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죽(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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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오미죽.매우 온화해 보이는 소녀, 과거에는 풍년을 상징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제사를 지내거나 병이나 악귀를 쫓는 의식에서 항상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혀버렸고, 그녀는 다시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재앙 다크호스'''
재앙 이루나를 상대로 타 힐러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효율이 좋다. 일반 스킬에 디버프 제거가 붙어있기 때문에 이루나가 스턴을 걸면 순식간에 풀어주는 모습을 보여 꽁치와 같이 기용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3]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풍년
손에 든 제사용 방울이 쾌청한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가운데, 석양과 함께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춤을 끝내고 제단 위에 우뚝 서자, 저녁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노을빛 구름이 보였다.
그런 나를 향해 제단 뒤에 서 있던 마스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가볍게 훔쳐냈다.
소매를 걷어 올린 마스터는 제단 아래 사람들에게 제사가 끝났다고 알려줬다.
쥐 죽은 듯 침묵을 지키던 사람들에게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스터를 부축한 채 제단을 내려오자, 과일이며 채소를 든 사람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제사장님, 저희 집에서 금방 따온 과일이랍니다! 엄청나게 달아요!」
「제가 직접 재배한 배추도 받아주세요, 무척 싱싱하답니다!」
「제사장님...」
「제사장님...」
인파 한가운데 선 마스터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으로 밀려 나온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
「이럴 것 없네! 자네들이 모두 행복하게 지내는 게 내겐 최고의 선물이니까.」
제사를 지내느라 유독 피곤해 보이는 마스터를 집으로 모셔온 뒤 방금 우린 차를 내어드렸다.
자신의 옆에 앉으라며 마스터가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오미죽, 수고했다. 이리 와서 따뜻한 차나 한잔하자꾸나.」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터 옆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든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상한 미소를 짓던 마스터가 비쩍 마른 손으로 흐트러진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줬다.
「오미죽, 오늘 정말 고생 많았다. 네가 아니었으면 제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 거야.」
「그런 말씀 마세요, 마스터께서 매년 정성을 다해 하늘에 기도를 올리시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하늘도 분명 마스터가 오랫동안 건강하도록 지켜 주실 거예요.」
「후후, 말만 들어도 고맙구나. 자, 이제 죽을 나눠줄 시간이 된 것 같으니 어서 가보렴.」
「네, 얼른 다녀올 테니 마스터는 좀 쉬고 계세요.」
방을 나와 일꾼들과 함께 주방에서 준비한 따끈한 죽을 집 앞에 세워둔 천막으로 옮겼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아까부터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냄비에 든 죽을 그릇에 담아 옆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자, 할 일 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사람들이 도와주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예쁜 머리끈을 한 소녀가 내 곁에 서서 죽그릇을 받은 뒤 구부정한 노인에게 건넸다.
소녀의 머리를 토닥이며 고맙다고 하자, 아이는 뜻밖의 대답을 들려줬다.
「오미죽 언니 고마워요! 사람들한테 제가 말해줬어요, 언니랑 제사장 할아버지처럼 착한 사람들이 모시는 신령님이라면 분명 좋은 신일 거라고. 그러니까 신령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이에요!」
내심 놀란 마음을 가라앉힌 채, 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큐린은 신령님이 있다고 믿는 거야?」
「당연하죠, 신령님께서는 우리가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늘 풍년을 내려주시잖아요!」
「그렇구나, 신령님께 항상 고마워해야겠네. 하지만 신령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다 나쁜 사람은 아니란다.」
「엥, 왜 그런 건데요?」
「음... 아무튼 모두 나쁜 건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 다른 신령님을 믿는 사람을 만나도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줘야 해. 알겠지, 큐린?」
「...네, 알겠어요.」
6.2. 2장. 쇠락
왕조의 교체는 매일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처럼 끊임없이 일어났다.
옛 왕이 물러나고 새로운 왕이 제위에 오르면, 지난 정권이 신관과 국사에게 쥐여준 권력을 빼앗는 일에 가장 먼저 착수하곤 했다.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그 정도라면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면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만 의존한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때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던 제사장들이 하루 아침에 못된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평생을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기도를 올리던 마스터에겐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남다른 믿음을 지닌 나이 든 세대가 세상을 뜨면서, 한때 수많은 사람이 경건한 마음으로 참석했던 제사 의식은 젊은 세대들의 놀림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하하! 저 노인네 좀 봐! 주문을 외우는 척 하잖아!」
「어이쿠, 무서워라! 신령님을 믿지 않는 우리를 벌해달라고 하는 거 아냐? 후후, 그렇다고 누가 무서워 할 줄 알고!」
청년들의 계속되는 조롱에, 난 기진맥진한 마스터를 부축한 채 그들을 무섭게 노려봤다.
「믿지 못하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의 신앙심을 비웃을 건 없잖아요!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주세요!」
내 외침에 움찔한 것도 잠깐, 대장으로 보이는 상대가 질세라 날 향해 냅다 험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보... 보긴 뭘 봐! 사기꾼 주제에! 그동안 사기쳐서 공짜로 먹고 마신 게 얼마나 되는지 알아? 너희들이 없었어도 매년 풍년이었을 거라고!」
「그, 그래!」
「꺼져, 이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제단에 침을 뱉거나 무례한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주먹을 꽉 쥐었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당장 꺼지지 못해!」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곱게 빚은 머리를 예쁜 끈으로 묶었던 큐린이었다. 어린 소녀가 지금은 나보다도 키가 큰 성숙한 숙녀로 자란 것이다.
화가 난 듯 허리에 손을 올린 큐린이 청년들을 쫓아내더니 나와 함께 마스터를 부축했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오미죽 언니... 저 녀석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사장 할아버지와 오미죽 언니가 우리를 진심으로 위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자.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마스터를 부축한 채, 우리는 이제는 적막하기 그지없는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 자신이 믿지 신령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믿음을 비웃거나 무시해선 안 된다는 걸 사람들은 왜 모르는 거죠?」
큐린은 침대에 몸을 뉜 채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마스터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은 두 분을 사기꾼이라고 비웃는 것도 모자라 신령님마저 조롱하고 있잖아요. 예전에는 모두 그렇게나 따랐으면서.」
「다들 정말 너무해요! 신령님은 왜 도와주지 않으시는 거예요? 언니가 그랬잖아요, 신령님을 조롱하면 벌을 받게 된다고... 왜 벌을 내리지 않으시는 거죠?」
등 뒤에 누워있던 마스터의 눈빛이 분노와 절망으로 바뀌는 것을 난 그때 미쳐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스터에게 신령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그는 지금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온종일 처마 밑에 우두커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나 역시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매일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6.3. 3장. 「신의 벌」
언제부터인가 성안에 이상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자신이 치료하겠다며 몰려든 의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두 돌아가 버렸다.
빠르게 퍼진 전염 속도에 비해 증세는 치명적이진 않았다. 딱 죽기 직전까지만 괴로울 뿐이었다.
두 청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정체불명의 전염병은 순식간에 성 전체로 퍼져 나갔다.
연약한 어린 아이부터 나이든 노인, 그리고 건장한 청년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고통에 신음했다.
운 좋게 병마의 손길을 피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연약한 큐린과 노쇠한 마스터 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픈 아이를 안고 누군가 우리가 머무는 거처의 문을 두드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마스터는 과거의 온화한 모습과는 달리, 신령님을 조롱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라며 밤새 문 앞에 서 있으라고 했다.
창백한 안색의 아이가 마스터가 내어준 알약을 먹자마자, 시커먼 물을 토해내더니 조금씩 혈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삽시간에 성 전체로 퍼지면서, 신령님의 "영험한 힘"을 떠올린 사람들이 마스터에게 도움을 청하며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건장한 체구의 청년들도 있었는데, 지난번 마스터와 신령님을 조롱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내린 폭우로 허약해진 상태였다.
그들의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짓는 마스터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의 마스터는 온화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신령님을 믿지 않아도 언제나 온화한 표정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런 마스터라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런 미소를 지을 리 없다.
내 시선을 의식한 것일까? 마스터가 재빨리 자신의 손을 거두더니 청년들의 감동 어린 눈빛을 받으며 신께서 내리셨다는 치료약을 그들의 손에 쥐여줬다.
「자네들이 한때 신령님을 부정하고 불결한 언행을 행했지만 아직 젊으니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네. 신령님을 믿지 않는 건 자네들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믿음을 무시하지는 알게.이 불쌍한 어린 양들을 신께서 지켜주시길...」
허겁지겁 치료제를 삼키는 청년들이 감격 어린 눈빛으로 마스터를 바라보는 모습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 눈에 비친 신령님은 언제나 온화하고 너그러운 분이다.
이렇게 사소한 일로 벌을 내리신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오래된 의서에서도 찾지 못했던 치료법을 마스터는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걸까?
내 의구심과는 반대로 마스터의 도움으로 완쾌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신령님에 대한 사 람들의 믿음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신령님을 믿지 못한 사람들조차 구원의 손길을 내밀며 충실한 어린 양이 되기를 자처했다.
상황이 좋게 흘러가는 건 분명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마음 속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
6.4. 4장. 「신령님」
신령님의 기적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과거의 믿음이 다시금 움트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당한 사랑들이 신령님에게 경건히 기도를 올리면 신령님께서 그들을 도와주셨다.
순식간에 쇠락의 기운이 성 전체를 덮쳤다.
하지만 마스터는 자상하고 온화했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런 그가 이따금 어두운 밤이 되면 집에서 나와 언제 지어졌는지 알 수 없는 지하실로 향하곤 했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어느 날 밤
달빛마저 사라진 칠흑 같은 어둠이 성 전체를 뒤덮었다.
비쩍 마른 그림자가 방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에, 기둥 뒤에 숨어있는 나는 은밀히 그 뒤를 밟았다. 그리고는 그를 따라 마스터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지하실로 들어갔다.
지하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진한 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평소 맡던 씁쓰레한 향내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불쾌함이 느껴지는 냄새였다.
눈살을 찌푸린 채 최대한 조용히 지하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 시간이면 자고 있어야 할 마스터가 책상에 앉아 뭔가를 조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 놓인 약초를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건 오래전 사용이 금지된 약초였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마스터를 향해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아챘다.
떨리는 것이 마스터의 손인지 내 것인지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당황한 듯한 마스터의 얼굴이 보였다.
「...너, 네가 여긴 무슨 일이냐?」
지하실에 빼곡히 쌓인 약물과 용도를 알 수없는 처방들을 살펴보다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금세 눈치챘다.
이내 냉정한 표정을 되찾은 마스터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미죽, 어떻게 된 건지 눈치챈 거냐?」
나는 조용히 끄덕였다.
마스터가 매번 몰래 약상자에 넣었던 알약, 언제부터인가 사당 한구석을 차지하고있는 기계들... 더 이상 내가 마스터의 편을 들어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의 벌, 그리고 구원... 이 모든 것은 신령님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되돌리기 위해 마스터가 벌인 사기극이었다.
「마스터, 이젠 그만하세요.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요.」
내 손에서 빠져나오려던 마스터의 떨리는 두 손을 꽉 움켜잡았다.
「마스터, 아직 죽은 사람이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그만둬요. 네?」
「하지만 내가 그만두면 사람들은 다시 신령님을 잊게 될거야. 그분은 물론 우리를 비웃겠지. 그렇게되는 걸 난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참을 수 없어!」
「마스터, 그렇게 얻은 믿음이 진짜 믿음일까요? 마스터가 원하는 건 신령님을 향한 믿음인가요, 아니면 마스터를 향한 믿음인가요?」
언제부터인가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마스터가 온몸을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넌... 나가 있거라. 잠시... 잠시만 혼자 있게 해 다오...」
이튿날, 마스터가 구부정한 등을 쪽 편 채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사람에게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온갖 욕설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그 모습에 마스터 곁에 서 있던 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령님에 대한 믿음을 되살리겠다며 독을 쓴 마스터를 사람들은 용서하지 못했다.
우리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한다고 생각한 순간, 제단을 향해 침을 뱉었던 청년들이 두 팔을 벌린 채 막아섰다.
「그만 하세요! 애당초 저희가 저 분들의 믿음을 조롱하지 않았다면 제사장님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으셨을 거예요. 이제라도 솔직히 진실을 들려주셨으니 더는 비난할 것 없어요. 연세도 많으셨으니 그냥 조용히 보내드리는 게 좋겠어요!」
지난번 우리를 비웃던 청년들을 보며 눈가가 다시 촉촉해졌다.
고마워요, 마스터가 했던 말을 기억해줘서...
큐린과 청년들은 나와 마스터를 성문까지 데려다줬다. 마차에 올라탄 뒤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그림자를 계속 바라봤다.
6.5. 5장. 오미죽
오미죽의 마스터는 명망 높은 제사장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런 그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제위에 오른 새로운 왕이 신관과 그들의 믿음을 탄압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신령님을 따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늙은 제사장은 받아들였지만 신령님을 향한 사람들의 조롱과 불신만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지 않았고, 그런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자신이 모시는 신령님은 왜 똑같은 존중을 받을 수 없단 말인가?
마음속 불만이 점점 커지더니 대수롭지 않은 일을 계기로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정체불명의 독약이 성 전체를 전염병의 공포로 몰아넣은 가운데, 그들을 구할 유일한 사람은 제사장뿐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무릎 꿇고 속죄하라고 외쳤다.
마스터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오미죽은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네며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말했다.
그녀의 진심에 감동한 제사장이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솔직히 고백했다.
분노한 사람들이 그들과 그들의 신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던 순간, 뜻밖의 도움으로 사태가 조용히 일단락된다.
결국 제사장과 오미죽은 함께 성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폐허로 변한 제단이 예전처럼 깔끔하게 재건되었다.
한편, 오미죽과 제사장은 자신들이 살던 곳과 비슷한 마을에 자리 잡았다. 이번에도 오미죽은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천막을 세운 뒤, 굶주린 사람들에게 죽을 나눠주었다.
비쩍 마른 소년이 죽그릇을 받아들고는 단숨에 들이키더니, 더러운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오미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누나, 혹시 선녀님이세요?」
소년의 말에 오미죽은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궁금하다는 듯 몸을 숙였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선녀도 아닌데 왜 이렇게 착해요? 먹을 것도 주고...」
「...우린 선녀 같은 게 아니라 신령님이 보내서 왔단다. 너희들에게 먹을 걸 나눠주라면서 말이야.」
「그럼 신령님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요! 어디 계세요? 저 할아버지예요?」
「아니, 신령님은 하늘에서 우릴 지켜보고 계신단다.」
「그럼 앞으로 잘 모셔야겠네요! 감사해요, 신령님!」
천막 옆에 앉아 있던 제사장이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을 보며 갑자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뭔가를 깨달은 듯, 제사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오미죽이 손수건을 꺼내 제사장의 눈물을 닦아주며, 갑자기 눈물을 쏟아낸 그를 궁금하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아이의 말 한 마디에 스르르 풀리자, 제사장은 벅차오르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제사장은 인간으로 치면 천수를 누렸다고 할만큼 장수했다. 오랫동안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임종을 앞둔 제사장 주변을 겹겹이 둘러쌌다.
그중에는 먹을 것을 줘서 고맙다며 신령님에게 인사했던 소년도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한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가 되어서...
제사장은 주위 사람들을 찬찬히 훑어본 뒤 방에서 모두 내보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조용히 흐느껴 우는 오미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줄곧 믿음만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더구나, 진실한 믿음은 위협으로 만들어 낸 믿음보다 훨씬 귀하다고... 내 고집 탓에 놈들에게 빌미를 준 거야...」
제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검은 봉투에 들어있는 서신 한 통을 꺼냈다.
「그날 밤, 놈들이 날 찾아왔었다.」
제사장의 이야기에 오미죽은 제사장을 꼬드겨 독약 조제법을 건넨 상대의 정체를 알게 됐다. 검은색 망토를 걸친 자들로, 어두운 밤이라 어떻게 생긴 자들인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은 제사장을 유혹해 잘못된 길로 끌어들였다. 죽음을 앞둔 제사장은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뒤 그들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제국" 전용 편지 봉투 외에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미죽은 제사장으로부터 마지막 임무를 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오미죽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그들을 찾는 여행길에 올랐다.
그들을 찾아서 뭘 어떻게 할 건지 알 순 없었지만 오미죽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신념을 불태웠다.
그자들이 다른 사람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인도하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마스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에게 진실을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피투성이가 되어 낙신 무리와 싸우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가 쓰러지기 직전, 오미죽은 낙신의 포위망을 뚫고 달려가 손을 잡은 채 허겁지겁 도망쳤다.
먼 곳까지 도망간 후에, 오미죽의 손에 끌려오던 상대가 입을 열었다.
「왜 도망쳐, 이길 수 있는데...」
냉랭한 여자 목소리에 놀란 오미죽이 입을 막은 채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여, 여자였어요?」
「...가슴이 아스팔트라서 미안하네~」
「가, 가슴 이야기가 아니라...!」
오미죽이 웃음을 터뜨리며 손등으로 얼굴을 닦는 식신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술병을 든 도소주가 모닥불 앞에 앉아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끊임없이 혼란을 일으키며 불행을 일으키는 세력이었다.
굳게 입을 다물었던 도소주가 술병을 내려놓았다.
「엄청 나쁜 녀석들이잖아, 내가 같이 가줄게.」
「네?」
「놀라기는... 날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해. 너 혼자 가면 낙신에게 산 채로 먹힐 테니까. 자자, 이렇게 하기로 한 거다. 얼른 자, 그래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지.」
오미죽은 머리를 바닥에 대자마자 잠든 도소주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배시시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모닥불 곁에서 몸을 녹이던 시각, 문제의 "제국"이 서서히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7. 코스튬
8. 기타
- 2018년 11월 9일에 SR등급의 같은 등급 합성으로 조각을 얻을 수 있도록 패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