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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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젤리.화려한 모습의 소녀.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 달콤한 노랫소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온몸에 가득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사하며, 그 덕에 인기가 매우 많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추억 속의 편지
금빛으로 빛나는 모래사장, 파란 바다와 하늘.
햇볕이 반짝거리는 해수면을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런 날씨엔 기분도 좋아지는 법이다. 문을 나서자마자 그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간만의 휴일이었다. 집을 떠나 아이돌이 된 뒤론 이런 평화롭고 차분한 시간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파도가 모래사장에 남긴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발이 어느새 잔뜩 젖어버렸지만, 계속 앞을 향해 걸었다.
내가 남긴 발자국은 금세 파도가 지워버렸다.
그때 갑자기 뭔가 차갑고 딱딱한 물건이 발에 부딪혔다.
내려다보니 노란색 끈이 달린 유리병이었다. 투명한 유리병 속엔 반짝이는 햇빛과 노랗게 변색된 편지지가 들어있었다.
누구의 소망을 싣고 온 건진 모르겠지만, 그 소망을 이루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가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그 병을 다시 도로 바다에 던졌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가 눈이 부셨다.
「무슨 생각 중이야?」
무뚝뚝하고 온화한 목소리가 말했다.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는 정말 만났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매번 새롭다는 듯 웃으며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헤헤~ 오늘도 마주칠 줄 알았어!」
「그래. 오늘은 푹 좀 쉬지 그랬어. 내일 스케줄은 모두 준비해 뒀어.」
푸딩은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품에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작은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 다음 일주일의 스케줄을 읊기 시작했다.
「그 사람 편지는? 왔어?」
아이돌로서의 생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단지 아이돌로만 사는 건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니.」
푸딩에게 몇 번을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그렇구나... 이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아직도 안 오다니. 아마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응, 그럴 거야.」
푸딩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이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때의 나는 이름 없는 마이너 아이돌에 불과했다. 다행히 사람들은 내 노래를 좋아했고, 그 점이 난 정말 기뻤다.
난 곧 바쁜 일상에 적응했고, 푸딩이 짠 스케줄에 익숙해졌다. 모두에게 웃음을 줄 수만 있다면, 계속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피곤하지?」
막 팬 사인회를 마치고 온 나에게 푸딩이 차를 건녔다.
「전혀! 하나도 안 피곤한걸! 사람들의 미소를 보고 나면 기운이 정말 넘친다니까!」
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말할 때마다 푸딩은 미간을 찌푸린다. 이건 내가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푸딩의 표정이다.
「난 네 매니저야. 무슨 일이든 널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으니까. 너도 너무 무리하지 마.」
「응! 하지만 괜찮아! 사람들의 웃음은 젤리의 원동력인걸.」
푸딩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가방을 내밀었다.
「팬들이 보내온 선물이야.」
「응! 이것도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가져다주자. 다음번에 더 멋진 노래로 팬들에게 보답할 거야.」
아직 내가 마이너한 아이돌이었을 때, 나는 푸딩과 함께 구도시의 한 고아원에 갔었다. 나는 그곳에서 종종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지금은 이전처럼 자주 가진 못하지만, 갈 때마다 선물을 좀 챙겨가고 싶었다.
푸딩은 말없이 가방에서 녹색 편지지를 꺼냈다.
「이건 고아원에 보낼 필요 없겠지.」
푸딩은 그렇게 말하고 가버렸다.
난 혼자 남아서 덩그러니 남겨진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6.2. 2장. 익명의 편지
왠지 좀 조잡해 보이는 편지였다. 봉투까지 직접 접어서 만든 느낌이었다.
봉투 앞엔 내 이름이 삐뚤빼뜰 적혀있었는데, 어린애가 열심히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항상 인간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로 비칠지 궁금했다.
이는 곧 내가 이 편지의 내용을 매우 궁금해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난 봉투에서 조심스럽게 편지를 꺼냈고, 안에는 두 장의 편지지가 들어 있었다.
한 장은 평범한 노란색 편지지였는데,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른 한 장은 어디서 뜯어낸 것 같은 종이쪽지였는데, 처음 보는 주소가 적혀있었다.
그 사람이 사는 곳일까?
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최근 자주 이 편지를 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하지만 대체 뭘 의미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답장을 써달라는 의미 같은데.」
나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푸딩 때문에 깜짝 놀랐다. 어쩌면 내가 너무 편지에 집중해 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응? 젤리한테 답장을 써달라는 거야?」
나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푸딩이 한 말을 이해 못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걸. 젤리는 인간들을 잘 모르는데... 뭐라고 쓰지?」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날 때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첫... 만남?」
그 순간 나는 편지에 쓸 내용이 떠올랐다.
「아하! 젤리는 이제 뭘 써야 할지 알 것 같아. 고마워, 푸딩!」
그날 저녁, 나는 드디어 펜을 들고 그 노란 편지지를 펼쳤다. 하지만 그 종이를 보고 있자니, 아이돌로서 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 많이 떠올랐지만, 정작 자신 있게 써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편지지를 내려놓고 다른 종이를 꺼내서 답장을 썼다.
「난 젤리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처음 느끼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 편지를 받는 사람도 나의 이런 마음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내 편지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예상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로서의 나는 무대 위에서 관중들의 미소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편지 같은 방식으로 팬과 소통하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긴장됐다.
어쨌든, 나는 이런저런 마음을 안고 푸딩에게 편지를 건녔다.
그리고, 이틀도 지나지 않아서 답장을 받았다.
편지에는 자신의 이름은 렉시라고 쓰여 있었다.
렉시는 내 노래를 듣자마자 반해버렸다고 했다.
또한, 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희망이 샘솟고 격려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들어본 목소리 중에 가장 행복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라고 했다.
겨우 몇 마디뿐인 편지였지만, 난 뛸 듯이 기뻤다.
마치 친구끼리 아무렇게나 주고받는 쪽지처럼, 편지다운 양식이나 서명도 없는 짤막한 글씨에 불과했지만,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왠지 어떤 진실한 친밀감이 우릴 가깝게 해주는 느낌이었고,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이렇게나 기쁜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마스터가 세상을 떠난 후로는 다른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것도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그래서 나도 빠르게 답장을 써서 지난번처럼 푸딩에게 건네주었다.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응! 헤헷... 젤리한테 편지 써준 애 있잖아, 젤리의 노래가 좋대~」
「그래. 나도 좋아해.」
푸딩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
갑자기 얼굴이 후끈거리기 시작했다. 실은 꽤 오래전부터 푸딩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6.3. 3장. 작은 섬
편지 덕분인지, 마음속엔 새로운 설렘이 피어나고 있었다.
렉시의 편지는 거의 이틀에 한 번씩 받을 수 있었고, 대화의 내용 또한 자연스럽게 일상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분명 안 지 얼마 안 된 사이인데, 매우 익숙한 기분이 들곤 했다.
마치 여자애들끼리 모여서 밤에 수다를 떨고 있는 느낌이었고, 렉시와 나는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때로는 서로 푸념을 하기도 했다. 푸딩이 항상 입에 스케줄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고아원에 자주 가지도 못하게 되었고, 전처럼 내키는 대로 관중들이 외친 「앵콜」 에 답하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렉시는 푸딩이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했고, 그냥 좀 귀엽게 서툰 구석이 있을 뿐이라고 그를 변호했다.
푸딩이 믿음직하다는 건 나도 알지만, 서툴다는 말은 푸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푸딩을 막 알았을 때부터 매니저가 된 지금까지, 그의 서툰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모든 일을 조리 있게 안배했다.
굳이 하나 말하자면, 그는 웃지 않는 게 흠이다.
난 렉시를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있어 친숙하면서도 낯선 사람이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마 렉시도 그렇기 때문에 내게 자기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렉시는 자신의 첫 번째 친구 요엘을 만났던 것과 그 친구가 갑자기 사라졌던 이야기, 그 리고 몇 년 후 다시 「요엘」과 재회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마치 그 일들을 기억해두려는 것처럼, 렉시는 요엘에 대한 얘기는 특히 더 자세히 썼다.
무뚝뚝하고 이성적인 푸딩과는 달리, 「요엘」은 시끄러우면서도 자상한 바보라고 한다. 이게 렉시가 묘사한 「요엘」이다.
편지를 통해 나조차도 알 수 있었다. 렉시는 요엘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도 행복하다는 듯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왜 바보처럼 웃고 있어?」
푸딩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웃었거든! 헤헷~」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날 보는 푸딩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보인 것만 같았다.
「멍하니 있지 말고 준비해. 곧 나가야 하니까.」
「응!」
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렉시의 마지막 편지를 받았다.
「예전에 넌 말했었지. 같이 웃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그래서 상상해봤어.
만약 할 수 있다면, 난 혼자 먼 곳에 있는 작은 섬에 가고 싶어.
나라도 없고, 마을도 없는 작은 섬,
낙신도 없고, 전쟁도 없는 작은 섬에 가고 싶어.
시끄럽지도 않고, 걱정도 없는 곳으로.
그럼 난 오직 네 노랫소리만 머릿속에 담아둘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작은 섬에서 남은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면,
그럼... 네가 말했던 것처럼 웃을 수 있겠지?」
편지엔 그렇게 쓰여있었다.
이번에도 모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6.4. 4장. 희망찬 미래
「푸딩, 렉시가 가고 싶은 섬이 어딜까?」
난 턱을 관 채 스케줄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는 푸딩에게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아마 아주 먼 곳이겠지.」
「푸딩 그게 어딘지 알아? 젤리 너무 궁금해. 젤리한테 말해주면 안 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편히 쉬어. 이따가 기자들도 상대해야 하니까.」
푸딩은 노트를 덮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으응…」
푸딩은 항상 이런 식이다. 대답하기 싫은 질문은 적당한 핑계로 빠져나가 버린다.
「너,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렉시에게 노래를 들으러 오라고 해. 그게 가장 좋은 선물일 테니까.」
「아, 알겠어.」
다시 돌아온 푸딩을 보고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말에 대답해버렸다.
「후, 후회? 젤리가?」
웬일인지 그 날 밤은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
난 오래전 서랍 바닥에 넣어두었던 황록색 편지를 꺼냈다. 너무 오래된 탓인지 일부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던 것일까.
내가 식신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시간의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 한다.
「젤리도 낙신의 침략을 받지 않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
네가 말한 섬이 어떤 곳일지는 상상이 잘 안 되지만,
그래도 젤리의 콘서트에 와주지 않을래?
내가 모두를 위해 그린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 주고 싶어.」
난 이렇게 편지를 썼다. 그녀에게 미래를 향한 나의 기대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편지와 3일 후에 있을 콘서트 티켓을 봉투에 넣어 전처럼 푸딩에게 건녔다.
하지만 렉시는 답이 없었다.
그렇게 사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시끌벅적한 무대는 사람들의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난 몰래 커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아래를 둘러봤다.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렉시의 생김새를 모른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은 있었다. 렉시는 환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닌 소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력만으론 그녀를 찾아낼 수 없다.
관중석의 불이 꺼지고, 난 더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다음, 무대 위로 반짝이는 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이곳은 나만의 세상이다.
난 예전처럼,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마음으로 그곳에 섰다.
「안녕하세요! 모두의 젤리예요~ 오늘도 부드럽고 달콤한 노래로 모두의 미소를 지킬 거예요~!」
관중석의 사람들은 환호했고, 곧이어 음악이 시작되었다.
「렉시, 듣고 있니?
젤리가 들려주고 싶은 미래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있어.
그러니까 혼자서 외로운 작은 섬에 가지 마.
모두와 함께 이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빛이 없는 무대의 아래쪽은 노란색과 녹색 형광봉만이 음악에 맞춰 흔들렸다. 그 모습은 마치 별빛이 일렁이는 파도 같았다.
나는 갑자기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밝은 달빛이 고요한 숲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엔 왜소한 두 그림자,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 익숙한 노랫소리가 있었다.
응? 젤리의 노랫소리잖아?
콘서트는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결국, 난 렉시를 만나지 못했다.
눈가가 젖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땀 때문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