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강본풀이

 


1. 설명
2. 전승
3. 해설: 계절(시간)의 비유가 있는 이야기
4. 기타


1. 설명


한국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선녀이자 4계절의 순환이 생겨나는 원천강의 여신이 되는 오늘이의 사연을 담은 신화.
연구자들에 의하면 구성적으로는 한국 신화에서 가장 관념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며, 대체로 농경사회에서 중요했던 계절의 순환을 기반으로 시간에 대한 관념이 섞인 설화라는 해석을 받고 있다.

2. 전승


아득히 먼 옛날, 인간 세상 강림들에 옥같이 고운 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보면 누구든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이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 왔느냐?" 그러면 아이는 대답했다. "저는 이 강림들에서 저절로 솟아나 성도 이름도 나이도 모릅니다. 학이 날아와 날개로 덮어 주고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궁리 끝에 "오늘 만났으니 오늘을 생일로 삼고 이름도 오늘이라고 하자"라며 아이의 이름을 오늘이로 지어주었다. [1]
그러던 어느 날 오늘이를 자주 돌봐주던 백씨부인[2]이 오늘이에게 "네 어머니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으냐? 네 부모는 원천강의 신관 선녀가 되어 원천강 부모궁에 살고 있단다"라고 알려 주고, 그 말을 들은 오늘이는 가는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부모를 만날 결심을 한다. 그러자 백씨부인은 "흰모래땅에 있는 별층당에 가서 그곳에서 글을 읽는 도령에게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거라"라고 알려주고, 오늘이는 길을 떠난다.
흰모래땅 별층당에 도착한 오늘이는 그곳에서 글을 읽는 장상 도령에게 원천강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장상 도령은 황모래땅까지 간 다음 그곳 연화못에 있는 꽃 한 송이만 피운 연꽃나무에게 다음 가는 길을 물어보라고 알려준 뒤 덧붙여 "나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이곳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곳에서 글만 읽고 있어야 하는지 원천강에 가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그 후 황모래땅에 도착한 오늘이가 연화못 연꽃나무에게 원천강 가는 길을 묻자 연꽃나무는 검은모래땅을 지나 청수바다로 가서 그곳에 있는 여의주 세 개를 가진 이무기에게 바다를 건네달라고 하라고 알려주고, 덧붙여 "나는 봄에 꽃이 피어도 항상 딱 하나의 줄기에 딱 한 송이만 꽃이 피는데 어떻게 해야 다른 줄기에도 꽃이 피는지 원천강에 가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다시 길을 나선 오늘이는 검은모래땅을 지나 청수바다[3]에 도착해 이무기에게 바다를 건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이무기는 "다른 이무기들은 여의주 하나만 가지고도 용이 되는데 나는 어째서 여의주를 세 개나 가지고도 삼천 년 동안 용이 되지 못하는지 원천강에 가서 알아봐 주면 바다를 건네주겠다"고 말하고, 오늘이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자 오늘이를 태워 바다를 건네준 뒤 흰모래땅 별층당과 똑같이 생긴 별층당을 찾아가 그곳에서 글을 읽는 낭자에게 길을 물으라고 가르쳐준다.
몇날 며칠을 다시 길을 나선 오늘이는 별층당을 찾아 그곳에서 글을 읽는 매일 낭자[4]에게 원천강 가는 길을 묻는다. 그러자 매일 낭자는 계속 길을 가서 감로정 우물에서 물 긷는 선녀들에게 길을 물으면 된다고 가르쳐주고, "나는 옥황상제의 죄를 받아 이 정자에서 십 년째 글만 읽고 있는데 언제쯤 이 벌이 끝나는지 원천강에 가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다시 길을 나서 감로정 우물에 도착한 오늘이는 그곳에서 물을 퍼내는 선녀들을 만난다. 본래 옥황상제의 시녀들이었는데 천하궁 물 긷는 일을 소홀히 한 죄로 땅에 내려와 감로정 우물물을 다 길어 퍼내는 벌을 받은 선녀들은 두레박에 구멍이 뚫려 아무리 해도 물을 퍼낼 수가 없어 울고 있었다. 선녀들을 불쌍히 여겨 오늘이는 댕댕이덩굴을 으깨어 뭉쳐 두레박 구멍을 막고 송진으로 굳힌 뒤 다시 물을 퍼내게 한다. 그렇게 물을 다 퍼낸 후 다시 옥황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선녀들은 보답으로 오늘이를 원천강 문 앞까지 데려다 준다.
원천강 문 앞에 도착한 오늘이는 부모를 만나게 들여보내달라고 문지기에게 사정하지만, 문지기는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좌절한 오늘이는 슬피 통곡하자, 그 울음소리에 동정심이 생긴 문지기는 문을 열어주고 안에서 오늘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원천강의 신관과 선녀도 오늘이를 데려오라고 한다.
원천강 신관과 선녀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았는지 묻자, 오늘이는 강림들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원천강 찾아온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을 들은 신관과 선녀는 "그렇다면 틀림없구나. 얘야, 우리가 너의 부모다. 원천강을 다스리라는 옥황상제의 영을 받아 너를 버려두고 와야 했지만 강림들의 학에게 너의 뒷바라지를 부탁했더니 이렇게 자랐구나"라고 말하며 오늘이를 안아준다.
처음 만나는 부모와의 회포를 풀고 인간 세상의 사계절을 만들어내는 곳인 원천강도 구경한 오늘이는 부모에게 부탁 받은 일에 대한 답을 묻고 그 답을 알려주러 다시 떠난다.
먼저 바다 건너 별층당에서 매일 낭자를 다시 만난 오늘이는 "나와 함께 가서 평생 배필을 만나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녀와 함께 청수바다에 이른다.
청수바다에서 이무기를 다시 만나 바다를 건넌 후 "여의주를 세 개나 가진 것은 지나친 욕심이니 두 개를 처음 만난 사람에게 주고 한 개만 물면 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자, 이무기는 당장 여의주를 오늘이에게 주고 한 개만 물더니 용이 되어 승천했다.
그 후 검은모래땅을 지나 황모래땅에 도착해 연화못 연꽃나무에게 "한 송이 핀 꽃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가지마다 꽃이 필 것이다"고 알려주자, 연꽃나무도 당장 꽃을 꺾어 오늘이에게 주고 송이송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뒤 흰모래땅 별층당에 도착한 오늘이는 여전히 글을 읽고 있던 장상 도령에게 "나와 함께 온 매일 낭자가 평생 배필이니 혼인을 하면 이제 더 이상 글만 읽지 않아도 되고 오래오래 행복할 것이다"라고 알려준 뒤[5] 다시 태어난 강림들로 돌아와 부모 찾을 길을 알려준 백씨부인에게 여의주 두 개 중 하나를 보답으로 선물한다.
그 후 오늘이는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아 옥황궁 선녀가 되어 연꽃과 여의주를 들고 원천강의 사계절을 세상에 전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
어쩐지 초반은 모모가 떠오르는 전개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만악의 근원 옥황상제(...)

3. 해설: 계절(시간)의 비유가 있는 이야기


이승의 4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을 불러오는 원천이 되는 원천강의 관리자 선녀 혹은 여신[6]이 되는 오늘이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구성이 상당히 환상적이면서도 현대소설 모모를 연상케 만들 정도로 철학적인 비유를 담고 있다. 구전되는 옛날 이야기임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세련된 구성을 지닌 이야기로 평가받는다. '매일낭자' (혹은 내일낭자), 이무기, 장상도령 등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감은장아기와는 다른 방면에서 운명을 다루는 여신이라는 해설도 강한 편이다.
'오늘이'라는 이름이 현재를 나타내며, 계절의 여신이라는 직책, '오늘'이라는 시간을 상징하는 이름, 여러 시간에 대한 담론[7] 직접적인 교훈은 (농경사회에서) 작은 일부터 (계절의 순환처럼) 순리에 맞게 행하자는 이야기쯤으로 볼 수 있다. 이야기적으로는, 시간을 대하는 여러 인물들을 '오늘이'라는 현재를 상징하는 이름과 연결하고 있다.

4. 기타


원천강본풀이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여기서는 오늘이가 자신을 키워 준 두루미 '야아'[8]를 구하러 가는 내용. 또한 이무기가 오늘이를 얼어붙은 원천강까지 데려다 주고 오늘이를 구하기 위해 여의주를 다 버리고 용이 된다. 용이 원천강을 녹이면서 다른 인물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덤.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9]에 나와서 인지도가 좀 있으며, 오늘이나 야아, 이무기같은 인물들이 전부 귀엽고 동글동글하게 표현되고 작품 분위기도 부드러워 호평을 받고 있다.
[1] 이후 오늘이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와 살다가 자신만 가족이 없는 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왜 부모님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책도 있고 강림들에서 계속 들짐승들과 어울려 놀며 살았다는 책도 있다.[2] 혹은 백주할머니. 대별왕 소별왕 이야기에 나오는 총명아기(총명부인, 바지왕. 대별 소별 형제의 어머니)의 어머니다[3] 천수아당이라고 표기한 글이 많은데, 제주도 방언으로 아당이 바다이며, 1차 사료 내 일본어로는 천수해라고 표기되어 있다.[4] 내일 낭자라고 하는 책도 있다.[5] 여담으로 이렇게 인연을 맺은 매일과 장상 부부는 후일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활인적선의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6] 선녀라고 쓰기에 위격이 낮아보이지만, 사실상 여신에 가까운 역할이다. 본래 도교의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 전반에서는 대다수의 신위가 직책처럼 묘사되며, 옥황상제의 시중꾼으로 묘사되더라도 직책을 지닌 존재들은 대다수가 신에 가깝다.[7] 매일 글만 읽는 낭자와 장상도령을 연결해주고, 너무 많은 여의주를 물어서 승천하지 못한 용을 해결해준다. 이에 대한 해석은 꽤 많이 엇갈리지만, 계절을 신성시했던 농경 사회적인 시간의 관념이 들어간 설화라는 해설이 주류에 가깝다.[8] 작화 특성상 현실의 두루미와는 다르게 나풀거리는 날개가 선녀를 연상시키며 온 몸이 하얀색이다. 야아라는 이름은 오늘이가 지어준 것으로 보이는데,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아서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지은 듯 하다.[9] 2010년 전후에는 초등학교 2학년 즐거운 생활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