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테이스티 사가)
1. 개요
[image]
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푸딩.진지하고 근엄하 성격의 소년, 정장을 입고 다닌다. 융통성이 없고 모든 일을 질서정연하게 처리하고 싶어 한다. 주변 사람에게 냉담하나 유독 젤리에게만 마음을 쓴다. 언제나 젤리 곁에서 그녀를 지킨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거리
복잡한 상점가를 빠져나오자 적막한 옛 거리로 이어졌다.
건물들은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여기저기 지저분한 얼룩이 묻어있었다.
대신, 이 거리엔 나무가 많다. 우거진 나무의 틈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이 거리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햇빛은 나뭇잎을 지나 투명한 통유리창을 넘어 고집스럽게 테이블 위에 쏟아진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난 레스토랑의 목제 테이블 앞에 서서, 새하얀 천으로 유리컵을 닦아 테이블 위에 정렬해놓는다.
잘 닦인 유리컵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면, 그 고집스러운 햇빛을 눈부신 일곱 빛깔로 굴절시킨다. 그것이 바로 햇빛의 색깔이다.
아직 레스토랑 영업시간까지는 조금 남았지만, 내가 사는 고아원과 가까운 편이다 보니, 난 매일 가장 먼저 이곳에 나와 준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난 깨끗하고 정돈된 삶을 좋아한다.
아마 수녀였던 마스터와 함께 수도원에서 생활할 때의 영향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이 싫진 않다.
마스터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마스터가 돌보던 고아원은 고스란히 내가 돌보게 되었고, 운영비를 벌기 위해 수입이 괜찮은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도 나다.
단순히 이 레스토랑에서 지급하는 보수 때문만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밤이 되면 멀지 않은 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그 따스한 노랫소리는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곤 했다.
나는 노랫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 건지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나는 그저 밤이 되어 노랫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노랫소리가 들리면 나무가 우거진 이 길이 다시금 고요해질 때까지 걸었다.
6.2. 2장. 이름 없는 집
그리고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걸어오게 된다. 이곳은 구시가지의 한 수도원을 고아원으로 개조한 곳이다.
이름조차 없는 이곳에는, 한때 마스터가 가장 지키고 싶어 했던 사람이 살고 있다.
낡아빠진 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탓에 건물은 더욱 허름해 보였다. 하긴 이곳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아는 사람도 이젠 없을지도 모른다.
큰 나무들이 고아원을 울타리처럼 감싸고 있고, 밤이면 빛도 들지 않아 더욱 적막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휴식엔 더욱 안성맞춤인 곳이다.
「푸딩. 뭐해? 문 앞에 멀뚱히 서서...」
작은 몽집의 그림자가 낡은 나무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갈색 머리를 곧게 기르고, 파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모든 힘을 다해 소리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보통 사람이 속삭이는 정도로만 들릴 뿐이다.
적막한 밤이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방금 돌아온 거야.」
난 수화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이는 겁먹은 표정으로 날 보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아무도 없는 늦은 밤중에 앞에 거대한 녹나무 아래에 조용히 앉아있길 좋아한다는 것을.
그곳은 마스터가 이 아이에게 글을 가르쳐준 곳이다.
이전엔 돌아가신 마스터가 그리워서 그러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는 매일 같은 시간에 방을 나와 그 나무 아래 앉아 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표정을 하고선.
「오늘... 새로운 친구가 왔어...」
작고 연약한 어깨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랬구나.」
실은 오늘 아침 레스토랑에 가기 전에 수녀님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었다.
수녀님들이 오늘 이른 아침 식재료를 준비하던 중에 버려진 남자아이를 발견해 데리고 왔다고 했다.
남자아이는 도무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아서 우선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녀들은 우선 남자아이를 요엘이라 부르기로 했다.
「시간이 늦었어. 감기 걸리기 전에 어서 들어가서 자.」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가 수화로 같은 말을 한 번 더 반복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스터는 이 아이가 청각 장애 때문에 고아원 문 앞에 버려졌던 아이라고 말씀하셨다.
비록 그렇다곤 해도, 당시 이 아이는 약간이긴 하지만 사람의 말을 듣고 대답할 수 있었고, 마스터는 아이에게 글과 수화를 가르쳐주셨다.
이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가족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정상적인 교류가 어려운 사람은 이 아이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청력은 나빠져만 갔다.
마스터가 돌아가신 후에는 이전처럼 잘 웃지도 않고, 점점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원래부터 조금 민감한 아이였던 것 같다. 아이는 청력을 잃어가기 시작한 동시에 다른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과 구화법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가 점점 더 대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날 보는 그녀의 눈빛은 내 텅 빈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소원해졌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나는 스스로를 아무 감정도 없는 껍데기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것들을 배워 보아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내게, 자신이 무언가에 몰두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날로 청력이 쇠퇴해가는 저 아이의 두 귀는 그녀에게 어떤 세계를 전해주고 있을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6.3. 3장. 노래하는 소녀
눈부신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또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저기 쩍쩍 금이 간 수도원의 갈색 벽 사이로, 짙은 붉은 빛이 바둑판 형태로 비친다.
한때 수도원이었던 이 고아원의 홀과 복도엔 여전히 많은 신상이 남아있다. 건물의 창문까지도 신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방에서 자는 시간을 빼면, 대부분의 시간을 홀에서 보낸다.
물론 오늘처럼 좋은 날씨엔 날엔 고아원 주변에서 산책하며 놀기도 한다.
난 조용히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게 마스터가 바라던 대로다.
그 내성적인 아이는 여전히 그 나무 아래에 앉아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나무 아래에 그 아이 외에 나뭇가지에 가려진 누군가가 하나 더 있었다.
그땐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누가 저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만 있다면, 더 행복해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난 아이들의 아침 기도와 식사 준비를 끝내고 서둘러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의 점심과 저녁 식사의 식재료도 레스토랑에 가기 전에 모두 준비를 마쳤다. 요리와 음식 배분은 수녀님들과 비교적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도맡아 한다.
평화로운 날들은 그렇게 계속되었다.
어느 날 밤, 그 연약한 아이가 전처럼 내 눈앞에 보이지 않기 전까진 말이다.
오늘은 달이 유난히 밝다. 보름달이 내뿜은 은은한 빛에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럽게 보인다.
나는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어 그 아이의 방에 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불안한 기분이 든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협소한 4인실 안의 모두가 깊이 잠들었지만, 그 아이의 침대는 비어있었다.
내 기억 속 이 아이는 종처럼 다른 사람과 말을 하지 않았다.
큰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나는 혼자 아이를 찾으러 나섰다.
이미 캄캄한 밤이라 그런지,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 거리는 한층 더 고요했다.
나는 고아원에서부터 아이가 갈만한 모든 곳을 찾아봤다.
그러다가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이때, 익숙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고 달콤한 그 노랫소리는 싱그러운 산들바람과도 같았고, 마음속에 스며드는 향긋한 데이지 같기도 했다.
이번에는 노랫소리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한 걸음만 뒤로 가서 몸을 돌리면 목소리의 주인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가 내가 지금까지 찾아왔던 그 목소리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가듯, 나는 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샛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우거진 나무 때문에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이 거리에, 지금이 아니었다면 이런 빈 공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주변이 울창한 나무로 뒤덮여있긴 하지만, 구름만 아니라면 나뭇가지 사이로 생생히 달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나뭇가지 사이로는 은은한 달빛이 흘러들어와 노랫소리의 주인공을 비추고 있었다.
싱그러운 녹색 머리카락이 달빛 아래에서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소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얼굴에 나타난 찬란한 미소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었고,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날 밤은 내가 젤리와 처음 만난 날이었다.
6.4. 4장. 첫 소원
「푸... 딩...」
두 손이 내 옷소매를 붙잡고 멈춘 시간 속에서 날 끌어냈다.
정말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노랫소리를 듣자마자 모든 걸 잊어버리다니.
「왜 혼자서 여기까지 온 거야.」
난 평소의 말투에 조금 힘을 실었을 뿐이었지만, 조금 꾸짖는 듯한 느낌이 되어버렸다.
「혼자가… 아니야.」
그 아이가 내게 말했다.
그제야 그녀 뒤에 서 있던 금발에 파란 눈을 한 또래의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내 기억이 맞았다면, 고아원에 온 지 얼마 안 된 요엘이라는 이름의 아이였다.
생각을 정리하려던 찰나, 조금 전까지 들려오던 노랫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잘 됐다! 누가 마중을 나온 거구나!」
녹색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소녀가 활짝 웃으며 신나게 다가왔다.
「난 푸딩이야. 아이들이 폐를 끼쳤구나, 미안해.」
난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괜찮아. 누가 젤리의 노래를 들어준 건 정말 오래간만인걸! 젤리는 정말 기뻐!」
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의 미소엔 활발한 기운이 가득했다.
「여기 사는 거야?」
「응, 난 떠돌이니까~」
「떠돌이?」
「응...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젤리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특훈 중이야.」
젤리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아이돌?」
뭔가 더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가 나와버렸다.
「응! 젤리는 아이돌이야. 헤헤…」
마치 자신의 말이 진짜임을 증명하고 싶은 듯 젤리는 가슴을 두들기며 말했다.
「아이돌은 노래로 모두를 미소짓게 하는 직업이야! 내 꿈은 모든 사람에게 미소를 주는 아이들이 되는 거라구!」
젤리는 달콤한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는 내가 결코 잡을 수 없었던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달은 빠르게 구름 뒤로 숨었지만, 곧바로 자유로운 구름에게 버림을 받고 말았다.
「그거 정말 좋은 직업이네.」
난 그렇게 말했다.
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에도 별다른 감정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꿈을 쫓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부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난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구름 속에서 달이 고개를 내일었고, 희미한 나의 미소가 고양이처럼 재빠른 두 눈에 포착되고 말았다.
「푸딩은 하고 싶은 거 없어?」
「없어.」
너무나도 담담한 내 말투에 나조차 무서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꿈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시큰둥한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은 젤리가 계속해서 날 격려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더라도 괜찮아.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건 반대로 뭐든지 도전해볼 수 있다는 말이니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을 터인데,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눈앞에 있는 소녀에게 들킨 것만 같았다.
그녀의 노랫소리가 지금까지 꿈꿔왔던 그 목소리와 똑같은 탓일 것이다.
「렉시, 요엘, 이제 돌아가자.」
난 두 아이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몸을 돌리는 순간, 나 자신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거절당할 게 분명했는데.
하지만 난 그래도 말해버렸다.
「저기, 만약 머물 곳이 없다면, 우리와 함께 가도 좋아.」
심지어 묻는 말도 아니었다.
난 처음으로 자신에게 절망감을 느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그때 젤리가 보인 미소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녀의 노랫소리와 미소를 영원히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6.5. 5장. 푸딩
7. 코스튬
8. 기타
- 젤리의 매니저다. 젤리의 팬클럽 회장인 오므라이스와는 티격태격하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