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달리/배경

 


1. 장문 배경
2. 인간의 피
3. 구 배경


1. 장문 배경


수많은 산맥과 초원을 지나 거친 대사막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슈리마의 동부, 그곳에는 거대한 정글이 자리 잡고 있다. 수수께끼로 뒤덮인 이곳은 신비로운 야수들과 온갖 생명의 힘이 가득한 밀림이자,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 죽음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어쩌다가 니달리가 정글 한가운데에 홀로 남게 된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누더기를 걸친 어린아이가 잎이 무성한 땅 위에 버려져 있었고, 아이의 울음소리는 나무 틈 사이로 울려 퍼졌다.
쿠거 무리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새끼들과 함께 움직이던 어미 쿠거 한 마리가 니달리에게 다가왔다. 어미 쿠거는 아이에게서 어딘가 익숙한 냄새를 맡았고, 살려둘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어미는 주저 없이 니달리의 등을 물고는 질질 끌어다가 자신들이 지내는 동굴에 데려다 놓았다.
그렇게 어린 니달리는 쿠거 가족의 일원이 됐다. 인간은 물론 인간 사회와의 접촉은 일절 없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형제자매들과 함께 뒹굴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 쿠거 무리는 니달리를 한 마리의 야수로 키웠고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어엿한 사냥꾼으로 성장했다. 쿠거들은 이빨과 발톱을 무기로 사용했지만, 니달리는 주변 환경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나가야 했다. 니달리는 꿀열매로 상처를 치료하거나 밤의 어둠을 밝혀주는 신비한 꽃을 발견하기도 했고, 폭발성 씨앗으로 어스름 늑대 무리를 날려 버리기도 했다.
간혹 니달리는 자기 뜻대로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니달리의 손과 발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인간과 야수의 형태를 오고 갔다. 열이 오른 탓에 정신을 잃고 동굴 속에서 몸져누워 있는 때도 많았다. 그럴 때면 흐릿한 윤곽의 두 낯선 인물이 니달리를 찾아와 속삭이곤 했다. 목소리가 선명하진 않았지만, 포근했다. 그들이 니달리에게 따뜻한 안정감을 준 건 사실이지만, 쿠거는 니달리에게 외부인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일렀다.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여름비가 한창 쏟아질 무렵에 니달리는 처음으로 킬라쉬족을 만나게 됐다. 킬라쉬족은 바스타야의 사냥꾼 부족으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사시사철 진귀한 사냥감과 전리품을 노리고 다니는 무리였다. 어미 쿠거는 킬라쉬족을 몰아내려고 했지만, 결국 이들의 칼날과 창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킬라쉬족이 어미 쿠거의 숨통을 끊으려 하는 순간, 니달리가 덤불에서 뛰쳐나와 분노와 비탄이 섞인 괴성을 퍼부었다. 그 순간 니달리는 자신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직감했다. 내면에서 쿠거의 혼을 느낄 수 있었고, 육체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야수로 변한 니달리는 가장 가까이 있던 킬라쉬족 사냥꾼에게 달려들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쓰러뜨린 뒤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창을 낚아챘다. 다른 킬라쉬족의 사냥꾼들이 이 광경을 보고 괴성을 질러댔고, 놀랍게도 니달리는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킬라쉬족은 그들의 조상인 바스타야샤이레이의 이름을 들먹이며 니달리에게 온갖 저주와 악담을 퍼부었고, 결국 전리품 하나 얻지 못한 채로 물러나야 했다.
니달리는 창을 내팽개치고 죽어가는 어미 쿠거를 힘껏 끌어안았다. 니달리의 형제자매들도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미 쿠거가 세상을 떠나자, 쿠거 무리는 니달리를 새로운 우두머리로 추대했다. 그날 이후 니달리는 굳게 맹세했다. 자신을 받아준 야생을 외부의 약탈자들로부터 기필코 지켜낼 것을.
시간이 지나자 니달리는 자신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됐고, 인간과 야수의 형상을 자유롭게 취할 수 있게 됐다. 니달리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존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고, 이 열망이 정처 없이 떠돌던 카멜레온 니코와의 연으로 이어지게 됐다. 둘은 한동안 각별한 사이로 지냈다. 니달리는 호기심 많은 니코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었고, 함께 정글 속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날 니코는 자신의 운명을 따라 슈리마의 해안 너머로 홀로 떠났다.
이곳은 오늘날까지도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유일한 정글이자, 니달리 조차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비밀이 가득한 세계이다. 아직도 니달리는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곤 한다. 자신의 출생, 킬라쉬족과의 만남,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진실에 대해서 말이다.

2. 인간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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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총성. 기름과 연기, 화약의 악취.
이 소리와 냄새는 숲에서 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니달리는 창을 들고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매캐한 냄새를 따라 나무줄기와 빽빽한 덤불이 미로처럼 얽힌 곳을 지나갔다.
머지않아 니달리는 익숙한 장소에 도착했다. 개울 기슭에 있는 자그마한 공터였다. 생명이 넘쳐 나는 이 조용한 공간을 얕은 개울이 빠른 속도로 흘러 가로질렀다. 새끼 짐승도 어설픈 발짓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물고기가 풍부한 곳이었다. 잔잔한 대기에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니달리는 조심스레 창을 숨기고 개울가에 있는 두꺼운 나무 뒤에 자리를 잡았다. 개울 건너편에 파충류의 모습을 한 바스타야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어깨를 움켜잡고 고통에 신음했지만, 그의 두 눈은 분노로 타올랐다. 니달리는 그의 긴 꼬리가 덫에 걸린 것을 보았다. 거대한 금속 톱니가 비늘로 뒤덮인 그의 피부에 박힌 상태였다.
인간 하나가 길고 괴상한 무기를 든 채 그에게 다가갔다. 니달리는 금속을 감싸고 있는 반질반질한 나무 막대기 같은 무기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저 물건은 표적을 손쉽게 관통하는 치명적인 씨앗을 발사했다. 니달리의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씨앗이었다.
니달리는 일부러 낙엽을 밟아 으스러뜨리며 나무 뒤에서 나왔다. 인간 남자는 다친 바스타야에게 무기를 겨눈 채 니달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니달리의 창을 보지 못했다.
"이런, 이런. 이게 뭐야?" 인간은 굶주린 눈으로 니달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길을 잃었나, 아가씨?"
니달리는 이런 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인간들은 니달리의 모습에 쉽게 경계를 풀었다. 그들의 눈에는 니달리의 부드러운 모습만 비쳤다. 니달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자신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재며 창을 바로 쥐었다. 니달리의 시선이 그의 손에 들린 무기에 머물렀다.
니달리의 침묵을 공포로 이해한 그는 니달리를 향해 능글맞게 웃었다. "이런 건 처음 보나? 가까이 와서 봐. 해치지 않을 테니까." 그가 구슬렸다. 그는 사냥감에게서 몸을 돌려 무기를 내밀었다.
그가 바스타야에게 겨눈 무기를 거두자마자 니달리가 나무 뒤에서 튀어나왔다. 니달리는 남자의 몸통을 향해 창을 던진 후 맹렬한 야생의 마법에 휩싸인 채 개울을 가로질렀다. 순식간에 니달리의 모습이 변했다. 날카롭고 단단한 발톱이 생기고, 밝은 황갈색 털이 돋았으며, 호리호리한 맹수의 모습으로 변했다.
인간은 너무 느렸다. 그는 위팔에 창을 맞자 뒤로 넘어졌다. 니달리는 유연한 쿠거의 몸으로 그의 몸 위에 착지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얇은 옷을 파고들었다. 니달리가 앞발로 방금 생긴 상처를 꾹 누르자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쿠거는 몸을 숙여 입을 크게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그의 목에 갖다 댔다. 죽지는 않을 정도로 목을 살며시 물자 피가 흘러나왔고 그가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 그녀는 물었던 목을 놓고 붉게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그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또 다른 마법의 소용돌이가 니달리를 휩쌌다. 니달리는 다시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날카로운 이빨은 변함없이 위협적이었다. 니달리는 몸을 숙이고 밝은 에메랄드빛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떠나지 않으면 죽는다. 알았나?"
니달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인간의 옷에서 천 조각을 찢어 다친 바스타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꼬리에 걸려 있는 함정을 순식간에 해제했다. 그는 함정에서 풀려난 순간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니달리는 바스타야의 팔을 잡아 제지했다. 공포에 얼어붙어 있던 인간은 도망갈 기회를 엿보다 황급히 기어서 달아났다.
파충류의 모습을 한 바스타야는 니달리의 손을 뿌리치고 씩씩거리며 니달리가 모르는 언어로 욕을 퍼부었다. 그러고 나서 익숙한 언어로 따졌다. "왜 놔 줬지?"
니달리는 인간이 도망친 방향에 떨어져 있는 선명하고 붉은 핏자국을 가리켰다. "놈을 따라갈 거야. 다른 인간들이 있다면 놈이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하겠지. 약속을 어기면 다 죽는 거야."
바스타야는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니달리는 개울 옆에 무릎을 꿇고 인간의 옷에서 찢은 천을 씻었다.
"인간이라니..." 그는 이상한 혀 짧은소리로 말했다. 입이 아주 큰 그는 말하는 사이사이 끝이 갈라진 혀를 날름거렸다.
니달리는 축축하게 젖은 깨끗한 천을 그의 어깨에 감았다. "그래."
"너는 인간이 아닌가?"
"그래. 나는 당신과 같아."
"너 같은 바스타야는 없어. 넌 인간이야."
니달리가 그의 어깨에 메인 천을 꽉 당기자 그가 고통에 쉭쉭 거리는 소리를 냈다. 니달리는 이로 매듭을 단단히 매며 웃음을 감추었다.
"내 이름은 니달리야. 그쪽은?"
"쿠울칸."
"쿠울칸. 오늘 밤 우리 가족은 사냥에 나설 거야. 우리와 함께하자."
바스타야는 팔을 움직여 붕대가 잘 감겼는지 확인했다. 꽉 매였지만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팔짱을 끼고 앞에 서 있는 니달리를 올려다봤다.
쿠울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닥불 옆에 앉아 있는 퍼시의 얼굴은 새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드레날린과 맥주의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수치스러움 때문이었다. 그가 야생의 여자에 대해 말하자 세 동료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명이 기타를 들고 모닥불 주변을 돌며 '정글의 여왕'에게 바치는 외설적인 노래를 부르자 나머지 둘이 시끄럽게 웃으며 춤을 췄다.
"조용히 좀 해, 이 멍청이들아." 그의 말에 더 큰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 여자가 듣겠어."
맥주를 과하게 마신 퍼시는 조롱에 진저리를 치며 소변을 보기 위해 동료 사냥꾼들 틈에서 살짝 빠져나왔다. 상처는 여전히 격하게 아팠고, 아무리 술을 마셔도 그녀가 목을 물었을 때의 감각이 잊히지 않았다.
벨트를 다시 채운 그는 노래와 웃음소리가 멈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이 멎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거나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낮게 타오르는 모닥불의 희미한 빛을 제외하면 야영지는 완전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야영지 저 너머에 있는 그림자 속에서 무엇인가 번득였다. 퍼시는 두 눈을 비비고 가느다란 눈으로 어둠 속을 응시했다.
갑자기 덤불이 일제히 들썩이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사방의 초목 잎이 흔들렸다. 어둠 속에서 수없이 많은 눈이 나타나더니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고양잇과 맹수 특유의 쉭쉭 거리는 소리가 뒤섞여 그의 귀를 먹먹하게 했다.
퍼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에메랄드빛 눈을 알아봤다. 그 눈에는 이제 인간성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두 눈이 깜빡이더니 사라졌다. 그의 귓가에서 한 목소리가 으르렁거렸다.
''"경고했을 텐데."''
그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날카로운 이빨이 목에 닿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를 흘려도 놓아 주지 않았다.

3. 구 배경


당신은 대장벽 남부의 위험하고 황폐한 대지에 가본 적이 있는가? 룬 전쟁의 지난 흉터가 고스란히 남은 이곳엔, 챔피언들은 고사하고 원래부터 살고 있던 주민들도 극소수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바로 이곳, 신비로운 쿠뭉구 정글은 전쟁의 참화로 더욱 척박하고 기이한 곳으로 변모했다. 이 정글에는 오랜 세월 잊혀온 수많은 보물이 존재하는데, 이를 손에 넣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탐험에 나섰다. 그런 탐험가들 중에는 니달리의 부모도 있었다. 그들은 니달리를 데리고 수풀이 우거진 우림으로 깊이 들어갔으나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정글은 사람이 견디기엔 혹독한 곳이었다. 니달리는 자신의 부모가 정체 모를 질병으로 고통 속에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가 이런 혹독한 정글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니달리는 살아남았다. 사나운 정글의 맹수들은 순수함과 소박함을 그대로 간직한 어린 소녀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니달리는 쿠거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었으며 이빨과 손톱으로 싸우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다. 자연의 순수한 마력 속에서 자라난 덕분일까. 어느 순간 니달리 안에 잠재되어 있던 본능이 깨어났다. 바로 인간과 짐승의 형태를 넘나드는 능력이었다. 흉포하며 신비로운 수호자가 된 니달리는 자신의 터전인 울창한 정글을 위협하는 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