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
♬ 01. '''보고싶어'''
♬ 02. Look At Me
♬ 03. Show You
♬ 04. I Don't Mind
♬ 05. White day
2014년 10월 15일 발매. 음원은 15일 정오에 공개되었다. 타이틀 곡은 <보고싶어>. 이제는 거의 전담 작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단옆차기가 SEION과 공동작곡한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뮤비까지 포함해 <Something> 활동 당시에 만들어 놨던 곡이다. 당시 후속곡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Something> 활동이 길어져서 그랬는지 보류됐다가 가을 시즌에 맞춰 발표됐다. 수록곡들은 이전 앨범의 발라드곡들을 재수록했고 신곡은 <보고싶어> 한 곡이다. 노래의 내용은 이별을 슬퍼하는 여인네의 전형적인 한탄과 슬픔...인 듯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너무 달콤해서 미치게하는 구남친의 전화 를 받고 혼란에 빠진, 나쁜남자에게 걸려 어장관리 당하는 여인네의 사정이 주된 스토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작 <Something> 역시 바람난 남친한테 매달리는 여자 얘기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단옆차기는 뭔가 살짝 구질구질한 얘기를 고급지게 포장하는게 주특기인 듯싶다.
여러모로 특이한 활동인데, 걸그룹의 발라드 앨범이라는 것 자체도 흔한 경우가 아닐뿐더러 음방 활동까지 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상태. 거기에 CD 앨범이 아닌 키노 앨범으로만 발매한다고 한다. 키노 앨범은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이용한 카드형 앨범으로, 걸스데이의 이 앨범이 '''세계 최초'''라고 한다.[1] 이쯤되면 팬써비스 차원의 이벤트 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치고 뮤직 비디오는 또 상당히 멀쩡하다. 정규활동은 확실히 아니지만 전년도의 <Let's Go> 이상, <말해줘요> 미만의 활동 정도 되는 것 같다.
가을 시즌에 발라드 곡으로 돌아온 만큼 컨셉 또한 차분한 청순미를 강조하는 쪽이다. 경력 안에서 보자면 <나를 잊지마요>와 유사한 컨셉. 발라드 분위기가 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댄스였던 그 노래와는 다르게 <보고싶어>는 미디엄템포의 정통파 발라드이다. 음방 활동에 대한 부담감 없이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내 놨다는 느낌도 난다. 발라드라도 다소 복잡한 구성을 선호하는 근간의 가요계 경향에 비해, 거의 고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단순명료한 구성을 가진 곡이기도 하다. 1절-후렴, 2절-후렴, 변조를 가미한 후렴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명쾌함을 보여준다. 최종 결과물을 보건데, 후렴구의 멜로디에 대한 자신감에서 취한 구성인 듯하다. 나름 퀄리티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되는 걸스데이의 기존 발라드곡들과 비교해봐도 감각적인 훅이라는 면에서 별도의 타이틀곡 자리를 따로 꿰찰 만한 멜로디 라인인 것.
이단옆차기와 협업한 이후로 팬덤의 불만을 샀던 파트 분배 문제도 많이 해결됐다. 1, 2절 모두 혜리로 시작해 소진과 민아가 받쳐주는 형식이고 중간에 유라의 단독 랩파트가 놓여있다. 브릿지는 민아가 담당하고 후렴구는 다시 민아를 주축으로 한 합창. 아웃트로는 소진 단독. 걸스데이의 멤버 구성을 놓고 봤을 때 가장 상식적인 파트분배라고 할 수 있겠다. 혜리 목소리가 가장 많이 들리는데, 그동안 파트 분량이 적은게 불만이었던 혤덕들에게 다소 위로가 되는 구성이기도 하다. 사실 벌스 중 소진이 불렀으면 더 잘 살았을 것 같은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혜리의 독특한 목소리까지 포함한 것이 걸스데이의 개성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분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벤트성 음원인 만큼, 딱히 프로모션이라고 할만한 활동은 전혀 없었다. 그냥 발표한다는 기사가 몇번 난 정도. 발표 바로 전주 SNL 코리아에 호스트로 출연한 것이 그나마 가장 프로모션스러운 활동이었다. 음반 점수에 포함될지 어떨지도 모르는 형식의 앨범을 발표한 점과 음방 점수를 최대치로 확보하기 위해 거의 상례로 자리잡은 월요일 발표가 아닌, 수요일에 음원을 발표한 점. 걸그룹으로서는 드문 발라드 타이틀곡에 비활동곡이라고 애초에 선언한 점까지 해서 어느모로 보나 공백기를 줄이기 위한 이벤트성 음원이 분명했는데... 이런 전제를 두고 생각해보면 <보고싶어>의 첫날 음원 성적은 확실히 놀라운 면이 있다. 15일 정오에 발표한 음원은 멜론 실시간 기준 7위로 챠트에 진입, 다음 시간대에 5위, 6시 4위로 상승. 음원 소비량이 늘어난 시간대인 7시에 실시간 2위에 오르고 첫날 성적을 마무리하는 12시 자정에 마침내 실시간 1위를 달성했다. 같은 시간에 발표된 서태지의 신곡 <Christmalo.win>이 바로 차트를 점령하는 바람에 1위 행진은 두시간 정도로 끝났지만 어쨌거나 비슷한 시간대에 엠넷, 벅스, 지니에서도 1위를 기록. 익일 발표된 멜론 일간차트에서도 역시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팬덤 화력의 지표가 되는 음반 판매도 순항 중이다. 하루만에 초동 물량 5,000장 완판. 생소한 형식의 앨범에 19,900원이라는, 싱글로서는 비싼 가격까지 생각해보면 고무적인 결과이다.
팬들로서도 살짝 이해하기 힘든 결과였다. 그렇다고해서 빈집성 성적인가 하고 보면, 차트 경쟁자들의 면모는 역시 언제나처럼 화려하다.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과 에일리의 <손대지마>, 2014년의 지배자 소유의 새로운 콜라보곡 <틈>에다 바로 전주, 음원 성적만으로 인기가요 1위를 차지한 김동률의 신곡 <그게 나야>, 아이유와 서태지가 뭉친 <소격동>과 경쟁한 결과이다. 음방버프를 기대할 수 없으니 이 성적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모르겠으나, 첫날 성적만 보자면 누구도, 심지어 가수 본인들조차 예기치 못했던 결과이다. 전작들의 흥행과 더불어 멤버들의 예능에서의 활약이 걸스데이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결과인 듯하다. 이틀째 멜론 순위는 첫날의 화력이 빠지면서 7~8위권에 안착하는 모양새. 애초에 팬덤에서조차 기대했던 최대 순위가 이 정도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발라드곡으로 낸 첫째날의 성적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였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뭘 해도 되는 그룹이라는 평가가 아주 근거없는 얘기는 아닌 상황.
24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두개 채널 합산 약 50만 정도. 정규활동이 같은 시점에서 100만 정도를 기록했던 전적을 생각하면 이벤트성 음원인 티가 나는 결과이다. 그렇다고 해서 뮤비의 퀄리티가 전작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뮤직비디오는 크게 세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한때 유행했던 드라마타이즈 형식과 영상과 음악이 병렬 진행되는 영화음악 형식, 영상이 음악의 구성에 크게 종속되는 뮤직비디오 고유의 형식이 그것이다.[2] 걸스데이의 이번 뮤직비디오는 세번째 형식에 속한 부분이 눈에 띄인다. 1절에서는 아침의 우울함 정도로 시작한 멤버들의 연기는 유라의 랩파트와 2절을 거치면서 거의 망가지는 수준의 눈물 연기로 격화되는데, [3] 박자가 엇갈리며 민아의 하이노트가 터지는 세번째 사비에서 돌연 등장하는 눈밭 플래쉬백이 주는 해방감은 이 뮤직비디오의 백미. 철저하게 곡의 구성에 종속되어 연출된 장면으로 앞선 눈물바람과 플래쉬백의 미소가 이루는 대비는 곡의 클라이막스인 세번째 사비를 가속하면서 영상과 음악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발표 첫주의 음원 성적은 멜론 주간 13위. 실시간 평균보다 낮은 순위지만 수요일 발표곡이라 총 합계에서 밀린 듯하다. 가온 주간차트에서는 4위로 선방. 괜찮은 음원 점수를 바탕으로 2014년 10월 26일 SBS 인기가요의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나 정규활동 중인 빅스와 서태지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강점이었던 SNS 점수에서 800점 가까이 뒤졌고 음원 성적도 300점 정도를 앞서는데 그쳤다. 문투에서는 당연히 압살당해 결국 1위 빅스와는 1787점차, 2위 서태지와는 43점차로 3위. 걸그룹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비활동 발라드곡으로 1위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걸그룹으로서는 흔치 않은 성적을 올린 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