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피규어를 만드는 방법

 


1. 개요


1. 개요


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 추가디스크에서 추가된 에피소드로 원래는 VNV~귀곡의 장~ 수록되어 있었다. 특별판에서의 해금 조건은 이와시타 아케미의 이야기를 들은 뒤 아라이 쇼지를 고르고 '정말 무서우니까', '확실히 취미는 필요하다', '그렇게 지킬 수는 없다' 순으로 선택지를 고르면 나온다.
아라이는 독서, 영화, 모형 등 여러 취미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과 취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고 말한다. 취미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시간 때우기 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아라이는 그들과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았고 대충 맞장구만 쳤다고 한다. 그런데 1학년 3학기 때 반에 한 명의 전학생이 들어왔다. 얌전하고 눈에 띄지 않아 보이는 그 전학생의 이름은 소가 히데오. 운동도, 공부도 못하고 사람과 사귀는 것도 서툴러 보이는 소가는 괴롭힘당하는 쪽의 학생이었다. 소가는 아라이 옆에 앉게 되었지만 무의미한 대화밖에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 아라이는 전혀 말을 걸지 않았다.
아라이가 보기에 이지적이지 못한 소가는 곧바로 반에서 괴롭힘을 당했지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소가에게 질려서 그만두게 된다. 아라이는 그가 사실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익히고 있으며,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술 시간 때 소가가 처음에는 예술과도 같은 판화를 만들어 냈다가 아라이의 시선을 눈치채고 일부러 작품을 망가뜨리는 걸 보고는 더욱 확신을 가졌다. 아라이는 자신처럼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게 번거로움을 느끼는 소가를 죽마고우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섣불리 그에게 다가갔다간 단순한 범인(凡人)으로 여겨질 것으로 생각해서 아라이는 좋은 기회를 엿보았다.
그리고 1학년의 종업식도 가까워질 무렵 아라이는 소가의 흥미를 끌 수 있었다. 자비 출판으로 매니아 사이에서 프리미엄까지 붙은 범선의 화집을 읽던 아라이에게 소가가 말을 걸었던 것이다. 혹시 범선에 흥미가 있냐고 아라이가 묻자, 소가는 옛날에 보틀쉽을 만든 적이 있다며 혹시 보러 오지 않겠냐고 물어 본다. 아라이는 그때 소가가 만든 판화를 떠올리며 그가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우수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이래저래 곁에서 참견하는 사람들이 많은 통에 그것을 숨기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 깊히 공감했다.
아라이가 소가에게 이끌려 간 그의 집은 흔히 부자라는 인종에 속하는 곳이었다. 아라이가 소가의 방으로 들어가자 위치와 각도까지 계산하여 조화롭게 진열된 콜렉션들이 그를 반겼다. 소가가 만들었다는 그 작품들은 30개 정도였지만 하나 하나가 빛이 날 정도의 완성도였다. 아라이는 소가를 탁월한 모델러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 실력이라면 신이나 다름없다고 추켜세운다. 소가는 그의 칭찬을 흘러 넘기며 그가 만들었다는 보틀쉽을 보여주었다. 그걸 본 아라이의 반응은 역시 신이다. 소가는 최근에도 보틀쉽을 만들고 있다며 그것은 다른 방에 있다고 말했다. 여기 있는 것들은 초등학생 때 만든 것 뿐이라고. 소가는 아라이에게 볼 거냐고 물었지만 그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보여줄 만한 사람은 아라이밖에 없다고 혼자 고개를 끄덕인 소가는 아라이를 2층의 방으로 안내했다.
소가는 부모도 출입시키지 않는다는 방의 자물쇠를 열고 아라이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사람 크기만한 소녀의 인형이 10개 정도 있었다. 그 동안 소가는 방금 전에 본 병보다 조금 더 큰 병을 들고 왔다. 그 안에는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가 몸을 둥글게 만 상태로 앉아 무릎 위에 팔을 괴고 자고 있었다. 범선이 들어 있지 않은 보틀쉽을 보틀쉽이라고 부르는 건 언어도단이지만 소가의 생각을 눈치 챈 아라이는 예외 중의 예외로 보틀십으로 인정했다. 요정과도 같은 병 속의 소녀에 매료된 아라이에게 소가는 리얼 오브 리얼을 뛰어 넘은 피규어를 만들고 싶었지만 전부 실패했다고 말했다. 소가가 만들고 싶었던 건 움직이고 살아있는 피규어였기 때문이다. 소가는 소재가 문제라며 계속해서 중얼거렸고, 그런 그의 눈에 광기가 깃들어 있는 것을 본 아라이는 그를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도 아라이는 소가와의 교류를 계속 이어 나갔다. 양쪽 다 고독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루에 몇 번 정도밖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그 무렵 반에서 인기있던 사오토메 마야라는 여학생이 행방불명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보이지 않자 집에서도 난리가 났고 경찰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이 소문이 돌자 소가의 얼굴에서 생기가 도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기하게도 소가가 다른 사람의 이목에 개의치 않고 아라이에게 말을 걸었다. 구교사에 비밀 지하실이 있는 것을 아냐는 것이다. 아라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세워진 방공호가 구교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소가가 그곳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천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모르는 척했다. 그리고 언젠가 작품이 완성되면 자신을 부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종업식이 끝나도 사오토메는 나타나지 않은 채 1주일이 더 지났다. 소가는 아라이를 전화로 밖으로 불러냈다. 최고의 소재를 얻었다는 소가의 말에, 아라이는 그가 처음 전학왔을 때부터 사오토메를 노리고 있었고 그녀를 유괴해 구교사의 지하에 감금했다고 생각했다. 소가는 아라이의 생각대로 사오토메를 소재로 삼아 그녀를 구교사의 지하에 감금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오토메는 감금당한 상황인데도 소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것 같이 그녀의 사랑은 진짜였고, 소가가 원하는 모습대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소가는 시험삼아 사오토메의 손톱을 마취없이 유리로 바꿨지만 그녀는 얌전하게 있었고 작업이 끝나자 고열로 의식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소가는 사오토메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소가의 작업은 계속되었고 사오토메는 소가의 수술을 하나 하나 참아가면서 결코 죽지 않았다. 이윽고 사오토메는 소가가 원했던 것을 뛰어넘은 존재가 되었다. 소가는 이것이 자신과 사오토메의 사랑의 결정이라고 칭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그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아라이를 구교사의 지하실로 안내했다. 지하실은 편도결석 냄새를 연상시키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소가는 사오토메를 찾으며 지하실 한 켠에 놓여진 부풀어오른 더러운 모포를 젖혔고, 절대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손이 잠깐 나타났다. 아라이는 소가가 보고 있는 시대를 초월한 미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고 싶었으나, 한편으로는 그것을 절대로 보면 안 된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무한의 욕망과 궁극의 공포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라이에게 소가는 지금 사오토메의 기분이 편치 않아 보여줄 수 없다며, 사과의 의미로 이전에 보여준 소녀의 보틀쉽을 가져가라고 말했다.
그 후로 아라이는 소가와 만나지 못한 채 소녀의 보틀쉽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업식이 다가오자 아라이는 소가와 다른 반으로 갈라질 수도 있고, 설상가상으로 여름방학 때는 구교사가 허물어질 예정이라 전전긍긍했다. 시업식이 시작하기 하루 전 날 밤, 아라이의 어머니가 장난 전화가 온 것 같다며 아라이에게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라이가 전화를 받자 귀에 익은 소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친우', '감사', '작별', '안녕', '고마워'라는 말이 띄엄띄엄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아라이는 처음 소가가 구교사로 초대했을 때 사용한 공중전화에 소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공중전화의 수화기에는 달팽이의 점액 같은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아라이는 소가가 사오토메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의 신체마저 변화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날, 시업식이 시작되고 반 배정을 살펴보았지만 두 사람의 이름은 없었다. 소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전학을 갔다고 한다. 아라이는 그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 끝에 같은 길을 걸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밤중에 학교에서 수상한 물체가 배회한다는 소문이 돈다며 만약 구교사가 허물어진다면 그들이 어떻게 될지 의문을 가진다. 소가의 집은 부모님이 이사를 가서 빈 집으로 남아 있고, 가까이에 있는 쓰레기장에는 소가가 보여준 소녀의 인형들이 얼굴 부위가 날카로운 것으로 잘려진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2층의 방에서 보았던 인형들의 차가운 미소는 자신들의 이런 운명을 비웃는 것이었다며, 인형들은 사실 살아있었다고 아라이는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소가가 만든 인형들 중에서 아라이의 집에서 잠들고 있는 병 속의 소녀만이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을 리 없으니까... 이 말을 끝으로 아라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