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곡(드뷔시)

 

1. 개요
2. 특징
3. 목록
3.1. 제 1권 (L. 117)
3.1.1. I. Danseuses de Delphes : Lent et grave (I. 델피의 무희들 : 느리고 장중하게)
3.1.2. II. Voiles : Modéré (II. 돛 : 보통 빠르기로)
3.1.3. III. Le vent dans la plaine : Animé (III. 들판에 부는 바람 : 생동감 있게)
3.1.4. IV. <> : Modéré (IV.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 보통 빠르기로)
3.1.5. V. Les collines d'Anacapri : Très modéré (V. 아나카프리의 언덕 : 더욱더 보통 빠르기로)
3.1.6. VI. Des pas sur la neige : Triste et lent (VI. 눈 위의 발자국 : 슬프고, 아주 느리게)
3.1.7. VII. Ce qu'a vu le vent d'Ouest : Animé et tumultueux (VII. 서풍이 본 것 : 생동감 있고 떠들썩하게)
3.1.8. VIII. La fille aux cheveux de lin : Très calme et doucement expressif (VIII. 아마빛 머리의 소녀 : 매우 조용하고 부드럽게 표현적으로)
3.1.9. IX. La sérénade interrompue : Modérément animé (IX. 끊어진 세레나데 : 적당히 생동감 있게)
3.1.10. X. La Cathédrale engloutie : Profundément calme (X. 가라앉은 대성당 : 아주 차분하게)
3.1.11. XI. La danse de Puck : Capricieux et léger (XI. 퍼크의 춤 : 가볍고 변덕스럽게)
3.1.12. XII. Minstrels : Modéré (XII. 음유시인 : 보통 빠르기로)
3.2. 제 2권 (L. 123)
3.2.1. I. Brouillards : Modéré (I. 안개 : 보통 빠르기로)
3.2.2. II. Feuilles mortes : Lent et mélancolique (II. 마른 잎 : 느리고 우울하게)
3.2.3. III. La puerta del Vino : Mouvement de Habanera (III. 포도주의 문 : 하바네라의 빠르기로)
3.2.4. IV. <> : Rapide et léger (IV. <<요정들은 좋은 무용수이다>> : 빠르고 가볍게)
3.2.5. V. Bruyères : Calme (V. 황야 : 차분하게)
3.2.6. VI. <> – eccentric : Dans le style et le mouvement d'un cakewalk (VI. <<변덕스러운 라빈 장군>> : 케이크워크의 형식과 빠르기로)
3.2.7. VII.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 Lent (VII. 달빛이 쏟아지는 테라스 : 느리게)
3.2.8. VIII. Ondine : Scherzando (VIII. 물의 요정 : 익살스럽게)
3.2.9. IX. Hommage à S. Pickwick, Esq. P. P. M. P. C. : Grave (IX. 피크윅 궁전에 경의를 표하며 : 장엄하게)
3.2.10. X. Canope : Très calme et doucement triste (X. 카노프 : 매우 차분하고 다소 슬프게)
3.2.11. XI. Les tierces alternées : Modérément animé – Un peu plus animé (XI. 교대하는 3도 : 적당히 생동감 있게 – 조금 더 생동감 있게)
3.2.12. XII. Feux d'artifice : Modérément animé (XII. 불꽃 : 적당히 생동감 있게)
4. 여담


1. 개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전곡 연주.
프랑스 태생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전주곡 2권, 총 24곡에 대해 설명하는 문서.
드뷔시의 전주곡은 기존 쇼팽의 전주곡들보다도 더욱 개별적인 작품의 색채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24곡 모두 표제음악이며, [1] 전부 부제에 걸맞는 느낌이 나는 것 또한 특징이다.

2. 특징


기존의 쇼팽 전주곡, 바흐의 전주곡과는 다르게, 조성에 대한 규칙이 거의 없다. 또한, 표제음악인 만큼, 다양한 색채와 짧지만 어려운 곡 난이도, 난해한 곡 분위기 등으로, 생각보다 많이 어려운 곡에 속한다.
1권은 상당히 유명한 곡들이 많으며, 몇몇 곡들은 연습하거나 악보를 제대로 읽을 수 있으면 치기에는 무난한 곡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2번-돛, 8번-아마빛 머리의 처녀, 10번-가라앉은 대성당, 12번-음유시인이 유명한 편이다.
반면 2권은 1권에 비해 수준급의 악보 식견 실력을 요구[2] 할 뿐 아니라 난해한 곡들 또한 많기에, 1권보다는 어렵다는 평도 존재한다. 물론 난해하긴 해도 곡의 분위기, 독특한 색채 등은 1권만큼이나 수준급이기 때문에 2권 또한 상당한 수준에 속한다. 대표적으로 1번-안개, 12번-불꽃(놀이)가 유명하다. 특히 이 중 12번은 이전 전주곡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를 보여주며, 곡의 분위기를 살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는 곡이다. 장점이라면 연주효과가 매우 좋아서 선곡하자마자 청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곡이라는 것이다.

3. 목록



3.1. 제 1권 (L. 117)



3.1.1. I. Danseuses de Delphes : Lent et grave (I. 델피의 무희들 : 느리고 장중하게)



델피의 무녀들을 표현한, 느릿한 무곡. 신비로운 코드 속 들어있는 무희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부드러운 선율이 돋보인다. 여기의 델피는, 그리스의 유적인 델피를 뜻하며, 특히 이 델피의 무희라는 이름은 드뷔시가 아칸서스 기둥에 조각된 세 여인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세 무희가 장중한 템포로 우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며, 시시관관 바뀌는 박자는 이러한 기묘함 내지 장중함을 더욱 잘 이끌어낸다.
곡은 성부마다 이끌어 내야 하는 분위기가 다르고, 장중하고, 우아하며, 조용한 분위기를 코드로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터치가 요구되며, 기존의 전통과는 다른 코드들의 이용은 초견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3.1.2. II. Voiles : Modéré (II. 돛 : 보통 빠르기로)



해석은 돛, 항해, 베일 등으로 해석될 수 있고,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과 분위기 때문에 난해할 수도 있다. 매우 불규칙적이고, 주제가 반복되긴 하나 부제에는 걸맞지 않은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베일이라는 이름에 빗대어 생각하면, A파트는 신비롭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B파트는 그것이 다소 벗겨져 확실하고 더욱 명확한 느낌을 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마치 바다와도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B파트는 기존 온음계가 아닌 오음음계 (pentatonic scales)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A파트로 돌아오기 위해 온음계적 스케일을 사용하고, 주제로 돌아와서는 점차 분위기가 다운되다가 조용하게 끝난다.

3.1.3. III. Le vent dans la plaine : Animé (III. 들판에 부는 바람 : 생동감 있게)



드뷔시의 작품에서 바람은 난폭하다. 이 곡도 그러한 느낌과 다르지 않으며, 저 먼 들판에서부터 잔잔한 듯 하지만 강렬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표현하는 듯한 패시지가 특징적이며, 왼손이 주 선율을 바람과도 같은 패시지 속에 녹여들게 된다. 바람은 강하게 불며 하이라이트 부분까지 쉬지 않고 강렬하게 불게 된다. 그렇게 점차 조용하게 돌아가다가 바람이 그치듯 여운을 주고 마무리.
딱히 A파트, B파트 할 것 없이 3개의 주제만이 반복된다. 반음계적이고 빠른 패시지를 소화해내는 것이 이 곡의 최대 난관이자 연주 포인트이다.

3.1.4. IV. <<Les sons et les parfums tournet dans l'air du soir>> : Modéré (IV.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 보통 빠르기로)



조용한, 일그러진 왈츠. 임의로 왈츠 템포에 2박을 더 붙이는 기묘한 박자 구성이 특징이다. 저녁의 대기를 표현하듯 감미로운 선율이 곡 전체를 구성한다. 프랑스 시골의 테라스에 앉아,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감도는 풀 내음을 느끼는 듯한 이 곡은 그 어떤 곡 중에서도 가장 "노을"을 잘 표현한 곡일 것이다.

3.1.5. V. Les collines d'Anacapri : Très modéré (V. 아나카프리의 언덕 : 더욱더 보통 빠르기로)



아나카프리 섬의 언덕을 표현하는, 제목 그대로의 곡. 너무나도 경쾌한 선율이 곡 사이에서 튄다. 조금은 다운된 색채의 4, 6번과 비교하면 이 곡만큼이나 밝고 명확한 색채의 곡도 없을 것이라 본다.
너무나도 낭만적인, 타란텔라 비슷한 곡은 경종과도 같은 첫 마디에서부터 시작한다. 톡톡 튀는 오른손의 선율은 언덕의 경관보다는 언덕 그 자체의 색채를 연상케 한다. 마치 푸른 고원을 보는 듯한, 그것을 경험한 듯한 이 곡의 생기있는 분위기는 상당히 수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1.6. VI. Des pas sur la neige : Triste et lent (VI. 눈 위의 발자국 : 슬프고, 아주 느리게)



눈이 쌓인 길을 걷는, 행인의 쓸쓸함이 담긴, 우울한 정서의 곡. 곡의 템포 마킹부터, 첫 마디 밑 "ce rythme doit avoir la valeur sonore d'un fond de paysage triste et glacé[3]" 라는 지시문, 그리고 Expressif et doulouruex (감정적으로, 고통스럽게) 와 같이, 곡의 우울한 정서를 곡집 자체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곡은 심플한 A-B-A 형태이며, 별도의 전조 없이 세미톤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36마디 정도로 짧지만, 그 길이는 속도 때문인지 4~5분 정도로 소요된다.
왜 이 곡이 6번째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이론이 있는데, 7번과 8번, 4번과 5번의 대조 사이의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는 이야기도 있고, 1권의 전주곡을 나누는 터닝 포인트라는 해설도 존재한다. 해석은 본인의 자유지만.

3.1.7. VII. Ce qu'a vu le vent d'Ouest : Animé et tumultueux (VII. 서풍이 본 것 : 생동감 있고 떠들썩하게)



프랑스, 유럽권에서의 서풍의 존재는 매우 난폭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기에 서풍을 묘사한 이 작품이야말로 이 전주곡에서 가장 난이도적으로서나, 분위기적으로도 더욱 강렬하다. 강한 바람이 휩쓸듯 빠른 아르페지오에서 불규칙하고 변화무쌍하게 진행한다. 제목에 대한 모티프는 "the garden of paradise" 라는 동화에서 얻었으며, 작가의 제피르, 즉 서풍에서 많은 어필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존재한다.
주제의 연속성, 그리고 연관성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똑같은 부분이 반복되지 않으며, 도-레 트레몰로에서부터 급작스럽고 난폭한 리스트스러운 빠른 옥타브 위치바꿈까지, 3번의 비바람과 같은 옅고 낮게 깔린 바람과는 다른, 난폭한 돌풍의 모습을 더욱 잘 표현하고 있다.
난이도적으로는 2권 12번, 불꽃놀이와 견줄 만큼 어렵다. 리스트스러운 기교적 포인트가 특징.

3.1.8. VIII. La fille aux cheveux de lin : Très calme et doucement expressif (VIII. 아마빛 머리의 소녀 : 매우 조용하고 부드럽게 표현적으로)



한 소녀를 노래하는, 전주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곡. 5음음계로 구성된, 하프 선율과도 같은 주제가 꾸밈 없이 등장하며, 마치 회상하듯 음 하나하나의 공간이 비어 더욱 애상적인 느낌을 강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소녀의 아름다움과 목가적인 분위기를 한껏 조성해낸다.
7번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다운 첫 선율이 계속해서 거의 바뀌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아래 성부는 낮고 조용하게 깔려 곡의 사랑스러움을 더해준다.
제목은 프랑스 시인 르콩크 드 릴의 동명의 시에서 따왔다. 드뷔시는 이 시의 소녀에 대하여 곡을 쓴 것.
여담으로 이 노래는 윈도우 7기본 노래중 하나인 ‘Richard Stoltzman - Maid with the Flaxen hair’의 원곡이다.

3.1.9. IX. La sérénade interrompue : Modérément animé (IX. 끊어진 세레나데 : 적당히 생동감 있게)



스페인 풍의 세레나데를 연상시키는 곡. 표현 지시문에 quasi guitarra, 즉 기타처럼 연주하라는 것이 특징. 덕분에 정말 기타처럼 줄을 팅기듯한 스타카토로 연주해야 한다. 정말로 클래식 기타와도 같은 형태의 코드 진행이 특징이다. 덕분에 꾸밈음이나 성부의 분리가 많은 편.
제목과도 같이 호타, 즉 스페인 춤곡과도 같은 세레나데는 돌연 Très vif에서 한번 끊길 뻔 하는데, 다시 원래의 주제로 되돌아감으로서 연주가 재개됨을 밝힌다. 다시 화려한 기타풍의 짧은 카덴차가 제시되고 나면, 돌연 다시 다른 선율에 빼앗기고 만다. 그런 모습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화난 듯한 분위기[4]가 제시되고, 끝까지 연주를 마무리한다.
본래 세레나데가 창가의 여성을 바라보며 치거나 부르는 모종의 사랑 노래임을 생각하면, 작품 속 화자의 노래가 끊기는 모습은 상당히 해학적인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3.1.10. X. La Cathédrale engloutie : Profundément calme (X. 가라앉은 대성당 : 아주 차분하게)



드뷔시의 모든 전주곡을 통틀어 가장 이야기적으로 풍부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만큼 곡 자체가 주는 여운이 정말 남다르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생각하며 읽어 보자. 유튜브 댓글이지만 충분히 자세한 설명이다.

'''해석'''

당신은 안개 낀 숲속을 걸어가던 중 신비로운 기운에 이끌려 한 호수 앞에 도달하게 되고 그곳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그런데 호수 속에서 종이 울리는 듯하면서 아주 천천히, 무겁고 조용하게 합창단의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신성한 느낌까지 준다.

그러던 중 물이 서서히 움직이며 성당이 점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노랫소리가 더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마침내 아주 커다랗고 웅장한 대성당이 호수 위로 나타나며[5]

오르간의 장엄한 음색이 숲 전체를 울리며 당신을 압도한다. 전설로만 알려져 왔던 '물에 잠긴 성당'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은 잠시나마였고, 다시 성당은 안개에 가려지며 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종이 3번 울린 후, 여전히 오르간 소리가 물 속에서 고요하고 작게 들려오는 것[6]

을 알 수 있다. 성당이 다시 완전히 물에 잠긴 이후 당신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것에 또 한 번 감탄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위 내용은 한 유저가 유튜브 댓글로 남긴 것에서 약간의 수정 단계를 거친 것인데, 곡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될 정도로 훌륭한 해석이다.
곡의 모티브는 프랑스의 한 전설에서 따왔으며, 바다 한가운데의 파도에 잠겨있는 대성당의 모습을 보여주듯, 심해와도 같은 차분함, 그리고 성당이 다시 떠오를 때의 거대함, 그리고 장중함, 다시 가라앉은 대성당을 표현하듯 한 여운을 남기는 끝은 위의 댓글처럼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전주곡 중에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한 몇 안 되는 곡.

3.1.11. XI. La danse de Puck : Capricieux et léger (XI. 퍼크의 춤 : 가볍고 변덕스럽게)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소재로 그려진, 한 화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곡으로, 원작 중에서도 매우 장난스럽고 익살스럽게 그려진 퍼크라는 요정을 표현하듯 곡에서도 그 움직임과 분위가 매우 밝고 경쾌하다.

3.1.12. XII. Minstrels : Modéré (XII. 음유시인 : 보통 빠르기로)



민스트렐은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음유시인 내지 광대를 아울러 뜻하는 말인데, 이들은 흑인 풍의 곡들과 함께 우스꽝스러운 기교를 선보이며 궁정을 돌아다니던 악사들이었다.
매사에 진지함이 없는, 그러한 우스꽝스러운 민스트렐들의 모습을 표현이라도 하듯, 시종일관 과장된 모습과 함께 리듬감 넘치는 모습을 드뷔시에서는 빠른 아르페지오, 넓은 도약, 그리고 변덕스러운 분위기로 표현한다. 같은 작곡가의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가 생각나게 하는 기묘한 풍의 걸음걸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은 덤.

3.2. 제 2권 (L. 123)


2권은 1권과는 너무나도 다른 구성인데, 소재의 복잡화 및 추상화는 물론, 그와 동시에 이를 표현하는 기법도 전권에 비하면 심하게 바뀌어 있다. 이는 그가 1권을 작곡한 뒤로, 상당히 많은 시간 뒤에서야 2권을 작곡했기 때문인데, 이 기간 동안 그는 인상주의에 한층 더 깊이를 두고, 심오한 상상을 시도했다. 그중에서는 그의 인상주의의 완성체의 일부라 볼 수 있는 연습곡에 대한 암시 또한 들어가 있다.

3.2.1. I. Brouillards : Modéré (I. 안개 : 보통 빠르기로)



짙게 깔린 바닷안개를 표현하는 듯한 모호한 전주곡이다. 분명 화성은 C major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 곧바로 이어지는 아르페지오는 B major이다. 이와 같이, 이 곡은 2개의 조성이 동시에 붙어있는 복조 형태를 띄고 있다.
전통적인 온음계/화성학의 사용이 거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대위구 또한 없고, 그렇다고 해서 1권의 2번처럼 어떠한 명확함을 주지도 않는다.
2권이 전체적으로 어떤 분위기이고, 드뷔시의 화성이 어떻게 발달하고 변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3.2.2. II. Feuilles mortes : Lent et mélancolique (II. 마른 잎 : 느리고 우울하게)



낙엽, 즉 죽은 잎사귀에 대한 나무의 장례식을 표현하는 전주곡. 1번과는 다르게 오히려 1권의 전체적인 느낌과 가까운 모습인데, 애상적이고 매우 느린, 그리고 기묘한 리듬의 이 곡은 오히려 뭉개지보다는 날카롭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한 음 하나하나가 묻히는 일 없이, 계속해서 날카롭게 다가온다. 마치 고독에 잠긴 나무들을 표현하듯 밝음 없이 어두운 색을 띈다.

3.2.3. III. La puerta del Vino : Mouvement de Habanera (III. 포도주의 문 : 하바네라의 빠르기로)



드뷔시가 친구가 보낸 엽서의 포도주의 문 사진을 보고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
라 푸에르타 델 비노, 즉 포도주의 문은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물인데, 드뷔시는 그곳을 가지 않고, 오히려 상상으로 이 곡을 작곡해나갔다. 스페인의 궁전인 만큼, 그는 하바네라의 전주곡을 작곡했는데, 강렬한 불협화음의 장엄한 서주 뒤의 매우 여린 하바네라가 뒤따라오며, 또 다시 그 뒤에는 기묘한 풍의 아르페지오가 보여진다.
지중해에 맞닿아 있는 스페인의 늘어진 열기, 그리고 기타와도 같은 스타카토는 춤곡보다는 오히려 자유로운 환상곡과도 비슷하다. 드뷔시가 스페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라나다의 황혼", "피아노를 위하여 중 '사라방드'", "끊어진 세레나데" 등, 실제로 거의 경험하지 못한 공간을 상상으로 풀어내었다. 이 곡도 그러한 모습 중 일부.

3.2.4. IV. <<Les fées sont d'exquises danseues>> : Rapide et léger (IV. <<요정들은 좋은 무용수이다>> : 빠르고 가볍게)




3.2.5. V. Bruyères : Calme (V. 황야 : 차분하게)



한 출판사에서는 'Bruyères'를 Heath, 우리말로는 '황야'로 번역한다. 하지만 이것은 프랑스 북동쪽에 위치한 마을의 이름이기도 하며, 이 곡의 제목은 이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3.2.6. VI. <<General Lavine>> – eccentric : Dans le style et le mouvement d'un cakewalk (VI. <<변덕스러운 라빈 장군>> : 케이크워크의 형식과 빠르기로)




3.2.7. VII.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 Lent (VII. 달빛이 쏟아지는 테라스 : 느리게)




3.2.8. VIII. Ondine : Scherzando (VIII. 물의 요정 : 익살스럽게)




3.2.9. IX. Hommage à S. Pickwick, Esq. P. P. M. P. C. : Grave (IX. 피크윅 궁전에 경의를 표하며 : 장엄하게)




3.2.10. X. Canope : Très calme et doucement triste (X. 카노프 : 매우 차분하고 다소 슬프게)




3.2.11. XI. Les tierces alternées : Modérément animé – Un peu plus animé (XI. 교대하는 3도 : 적당히 생동감 있게 – 조금 더 생동감 있게)




3.2.12. XII. Feux d'artifice : Modérément animé (XII. 불꽃 : 적당히 생동감 있게)



드뷔시의 24개의 모든 전주곡을 통틀어 가장 양심없고 악마적인 난이도를 자랑하는 마지막 곡이다.

4. 여담



[1] 몇몇 버젼에 한해, 곡의 마지막 부분마다 부제를 괄호 안에 집어 넣었다. E.G) (..Danseuses de delphes)[2] 1권과 달리 2권의 모든 곡들의 악보에는 한 단에 보표가 3개가 존재하는 이른바 '3단 악보'가 등장한다. 이것은 주요 선율을 따로 표시한다거나 한 손에서 음역대가 너무 심하게 바뀔 때 악보를 보다 보기 좋게 만들어준다는 등 보통의 '2단 악보'에 기보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가독성을 더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나머지 하나의 보표는 딱히 어느 손으로 연주해야 한다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악보 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같은 작곡가의 '영상(Images)'이라는 곡집 또한 2권의 모든 곡들에서 3단 악보가 나온다.[3] '''해석: This rhythm shall have the sonorous value of the background of a sad and icy landscape. 이 리듬은 슬프고도 얼음처럼 차가운 경치에서의 울려 퍼지는 듯한 효과를 나타내어야 한다.''' — 여기서의 '이 리듬'은 곡 첫머리부터 끝부분까지 계속해서 등장하는 'D-E-E-F' 선율을 나타낸다.[4] 실제로도, 악상 표시에 rageur라고 기록되어 있다.[5] 곡 기준 Sonore sans dureté 부분부터[6] 곡 기준 Au mouvement 부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