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일도
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광혼록(狂魂錄)』 1부에서는 그 이름만 나오다가 2부에서야 직접 등장하는 절정고수(絶頂高手)이다. 귀찮은 걸 싫어해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은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라고 항상 되뇌면서도 무슨 사정인지 듣게 되어 잘못된 일이라면,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발끈해서 꼭 끼어들어 의협(義俠)이라고 불린다. 근래에는 조가장 외부의 일을 주로 맡아 도와주고 있느라 무림에서는 거의 은거하다시피 해 '''석노야'''라고 불리고 있다. 겉모습도 새하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막일꾼 마냥 웃통에 걸친 것이 없는 반바지 차림이었다."내 힘이 그렇게 필요하냐?"
"누가 종잇장 맞들자고 하든?"
"하하핫! 좋아, 좋아! 넌 원래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니까. 좋아, 이 굉뢰장 어르신이 도와주지."
"야, 나잇값도 못하는 늙은이! 그만 가라니까!"
"어, 그래, 그래. 너보다 센 여위가 저렇게 되었으니 걱정도 되겠지! 걱정하지마! 내가 가서 한 방에 날려주마!"
"뭐야? 가서 한 방에 날아가겠다고? 나이 생각해서 참아라!"
- 『광혼록』의 석일도와 육풍목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행적
20여 년 전, 석일도는 200명이나 모인 마적 집단인 비룡단(飛龍團)이 귀혼칠살(鬼魂七殺)에게 패망한 소식을 전해 듣고 호기심에 현장에 가 본다. 처음에 대적하다가 죽은 놈은 불과 7~8명의 비룡단의 얼간이 두목과 수뇌부 몇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뭉개 놓은 나머지들··· 도망치려고 몸부림치다 온몸이 으깨져서 죽은 놈, 무릎 꿇고 빌다가 머리통이 박살 난 놈, 기둥을 끌어안고 울다가 가슴에 구멍이 뚫려 심장을 빼놓고 황천 간 놈 등등 사람 씨를 말리겠다고 작정한 미친놈이나 저지를 참상에 석일도는 귀혼칠살을 묵사발 내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워낙에 설쳐대는 살인귀들이라 금방 잡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게 귀혼칠살이 갑자기 활동을 중단한 것처럼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거의 오기(傲氣)와 깡으로 뒤쫓은 끝에 석일도는 그들이 소주(蘇州) 조가장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아내 찾아가 담을 넘는다. 그곳에서 황당하게 귀혼대살(鬼魂大殺) 양천일이 예전 기억을 다 잃고 총관으로 지내며 애까지 보는 모습과 그런 그를 마음껏 부려먹고 있는 조대인을 만나면서 어찌하다 보니 석일도 역시 조가장에 눌러앉게 된다. 자기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회까닥 돌았다면 갑자기 제정신이 될 수도 있다는 조대인의 말에 15년간이나 조가장의 일을 도와주게 된 것이다.
조수인은 18개월 동안 무공을 익힌 다음, '천하무적'이라 쓰인 머리띠를 이마빼기에 두른 채 형산(衡山)을 거쳐 형주(衡州)를 지나 집안에 일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소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한발 늦어 조대인이 혈선교(血仙敎) 살수의 칼을 맞으면서 치명상을 입고 만다. 이때 석일도도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데, 조금 늦는 바람에 이 일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격노(激怒)한 그는 남은 혈선교 살수들을 귀혼삼살과 함께 깡그리 박살 낸다.
조가장의 일이 일단락된 뒤 석일도는 근처에 있던 경천객(驚天客) 무호성, 비호도(飛虎刀) 육풍목, 목령자(木靈子)를 만나 전후 사정을 들어 혈선교가 다시 나타났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쌍비살호(雙臂殺虎) 여위의 요청과 육풍목의 꼬드김에 넘어가 혈선교가 공격하고 있는 맹룡회(猛龍會)의 본부인 다보장(多寶莊)을 구원하러 간다. 그와 육풍목은 오랜 친구이며 호적수이기에 다보장에 혈선교 무리를 깨부수러 가면서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다보장 입구에서 혈선교의 추가 전력인 소호(素狐) 황가동과 금사(琴蛇) 요평성을 맞닥뜨리자 석일도와 육풍목은 그들의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음을 눈치채 싸우면 귀찮아질 것 같아 서로에게 떠넘길 생각을 먼저 한다.
소주에서 혈선교를 몰아내는 데 성공한 이후에는 그는 조수인 일행을 따라가지 않고, 바로 대영웅대회(大英雄大會)가 열리는 태호(太湖)로 간다. 거기서 아미파(峨嵋派)의 백릉대사(白綾大師)와 청성파(靑城派)의 황엽도사(簧葉道士)와 함께 대영웅대회에 수작을 부릴지도 모를 혈선교를 경계한다. 10일이 넘도록 아무 일도 없었지만, 실상은 이미 혈선교에서 혈고(血蠱)를 곳곳에 잠복시켜 놓은 상태였다. 다행히 운남(雲南)에서 혈고의 해법을 찾아낸 혈적신군(血笛神君) 주운랑이 때마침 나타나면서 피해를 최소화한다. 이 와중에 석일도와 목령자는 따로 주변의 소량의 혈고를 제거하느라 꽤 고생을 한다······.[1]
개방(丐幇) 수밀계(樹密界)에서 있었던 혈선교와의 최종 결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3. 무공
- 굉뢰장(宏雷丈): 전개하면 울리는 천둥소리 같은 우렁찬 굉음과 눈을 멀게 할 듯한 섬광(閃光)이 일어나 귀신조차 겁을 먹어 도망간다 하여 석일도에게 굉뢰귀견수(宏雷鬼見愁)란 별호를 갖게 한 성명절기(成名絶技)이다. 육풍목의 섭혼도법(攝魂刀法)과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의 최상승(最上乘) 기예라 두 손이 불길처럼 치솟는 광채에 휩싸일 정도로 극양(極陽)의 성질을 가져 어지간한 것은 재로 만들 수 있으며, 심지어 체내의 혈고를 불사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육풍목은 멍청한 장법이라고 깎아내리고, 조수인은 반짝이 손이라 한다······.
[1] 목령자가 혈고를 몸으로 받아들인 뒤에 조금씩 풀면 석일도가 자신의 공력을 주입해 태우는 식으로 없앤다. 한 번에 없애려 했다가는 석일도의 공력에 목령자의 내부도 버티질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