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파
1. 개요
物派(물파). 일본 발음은 '모노하'이다. 모노파(もの派)에서 '모노(もの)'는 일본어로 ‘물(物)’, 즉, 물체라는 뜻.
물체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거기서 미학적인 면을 발견하는 일본의 미술운동을 말한다. 나무, 돌, 점토, 철판, 종이 등의 소재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그 자체로 작품에 등장시켜 이를 예술로 제시했다. 보통은 몇가지 소재(물체)의 조합을 통해 그 소재들이 구성하는 '관계'에서 의미를 찾거나, 그 소재와 소재를 바라보는 관찰자와의 '만남'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작품 특성상 회화보다는 조각이나 설치예술 부분에서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2. 상세
1968년 세키네 노부오(關根神夫)는 고베의 수마리큐 공원의 땅을 파내고는 그 옆에, 거기서 나온 흙으로 원기둥을 설치한 <위상(位相), 대지(大地)>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를 알게 된 이우환은 이 작품을 평론한 〈존재와 무를 넘어서 / 세키네 노부오論〉을 발표하여 평단에 주목을 끌었고, 70년 봄 〈장상시(場相時)〉라는 책을 펴내 일본 모노파 작가들을 결집했다. 이윽고 이 이론에 동의하는 사람들, - 세키네 노부오와 임방사(林芳史), 그리고 타마비쥬츠(多摩美術)대학의 친구들 - 이 합류하여, 일본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모노파'가 탄생한다.# 이 때 발표한 이우환의 〈존재와 무를 넘어서 / 세키네 노부오論〉은 모노파 운동의 이론적 토대로 평가받는다. 그는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참고하여 세키네 등 모노파 작가들의 작업을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의 만남’이라고 적극적으로 호평하였다. 현실의 '있는 그대로'를 다시 자기 나름대로의 '있는 그대로'로 옮겨보는 것, 그것이 예술이라는 입장이다. #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 공간 속에서 사물과의 '관계'를 자각케 한다는 점에서 모노파는 현상학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실체(물체)를 통한 지각의 방법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노파는 존재하는 것과의 직접적인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특히 '서구의 물질문명에 반기를 들며 자연적 산물을 그대로 작품에 사용한다.'는 동양적 사고와 연결시키면서 서양과의 차이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 운동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3. 여담
- 대부분의 모노파 작가들은 원래 일본의 전통적인 회화 작업에서 출발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서양의 '신사실주의'나 '아르테 포베라'에 이르는 작업들과 유사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아르테 포베라는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전위적 미술운동으로 나뭇가지와 바위, 시멘트, 밧줄, 철판 등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물질의 본성을 탐구하고 물질이 가지는 자연 그대로의 특성을 예술로 옮겨 담음으로써 삶과 예술, 자연과 문명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 모노파의 이론적 측면은 서구 미니멀리즘의 '시공간의 지각', '특정 장소의 중요성', '관계를 느끼게 만들기'와 똑같으며, 따라서 모노파는 단지 서구 미니멀리즘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심지어 현상학에서 철학개념요소를 끌고 들어오는 것 마저 비슷하다.
- 모노크롬(단색화)과 모노파는 다르다. 모노크롬은 한가지 색으로 의미를 표현하는 미니멀리즘에 해당하고, 모노파는 물질(오브제)의 특성을 연구하거나 물질의 다른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미술운동이다. 한국에서 이 둘을 종종 혼동하는 것은, 모노크롬이 한국에 유입되기 시작할 때 당시 모노파와 모노크롬을 동시에 하고 있었던 이우환을 통해 그 둘의 차이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채 국내 미술계에 유입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