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카/배경
1. 장문 배경
아주 오래 전, 시간조차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대, 천상계의 주민들은 이제 막 룬테라에서 번성하기 시작한 필멸의 종족들을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일탈이 심하고,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으며, 천상계에서 그들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훌륭한 얼개에서 위험할 정도로 벗어났던 것이다. 필멸자들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정신은 밤하늘에 촘촘히 얽혀 있는 안내와 운명의 씨줄 날줄을 보이지도 않는 것으로 취급하거나, 더 심하게는 제멋대로 곡해해서 혼돈과 불확실, 고통을 자초하기 일쑤였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되었을 무렵, 천상계의 누군가가 저 필멸자들의 세상으로 직접 내려가 우주라는 양탄자를 망쳐놓은 저 흉한 매듭을 풀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별의 아이'가 필멸의 존재처럼 육신을 갖추게 되자,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강력한 마법의 힘이 새로운 육체의 핏줄을 타고 흐르며 몸 안에서부터 불타는 듯한 고통을 안겼다. 하지만 별의 아이는 저 망가지고 불완전한 필멸자들 모두를 치유할 수 있다면 이런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소라카는 룬테라로 내려오게 되었고, 필멸의 존재들을 하나하나 달래고 어루만지는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소라카는 룬테라 주민들의 잔혹성이 얼마나 악랄한지를 피부로 느꼈다. 불가피한 분쟁 때문에 벌어진 전장에서든, 번성 일로의 대도시에서 가장 지저분한 빈민가에서든, 바로 너머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황무지가 펼쳐져 있는 황량한 국경 지대에서든, 싸움과 배신, 고통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필멸자들이 다 함께 엮여 있어야 할 운명의 가닥들을 무참하게 끊어버리는 것을, 소라카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라카는 그들의 삶이 너무나 짧은 탓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필멸의 존재들은 우주 자체에 수놓인 문양을 볼 수 없을 따름이고, 그래서 이제는 그것을 놓쳐버린 것이라고. 필멸자가 되어 필멸자들의 세계에서 살아가며 그들이 입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해 주려고 애쓰던 소라카는 어느 순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그 얽히고 설킨, 엉망으로 꼬여 버린 매듭에서, 거대한 문양에 난 너저분한 구멍에서,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얼개가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뒤얽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다단한 얼개가. 필멸의 존재들은 그들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거칠고도 새로운 방식으로 미지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저 높은 천상계에서 내려다볼 때에는 오로지 혼돈뿐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별의 축복을 받아 시간의 침식 작용에 맞선 소라카의 새로운 관점에서 보자면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아름다웠다. 이 필멸의 존재들은 깊디깊은 잔혹성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에게 무한한 인정을 베풀 수 있는 가능성이 충만했고, 별들 사이에 있는 그 어떤 존재에도 버금갈 만한 영감을 간직하고 있었다. 소라카는 이제 망가진 천상의 문양을 바로잡거나 복제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마음 한 편은 여전히 별들의 운명을 바로잡고 위안하고 싶었지만, 형태가 고정된 운명은 필멸의 존재가 갖는 억제되지 않고 역동적인 가능성을 품을 수 없음을 알아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소라카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감춰진 가능성을 풀어주는 일에 다시금 힘차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끌기보다는 영감을 주고 안내하는 편을, 필멸의 존재가 짧지만 찬란한 삶의 순간에서 어떤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내는지 지켜보는 편을 택했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별의 아이의 전설은 룬테라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프렐요드의 몇몇 부족은 지금도 멀리서 온 방랑자, 이마에 뿔이 달린 치유사가 가장 엄혹한 겨울철에 찾아와 혹한에 상처 입은 자들을 달래주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운의 가장 깊숙한 안쪽 지대에서는 연보라색 살결의 의술인이 자운의 잿빛 대기에 찌들어 버린 폐를 정화시켜 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창 분쟁을 겪고 있는 아이오니아의 경우, 바스타야샤이레이 부족의 가장 오래된 전설에는 '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별빛을 소환하여 상처 입은 자들을 치료하고, 나아가 최초의 땅에 해를 입히는 자들은 그 빛으로 태워버렸다'는 어느 예언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소라카는 타곤 산에서 가장 서쪽에 자리한 봉우리들을 고향으로 삼고 있다. 고립된 바스타야 부족을 돌보면서 치유법을 가르치고, 조용하고 소박하게 살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 거대한 산으로 온 것인지, 얼마나 더 머물 것인지는 소라카만이 알 것이다. 그녀는 번영하던 문명이 파멸의 가장자리까지 다가가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했다. 구원을 바라지 않는 자는 구원할 수 없으며, 보지 않으려 하는 자를 억지로 보게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소라카는 결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2. 별들과 대지 사이의 그 어딘가
[image] 차 한 잔 마시기에 더없이 좋은 밤이었다. 공기는 냉랭하면서도 청명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날 듯한 밤, 타곤 산답게 몹시도 추운 밤이었다. 소라카는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그마한 천막집 한가운데에 자리한 난로에 돌주전자를 올려놓았고, 그 안에 퍼넣은 눈이 이제 녹고 있었다. 물이 점점 따뜻해지자 작은 집 안에는 말린 찻잎과 희귀한 산 약초 향이 번져나갔다. 소라카는 방을 가로지르며 뒤쪽 벽을 따라 직접 만들어 세운 선반을 지나쳤다. 방의 다른 부분이 다 그렇듯, 선반 역시 아주 약간이지만 삐딱했다. 필멸자들의 기술 중에서 목공은 소라카가 자신 있는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반을 직접 만든 것은, 오로지 선반에 올려놓은 기념품들이 좋아서였다. 오미카얄란에서 나는 버드나무 화환, 밴들 시티의 어느 사랑스러운 친구가 준 황금빛 작은 도토리 등.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은 그 어떤 필멸자보다도 오래된 것으로 먼 옛날 나시라미에서 돌로 만든 개 조각품이었다. 언제 한 번 더 나시라미에 가봐야 하는데. 벌써 몇 백 년이나 지났어. 정말 좋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 하지만 집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소라카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고함 소리와 동물이 짖는 소리가 뒤섞였다. 정말 시간에 딱 맞춰 왔구나. 어둠 속에서 늑대 한 무리가 눈에 파묻혀 옹송그리고 있는 덩어리 하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소라카는 밤공기 속으로 걸음을 재촉하며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었다. 높이 뜬 달은 약간 너무할 정도로 커 보였는데, 타곤 산에서는 흔한 풍경이었다. 소라카의 집은 산꼭대기로 가는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었다. 동쪽으로는 험준한 바위투성이 평지가 펼쳐졌고, 서쪽으로는 급경사 절벽이 있었다. 어찌나 까마득한지 아래쪽은 안개에 싸여 보이지도 않았다. 차디찬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와 모든 것을 서쪽으로 밀어붙이는 지역이었다. 야생동물들이 평지를 지나다가 바람에 휩쓸려가는 모습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을 사냥하는 포식동물이 나타나는 일은 무척 드물었다. 늑대들이 소라카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으르렁거렸다. 천막집 창에서 나오는 노란 빛을 받아 반쯤 윤곽이 드러났다. 그때 덩어리가 움직였다. 소녀였다. 잔뜩 겁먹은 눈이 소라카를 마주 바라보았다. 덜덜 떨고 있는 두 손으로는 나무로 만든 창을 꼭 쥐고 있었다. 신성한 타곤 산으로 가는 길목, 이 외진 절벽가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린 사람이 찾아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늑대 무리가 일제히 소라카에게 달려들었다. 별빛이 그녀를 보호하려 지르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소라카의 손끝에서 불꽃이 번뜩거리더니, 황금빛 불길이 비처럼 늑대 무리 위로 쏟아졌다. 그 서슬에 늑대들이 태초의 공포를 느끼고 기절초풍하며 달아나 버렸지만, 그 중 한 마리는 남았다. 꺼져가던 잉걸불에 맞아 뒷다리가 부러진 것이었다. 늑대는 거친 목소리로 구슬프게 울어대며 발버둥을 쳤다. 늑대 무리는 동료를 운명에 맡긴 채, 얼음으로 뒤덮인 황량한 평지를 달려 시야에서 사라지는 참이었다. 소라카는 고개를 젓고는 불길에 그을려 버린 눈 위에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은 이미 앞으로 뻗은 상태였다. 불쌍한 늑대의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늑대가 소라카를 잡아당겼다. 소라카가 녀석의 부러진 뒷다리에 손을 얹자, 늑대는 으르렁거리며 그녀의 팔을 꽉 물어버렸다. '윽, 아픈데.' 이런 게 바로 필멸의 존재가 감수해야 하는 문제점이다. "그러지 마세요!" 소녀가 외쳤다. "그게… 그게 당신을 죽이려 하잖아요!" 소라카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전 늑대가 무섭지 않아요." 그녀의 두 팔에서 빛이 흘러나와 심하게 다친 늑대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게다가… 타곤은 제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 늑대의 땅이기도 하지요." 엉망이 되었던 늑대의 뒷다리가 차츰 제 모양을 찾아갔다. 예술가의 손에서 찰흙이 모양을 갖춰가듯, 부러진 뼈들이 다시 붙었다. 하지만 마법이 몸을 빠져나가면서 소라카는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눈을 감자, 고통이 잠시 잊혀졌다. 이윽고 눈을 뜨자, 늑대는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 소녀만이 남아 있었다. 소녀는 소라카의 이마에 난 뿔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소라카는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벌써 알고 있었다. "당신이… 그… 그 중의 한 명인가요?" "그 중이라니요?" "악마들이요. 제가 듣기론…" 소라카는 소리내어 웃었다. 하지만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소녀는 힘없이 축 늘어져 버렸다. 들고 있던 창 끝이 땅바닥을 향했다. 그제서야 소라카는 정신이 맑아졌고, 소녀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소녀의 팔은 팔꿈치까지 온통 검은 빛이었다. 손가락은 얼어서 창에 들러붙어 버렸고, 손등 쪽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이렇게 동상이 심해서야… 이러다간 죽겠어. 소라카가 양손을 소녀의 팔에 얹자, 소녀는 온몸을 움찔했다. 소라카는 불안해졌다. 인간은 치유하기가 까다로운 축에 속했다. 정신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치유는 상호간의 합의, 특히 치유를 원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했다. 인간을 치유하다 보면, 소라카의 마법이 상처로 깊숙이 들어가면 그 힘을 곧바로 튕겨내 버리는 인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겠지. 소녀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몸에는 한 가닥의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소라카는 시커멓게 죽어버린 소녀의 팔에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넣었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무시했다. 맑은 초록색 빛이 소녀의 팔을 휘감으며 타고 올라갔다. 창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소라카가 계속 마법을 불어넣자 거무죽죽하던 소녀의 피부가 붉은 보라색으로, 그리고 어스름한 색으로 옅어졌다. '여기까지. 이러면 됐어.' "제가 아직 악마로 보이시나요?" 소라카가 물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황금빛 눈이 아른아른 빛났다. 소녀는 묵묵부답이었다. 잠시 후, 소라카가 말을 이었다. "산꼭대기로 가는 중이었죠? 이유가 뭔가요?" 하지만 소녀는 부끄러운 기색으로 시선을 돌리며 멀쩡해진 양팔을 어루만질 뿐이었다. "가족 문제예요." 이윽고 소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라코어 가문은… 전사 가문이에요. 어머니가 가장 강하고요.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전사 가문에서 유일하게 싸울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게 어떤 기분인지. 그…" 소녀는 입을 꼭 다물며 적당한 말을 찾았다. "… 약골이라는 게요." 소라카는 한 손으로 소녀가 걸어온 자취를 가리켰다. 발자취는 타곤 산 기슭에서부터 이어져 있었다. "당신은 이렇게 먼 길을 걸어왔어요. 그런데도 자신이 아직 약골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직은요." 소녀가 양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정상에 못 갔으니까요. 꼭 갈 거예요. 저 마지막 꼭대기까지 가서 바로 하늘로 들어갈 거예요. 옛날 이야기에 나오듯이요. 그러면… 그러면 가족들이 내가 강하다는 걸 인정해 주겠죠. 별빛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절대 끌어내려질 일이 없어요." "그게 사실이라면 말이지요." 소라카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너무나 날카로웠다. 소녀의 얼굴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변했고, 소라카는 곧 몸을 돌려 오솔길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머리 위, 칠흑처럼 까만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별빛은 룬테라의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별들은 소라카만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불렀다. 이곳이 소라카의 고향이었다. 원래 고향은 아니었지만, 소라카가 고향으로 정한 곳이었다. "보세요." 소라카가 한 손을 저어 손가락으로 하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라카의 손짓을 따라 구름과 안개가 서로 엮이더니 달 앞쪽에 늘어서면서 소녀가 옛날 이야기에서 알고 있던 얼굴들로 바뀌었다. 머리색이 희끄무레한 젊은 여인. 그리고 얼굴에서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뿜는 여인. 그리고 소녀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창을 든 전사. "이 필멸자들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갔어요. 하지만 모두, 자신의 영혼에서 우러나온 마음으로 그 길을 택했답니다." 소라카는 소녀에게로 돌아서며 느릿느릿 말했다. 그 어조에는 밝은 기색이 전혀 없었다. "당신은 진정한 마음으로 이 산을 택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타곤은 당신을 선택하지 않아요. 이대로 올라갔다가는 죽음을 맞이할 뿐이에요. 그러니 가지 마세요." 소녀는 몸을 돌렸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럼, 언제 가야 하나요?" 한참 후에 그렇게 묻는 소녀의 목소리는 꽉 잠겨 있었다. "이대로 집엔 못 가요. 가족들한테 돌아갈 수 없어요. 어디로 가야 하죠?" 소라카는 미소를 지었다. "세계는 넓어요. 길도 많이 있답니다. 괜찮다면 내가 도와줄게요." 달 앞쪽에 떠올랐던 얼굴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소라카는 바위투성이 땅에 세워진 천막집을 가리켰다. 노란 빛이 쾌적해 보였다. "일단은 들어와서 몸 좀 녹여요. 날 밝기 전까지는 길 나설 생각 하지 말고. 참, 물은 이미 끓여 놨어요. 차 한 잔 마시기에 더없이 좋은 밤이잖아요." |
3. 구 설정
3.1. 비주얼 업데이트 이전 배경
아이오니아의 소라카는 최초의 별의 아이다. 발로란의 풍부한 마법 에너지를 활용하는 자들은 많지만 룬테라가 둥둥 떠 있는 천상의 바다라 여겨지는 우주 그 자체의 마법을 활용한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룬테라의 마법사들은 룬의 엄청난 위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한계 이상을 추구하는 자들이 늘 있어 왔다. 소라카는 룬테라의 천공 너머에 있는 별들의 힘을 사용하는 능력을 통해 자기 종족을 뛰어넘는 존재로 진화했다. 이로 인해 외모도 기이하게 변했고 그 후 별의 아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한때 초월적인 존재였던 소라카는 원초적인 감정에 휘둘리면서 타락하고 말았다. 녹서스를 위해 일하는 용병 화학자 워윅으로 인해 일족이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을 맛보게 된 일이 그 계기였다. 자신이 저지른 잔혹 행위에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천재 화학자 워윅을 아이오니아인들은 "사신"이라고 불렀다. 녹서스 군대의 말살 행진이 조국을 휩쓸자 소라카는 분노와 증오로 휩싸이게 된다. 이렇게 이성을 잃은 그녀는 천상의 힘을 불러와 사신에게 영원한 저주를 내려 야만적이고 포악한 야수인 늑대인간으로 바꾸고 만다. 그리고 이에 대한 처벌로 큰 힘을 빼앗기고 초월자의 상태에서 몇 단계 추락했다. 아이오니아인들에게는 아직도 영웅이지만, 저주를 풀고 별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에서 소라카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합류했다.
이제 더 이상 별들의 축복을 기대할 수 없지만, 소라카는 언젠가 별들과 다시 함께하리라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
3.2. 구 단문배경
타곤 산 너머 천상계의 방랑자 소라카는 필멸자들을 그들 자신의 폭력적 본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불멸을 포기했다. 소라카는 만나는 모든 이에게 동정심과 자비의 마음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자신을 해치려는 이들마저 소라카는 치유의 손길을 뻗는다. 이 세상의 혼란함을 지켜본 소라카는 아직 룬테라의 사람들에게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남았다고 믿는다. |
3.3. 구 장문배경
그녀는 어떻게 천상에서의 생활과 영원한 생명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 탐욕으로 가득 찬 우리들의 이성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발로란의 생명들이 악에 고통받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저 혼자 평안을 누릴 수 없었던 그녀는 스스로 영생을 버리고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별의 아이, 별의 마법을 지닌 치유사 소라카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재다. 병들고 상처 입은 녀석들이 찾아오는 마법의 숲. 소라카는 벌써 수백 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별의 힘을 빌려 생명들을 치유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워윅이라는 사내가 자신의 아내를 품에 안고 숲 속으로 뛰어왔다. 그는 소라카에게 자신의 아내를 되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생명의 불이 완전히 꺼져버린 사람을 살릴 방도는 없었다. 사내의 깊은 절망에 가슴이 아팠던 소라카는 그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했지만, 워윅이 선택한 것은 마음의 안식이 아니라 애도의 나날이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을 떠났던 워윅은 그로부터 며칠 동안 계속해서 소라카를 찾아왔다. 그녀의 따뜻한 가르침에 의지하면서도 전혀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소라카는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워윅은 마침내 자신의 아내를 죽인 자를 찾았다며 복수만이 애통한 마음을 달래줄 길이라 선언했다. 비록 죽는다 해도 마음의 평안은 찾을 수 있을 거라면서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고 숲을 나서는 것이었다. 별들의 목소리는 절대 따라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소라카는 워윅을 말리지 않을 수 없었다. 생전 처음으로 속세에 발을 들이게 된 소라카는 곧이어 한 무리의 남자들과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워윅을 발견했다. 그녀는 열심히 워윅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지만, 상처 하나를 치유하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상처가 생기는 통에 워윅의 생명은 점점 그 불씨를 잃어가고 있었다. 친구를 구하려면 이제 함께 싸우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머릿속에선 별의 목소리가 인간을 해쳐선 안 된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소라카는 결국 목소리를 무시한 채 눈부신 빛으로 적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남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신성한 빛을 피해 눈을 가리고 달아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소라카는 별의 목소리가 잠잠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몸에서는 천상의 기운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하늘의 뜻을 거스른 죄로 필멸의 존재로 추락하고 만 것이었다. 비록 별의 힘은 아직 건재했지만,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이끌어주는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녀는 그렇게 위안하면서 부드러운 손길로 워윅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워윅의 단검이 그녀의 갈비뼈 사이로 파고들었고 그제야 소라카는 자신이 교묘한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멸감과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다시 한 번 별의 힘을 불러낸 소라카는 잔학한 워윅을 저주하며 응징했다. 워윅이 고통에 울부짖으며 달아나는 것을 보면서 소라카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이제 그 무엇도 돌이킬 수가 없구나! 그러나 소라카는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어쨌든 이제 마법의 숲을 벗어날 순 있겠구나. 더 넓고 다양한 곳에서 다치고 병든 이들을 치유하고, 힘없는 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 거야. 목표가 생기자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소라카는 인간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단 한 사람의 잔인함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고통을 모른 척하진 않겠어요." ~ 소라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