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물리학)

 


1. 개요
2. 내용


1. 개요


입자가 가지는 내재된 각운동량.
고전역학에서의 각운동량은 궤도 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인데, 이는 입자가 하나의 기준점에 대해 회전운동을 해야만 나타난다. 이 궤도 각운동량은 양자역학에서도 나타나며, 양자화할 수 있다. 수소 원자에서의 전자를 예로 들자면, 전자가 원자핵을 '''공전'''하며 나타나는 궤도 각운동량이 있다. 물론 이는 비유일 뿐이며,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위치나 운동량이 결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말 그대로 전자가 빙글빙글 돌아서 각운동량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다만 직관적으로는 고전물리학에 비유해도 큰 지장은 없다.

2. 내용


원자 내에서의 궤도 각운동량은 양자 역학을 통해 엄밀히 계산할 수 있다. (이는 양자화되어 있으며 우리가 수소 원자 오비탈에서 흔히 l이라고 부르는 각운동량 양자 수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전하를 가진 입자가 각운동량이 있으면 (회전을 하면), 자기 모멘트가 생기게 되는데, 실험 결과 이 자기 모멘트가 예상치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자가 다른 종류의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고, 당시에는 이것이 전자의 "자전"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물리학자들은 '스핀(sp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실제로 전자가 자전할 수는 없음이 알려졌고(모순 없는 모델을 세울 수가 없었다), 현재는 스핀 각운동량(spin angular momentum)은 전하나 질량처럼 입자의 기본성질로 보고 있다.[1] 즉, 스핀 각운동량은 입자의 궤도나 위치, 운동량과 전혀 관계 없는 입자에 내재된 각운동량인 것. 이렇기에 스핀은 다른 양자 연산자들과 달리 고전물리학에 대응하는 존재가 아예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 예측보다 실험적 관찰이 먼저 이루어진 것.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스핀의 존재가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뇌터의 정리의 따르면, 물리학에서의 대칭성은 보존량에 대응한다. 시간의 균질성(오늘이나 내일이나 물리 법칙은 동일하다)은 에너지 보존 법칙에 대응하며, 공간의 균질성(원점을 어디에 잡든지 물리 법칙이 동일하다)는 선운동량 보존 법칙에 대응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전에 대한 불변(대칭성)은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대응한다. 우리의 우주는 회전에 대해 불변이므로 각운동량이 보존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각운동량을 $$J$$라고 한다면, 이 $$J$$가 궤도 각운동량 $$\vec{ L } = \vec{ r } \times \vec{ p }$$ 과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스핀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굳이 다르다는 가정을 할 이유가 없었지만, 사실 이론적으로만 따져 보면 굳이 같을 이유가 없으므로, $$J$$와 $$L$$의 차이를 스핀 각운동량 $$S=J-L$$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전자기학에서 총 선운동량 (canonical momentum)이 역학적 선운동량(mechanical momentum) $$ m \vec{v} $$과 전자기장 운동량 $$ q \vec{A} $$ 의 합인 것과 유사하다. 공간의 균질성에 대응하여 보존되는 양이 질량 곱하기 속도라고 가정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는 것이다.
회전 대칭성으로 정의되는 각운동량 $$J$$, 궤도 각운동량 $$L$$, 스핀 $$S$$ 모두 특수 유니터리 군 $$\text{SU}(2)$$ 에 속한다. 그리고 $$\text{SU}(2)$$에 속하는 연산자의 고유값은 정수 혹은 반정수(정수에 0.5를 더해서 나타낼 수 있는 수)이다. 다른 축 성분들은 기준축 성분을 관측하는 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기준축 하나에 대한 고유값만을 생각하자. 그러면 그 고유값은 정수나 반정수가 되어야 한다. 다만 L 연산자와 S 연산자의 차이는 L 연산자는 양자수가 정수만이 가능하고 S 연산자는 반정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궤도 각운동량은 360도 회전 후에 그대로여야 한다는 물리적 제약이 있기에 반정수 양자수는 허용되지 않지만, 스핀 각운동량은 물리적 위치와 관계가 없으므로 그런 제약에서 자유롭기에 360도 회전해도 같은 모양일 이유가 없다. 스핀이 0인 입자는 모든 방향에서 보아도 같은 모습이고, 스핀이 2인 입자는 반바퀴만 돌려도 같은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 스핀이 1인 입자는 한 바퀴 돌려야 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스핀이 ½인 입자는 두 바퀴를 돌려야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2]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 스핀이 반정수 (1/2, 3/2, 5/2...)인 입자들은 페르미-디랙 통계를 따르는 페르미온이며, 광자 등 스핀이 정수 (0, 1, 2...)인 입자들은 보스-아인슈타인 통계를 따르는 보손이라는 스핀-통계 정리가 있다. 비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 이 스핀-통계 정리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지만, 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는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표준모형에서 페르미온 기본입자들(전자, 뮤온, 타우, 중성미자, 쿼크)은 모두 스핀 1/2을 지니며, 게이지 보존(광자, W 보존, Z 보존, 글루온)은 모두 스핀 1을 지니고, 힉스 보존은 스핀 0을 지닌다.
끈이론에서는 스핀이 2인 입자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일 것으로 추측된다.
영구자석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설명할 때 필요한 개념이다. 전류 없이 자성을 띠는 이유를 전자기학 레벨에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

[1] 다만 기본입자만 스핀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중성자나 양성자도 스핀이 있으나, 이러한 합성입자들의 스핀은 모두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의 스핀으로 설명할 수 있다.[2] plate trick이나 belt trick 같은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이런 ½스핀이란게 대충 어떤느낌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몇가지 실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