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장(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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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불도장.산해진미, 금은보화, 명성이 자자한 것을 막론하고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손에 넣고 싶은 것이 워낙 많아 항상 시간이 없는 듯하다. 친구에게는 매우 관대하지만, 마스터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신비한 초대
「이 초대 받아들일 거야?」
금박으로 장식한 값비싼 초대장이었지만, 누가 보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마스터는 초대장을 손에 들고 몇 번을 다시 읽어본 후 결정한 듯 말했다.
「당연하지. 이렇게 비싼 초대장을 보낸 걸 보면, 뭐라도 얻을만한 게 있을 거야.」
마스터는 신이 난 표정을 지었지만, 난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우선 초대장을 보낸 사람을 직접 확인한 후 믿어도 될 일이었다.
마스터는 성공한 상인이다. 세상 대부분의 상인이 그렇듯 마스터 역시 돈을 목숨만큼이나 좋아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익만을 쫓는 경영 이념과는 달리, 나는 그가 일을 물려받았을 때 추구했던 경영 방식을 더 좋아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타인 에게 선을 베풀며, 결정한 것은 절대 바꾸지 않는 것」.
밤이 되자 난 마스터와 함께 약속한 장소에 갔다.
그곳은 버려진 저택이었는데, 정원엔 다 말라 가는 회화나무 한 그루가 전부였고 바람이 불 때마다 귀신이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마스터는 불안한지 사방을 살폈다.
그때 검은 로브에 맹수 가면을 쓴 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초대장을 보내온 사람과 똑같은 차림이었다.
그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나와 마스터의 눈을 가릴 것을 요구했다. 그래야만 진짜 모이기로 한 장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스터는 불안한지 「그래, 엎어진 김에 쉬어 가자」 라고 연신 중얼거리면서 검은 로브의 사내에게 눈을 가리게 했다.
하지만 난 이 일에 반감을 느끼긴커녕 오히려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가린 후,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길을 오르고 내리며 한참을 달렸다. 창문 밖으로 들리는 말발굽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바람 소리가 들릴 때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였다.
눈가리개를 벗자마자 나와 마스터는 살던 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높은 건물 앞으로 갔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볼 새도 없이 검은 로브의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교하게 장식된 거대한 공간에 검은 로브와 똑같은 가면을 쓴 자들이 두 줄로 서 있었다. 이 중에 맨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나와 마스터뿐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면 뒤에서 나를 쳐다보며 수군대는 듯한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마스터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내 뒤에 숨었다.
「승천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장 앞에 앉아 있던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나와 마스터를 향해 두 팔을 벌려 보이며 환영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마스터와 함께 남은 자리에 앉아 우리를 초청한 이유를 들었다.
승천회는 이 국가가 정상적으로 들아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밀 조직이다. 이들은 배후에서 국가의 재정을 조종하기도 하고, 다음 왕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함께 나라를 더 부강하게 만들 인재를 찾고 있다고 한다.
마스터의 재력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을 도우면 마스터에게 최고의 보답을 해주겠다고 했다. 바로 평민인 마스터에게 귀족 신분을 주겠다는 것이다.
명예와 이익은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며, 나 역시 좋아한다.
이들의 제안은 확실히 내 마음을 동하게 했지만, 검은 로브 안에 숨어서 지나치게 정체를 감추는 점이 매우 거슬렸다.
난 원하는 것을 직접 이루는 것을 좋아하지,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거나 지름길로 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 나라는 건국 이래 명문세가의 국정 간섭을 받았고, 건국한 그 황제도 명문세가의 국정 도움으로 전란을 평정했다.
이런 명문세가의 자제들이 조정에 자리 잡고 있어 평민 출신이 관원이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고, 신분 상승 역시 불가능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잠깐 사이에 마스터의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이 기회를 잡은 다음, 더 높은 문턱은 어떻게 넘을지 고민하기로 결정했다.
가면을 쓴 자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명문세가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왜 이들이 자수성가한 마스터를 선택했을까?
어쩌면 그들이 말한 것처럼 마스터의 재력이 상류사회로 가는 문을 열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 눈에 광기가 번뜩이는 마스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마스터는 이런 말들을 이미 믿고 있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 탐욕스러운 사람은 현혹되기 쉬운 법이다.
6.2. 2장. 위험한 비밀
마스터는 승천회의 가면 쓴 얼굴도 모르는 자의 말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쌓아온 업적이 모두 승천회의 관원 덕이라고 말이다.
마스터는 그 관원에게 「성의」를 보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만했다.
그는 평민 출신이지만 높은 직위에 오른 관원이다. 모두 그가 뛰어난 재능을 지녀서 높은 곳까지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은혜 때문에 자신의 업적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부서진 거짓은 우스갯소리와 다름없었고, 승천회에 대한 내 경계심도 한층 짙어졌다.
승천회는 마스터를 불러들여 자신들에게 합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세 가지 일을 통해 충성심을 보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마스터는 바로 승낙했고, 나는 말할 기회조차 없이 혀끝에 맴돌던 경고를 도로 삼켜버렸다.
승천회가 마스터에게 요구한 첫 번째 일은 그의 명의로 된 점포를 바치라는 것이었다. 많이는 아니고, 몇 개면 충분하다는 조건이었다.
나는 이런 요구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이건 단지 탐색일 뿐이니까. 예상 밖이었던 건 마스터의 충성도를 시험한다는 것이다. 마스터에게 대체 어떤 일을 부탁하려고 이런 짓까지 하는 걸까?
이게 단지 탐색일 뿐이라면, 이들이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까?
마스터는 며칠을 망설이다가 장사가 안되는 가게 몇 개를 승천회에게 내주기로 했다. 가문의 사업을 넘겨받은 공자는 곧 이 사실을 발견한 직후, 마스터에게 장부를 내밀며 대체 왜 이랬냐고 따져 물었다.
나는 보폭을 좁히며 공자를 막아섰지만, 마스 터는 날 물러나게 했다.
난 마스터를 한 번 보고, 그의 명령에 따라 서재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마스터를 한 번 흙어본 뒤, 명령에 따라 서재 문을 닫았다. 얼핏 들어보니 공자에게 승천회에 대해 말하는 듯했다.
나는 공자가 이만큼 놀라는 기색을 본 적이 없다. 훗날 마스터가 신분 상승을 위해 이런 희생을 결정했다고 말할 때도 공자는 입술을 떨며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불도장, 이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공자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날 통해 확인하려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걱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않았다.
점점 냉정해지는 공자를 보니, 마스터의 결정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꽉 쥔 주먹은 그와는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 내가 아는 그라면, 분명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일을 해낼 것이다.
그리고 공자는 역시 내 생각대로 행동했다. 이번 「부자간의 대화」로부터 며칠 뒤, 난 공자의 식신이 몰래 저택의 뒷문으로 드나드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그가 한 번 더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가 몰래 그의 뒤를 밟았다.
그가 간 곳은 매우 은밀했고,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일찍이 준비한 미행자를 따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가 접선한 자와 나눈 말을 들을 순 없었지만, 그가 건넨 서신을 보면 승천회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닌 듯했다.
「방어찜, 공자와 뭘 꾸미고 있지?」
접견인이 떠난 후, 방어찜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반쯤 돌아가던 중, 나는 그의 앞을 가로막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방어찜은 깜짝 놀랐지만, 겁먹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둘러대느라 시간낭비를 하지도 않았다.
「공자와 나는 제 기능을 잃어버린 이 나라를 구할 것이다. 절대 말하지마라, 불도장. 아무한테도.」
「제 기능을 잃어버린 나라라...」
적절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매우 동의했다.
통치자의 결정까지 통제를 받는 상황이라면, 이 나라의 운명도 놈들의 수하에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된다면 내 마스터 역시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장기말에 불과한 것이니까.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모두 위험해.」
「공자와 나는 이 일로 목숨을 잃을 각오가 되어 있어.」
「하, 알고 있겠지만, 만약 사건이 알려지면 너희뿐만이 아니라 마스터와 모든 귀족까지 연루될 거다. 이런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는 건가?」
「......」
「내가 알아챌 정도면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놈들이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당장 손을 떼거나, 더 신중하고 철저하게 일을 처리해야 해. 난 밀고하지 않을 거지만, 너희 두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알았어. 조심할게.」
내 경고를 받은 방어찜은 이후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하지만 내가 이 계획을 눈치채기 전에, 승천회가 이미 이들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그들이 쥐고 노는 장기말이었던 것이다.
6.3. 3장. 이번에도 빚진 거다
「불도장, 비켜! 가서 마스터를 데려와야 해!」
「진정해!」
「진정?! 마스터가 승천회에 보내질 텐데, 어떻게 진정하란 말이야!」
「진정하지 않으면, 너랑 공자 모두 못 간다고!」
나는 공자의 침실로 들어가려는 방어찜을 막아섰다. 그리고 분노한 얼굴로 그의 급소를 조준하여 정원에 묶어 두었다.
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나 역시 공자를 승천회로 끌고 갈 것이라는 말에 놀랐으니까. 그런데 마스터는 정말 공자를 가두어 놓고 승천회에서 데려갈 때까지 앞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감정에 지배당하지 마! 생각해 봐.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건너희의 계획이 진작 탄로 났다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이지?」
내 물음에 거의 이성을 잃어가던 방어찜이 냉정을 되찾았다.
「...우리의 사업은 끝나지 않을 거다. 다른 사람에게 자동으로 양도되겠지. 난 마스터를 데리고 나가기만 하면 돼. 앞으로 이 모든 걸 만회할 수 있는 기회만 잡으면 된다고.」
「하하... 사업? 내가 추측하건대 너희가 나라를 구한다는 건 아마 황제와 관련이 있는 거겠지. 너희는 승천회가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고, 단지 명문세가가 황제를 협박한다고 생각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맞지?」
「......」
「승천회가 명문세가와 연관 있다는 건 짐작 했지만, 대체 어디에서 우리가 그런 조직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 유출되었는지 모르겠지. 어쩌면 나. 어쩌면 황제의 측근, 그리고 어쩌면.. 우리 내부에 있는 사람의 짓일 거다.」
「그럴 리 없어!」
「보아하니 내 말이 모두 맞았나보군. 그럼 어째서 놈들이 갑자기 공자에게 손을 댈까?」
「...나도 모른다.」
난 한숨을 쉬고 그의 팔을 두드렸다.
「나도 궁금해. 놈들이 공자를 위해 마스터를 데려갔다는 생각이 들거든... 우선 돌아가고, 밤에 다시 결과를 보자. 정신 똑바로 차려. 그래야 원하는 결과를 걷을 수 있어.」
방어찜을 보낸 후, 난 곁눈질로 시간을 확인하고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들이 떠나기 전에 하나 더 도와줘야겠군...
밤이 되자 방어찜이 약속대로 나왔다.
홀로 정원을 감시하고 있던 식신을 쓰러뜨리고, 난 방어찜과 함께 준비해둔 짐을 들고 공자에게 갔다. 둘은 기쁨의 포옹을 한 뒤, 급히 길을 나섰다.
「꾸러미 안의 여비면 충분할 거고, 출국 노선도 공자에게 전달했다. 가는 길의 피난처는 모두 매우 은밀한 곳이다. 나와 마스터가 들 아다니며 사업할 때 알게 된 친구들이 모두 발 벗고 도와주겠다고 한 덕이지. 승천회가 이곳을 강시하라고 보낸 식신은 내가 처리했으니 안심하고 떠나라...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기면 그때 다시 돌아와.」
공자와 방어찜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방어찜이 내 팔을 잡자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왜 우릴 돕는 거지? 우린 아직 놈들의 규모를 몰라. 우릴 도우면 나리뿐만 아니라 너도-」
「사익을 위해 자신의 가족을 팔 수 있는 자가 못할 게 뭐가 있겠나? 언젠가 그들의 야망에 대가를 치르게 해줄 날이 올지도 모르지.」
난 방어찜의 말을 끊고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우리는 승천회에 관해 별로 아는 게 없어. 그래서 잠깐 도울 수 있을 뿐이다. 결국 너희의 힘으로 직접 나라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어찌 됐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이런 나라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니, 너희가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네가 이루고자 한다는 건...」
「하하, 거기까지는 알 필요 없어. 이제 그만 출발해.」
「...고마워. 신세를 져버렸군.」
「신경 쓸 거 없다. 나중에 갚으면 되니까.」
6.4. 4장. 세 번째 부탁
공자와 방어찜은 마을을 떠났다. 마스터는 크게 분노했지만, 우선 마스터에게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승천회는 아주 빨리 공자와 방어찜에 대한 걸 알아차렸고, 그와 동시에 마스터에게 세 번째 조건을 말했다. 바로 나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나를 그들에게 넘기라는 것이었다. 이를 거절하면 그의 재산은 모두 몰수당할 것이고, 멸문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흐느끼며 내게 사정하는 마스터를 보고, 난 최대한 비아냥거리지 않으려고 의식하며 물었다.
「방어찜은 어떻게 됐습니까? 공자가 놈들에게 살해당했으니, 방어찜도 함께 죽은 겁니까?」
「바, 방어찜? 나도 모르겠어.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어쩌면 도망쳤을지도 몰라!」
방어찜이 주인을 두고 혼자 도망칠 리 없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음모를 꾸민 공자를 제거한 동시에 식신인 나와 방어찜을 손에 넣으려는 게, 놈들의 목표인가?
이런 대담한 생각에 난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을 따르지 않는 식신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불도장, 날 꼭 살려줘. 내가 없었다면 넌 이 세상에 소환되지도 않았을 거야...」
「알겠습니다. 가도록 하지요.」
난 마스터의 구걸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의 말을 자르고 짧게 대답했다.
마스터의 배신은 그의 암울한 미래를 결정 짓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기회에 그와의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좋겠다. 난 이 혼란 속에서 답을 내린 후, 방어찜을 구하고 이곳을 떠났다.
저택을 떠날 때는 이미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았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끝까지 매우 협조적으로 굴었다.
승천회는 내가 순순히 따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식신 한 명을 보내 날 압송시켰다.
날 압송한 식신은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승천회의 구역에 도착해서야 한숨 돌리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이곳을 얼음 제단이라고 불렀는데, 어떤 실험을 하는 곳처럼 보였다.
얼음 제단에 진입한 후, 한참을 더 걸었다. 검문소에서 날 넘길 작정인 듯했다.
난 이 기회를 틈타 경계를 늦춘 식신을 습격했다. 대기하던 식신은 잠시 주춤하더니, 재빨리 주변에 있던 다른 인간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넌. 누구지?」
「난 훈제고기야. 방어찜을 구하는 걸 돕고 싶어.」
「방어찜이 여기 있나?」
「그래. 이쪽으로 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 식신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훈제고기와 승천회는 분명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는 얼음 제단의 구조에 익숙했고, 마음대로 오가는 그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덕분에 보초를 습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방어찜이 갇힌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신을 잃은 방어찜은 튼튼한 테이블에 고정된 상태였고, 주변에는 수정과 용도를 알 수 없는 금속 기구들이 가득했다.
「...이건?」
「이건 실험 도구야... 놈들은 강력한 식신과 계약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뭐?!」
「식신이 많아지면,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때가 되면, 이 나라뿐만 아니라... 온 환주가 놈들의 손아귀에 들어갈 거야.」
「…이게 놈들의 목적이었군.」
「방어찜이 날 도와줬으니, 이번엔 내가 도울 차례야. 자, 어서 방어찜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
방어찜을 묶어둔 족쇄를 풀고 등에 업은 뒤, 훈제고기를 따라 도주할 수 있는 가장 은밀한 통로로 향했다. 난 그의 정체가 뭔지, 신분은 뭔지 물었다.
하지만 훈제고기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승천회가 더 이상의 피해를 주지 않길 바란다고 말할 뿐이었다.
「우리와 함께 가겠나?」
「아니. 난 이곳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야. 너희의 피난 계획은 이미 모두 준비해두었어. 날 믿는다면, 방어찜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 가서 상처를 치료하고, 놈들을 상대할 기회를 엿보도록 해. 그때 내가 아직도 여기 있다면, 그때는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몸 조심해라.」
훈제고기의 굳은 결심에, 난 다시 권하지 않고 방어찜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
우리는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 있다. 그 때문에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이 나라엔 미련이 없다. 이곳을 떠나면 다른 곳에서 새 출발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 있다.
미래에 그들의 선택이 무엇이든지, 난 이곳이 아닌 어디에선가 그들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