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나미 레이/만화

 


성격에 대한 묘사는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애니판보다는 대사가 더 많고 신지와 친밀함을 강조한 묘사가 많다.
애니판에서는 겐도를 믿을 수 없다는 신지의 말에 뺨을 때리지만 만화판에서는 '난 믿어, 내가 믿는 건 겐도 사령관님 뿐이야...' 라고 조용히 돌아서서 말한다.
리츠코에게 약을 투여받을 때 '인형인줄 알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을 한손에 거머쥐려고 한다'는 리츠코의 조롱에 '저는 분명히 겐도 사령관님만을 보고 있었지만 그건 리츠코 박사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하고 받아치기도 한다. 리츠코는 이 말에 흥분을 못 이겨 레이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얼마 안 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만두기는 하지만.
그 밖에도 '여태껏 겐도만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는데 어느새 신지가 있었다'고 독백하는 모습도 보인다.
친해진 뒤에야 호칭이 '이카리 군'으로 바뀌는 TV판과 비슷하게 신지를 '이카리 군' 과 '아나타'를 혼용해 부르지만, 야시마 작전 이후로도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거나 손을 잡는 등 친밀함의 정도가 TV판 보다 강하다. 신지가 제르엘과 싸운 뒤 LCL이 됐을 때 현실에 돌아오게 초호기와 정신적 대화를 나누어서 도와주는 장면도 추가. 아르미사엘에게 침식됐을 때 신지가 아스카를 챙겨주는 걸 보고 질투감을 느낀 것이 밝혀지기도 했으며, 신지가 자기만을 바라봐 주고 자기 옆에만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아르미사엘이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원작과 마찬가지로 2번째 레이는 사망, 3번째 레이가 등장하게 된다. 신지와 관계가 깊어져서인지 두번째 레이가 죽었을 때의 신지의 슬픔도 TV판에 비해 깊게 묘사된다. 예로 TV판에선 레이가 죽은 뒤의 신지는 슬픔은 표현하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데, 만화에선 펑펑 울다가 호흡곤란까지 겪는다. 세번째 레이부터 신지와 별 접점이 없어지는 것은 원작과 비슷하다.[1]
초호기가 인류보완계획의 중추로서 각성하려 할 때 겐도는 레이를 데리고 자기가 생각했던 인류보완계획을 실행하려 하나 레이는 아담이 이식된 겐도의 손을 거부한다. "전 당신의 인형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원작과 달리 '''"아니야…. " "내가 원하는 것은 이 손이 아니야…." "내가 기억하는 손은 당신의 것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면서[2]. 그리고 원작과 동일하게 이카리 겐도의 기다려 달라는 외침을 '''"안돼요." "이카리군이 부르고 있어요."'''[3] 라는 말과 함께 거절하면서 릴리스로 돌아가고 인류보완계획이 시작된다.
둘만의 긴 대화 끝에 신지가 인류의 합일 상태를 풀고 다시 타인과 마주하기를 결심하면서 레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자, 레이 또한 이에 답하여 손을 마주잡고 그와 동시에 서드 임팩트가 종료되며 릴리스가 붕괴되기 시작한다. 릴리스가 붕괴함에 따라 레이 또한 존재하지 못하게 되고, 레이는 눈물과 함께 라미엘을 물리쳤을 때 보여주었던 미소를 다시 한 번 보여주면서 신지와 이별한다. 릴리스는 엔드 오브 에바 때 끔찍한 모습으로 붕괴되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아름답게 눈처럼 산산히 흩어져 온 지표면에 내리고,[4] 그 위로 새로운 세계에 돌아올 신지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레이의 독백이 이어진다. 레이의 등장은 이것으로 끝. 동시에 스스로 눈이 되는 희생을 통해 에반게리온이 존재했던 세계도 끝나며, 현실세계와 매우 닮아 있는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
원작과 비교해 볼 때 허공에 떴다 사라지는 묘사로 상징되는 초월적인 면모보다는 신지와 대면하는 '인간'으로서의 역할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그 관계의 묘사가 풍부해졌다. 특히 무표정하고 사람대하는게 서툰 레이의 성격을 대비시켜 갭모에적인 묘사가 늘어났다. 신지가 레이를 생각하는 묘사가 꽤 자주 나오며 레이의 죽음 이후 원작에서보다 더 격한 감정을 표출한다. 레이는 원작과 달리 신지와의 교감을 먼저 청하기도 하며 신지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사도의 입을 빌려 신지에 대한 호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기사 카오루가 자신에게 동질감을 드러내자 이를 직접적으로 부정하는 장면이 있는데, 원작에서와 달라진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사다모토가 레이빠라 레이 비중이 높아졌다... 라는 루머도 있지만 2번째 레이 사망 이후 큰 진전이 없는 걸 보면 편애의 의도라기 보단 레이 사망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 이전에 복선을 더 깔아둔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 레이라는 캐릭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주인공과 로맨스를 나누며 행복을 맞는 전형적인 히로인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면서 마치 무녀와도 같이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에 개입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하는 인도자의 역할에 가까웠다. 실제로 만화 본편 내에서도 신지가 레이와 가까워지려고 해도 분명하게 느껴지는 거리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이 존재하는 세계가 끝나기 전까지 신지와 가장 깊은 교감을 나눈 것은 결국 레이였다. 두 번째 레이의 죽음 이후 철저한 방관자로서 남는 원작보다 비중이 훨씬 높아졌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클라이막스인 서드 임팩트는 아예 신지와 레이 둘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카오루는 안 나온다.
물론 마냥 빠심(...)으로만 비중을 높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야기의 주제를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인다. 원작과 만화에서 레이가 가지는 역할, 즉 어머니의 분신이자 세계의 비밀을 품은 열쇠라는 역할은 근본적으로는 동일하나, 원작에서는 그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고 행적도 모호해 결말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낳는 한 원인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좀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 중 하나가 레이의 역할을 분명하게 드러내어 그 상징성을 알기 쉽게 하는 것이다. 레이가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레이라는 캐릭터가 상징하는 바가 명백해지고 결말도 분명해지는데, 그 부각은 작품의 주인공인 신지와의 관계를 풍부하게 묘사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레이는 에바 초호기와 함께 신지의 어머니의 분신이자 친구이며, 동시에 본편의 세계 전체를 상징한다. 레이와 에바라는 어머니의 분신이 있고, 그것에 의존하여 외부의 적과 대결할 수밖에 없는 세계는 주인공인 신지의 유년기를 나타내며, 레이가 스스로의 의지로 신지와 이별하며 기존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현실과 유사한 세계를 새로 구성하는 것은 신지가 유년기의 미숙함에서 벗어나 성장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이 구성된 세계에서 레이의 흔적이 일절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묘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만화판 에반게리온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신지와 레이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정도. 레이를 또 다른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읽어도 무리가 없다. 메인 플롯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엔딩에서까지 이야기의 소도구화된 아스카나 비중이 명백하게 줄어 버린 카오루와는 대비되는 부분. 원작에서는 저 둘이 했던 역할을 만화판의 레이가 잡아먹어버린 감이 있다.

[1] 다만, 세번째 레이도 두번째 레이가 신지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아봐도 되냐고 물어볼때 손을 담궜던 네르프의 인공정원의 호수에서 손을 담그는 장면이 있다.[2] 두 번째와 세 번째 레이 간 기억의 연결이 모호하게 표현되었던 원작에 비해 기억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는 등 기억을 이어받았다는 묘사가 분명해졌다.[3] 한국판에서는 '신지가 부르고 있어요.'[4] 신지의 어머니인 유이가 생전에 했던 '신지에게 눈이 내리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의 재현으로 볼 수 있으며, 레이와 어머니의 동일성을 강하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