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데스노트)/뮤지컬
L의 주요 넘버인 '게임의 시작(The Game Begins)'.
일본판과 한국판 배우를 비교한 영상.
일본판에서는 코믹스의 L의 외양을 신경써서 재현해낸 반면, 한국판에서는 렘과 함께 가장 겉모습에 변화가 많은 캐릭터. L하면 떠오르는 검은 더벅머리도 애쉬 브라운[1] 으로 변하여[2] 외모만 봤을 땐 상당히 귀여운 느낌이다. 또한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서 익숙한 감정의 기복 없이 조용하게 깔리는 목소리와 달리 상당히 하이톤에 날카롭고 거친 목소리다. 그러나 의자에 쭈그려 앉는 자세나 음식을 먹거나 휴대전화를 들 때의 포즈 등은 원작과 큰 차이가 없는 편.
여러모로 파격적인 변화라서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일단 뮤지컬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춰서 캐릭터성에 변화를 주었다고 봐야 할 듯. 실제로 코믹스의 L은 자신의 감정이나 속내를 도통 드러내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인물인지라 뮤지컬에 그대로 옮겨오기는 애로사항이 많은 캐릭터다. 시원시원하게 터져나오는 가창력이 뮤지컬의 최중요 포인트인데, 원작 재현한답시고 무덤덤하고 침착한 목소리로만 노래하면 관객 입장에서는 지루해지기 때문. 그러나 이런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배우 김준수의 열연에 힘입어 원작의 L이 가지는 '고독하고 음울하며 속을 알 수 없는 천재'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는 등 전체적으로 호평이 많다. 특히 가창력에 있어서는 대부분 일본판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편.
관객이 즉각적으로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 + 분량 문제로 사쿠라 TV, 요츠바 등 원작의 에피소드가 대량으로 잘려나갔기 때문에 데스노트 특유의 치밀한 수 싸움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L의 내면 심리에 집중하여 독특한 캐릭터성을 묘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메인 넘버 '게임의 시작'이나 2막에서 부르는 '변함없는 진실' 등의 노래에서 L이 어떤 생각으로 키라를 대하며 어떤 사고방식을 지닌 캐릭터인지가 잘 드러나며, 뮤지컬판의 L이 코믹스에 비해 좀 더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3] 이와 무관하지 않다.
코믹스와 비교해서도 더욱 냉철하고 '선악이 불분명한' 매력이 잘 드러나는 인물. 뮤지컬에서는 와타리가 삭제되었으며, 키라 수사본부 사람들의 비중도 거의 머릿수 채우기 수준으로 줄어든 탓에 원작에서 동료의 죽음에 조용히 분노하는 모습이라든지 야가미 소이치로와 수사방식에 대해 이견을 가지면서도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등 L의 인간적인 유대를 드러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원작과 비교해서도 더욱 고독해보이는 편. L의 방식에 종종 비판을 제기하면서도 L의 능력을 깊게 믿고 협력하는 원작의 수사본부와 달리, 뮤지컬의 수사본부는 시종일관 L의 강경책에 부딪히며 협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야가미 소이치로의 입을 통해서 'L의 방식도 결코 정의는 아니다'라는 식의 비판이 계속 제기되어[4] 코믹스보다 더욱 정의에 대한 입장이 애매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라이토와의 결전 장면은 원작에서의 죽음 + 원작 니아와 라이토의 결착 + 뮤지컬의 오리지널리티를 가해 대대적인 각색이 가해졌다. 원작처럼 렘이 스스로를 희생해 데스노트에 엘의 이름을 적고 죽는 점은 똑같지만, 여기서는 라이토가 L에게 완전한 패배감을 안겨주기 위해서 데스노트로 죽기 전의 행동을 조작, 죽음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미리 구상해놓는다. 원작의 니아와 라이토의 대결을 오마주한 항구의 한 창고 안에서 L은 라이토와 단 둘이서 대면하며, 라이토에게 키라라는 자백을 얻어낸다. 그러나 라이토가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준비해 온 권총으로 라이토의 다리를 쏘고[5] 이어서 자신의 머리를 직접 쏴서 선 채로 죽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래 라이토는 L에게서 권총을 넘겨받아 자신이 직접 쏴죽일 계획이었다는 것.''' 조종당해 라이토를 쏜 직후 '이제 내가 쏠 차례니 총을 넘겨라'라고 말하는 라이토의 대사에서 라이토가 데스노트에 써놓은 시나리오는 이쪽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L은 '''끝까지 권총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손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전까지 데스노트에 쓰인 죽음의 운명이 절대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L은 자신의 의지로 데스노트가 정한 운명에서 약간이나마 저항해보인 것이다.''' 이는 인간이 결코 운명(또는 사신)에게 힘없이 놀아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저항 의지'를 드러내며, 인간을 넘어선 신임을 자처했지만 결국 사신의 심심풀이 장난감으로 놀아나다 죽은 라이토와 의미심장한 대비를 이룬다. 종막의 Requiem에서도 라이토의 시체가 무대 가장자리에 널브러져 있는 것과 달리, L의 시신은 무대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것도 L이 키라에게 패배했지만 결국 패배한 것이 아니라는 극의 메세지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6]
위의 분석에 대해 라이토가 미리 L의 자살 시나리오를 데스노트에 쓰고 L을 조롱했다는 이견도 있는데, 전체적인 맥락이나 라이토의 반응 등을 볼때 운명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여담으로 극중에서 L은 계속 왼손을 사용하다가 데스노트에 적힌대로 행동할 때는 오른손에 총을 쥐고 있다. 라이토가 "지금 너는 데스노트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라는 요지의 말을 한 후에 L은 자신이 총을 든 손을 내려다보며 그것이 사실임을 깨닫는다.
[1] 영상에는 녹발이지만 본 공연때는 애쉬브라운 컬러였다.[2] 다만 애쉬 브라운 컬러는 초연 때였고, 재연에서는 원작처럼 검은 머리로 바뀌었다.[3] 물론 뮤지컬판 L도 라이토와의 최종결전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대체적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편이다. 격렬한 감정의 표출이 드러나는 건 대개 단독 넘버에서.[4] 린드 L. 테일러의 목숨을 미끼로 사용한 방식을 '''잔혹하다'''고 평하거나, 미사를 감금하고 심문하는 L에게 "넌 언젠가 이런 행동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라고 지적하는 등.[5] 굳이 자신의 다리를 쏘도록 조종한 것은 ''L=키라'임을 밝혀낸 라이토를 없애려고 L이 먼저 자신을 공격했다'는 거짓 진술의 증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6] 잘보면 노래부분에서 '''널 끝까지 쫓겠어''', 이 게임이 끝나면 남는 것은 허무함뿐일 것이라고 말하는데 저항을 통해서 이를 증명한다. 라이토의 손에 살해될 운명을 스스로의 의지로 자살로 바꾼 L에 반면에 라이토는 류크의 심심풀이에 의해 살인범이되고 결국 류크의 손에 죽는다는 점을 볼때 L은 살아서는 패했으나 죽어서는 이겼다라고 생각할수 있다.