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주(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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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도소주.[3]성숙하고 믿음직한 외모와 달리 싸움을 즐기고 규칙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울리기 힘들어 보여도 실은 좋은 사람이다. 자신에게는 「복의 기원」보다 『재앙」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귀령고에게 자주 설교를 듣게 되지만, 돌아오는 건 무표정한 인사 몇 마디 뿐이다.
2. 초기 정보
3. 스킬[4]
4. 평가
5. 대사
6. 배경
6.1. 1장. 봄은 언제 오나
내 이름은 도소주. 지금 내 앞에서 눈을 치켜 뜨고 연신 지껄이는 녀석은 귀령고다.
그는 늘 지겹게 잔소리를 해댄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귀령고의 입을 틀어 막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둬에 쓰러져있는 낙신과 부서져 버린 집을 보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멈출 줄 모르는 귀령고의 주둥이를 보고 있으니, 항상 내 곁에서 잔소리해대던 사람이 떠올랐다.
「도! 소! 주! 내 말 듣고 있나? 이게 벌써 몇번째지?! 왜 매번 낙신이랑 싸울 때마다 뒷감당은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하지 않는 거야 !!」
말을 건성으로 듣는 내 태도가 귀령고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약탕기를 본 순간, 소름이 끼쳤다. 난 재빨리 고개를 숙였고, 간발의 차이로 약탕기를 피할 수 있었다.
귀령고는 내 행보를 아주 오래전 것부터 하나씩 열거하기 시작했다.
이런,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
상황이 파악되자, 난 망설임없이 검을 집어 들고 바깥쪽으로 달렸다.
등 뒤에서 귀령고의 화난 외침과 훈툰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훈툰! 귀령고가 괜찮아지면 다시 밥 먹으러 올게, 먼저 간다!」
좋아, 다시 소개하지.
방금 나 때문에 화난 녀석의 이름은 귀령고이고, 그의 옆에서 포복절도한 녀석은 훈툰이다. 이 둘은 다른 식신 몇 명과 함께 망우사에서 지낸다.
난 이들과 함께 살진 않지만, 가끔 술이나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여산운무에게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됐으니, 당분간 밥 얻어 먹기는 글렀네. 난 머리카락을 툭툭 치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어디로 갈지 결정했다.
그 사람이 제일 가고 싶어했던 곳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 모든 의사의 성지
--약초 마을
6.2. 2장. 결의
약초 마을은 식신을 극도로 배척하는 마을로 유명하다.
그 때문인지 마을에 낙신을 상대할 수 있는 마스터나 식신이 아직 없었고,
자연스레 낙심이 사람을 공격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아직 날이 저물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다. 서둘러 가면 해가지기 전까지 약초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산과 강이 가는 길 내내 지겨울 정도로 이어졌다. 난 어깨에 기댄 무기를 탈탈 흔들며, 술을 들이켰다. 부드러운 술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때, 근처에서 적의가 느껴졌다. 난 손등으로 입가의 술을 닦고 주변을 둘러봤다.
기이한 빛을 내는 블꽃과 익숙한 붉은 눈동자가 숲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놈의 몸에서 지독한 술 냄새가 진동했다. 난 칼에 술을 부은 뒤, 손바닥으로 검신을 쓸었다.
「오래 기다렸다... 덤벼.」
내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은 낙신은 숲 깊은 곳으로 도주했고, 난 놈의 뒤를 바짝 쫓았다. 중상을 입은 낙신을 뒤쫓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고, 결국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놈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그때, 갑자기 희미한 영력이 느껴지더니,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부탁이에요... 일어나줘요, 제발…」
어쩔 수 없지. 낙신이 완전히 소멸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급히 몸을 돌려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이런 시간에 숲에 왜 온 거지?
그리고 이 역력은... 설마 식신인가.
그곳에 도착한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에, 칼자루를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또 늦어버렸다.
난 깊은 한숨을 쉬며 가슴속의 응어리를 토해냈다. 그리고 이젠 돌아올 리 없는 마스터의 곁에서 울고 있는 식신을 살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자신의 마스터를 지키지 못한 식신... 생긴 건 나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가녀린 소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영력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코끝이 찡했다.
모든 방법을 써도, 소중한 사람을 구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그 절망감이란...
이 식신의 이름은 청단이다.
하늘이 그녀의 슬픔을 씻겨내려 주고 싶기라도 했던 걸까... 난 빗속에서 통곡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렸다.
그날도 비가 내렸었지…
몸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비는 아직 가시지 않은 한기를 뼛속까지 스며들게 했다.
하지만 이런 한기도 '이미 떠나 버린 사람은 무슨 수를 써도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보다는 차갑지 않았다.
난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간신히 웃음 짓는 청단에게 함께 떠나지 않겠냐고 물었다.
식신을 배척하는 이 마을에서,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단은 보기보다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눈을 보자, 이미 결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결심을 방해해선 안 되겠지.
내가 마을을 나설 때, 청단은 입구에서 손을 흔들며 날 배웅했다.
그때, 청단 옆에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딘지 익숙한 그리운 그림자가.
6.3. 3장. 추억
마스터는 젊은 나이에 널리 이름을 떨친 명의였다. 경험이 풍부한 의사도 포기한 수많은 난치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병은 치료하지 못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났고, 또 가장 노력하는 의사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마스터는 늘 사신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면서도 이를 원망하진 않았다.
그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도와주고, 수천 리 밖에 있는 마을로 왕진을 가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여위어가는 마스터가 걱정되어 말려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 같았다.
「어쩌면 환자를 치료할 때 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알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게 아니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으니 좋은 거지.」
마스터는 언제나 따듯한 미소로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그가 방마다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이 자길 걱정할까봐 걱정했다.
난 마스터의 의학 서적에서 험준한 곳에서 자라는 수많은 약초에 대한 정보를 봤다.
마스터 역시 눈여겨보고 있는 약초가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걸 원치 않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가 잠들었을 때, 몰래 의관을 빠져나왔다.
약초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에서 자랐다.
약초를 가지고 의관으로 돌아갔을 땐, 마스터가 깨어있을 때도 있었고, 내가 부상을 입었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마스터는 불같이 화내며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스터의 구겨진 미간과 꽉 쥔 주먹이 싫지 않았다.
화 같은 거 낼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 번은 내가 절벽에 있던 약초를 구하다 낙신 때문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이 사실을 안 마스터는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약상자에 보관하던 약병들을 내 쪽으로 던졌다.
깨진 약병에서 흘러나온 액체 때문에 녹아내린 양탄자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낙신보다 더 강한 살기는 난생 처음이다...
난 전에 없던 생존 본능을 느끼며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마스터는 내가 침대에 누워 있는지 확인한 뒤, 화난 얼굴로 내 칼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잠시 후 마스터는 평소처럼 온화한 모습으로 다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손을 잡더니, 절벽을 오를 때 부러진 손톱에 약을 발라 주었다.
「도소주... 네 이름은 악운을 쫓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뜻이야.
난 네가 그런 위협을 무릅쓰는 건 싫어, 그냥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내면 좋겠어.
넌 내 식신이자 가족이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위험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응?」
그의 표정을 본 나는 이 부탁을 절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6.4. 4장. 불운을 쫓는 자
그 후, 늘 그랬던 것처럼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난 약속대로 약초를 구하러 위험한 곳에 가지 않았고, 마스터의 병세도 차츰 안정되어갔다.
모든 게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무시무시한 역병이 그림자처럼 그 뒤를 이어 발생했다.
사람들은 역병을 피해 백방으로 흩어졌다. 그 중 일부 사람이 우리 마을 밖에서 서성인다는 소식을 듣고, 마스터는 아직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나섰다.
가녀린 마스터의 뒷모습을 보며 난 생각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마스터를 알릴 수 없을 거라고...
마스터는 난민이 도망 온 곳, 모두 가길 꺼리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밤낮으로 그곳의 병든 사람들을 돌봤다.
며칠 안에 그는 눈에 띄게 핼쑥해졌다.
마스터는 명의라는 이름에 걸맞게 역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건강을 되찾은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뛰노는 모습을 보니, 그가 의사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단순히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마스터는 사람들에게 도소주를 담그는 법을 알려주었다.
「술을 마시면 역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악운을 쫓고, 복을 불러 온다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니 많이 마시세요! 물론 적당히 마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의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술은 이름이 뭡니까?」 「도소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기도 하죠.」
그때 옆에 있던 소녀가 내 손을 잡으며 활짝 웃었다.
「언니! 언니 이름 도소주잖아요 ~」
「...으, 응. 그게 왜?」
「그럼 언니 한테 소원 빌어도 돼요?」
「...무슨 소원 빌 건데?」
「우리 마을 사람들이 아프지 말고, 모두 잘 지내게 해주세요! 의원 아저씨도, 언니도 전부!」
「...그래.」
「언니,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요! 의원 아저씨랑 같이요!」
「응.」
하지만 마스터는 의관에 도착하자마자 힘없이 쓰러졌다.
당황한 나는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고, 마스터의 지시를 받고 나서야 그의 사부를 찾아 갈 수 있었다.
마스터의 상태를 살핀 노의원은 슬픈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왜 그런 거냐… 안정을 취해도 모자란 판에, 전염병에 걸리다니… 이런 상태로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왜 이렇게까지…」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난 눈가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는 노의원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마스터를 봤다. 그의 창백한 얼굴을 보니 손이 벌벌 떨렸다.
그 순간 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낙신을 퇴치할 수도 있다. 못된 자들을 손봐 줄 수도 있다. 희귀한 약초를 구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마스터는 구할 수 없다.
밤낮으로 마스터를 살릴 방법을 찾아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절망에 빠져있을 때, 마스터가 부드럽게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웃으며 내 주름진 미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자신있게 웃을 때가 좋더라, 네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마.」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그 날, 마스터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세상을 떠났다.
그날부터 난 도소주의 맛에 푹 빠졌다.
술의 은은한 약 냄새가 그 사람에게서 나던 약 냄새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살짝 취기가 돌면,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짓던 마스터가 보이는 듯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난 약 냄새가 진동하는 의관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난 우연히 마스터가 자신을 희생하며 구해낸 그 마을에 다시 발을 디뎠다.
떠날 때까지만 해도 이전의 활기를 되찾았던 마을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제법 오래된 듯했다.
한참을 물은 뒤에야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있었다.
나와 마스터가 떠난 후 마을 사람들은 도소주를 즐겨 마셨는데,
술의 향기가 지나가던 행인 뿐 아니라 술을 좋아하는 낙신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내게 소원을 빌었던 소녀를 떠올리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내 이름은 도소주이지만, 바란 일은 하나도 이루어진 게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악운을 쫓을 순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