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거철
1. 겉뜻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 또는 사마귀가 수레에 맞선다.
원래는 당랑거철(螳螂車轍)로 장자에 나오는 당랑당거철(螳螂當車轍, 사마귀가 수레바퀴 앞에 맞섬)에서 따왔다. 그러나 원래의 당랑거철(螳螂車轍)은 그냥 '사마귀와 수레바퀴'라는 뜻으로 원문의 뜻을 살리지 못하므로 언제인가부터 수레 거(車) 대신에 '맞서다'의 뜻에 가까운 막을 거(拒)[1] 자로 바뀌게 된 것으로 보인다.
2. 속뜻
일반적인 뜻은 두 가지가 있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큰 힘을 가진 상대에게 덤비는 무모함'''을 꼬집는 말. 혹은 '''자기를 압도하는 상대에게 덤빌 정도로 용맹함'''을 존경하는 말. 전자의 의미가 압도적이며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모두 앞의 용례만을 인정하고 있다.
3. 해석
이처럼 중의적으로 쓰이는 단어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래 이야기대로라면 장판교의 장비와 같은 사마귀의 용맹에 제장공이 감응하여 사마귀가 비록 미물이지만 그는 이 미물에게 경의를 표하고 우회한 이야기인 것이다. 주나라 시절에 군주가 기립하여 경의를 표하는 것은 '''승전보를 울린 장군이나 그에 준하는 업적을 세운 신하에게 보이는 예'''였다. 즉, 그야말로 군주가 보일 수 있는 극존의 예였던 셈이다.춘추 시대 초기 제나라(齊)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가던 중에 사마귀 한 마리가 제장공이 타고 있는 수레 앞에 나타나 앞발을 들고 수레 바퀴를 향해 치켜뜨고 있는 게 아닌가? 사마귀가 뭔지를 몰랐던 제장공이 신기하여 수레를 멈추게 하고 좌우 어자(수레를 모는 사람)에게 가로되, "저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하자 "저것은 사마귀라 하는 것인데, 어떤 것이든 앞에 있으면 저 날카로운 앞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러나 융통이 없어 제 앞을 가로막기만 할 뿐, 도무지 뒤나 옆으로 움직인 적이 없는 놈입니다."
이에 제장공이 "만일 저것이 사람이라면 응당 무서운 용사일 것이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마귀에게 경의를 표하고 수레를 돌려 지나갔다.
-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편
그러나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춘추 시대 말기에 이르르매 공자가 존경하던 거원[2] 이 내놓은 해석은 '만일 제장공이 그냥 지나갔다면 그 사마귀는 그냥 죽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쓸데없는 것'이다. 이 해석대로라면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비는 만용을 뜻하게 된다.
후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원이 해석한 부정적인 의견만을 알기 때문에 본래 고사를 알지 못한다. 이밖에도 중고등학생용 수험서 중 대부분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제장공과 어자와의 대화에서 '''후반부를 생략'''한 것들이 많다. 즉, 용맹함을 뜻하는 제장공이 기립하여 경의를 표한 내용을 수록한 책이 거의 없다.
이 표현은 과거에도 이미 '견식이 부족해서 하는 무모한 행동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예가 많다. 더 정확하게는 처음 나온 회남자의 사례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이렇다.
그렇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험에서 이 고사성어가 나오면 중의적인 해석을 요하는 문제인가 주의를 요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혹시 시험 등에서 나올 경우 어떤 해석을 해야할지 다소 고민해보거나 미리 알아놔야 한다.장여면(將閭勉)이 계철(季徹)을 만나 말했다.
"노나라 왕이 내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하길래 몇 번 사양하다가 '반드시 공손히 행동하고 공정하며 곧은 사람을 발탁하여 사심이 없게 하면 백성은 자연히 유순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이 과연 맞는 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철은 껄껄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당신이 한 말은 제왕의 덕과 비교하면 마치 사마귀가 팔뚝을 휘둘러 수레에 맞서는 것 같아서(螳螂當車轍) 도저히 감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또 그런 짓을 하다가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고 집안에 번거로운 일이 많아지며, 장차 모여드는 자가 많아질 것입니다.”
- 《장자(莊子)》 천지편(天地篇), 《한시외전(韓詩外傳)》[3]
4. 기타
참고로 사마귀 중에서 당랑거철을 잘 시전하는 녀석은 몸집이 큰 왕사마귀이다. 사실 정말 겁이 없이 허세부리느라 저런다기보단 왕사마귀는 큰 덩치에 반비례하게 속도가 느리고 기동성이 낮아서 빨리 튀지를 못한다. 그러다보니 피하는게 더 나을 정도로 큰 적을 만나도 빨리 튈 수가 없어서 차라리 몸집을 부풀려보이게 하면서 위협하는 것. 더 작고 기동성이 좋은 다른 종의 사마귀들의 경우 생각보다 잘 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