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1. 深淵
니체의 책 "선악의 저편"에서 잠언 형식으로 등장하는 문구다. 본래의 뜻은 지극히 서양 철학스런 내용으로,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은 아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던 선함, 착함 등등의 가치관이란게 사실다 이런저런 우리의 본성에서 나온 욕망을 적당히 숨기려고 만들어낸 가식적인 거짓말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가령 범죄자를 처벌하는 정의란게 사실은 보복하고 싶은 욕망을 상대가 고통에 떠는 모습으로 충족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식. 그러한 숨겨진 우리의 본성을 니체는 싸잡아서 '심연'이라고 부른다. 이 심연은 이 후 프로이트에 의해서 '무의식'이라고 불렸다.'''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ß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다시 말해서, 구닥다리 꼰대 전통 가치관(=괴물)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 바닥에 깔린 우리자신과 우리 사회속의 본성과 욕망(=심연)을 들여다 봐야하는데, 문제는 관찰대상=관찰자인 상황 이라 소위 말하는 객관적인 관찰이란게 도대체 이루어 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 심리분석이라고하기는 하는데 그 분석조차 또 다른 욕망에 휘둘려서 진행되는(=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봄) 걸 말한다.
이러한 본래 철학 내용과는 관계없이 해당 문구는 은근히 여러 상황에 잘 들어맞기 때문에 다크 판타지 계열의 시나리오를 가진 창작물에서 자주 인용된다. 대부분의 복수귀 속성을 지닌 인물이 빠져들기 쉬운 함정을 뜻하는 셈으로,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는 격언과 어느 정도 의미가 비슷하다. 어느 것이나 작중 상황과 맞춰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문구.
깊을 심에 연못 연자를 써서 깊은 못을 뜻한다. 독일어로는 Abgrund(압그룬트)이며, 영어로는 abyss(어비스)라고 번역한다.
실제 연못에 쓰기도 하지만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더 많이 쓴다.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며 나름 문학적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종종 판타지 소설등에서도 사용한다. WOW에서는 인스턴스 던전중 검은심연의 나락이 대표적. 영어인 어비스도 꽤 멋져보이는 이름이라 많이들 쓴다. 밑바닥 중에 밑바닥을 의미하는 만큼 지하와 관련된 요소에 인용되곤 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문구로만 쓰여질뿐 실제로 심연을 들여다보면 어두울뿐이고 심연에서 밖을 바라본다해도 실루엣만 보이고 역광때문에 누군지 알기 어렵다(...)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 수기 제목이 '심연으로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