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소설)
1. 소개
제정 러시아와 소련의 문호 막심 고리키의 장편소설. 1906년 출간. 고리키의 고향 니즈니 노브고로드[1] 의 쏘르모프 교외 한 마을에서 일어난 사실을 토대로 쓰여졌다.
2. 상세
겁이 많아서 매사에 수동적이기만 한 어머니 펠라게야 닐로브나가 혁명 운동에 뛰어든 아들 빠벨 블라소프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혁명의 대의(大義)를 이해하면서 여성 혁명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은 주로 연못 복개공사비 사건, 5.1 노동절 시위 사건과 법정 연설이라는 세 가지 사건을 통하여 한 평범한 노동자가 노동자 계급의 강인한 전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블라소프의 어머니 닐로브나는 사회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 야수와 같은 남편에 대한 공포와 궁핍한 삶에 찌든 40세의 여인으로, 갓 성년이 된 아들을 둔 40대 여성인데도 주위 사람들이 다 '할망구'라고 부른다(...). 그러나 남편의 사후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아들을 통해서 젊은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점차로 그녀는 아들 파벨의 혁명운동에 동조할 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의 공포, 순종, 희생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지게 된다.
소설은 비록 혁명의 실패와 혁명적 기운의 좌절로 흐르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독자들은 혁명의 궁극적 승리를 확신한다. 파벨과 그의 동료들은 어머니를 통해서 인류애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바로 이것이 어머니의 완벽한 성공이며 그 바탕은 고리키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문학적 조화에 있는 것이다.
참으로 소비에트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이며, 이렇게 풀어놓으면 삭막한 정치적인 내용만 가득한 빨갱이 소설 같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제정 러시아 말기 민중 사회를 고리키 특유의 남성적이고 굵직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로 묘사하되 인류 보편적 공감대인 모성애라는 주제를 적절하게 고아내어 읽는 사람의 눈결을 적시는 걸작이다. 서사 구조, 문학적 감수성 같은 건 싹 갖다버려 문학성이 0가 되고 정치만 남은 후기 사회주의 리얼리즘 불쏘시개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아니 애초에 이런 작품이 나왔기 때문에 소련 수뇌부가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이라는 러시아 문학사의 희대의 대참사를 진행할 수가 있었다.
특히 단순히 아들에 대한 모성애를 넘어 닐로브나가 사회 문제에 눈을 뜨게 되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억압해 왔던 제정 러시아라는 체제로 상징되는 봉건적 가부장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단순히 아들을 위한 게 아닌 스스로 한 사람의 혁명가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개인적 투쟁을 넘어 사회적 투쟁, 나아가 계급투쟁을 통한 개인의 해방이라는 사회주의-휴머니스트적 인간관을 비장하고도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1] 소련 시대에는 고리키를 기념하여 시 이름을 고리키 시로 바꾸기도 했다. 소련이 해체된 지금은 원상복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