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룡권
1. 개요
풍종호의 무협세계관인 소위 '풍월드'에 나오는 무공절기이며, 개방(丐幇)을 대표하는 기예이다. 『지존록(至尊錄)』과 『경혼기(驚魂記)』에 나오는 구룡(九龍) 중 막내인 무영신룡(無影神龍) 한비가 능소능대하다는 용의 회전하는 움직임을 본떠서 창안해낸 절기로, 불패(不敗)의 보좌(寶座)에 부동(不動)의 신위(神威)를 지키고 있다는 절세(絶世)의 권법이 바로 '''반룡권(盤龍拳)'''이다."용은 능소능대(能小能大)하여, 작은 그릇조차도 천지(天地)로 삼아 노는 법이거늘··· 어째서 너의 용은 작은 그릇 속에서 일전(一轉), 항심(恒心)만으로 고본(古本)에만 집착하느냐? 아무리 작은 그릇 속이라 해도, 용이라면 구전백변(九轉百變)해야 하지 않느냐?"
- 『녹림대제전』에서 취선(醉仙)이 백무흔에게 반룡권의 진수를 가르쳐 주며 하는 말이다.
당연히 매우 뛰어난 절예답게 반룡기(盤龍氣)라는 상승내공(上乘內功)을 포함하고 있어서 이 반룡권을 기반으로 펼치는 다양한 기예가 있다. 그리고 한비가 활동한 시절에는 잘 알려졌다시피 험악한 괴인들이나 기인들이 많았기에 사술(邪術)에 대항하는 호심(護心)의 비결도 포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독특한 비결이 숨겨져 있는지 반룡권을 어느 정도 익힌 고수가 더는 거지 생활을 하기 싫어 개방을 떠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반룡권을 잊어버린다. 심지어 개방을 떠난 이들은 나중에 자신들이 거지였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그래서 개방에서는 떠나는 이들의 몸에서 강제로 반룡권을 거두지 않는다.
참고로 한비는 무극진해(無極眞解)를 비전(秘傳) 중의 비전으로 따로 남긴다. 이것은 항룡팔수(亢龍八手)처럼 반룡권이 엇나가거나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비급이라 개방의 원로급이 되어야 겨우 들춰볼 수 있다고 한다.
2. 구성
『광혼록(狂魂錄)』에서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개방의 무공답게 무척 들쭉날쭉하다. 한검객(閑劍客) 문평은 용린벽을 능숙하게 발휘할 수 있지만, 난운권을 체득하지 못하였다. 비권걸(飛拳傑) 황곡은 장로들도 감탄할 정도의 용미파를 전개하면서도 마운수를 사용하지 못한다. 반대로 궁수재(窮秀才) 종무득은 용린벽을 완성하지 못했어도 난운권을 구사할 수 있다.
- 용아찬(龍牙鑽): 제1부로, 웬만치 경지에 들었다 싶은 궁가문 사람은 개방 제자에게 마음 놓고 가르쳐도 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예이다. 그렇기에 개방이 내놓은 통상적인 권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래도 깊이 있게 연성해 펼치면 거친 파공음이 일면서 바위든 무쇠든 단번에 으스러뜨려 이것만으로도 강호에서는 절정고수(絶頂高手)로 불릴 수 있다.
- 용린벽(龍鱗劈): 제2부이며, 여기서부터 쉽게 볼 수 있는 통상의 수준을 벗어난 반룡권의 진수(眞髓)라 무림의 일절(一絶)로 꼽힌다. 용의 움직임처럼 다채로운 변화를 줄 수 있어서 어떤 금나수(擒拏手)로도 잡을 수 없다고 알려진다. 또한, 난운권(亂雲拳)을 전개할 수도 있다. 『광혼록』에서 조수인이 난운권을 구사하여 오히려 개방의 검객인 문평의 검술을 봉쇄한다.
- 용미파(龍尾破): 제3부이다. 겉보기에는 먼저 주먹질을 한 뒤 이어서 발을 놀리는 단순한 동작으로 보이나, 음양전변(陰陽轉變)의 이치가 담겨 신속(神速) 그 자체이다. 고수에게도 주먹이 먼저 이른 다음, 몸이 나중에 나타나는 듯 보인다. 나아가 깊게 단련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 무영무흔(無影無痕)이 되어 눈으로는 볼 수가 없어진다. 부가적인 기교로 마운수(磨雲手)를 쓸 수도 있다. 조수인이 백수검(白鬚劍) 양진청과의 대결에서 이를 전개해 벽운진(劈雲陣)을 방어한다.
3. 부록
심오한 신공절학(神功絶學)이므로 무영신룡의 모든 것을 내재하고 있다. 그가 남기고 후대에 드러난 반룡기를 바탕으로 펼치는 기예를 정리하였다.
- 잠룡기공(潛龍氣功): 초심자가 잠깐 동안 고강한 능력을 보이도록 해주는 어경폐혈(御經閉穴)의 구결이 포함되어 있어 입문자를 자극하여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해주는 반룡권의 입문공부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실전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아 쓰지 말라는 의미에서 잠룡물용(潛龍勿用)[1] 의 이름이 붙었다. 더욱이 심인(心印), 마치 온 세상이 멎어버린 듯, 상대가 그냥 그 자리에 석상 같이 굳은 듯 느껴지게 만드는 신속법(迅速法)도 포함되어 있다.[2]
- 천리청풍(千里聽風): 시전자가 가진 공력에 비례해 먼 거리의 소리를 듣게 하는 비술(秘術)이자 내가기공(內家氣功)이다. 잘 듣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여 심명(心明)의 요결이 바탕에 깔려 있다.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서 무정신개(無情神丐) 백무흔은 단순히 남의 말을 듣기 싫어 익히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사물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남의 말 듣는 것보다 듣지 않는 편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을 장로들에게 증명해 보였다고 한다.[3]
- 은룡잠신(隱龍潛身): 개방의 거지가 세상에서 도드라져 보이지 않게 군중 속에 자신의 위치를 섞어 숨는, 무영신룡으로부터 신중하게 다듬어진 채로 전해진 신법(身法)이다. 『녹림대제전』에서 살아남은 광인십걸(狂人十傑) 중 3명이 이 은룡잠신을 다른 사람도 아닌 개방 방주의 눈길을 피하는 데 사용한다······.
- 반룡창천후(盤龍蒼天吼): 산을 떨어 울릴 정도로 우렁찬 포효를 터뜨리는 음공(音功)이다. 범위를 집중시키면 바위도 쪼갤 수 있고, 왕삼구가 한 것처럼 비를 뿌리는 먹구름도 흩어버릴 수 있다.
- 칩룡잠공(蟄龍潛空):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돌아 디니는 것을 좋아한 무영신룡이 반박귀진(返朴歸眞)[4] 의 경지를 엿보고 연구 끝에 만들어낸 은신법(隱身法)이다. "움츠리고 똬리를 튼 용이 허공 속에 잠긴다! 좋지! 이거면 귀신 앞에서도 숨을 수 있지!" 무영신룡이 생전에 홍랑(紅狼)과 만나면서 했던 말인 만큼 처음부터 귀기(鬼氣)를 배척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승될 때는 그저 귀신 앞에서 숨을 수 있다고만 전해져 귀기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본의 아니게 긴 세월을 거쳐서야 재확인된다. 아무튼, 이 칩룡잠공 덕분에 후대의 개방 거지들은 귀문(鬼門)의 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교류할 수 있었다.
- 용정안(龍精眼): 반룡기를 이용해 펼치는 안법(眼法)으로, 투안(透眼)의 일종이다. 『투검지(鬪劍誌)』에서 마고추가 이것으로 원후오귀(元侯五鬼) 중 구담의 눈을 몇 년간 멀게 한다.
- 용음추(龍吟錘): 손을 대는 것도 아닌, 소매를 펄럭이지도 않은 채 기력만으로 찌르는 수법이다.
- 곡룡음(谷龍音): 전음술(傳音術)이다. 용음추와 마찬가지로 가까이 2척(尺)[5] 안에 붙은 자가 아니라면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은밀한 기예이다.
[1] '물에 잠겨 있는 용(龍)은 쓰지 않는다.' 영웅이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2] 개방에는 누대에 걸쳐 자신의 사정에 따라 가입한 기인이사(奇人異士)가 남긴 독문절기가 넘쳐 난다. 그 다양성 때문에 뭐가 뭔지 모르게 된 개방의 절기를 정리한다며 궁가문의 원로 거지들이 모여 만든 것이··· 반룡권이다. 개방은 그러한 반룡권이 세상에 흘러가는 것을 전혀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아 개방의 전승과는 무관하게 이리저리 널리 퍼져 있는 일가(一家)의 권법 전승을 이뤄내기도 하였다. 잠룡기공 역시 그렇게 퍼져 나간다. 『화정냉월(花情冷月)』에 나온 이 설정이 잊혀 본 문서의 개요에 정리한 것으로 『녹림대제전』에서 확연히 바뀐다. 『녹림대제전』이 워낙에 오류가 많은 탓에······. 대체된 잠룡마결(潛龍魔訣)은 링크를 참고.[3] 실상은 억지로라도 가르치려던 연배 높은 장로들이 어린 백무흔과 내기를 했다가 깨져 더는 강요하지 못한 거라고 한다.[4] 꾸밈없고 소박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무예의 경지가 높아지면, 단련하기 이전 처음의 평범한 모습과 다름이 없어진다.[5] 대략 60cm이다. 촌(치, 寸) = 3.03cm, 자(척, 尺) = 30.3cm, 장(丈) = 30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