 인간도 있었다.
인간들이 날 어떻게 보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했다.
소녀가 잠에서 깨기 전에 급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종종 깨어있을 때도 있었다.
기특하게도 소녀는 내가 곁에 없어도, 다른 아이들처럼 칭얼대는 법이 없었다.
대신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내가 문을 젖히고 들어오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서 와.」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났다. 나와 소녀 사이엔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 마스터의 죽음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일 년에 한 번, 성묘하러 갈 때를 빼면 소녀의 얼굴엔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다.
6.3. 3장. 성장
8살.
키가 제법 많이 컸다.
11살.
슬슬 숙녀티가 나기 시작한다.
14살.
한 소년이 수줍게 웃으며 소녀와 대화하고 있는 걸 봤다.
17살.
내 앞에 서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니, 당시의 마스터를 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18살.
「안 돼.」
「왜?」
「네가 할만한 일이 아니야.」
상기된 얼굴로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려는 소녀를 보고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소녀를 낙신과의 전투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스터를 잃었을 때처럼 뼈를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여태 말을 잘 듣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엄마의 복수를 할 거야. 안전한 곳에 숨어서 너처럼 비겁하게 살긴 싫어!」
말을 마친 소녀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집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녀의 뒷 모습에서 내 기억 속의 가냘프고 어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엄마와 같은 길을 선택한 건가...
난 깊은 탄식을 내뱉고
소녀가 향한 곳을 바라봤다.
6.4. 4장. 만약...
나는 묵묵히 소녀의 뒤를 쫓아갔다. 마스터가 되겠다는 그녀의 꿈은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소녀가 원한다면 그녀와 계약을 맺을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네 동정은 필요 없어.」
「나만의 식신을 소환할 거야.」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나는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기로 했다.
하지만 소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강력한 영력을 지닌 어머니의 혈통을 이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한 마리의 식신도 소환해내지 못한 것이다. 소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소녀의 몸 안엔 분명 강력한 영력이 흐르고 있었지만, 마치 무언가에 구속되어있기라도 한 듯 조금도 운용할 수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게 하려고 마스터가 제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영력뿐만 아니라 고집스러운 성격까지 어머니를 쏙 빼닮은 소녀는 매일 자신을 갈고닦으며 영력을 사용할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진전이 없었다. 소녀는 말수가 적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땐 어떤 말을 해야 소녀의 기분이 나아질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생활만 돌볼 뿐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진 않았다.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기로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난 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당시 소녀의 생각을 더 많이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