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

 



1. 개요



인간의 심신을 미혹하게 만드는 인간의 몸이나 마음을 괴롭히고 어지럽히며 미혹하게 하는 모든 정신작용. 쉽게 말해서 세상 살면서 겪는 모든 생각에 의한 괴로움을 표현하는 불교한자어. 범어 klesa의 의역으로[1], 煩은 신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는 뜻으로 '번역증 날 번' 자라고도 하고 '번민할 번' 자라고도 한다. 惱자는 괴로워할 뇌이다. 즉, 생각에 의해 생기는 괴로움 또는 생각에 의해 괴로워하는 것을 번뇌라고 한다. 또한 외부 세계를 바르게 알지 못하는 잘못된 견해가 그 근원을 이루기 때문에 '미혹'이라고도 하며, 또한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마음 속에 사악한 성질로 잠재되어 있다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마음에 잠자고 있다'는 뜻으로 '수면(隨眠)'이라고도 한다. 이밖에 혹(惑)ㆍ염(染)ㆍ누(漏)ㆍ결(結)ㆍ박(縛)ㆍ전(纒)ㆍ액(軛)ㆍ폭류(暴流)ㆍ사(使) 등이라고도 한다.
번뇌는 선하지 않은 본질로 항상 중생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고, 중생은 번뇌에 의해서 업을 일으키고 괴로의 과보를 받아 미혹되고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윤회하며 산다. 이것을 미혹, 업, 고의 삼도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 불교의 근본 목적이자 지상목표이다. 번뇌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탐진치(貪瞋癡) 즉 탐욕성냄(진심瞋心, 진에) 그리고 어리석음(우치愚癡)으로, 이들을 삼독이라고도 한다. 번뇌는 '나'라고 생각하는 사정에서 일어나는 나쁜 경향의 마음 작용으로, 곧 눈앞의 고통와 쾌락에 미혹되어 생겨나는 탐ㆍ진ㆍ치 등으로 인해 마음에 동요를 일으켜 몸과 마음을 번민하고 어지럽힌다.
번뇌에는 일체 번뇌의 근본이 되는 근본번뇌와 이에 수반하여 일어나는 수번뇌가 있으며, 또 이것을 사사(邪師)ㆍ사설(邪說)ㆍ사사유(邪思惟)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분별기(分別起)의 번뇌와, 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몸과 함께 있는 구생기(俱生起)의 번뇌가 있고, 또 사(事)에 대한 정의(情意)의 미(迷)인 수혹(修惑)과, 이(理)에 대한 지(智)의 미인 견혹(見惑)이 있으며, 혹은 세용(勢用)의 이둔(利鈍)에 나아가서 5리사(利使)ㆍ5둔사(鈍使)를 세우기도 하고, 혹은 3루(漏)ㆍ3박(縛)ㆍ3혹(惑)ㆍ4류(流)ㆍ4액(軛)ㆍ4취(取)ㆍ5상분결(上分結)ㆍ5하분결(下分結)ㆍ9결(結)ㆍ8전(纒) ㆍ10전ㆍ108번뇌ㆍ8만 4천번뇌 등으로도 나뉜다.
절에서는 108번뇌의 숫자에 따라 부처에게 절을 할 때나 경전이나 진언을 염송할 때에 108번을 하고 염주도 구슬 108개를 꿰어 만드는 경우가 많다.
[1] 이 단어를 발음 그대로 직역하는 경우 길례사(吉隷舍)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