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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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ul Spector, Mercenary Operative. 미니어처 게임 인피니티에 등장하는 용병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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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는 여러 번 죽어본 사내다. 부활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겪어본 몇 안 되는 특권층이기도 하고, 지금은 원래 신체를 대체한 첨단 생합성 의체의 성능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특혜 모두는 동시에 그에게 내린 저주다. 스펙터의 삶은 그 저주 때문에 위험과 죽음 사이에 얽혀 있다. 스펙터란 사내는 악마와 거래를 했다. 단순히 관용어구가 아니라, 진짜로 악마와 거래를 했다고 봐도 좋다.
이전 평생 동안 라울 스펙터는 오로지 크게 한탕 챙기는 것만 밝히는 용병이었다. 그는 쉽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설 업계의 꼬드김에 넘어가 판오세아니아 복합군 특수 작전 부서에서 쌓아올리던 빛나는 경력을 떠났다. 스펙터는 자기 인생은 대충 이러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호송 임무가 완전히 개판이 된 운명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매복이 있었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매연이 걷히자 스펙터와 동료들은 자기들이 그 와중에 민간인들을 죽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중에는 여자와 아이들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용병들에 대항해 무기를 들고 일어섰고, 그날 밤 성난 군중들로부터 살아서 탈출한 건 오로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스펙터뿐이었다. 기진맥진해진 스펙터는 피난처를 찾아 호화로운 저택에 침입했다. 그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 순간 스펙터는 악마의 손아귀에 들어온 셈이었다.
그는 생명유지 장치에 묶인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투실투실한 사내가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사내는 비꼬는 듯이 절하며 자신의 이름은 캄부르 베이라고 소개했다. 실크 상인 중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호사스러운 자들 중 하나인 캄부르 베이는 평범하게 국내 정치 싸움으로 사임하는 대신 뇌물 수수와 부패 혐의로 탄핵당한 유일한 술탄이라는 구릿한 영예의 주인공이다.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술탄령 기준으로 봐도 끔찍하리만치 부패했다는 뜻이니 그가 얼마나 지독한 사내인지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감히 입에 담지 못할 취향을 가진 만족을 모르는 사내, 캄부르 베이는 스펙터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단순히 용병으로 일하는 대신 그 인생을 바쳐 자신을 위해 전속으로 일해달라는 것이었다. 베이는 죽어버릴 수 있는 위험 없이 전투의 스릴과 치명적인 위험에서 오는 순수한 아드레날린을 즐기고자 했다. 그는 스펙터에게 지속 전송이 가능한 감각 기록기를 삽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면 베이는 자기 집에서 안전하게 완전 몰입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스펙터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펙터가 해야 할 건 그냥 평소 하던 용병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뿐이었다. 다만 오로지 가장 흥미진진하고 위험한 계약만 골라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인생을 오로지 추월차로에서만 내달리며 그 무엇에도 멈추는 일 없이 생명의 위협 따위는 신경 쓰지 못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임무 특성상 오프라인 상태로 진행해야 하더라도 스펙터는 임무를 완수하자마자 데이터스피어로 복귀해 캄부르 베이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쳐야 했다.
이지스국은 스펙터를 인류계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 중 하나로 꼽는다. 대규모 전면전, 게릴라 습격, 무중력 승함 강습, 호위, 초고속 추격전, 수색 섬멸 작전, 후미진 술집에서 벌이는 패싸움… 스펙터는 그 모든 걸 해봤다. 캄부르 베이가 현실의 지루함을 덜만 한 그 모든 일들을. 이건 마치 전 술탄을 위해 아드레날린을 대신 분비해주는 부신 같은 삶이다.
스펙터가 위험천만한 삶을 보내다 목숨을 잃을 때마다 캄부르 베이의 큐브 수복 팀이 투입되어 그의 큐브를 가져와 새 의체에 집어넣었다. 이런 유의 생명 보험은 어쩌면 달콤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스펙터가 거래에 동의한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진정한 고독이라고는 단 일초마저 누릴 수 없게 됐다.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명령을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두 눈 뒤에 숨어있는 자, 그의 행동, 기분, 즐거움을 탐닉하는 자가 있다. 그는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사내이며, 도망칠 곳이라고는 없이 언제나 감시당하는 인생을 보내고 있다. 스펙터의 몸에 삽입된 수많은 장치들은 그가 계약에 철저히 충실하도록 강제하고, 곧바로, 그리고 격렬히 후회하도록 만든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고통과 모욕을 참아왔다. 지금까지는. 라울 스펙터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키는 사내지만, 알다시피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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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ul Spector, Mercenary Operative. 미니어처 게임 인피니티에 등장하는 용병 캐릭터.
1.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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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는 여러 번 죽어본 사내다. 부활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겪어본 몇 안 되는 특권층이기도 하고, 지금은 원래 신체를 대체한 첨단 생합성 의체의 성능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특혜 모두는 동시에 그에게 내린 저주다. 스펙터의 삶은 그 저주 때문에 위험과 죽음 사이에 얽혀 있다. 스펙터란 사내는 악마와 거래를 했다. 단순히 관용어구가 아니라, 진짜로 악마와 거래를 했다고 봐도 좋다.
이전 평생 동안 라울 스펙터는 오로지 크게 한탕 챙기는 것만 밝히는 용병이었다. 그는 쉽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설 업계의 꼬드김에 넘어가 판오세아니아 복합군 특수 작전 부서에서 쌓아올리던 빛나는 경력을 떠났다. 스펙터는 자기 인생은 대충 이러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호송 임무가 완전히 개판이 된 운명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매복이 있었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매연이 걷히자 스펙터와 동료들은 자기들이 그 와중에 민간인들을 죽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중에는 여자와 아이들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용병들에 대항해 무기를 들고 일어섰고, 그날 밤 성난 군중들로부터 살아서 탈출한 건 오로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스펙터뿐이었다. 기진맥진해진 스펙터는 피난처를 찾아 호화로운 저택에 침입했다. 그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 순간 스펙터는 악마의 손아귀에 들어온 셈이었다.
그는 생명유지 장치에 묶인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투실투실한 사내가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사내는 비꼬는 듯이 절하며 자신의 이름은 캄부르 베이라고 소개했다. 실크 상인 중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호사스러운 자들 중 하나인 캄부르 베이는 평범하게 국내 정치 싸움으로 사임하는 대신 뇌물 수수와 부패 혐의로 탄핵당한 유일한 술탄이라는 구릿한 영예의 주인공이다.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술탄령 기준으로 봐도 끔찍하리만치 부패했다는 뜻이니 그가 얼마나 지독한 사내인지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감히 입에 담지 못할 취향을 가진 만족을 모르는 사내, 캄부르 베이는 스펙터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단순히 용병으로 일하는 대신 그 인생을 바쳐 자신을 위해 전속으로 일해달라는 것이었다. 베이는 죽어버릴 수 있는 위험 없이 전투의 스릴과 치명적인 위험에서 오는 순수한 아드레날린을 즐기고자 했다. 그는 스펙터에게 지속 전송이 가능한 감각 기록기를 삽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면 베이는 자기 집에서 안전하게 완전 몰입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스펙터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펙터가 해야 할 건 그냥 평소 하던 용병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뿐이었다. 다만 오로지 가장 흥미진진하고 위험한 계약만 골라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인생을 오로지 추월차로에서만 내달리며 그 무엇에도 멈추는 일 없이 생명의 위협 따위는 신경 쓰지 못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임무 특성상 오프라인 상태로 진행해야 하더라도 스펙터는 임무를 완수하자마자 데이터스피어로 복귀해 캄부르 베이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쳐야 했다.
이지스국은 스펙터를 인류계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 중 하나로 꼽는다. 대규모 전면전, 게릴라 습격, 무중력 승함 강습, 호위, 초고속 추격전, 수색 섬멸 작전, 후미진 술집에서 벌이는 패싸움… 스펙터는 그 모든 걸 해봤다. 캄부르 베이가 현실의 지루함을 덜만 한 그 모든 일들을. 이건 마치 전 술탄을 위해 아드레날린을 대신 분비해주는 부신 같은 삶이다.
스펙터가 위험천만한 삶을 보내다 목숨을 잃을 때마다 캄부르 베이의 큐브 수복 팀이 투입되어 그의 큐브를 가져와 새 의체에 집어넣었다. 이런 유의 생명 보험은 어쩌면 달콤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스펙터가 거래에 동의한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진정한 고독이라고는 단 일초마저 누릴 수 없게 됐다.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명령을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두 눈 뒤에 숨어있는 자, 그의 행동, 기분, 즐거움을 탐닉하는 자가 있다. 그는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사내이며, 도망칠 곳이라고는 없이 언제나 감시당하는 인생을 보내고 있다. 스펙터의 몸에 삽입된 수많은 장치들은 그가 계약에 철저히 충실하도록 강제하고, 곧바로, 그리고 격렬히 후회하도록 만든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고통과 모욕을 참아왔다. 지금까지는. 라울 스펙터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키는 사내지만, 알다시피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는 법이다.
2.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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