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각지쟁
1. 개요
蝸角之爭. 고사성어. '와우각상지쟁(蝸牛角上之爭)'이라고도 한다.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의 싸움이라는 뜻.
I. 대국(大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작은(쓸데없는) 다툼의 비유
I. 하찮은 일로 승강이하는 것의 비유
I. 인간 세계의 비소(卑小 : 보잘것없이 작음)함의 비유
이전투구와 마찬가지로 병림픽과 비슷한 단어라 볼 수도 있겠다.
양자간의 다툼을 무의미하게 보는 시선은 과거에도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사성어다.
1990년대경 모 정치인이 와각지쟁의 蝸를 過(지날 과, 허물 과)랑 헷갈려서 과각지쟁으로 읽어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다. #
2. 유래
아래의 내용은 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 있는 구절이다.
전국시대, 양나라 혜왕은 중신들과 맹약을 깬 제나라 위왕에 대한 응징책을 논의했으나 의견이 분분했다. 그래서 혜왕은 재상 혜가가 데려온 대진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진인은 현인으로 이름난 도가자류(道家者流: 도교를 믿고 닦는 사람)답게 이렇게 대답했다.
"전하, 달팽이라는 미물이 있사온데 그것을 아시나이까?"
"물론, 알지요."
"그 달팽이의 왼쪽 촉각 위에는 촉씨(觸氏)라는 자가, 오른쪽 촉각 위에는 만씨(蠻氏)라는 자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있었나이다. 어느 날 그들이 서로 영토를 다투어 전쟁을 시작했는데 죽은 자가 수만 명에 이르고, 도망가는 적을 추격한 지 15일 만에 전쟁을 멈추었다 하옵니다."
"그런 엉터리 이야기가 어디 있단 말이오?"
"하오면, 이 이야기를 사실에 비유해 보겠나이다. 전하, 이 우주의 사방 상하(四方上下)에 제한(際限)이 있다고 생각하시옵니까?"
"아니, 끝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이다."
"하오면, 마음을 그 무궁한 세계에 노닐게 하는 자에게는 사람이 왕래하는 지상의 나라 따위는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 하찮은 것이라고 할 수 있사옵니다."
"으음, 과연."
"그 나라들 가운데 위라는 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대량(大梁: 개봉開封)이라는 도읍이 있사오며, 그 도읍의 궁궐 안에 전하가 계시옵니다. 이렇듯 우주의 무궁에 비한다면, 지금 전하께서 제나라와 전쟁을 시작하시려는 것과 달팽이 촉각(觸角) 위의 촉씨와 만씨가 싸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사옵니까?"
"과연,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구려."
대진인이 물러가자 제나라와 싸울 마음이 싹 가신 혜왕은 혜자에게 힘없이 말했다.
"그 사람은 성인도 미치지 못할 대단한 인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