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켄데르 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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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터키 케밥 중 가장 인기 있는 종류 중 하나.
양념한 양고기와 쇠고기를 섞어서 빙글빙글 도는 '되네르(Döner)'기계에 구운 뒤 여기에 '피데(Pide)'[1]라는 구운 빵과 토마토소스, 요구르트, 녹인 버터를 곁들인 것으로 19세기 후반에 에르주룸에서 부르사로 이주해 케밥 가게를 운영하던 이스켄데르 에펜디(İskender efendi)가 처음 선보였다고 한다. 에르주룸의 전통 음식이었던 자으 케밥(Cağ kebabı)[2]을 응용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케밥을 만들어 냈는데, 의외로 인기가 좋았던 것.
참고로 이 음식을 개발한 이스켄데르 에펜디는 집안 내력을 살펴보면 그리스계 무슬림이다. 오늘날 케밥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직으로 고기를 꿰어 굽는 케밥 기계를 발명한 사람도 이분. 정작 터키인들은 '그 사람이 그리스계는 맞을지 모르지만 터키에서 살았고 터키식으로 음식을 만들었으니 터키 음식'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딱히 억지는 아니다. 당시는 오스만 제국 시대이고, 오스만은 다민족/다문화 성향이 강한 국가여서 오스만-터키 문화에 이름을 남긴 인사 중 그리스계, 알바니아계, 불가리아계 등 외국계 오스만인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이라니까 슬슬 민족 개념이 생겨나던 시대였지만, 18세기까지만 해도 오스만 제국에 민족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기도 했다. 법전에도 민족에 대한 고려는 되어 있지 않았고 세금을 거두기 위한 조세대장에도 혈통이 아니라 모국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민족을 대략 구분해놓았을 뿐이었으며, 그리스계든 투르크계든 종교가 같다면 세금도 똑같았다. 더욱이 터키계와 그리스계는 그렇게 분명하게 구분되지도 않는다. 물론 오스만 투르크 시대에 그리스인 공동체들이 있었고 그리스계 귀족 가문들이 자기들끼리 정치를 하기도 하는 상당한 자치를 누리는 정치체였지만, 그리스인, 터키인 구분은 혈통적인 구분이라기보다는 그리스 정교를 믿는 오스만 투르크 인들은 그리스인, 이슬람을 믿는 그리스계는 터키인으로 구분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인도-파키스탄 관계와 비슷한 점.
이스켄데르의 후손들은 아직도 부르사에서 케밥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때문에 이스켄데르 케밥을 '부르사 케밥(Bursa kebabı)'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부르사 시내에서는 오직 이스켄데르 에펜디의 후손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만 이스켄데르 케밥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 가게들은 요우르트 케밥(Yoğurt Kebabı)이라고 부르고 있다.

[1] 피자의 어원이 여기에서 왔다고 한다.[2] 되네르 케밥과 유사하지만 바베큐처럼 장작불에서 가로로 된 축에 고기를 꿰어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