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연동제
1. 개요
原乳價格連動制
낙농업계의 안정화를 위한 요구에 의해 2013년 8월 정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낙농업은 장기투자를 요하는 장치산업이다. 생산물인 원유(原乳)는 단기적인 생산조절이 어려운데다 저장성이 없고, 반드시 가공을 거쳐야 판매가 가능하다. 유가공은 대부분 대자본이 담당한다. 그뿐 아니라 우유의 소비는 계절적으로 편중돼 있어 원유의 계절적인 수급불균형이 불가피하고, 남은 원유는 주로 분유 형태로 가공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낙농가는 단기적인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며, 원유가격이 생산비를 보상하지 못할 경우 안정된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힘들다. 때문에 거의 모든 나라에서 원유거래는 생산비를 상회하는 수준의 고정가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국내의 원유거래는 낙농진흥회가 출범한 1999년 이전까지는 정부고시가격에 의해, 그 이후는 유업체와 낙농가 간의 협상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 2002 · 2008 · 2011년 세 차례에 걸친 원유가격 협상과정에서 낙농가와 유업체가 예외 없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에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고, 타 집유주체도 여기에 동참했다.
출처
1999년 이전에는 정부 고시가격으로 결정되다 낙농진흥회가 설립되면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가격을 결정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우유생산비 증감률 ±5% 초과시 생산자, 수요자간 합의에 의해 조정키로 했으니 현재의 초안은 1999년부터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유가격이 4~5년 주기로 조정됨에 따라 생산자와 수요자간 극심한 갈등이 야기됐다. 또한 5년에 한번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유제품 가격이 급등, 소비자의 불만도 증폭됐다. 실제로 2004년 원유가격은 ℓ당 517원에서 584원으로 14%가량 올랐고 2008년에는 584원에서 704원으로 2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문제로 2013년 이후 매년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원유가격 연동제가 시작됐다. 연동제는 통계청 우유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라 전년도 생산비 증감액을 원유기본가격에 반영하고 매년 8월 1일부터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배제되고 기계적으로 원유가격을 산출한다는 부정 여론이 형성된 데다 통계청 생산비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론도 있어 2015년에 현재의 원유가격 연동제로 개선이 이뤄진다.
2015년 원유가격 연동제 개선의 가장 큰 차이는 협상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조정협상위원회를 설치해 원유기본가격 변동액의 ±10% 내에서 협상하는 이 방식은 원유기본가격을 기준원가와 변동원가를 합산해 산출한다.
2017년에는 변동원가에 반영되는 물가상승률을 제거키로 하고 현재의 원유가격 결정체계로 자리를 잡게 된다.출처
2. 산출 공식
현재의 원유가격 결정구조는 전년도 원유 기본가격에 우유 생산비 증감액을 더하고 여기에 우유 생산비 증감액의 10%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 원유 기본가격에, 유성분과 위생 등의 옵션사항에 따라 가격을 증감하는 형식으로 결정한다. 원유 기본가격을 조정하는 기준은 매년 5월 통계청 발표 생산비에 따라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때 조정하고 미만일 때는 2년마다 조정키로 했다. 출처
2018년 우유 생산비가 775원으로 2017년(767원) 대비 1.1% 증가해 2018년에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유 1ℓ당 생산비는 790.06원으로 전년대비 2% 증가했다. 이에 2019년에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3. 의도는 좋았다
원유는 젖소라는 생명체에서 생산되며, 매일 젖을 짜주지 않으면 소의 혈관이 터지고 유방염이 생겨 원유의 양과 질이 하락하기 때문에 수요에 관계없이 매일 일정량을 생산해야 한다. 또한 원유는 저장성이 낮아서 인위적으로 수요에 맞춰 급격히 공급량을 조절하기 힘들어, 완전히 시장경제에만 맡기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주기적으로 원유 가격 협상을 했는데, 당연히 낙농업계에서는 비싼 가격을, 우유업계에서는 싼 가격을 요구하여 협상 때마다 진통이 있었다. 우유업계에서 요구하는 가격으로는 나날이 오르는 생산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낙농업계의 입장이었고, 이에 낙농업계에서는 시위를 하거나 원유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등의 집단행동을 하곤 했다. 기사 물론 이 기간 동안 생산된 원유들은 모두 폐기처분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보다못한 정부에서는 2013년 8월 이 제도를 도입하였고, 낙농업계와 우유업계의 마찰은 표면적으로 끝난 듯 보였다.
4. 문제점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시장 거래에 따라 우유 가격이 유연하게 책정되는 것을 막고 가격을 경직시킨다. 이로 인해 경직화된 가격은 사실상 우유의 가격하한제로 작용했다. 결국 우유 재고량은 남아도는데 우유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그래서 소비도 증가하지 않는 악순환만 벌어졌다. 이는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공급량과 가격이 내려가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이 되지 않다보니, 원유 쿼터제(총량제)로 인해 매년 축산농가로부터 사전에 계약된 분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하는 유가공업체는 재고만 쌓이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 후 우유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기만 했고, 반대로 판매량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물가는 오르면 올랐지 내리는 일은 드물기에 물가 상승률과 원유 가격이 연동되는 한 필연적인 현상이었다. 게다가 한국의 낙농업은 젖소 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원유 생산비가 내리기도 힘들다. 결정적으로, (우유생산비 증감률이±4% 미만일 때) 매년 6월 말 원유 가격이 책정되면 8월 1일부터 다음 해 7월 말까지 1년간 원유 가격을 바꿀 수 없는 시스템은 우유 가격을 지나치게 경직시켰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우유 가격이 너무 비싸서 우유 소비를 줄이고, 우유 업체에서는 우유 가격을 낮추고 싶어도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내릴 수 없는 늪에 빠져 버렸다.
유가공업체들과는 반대로 낙농가들은 원유가격연동제 이후 큰 수익을 올렸다. 원가가 크게 오르더라도 원유가격연동제 협상에서 유가공업체에게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즉, 가격 인상 요인을 사실상 유가공업체들이 모두 떠맡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낙농가들은 원가 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되다보니 원가 절감 노력이 줄어들고 단순 추가수익 목적의 시설 투자까지 모두 생산원가에 반영하였으며 이미 공급 초과인 우유 공급량을 줄이지 않았다.[1] 왜냐면 유가공업체는 낙농가들과 한번 계약을 하면 1년치 생산물량을 모두 의무적으로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낙농가 입장에서 수지에 맞는 가격이면 무조건 더 생산할 수록 이득이기 때문이다.[2] 그 결과 낙농가들이 2020년 연평균 영업이익률 25.5%를 달성하는 동안[3] 우유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5%로 곤두박질쳤고 흰우유로만 따지면 2019년 유업계 상위 10개사 모두 적자를 낸 데 이어 2020년 상반기에만 이미 수백억 적자를 냈다.# 낙농가들의 순수익이 2019년 대비 1.3% 감소해서 낙농가도 어렵다는 식의 말은# 상대평가를 이용한 눈속임으로, 실제로는 낙농가들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2019년 25.8%에서 2020년 25.5%로 감소한 것을 2019년 대비 1.3% 감소했다는 말로 숨긴 것이다. 그 사이 유가공업계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19년 2.9%에서 2020년 2.5%로 2019년 대비 16% 감소했다. 한국의 2020년 원유 가격은 킬로그램 당 1034원으로, 일본의 1044원과 10원 차이로 세계 최고가격 수준까지 올라왔다.
2018년, 2019년에 협상이 없었기에 2020년에는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낙농가들은 생산비 증가를 이유로 원유가격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이나, 유가공업체들은 초과 생산분에 대해서는 우유를 리터당 100원만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우유 한 품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유제품, 우유 및 분유를 원료로 이용하여 만드는 과자, 빵 등 식품 물가까지 덩달아 이 제도 때문에 상승하고 있다. 당연히 서민들의 체감 물가도 악화되고 있다. 우유가 남아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에서는 가격을 이유로 탈지분유를 수입하여 쓰고 있는 실정이다. 기사
팔리지 않아 남는 우유들은 분유로 만들어 비축해두고 있는데, 분유 재고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분유의 중국 수출, 우유 소비 촉진 운동 등으로 해결책을 찾는 모양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우유 가격 인하가 진정한 답이라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소매가격을 높이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이 시행된 셈이다 보니, 전세계 낙농국가들[4] 이 치즈에 이어 국내 우유시장까지 눈독들이게 됐다. 우유시장의 수입장벽은 2002년에 유통기한 제한을 완화한 이후 풀려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판매가격만 보장되면 안 들어올 이유가 없는 것.
5. 전망
선진 낙농국가들과의 FTA 체결 후 저렴한 가격의 외산 유제품 수입량이 증가함에 따라 국산 유제품의 시장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원유 자급률이 50%대 마저 무너져 국내 낙농생산기반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생산자(낙농가)측은 한국형MMB(Milk Marketing Board) 즉, 생산자 중심의 전국단위쿼터제 도입을 제안했다. 생산자 자율권 확보를 통해 생산자 스스로가 계획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때 원유 판매 시장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형MMB 설치가 전제조건이 되어야지만 유업계측이 주장하는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업계측은 한국형MMB가 단일 원유공급 창구가 될 경우 유업계의 교섭력 저하가 우려되는데다 가공원료유 공급 차질과 공정한 원유배분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유업계측은 용도별차등가격제가 국산 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임을 내세웠지만 생산자측에서는 낙농가의 생산권을 박탈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내 결국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했다.
또 원유가격결정체계(원유가격연동제) 개편을 놓고도 생산자와 유업체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업체측은 원유가격조정 기준인 우유생산비 증감률을 ±4%에서 ±10%으로 조정하고, 조정기간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안을 제안한다. 제도개선을 통해 원유기본가격 상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게다가 원유가격연동제에 시기별, 상황별 시장 수요를 반영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우유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농가측은 이러한 유업계측의 개선안이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취지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낙농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수요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이 어려워 원유가격이 생산비를 보장하지 못할 경우 안정된 생산기반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보다는 생산비에 기준을 둬 낙농가를 보호하겠다는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낙농가들이 소비자물가 상승에도 원유가격을 동결하고, 수급안정을 위해 젖소를 도태하는 등 원유가격연동제를 지키기 위해 고통을 분담했는데, 유업체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원유가격연동제를 수급상황에 맞춰 조정하는 것은 합의를 깨는 행위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업계는 원유가격 산정 체계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유지방 1등급 상한선을 4.1%에서 3.8%로 변경하고 체세포 수 1등급 가격에 유지방 3.9~4.1%의 가격(25.75원/L)을 포함시켜 위생등급을 견인하겠다는 취지이다. 또한 체세포 5등급과 세균수 4등급 초과 원유의 집유를 중단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원유생산량 증가와 사료비 감소에 따른 생산비 절감 효과를 이루겠다는 것.
이에 낙농가측은 유업계의 개선안에 대한 효과는 불분명하지만 만약 효과가 입증된다면 원유가격 산정체계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가 가능하며, 이에 대한 외부전문가의 추가자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기사1기사2
6. 외국의 사례
유럽은 반대로 우유 가격이 너무 싸서 걱정이라고 한다(…). 우유 가격이 물보다 쌀 정도로 폭락하여 낙농업계가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
시장경제체제를 취하고 있는 유럽은 우유에 대한 수요감소에 따라 줄어는 우유값이 폭락하였고, 이는 낙농가의 소득감소로 이어졌다. 독일은 낙농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경직 면적당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기사
[1]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2015년 이후 2020년까지 낙농가들의 총 원유공급량은 한 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이전인 2014년에 이미 공급 과잉 소리가 나왔었다.#[2] 낙농가들이 초과생산을 하면 제 값을 쳐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제 값의 기준이 원유가격연동제의 가격이다. 시장원리에 따르면 지속적인 공급 과잉으로 내려갔어야할 원유값이 원유가격연동제로 높게 묶여있는 것을 낙농가들은 제 값이라 여기는 것이다. 양 또한 전체 생산량의 4~10% 정도이고 나머지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값을 받는다.[3] 일본 14%, 미국 11%, 뉴질랜드 13% 등에 비하면 거의 2배 수준의 이득을 보고있는 것이다.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과 업계 진입장벽을 감안한 것임에도 그렇다.[4] 사료가, 자동화, 인건비, 토지비용 등 형편이 제각각 다르기는 하지만, 유통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든 수급조절을 위해서든 간에 유럽만 해도 농축산업이 직간접적인 보조금없이 굴러가는 나라는 별로 없고, 미국 역시 농업보조금을 많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